읽고 끄적 끄적...2010. 10. 14. 05:54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그 두번째 이야기다.
시리즈 세 개가 모두 상,하 권 2권씩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방각본 살인 사건>
두 번째가 이 책 <열녀문의 비밀>
그리고 그 마지막이 <열하광인>이다.
순서를 좀 많이 뒤바꿔서 읽긴 했지만 (열하광인 -> 방각본 살인 사건 -> 열녀문의 비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깈탁환, 참 재미있게 잘 쓴다.
특히나 책 속에 나오는 고어(古語)들을 보는 재미도 유별나다.
요즘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KBS에서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다소 과한 제목으로
드라마가 되는 걸 보면서
백탑파 시리즈는 왜 안 되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현재 영화 촬영 중이라고 한다.
주연은 연기본좌로 불리는 "김명민" (사실 기대가 무지 된다)
<조선명탐정 정약용>이란 안 어울리는 가제로 오달수, 한지민 등이 출연한단다.
(책에는 정약용은 이름도 안 나온데 주인공은 정약용이다. 어쨌든...)
정은궐의 남장 여자 시리즈 소설이 다소 하이틴 로맨스 같다면
김탁환의 소설은 조금 더 역사적이고 꼼꼼하다.
재미야 물론 당연히 있다. 김탁환인데...



영정조의 시대는 조선의 르네상스일뿐만 아니라
소설가에게도 다양한 스토리텔리의 보고다.
김탁환 역시도 이 보고에서 백탑파 시리즈로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백탑파(白塔派)는 영정조 시대 탑골 백탑 아래 모여 시문을 공부하고 경세를 논한 서얼 지식인 그룹이다.
정조대왕 전까지는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적인 한계로 인해 등용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김진, 이명방...
정조의 정치 개혁과 문화 혁신이 아니었다면
이들 역시도 조선이라는 철저한 신분제 유교국가의 서러운 미물에 지나지 않았을테다.
백탑파 시리즈의를 쓰면서 김탁환은 핵심 주제가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 책 역시도 조선시대 남편을 따라 죽는 "종사"(從死)를 열녀로 칭송하던,
지금으로선 어이없던 시대에 대한 조롱과 그 이면의 비밀을 파해진 책이다.
역시나 전작처럼 의금부 도사 이명박이 서술자로 나오고
사건 해결을 하는 이는 명탐정 화광 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고 끝까지 반전의 묘미를 준다. 
규장각 검서관 중에서 가장 먼저 관직을 받은 이덕무.
그가 적성 현감이 되어 내려갈 즈음에 열녀 정려 품신으로 검서관들은 한창 바빠진다.
전국에서 올라온 서찰을 읽고 열녀를 선별해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라는 어명이 내려진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열녀적성김씨전"을 읽게 된 검사관들은
그 완벽함이 오히려 기이해서 적성군 임 참판의 종사한 며느리 김씨를 조사하기 위해 적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명방을 만나게 된 계목향이란 기생은
김아영과 언니, 동생하는 사이며 둘이 함께 <백투색전>이라는 소설을 짓는 중이었노라 말한다.
결코 김아영은 스스로 자결할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사건을 전말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연관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청상과부 김아영은 임신 중이었다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드러난다.
열녀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조선 양반들의 추악함을 보며
열녀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열녀인가 잠시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효부니, 열녀니 하는 말들이
코메디의 소재로도 쓰이지 못할 만큼 낯설어졌지만
예전 조선시대는 참 이런 명분으로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 했었다는 걸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우습기까지 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 솔직히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는 안도감이 들긴 한다)



줄거리를 신경써 따라가지 않아도 금방 금방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김탁환의 소설들이 언제나 그렇듯...
이 사람의 글은 참 묘하다.
가벼우면서도 마냥 가볍다라고 할 수만은 없다.
철저하게 자료를 찾고 고증하면서 무슨 연구 논문 쓰듯 조사를 한고 소설을 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가  KAIST에 교수였다는 사실이 이해가 된다.
노동자면서 학자이기도 한 소설가! (^^)
그는 "작가의 말" 이런 글을 남겼다.
...... 10년 동안 네 도시를 떠돌며 열한 편의 전작 소설을 썼다. 얻은 것은 소설이요 잃은 것은 전부다. 청춘도 친구도 희망도 기억도 곁에 없다. 어쩌다가, 아, 어떡하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 혼자 걷고 혼자 밥 먹고 혼자 그림자 밟으며 이 소설을 썼다. 현명한 이들은 이렇게 살지 않겠지만, 나는 아직도 올바름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들을 부여잡고 곱씹는다. 편가른다. 윽박지르며 뜯어고치려 든다.......
소설에 전부를 내줬다...고 그는 말했다.
현명하지 못한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긴 노동은
그 전부를 내주는 것 때문에 가볍지 않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전부를 내주고 소설을 얻었다.
나는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줄 것이 없어 민망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7. 08:21
정말 오래 기다렸던 영화
개봉하는 날 달려가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영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던 영화
영화를 보기 훨씬 전부터 충격과 감탄 먼저 해야했던 영화.
그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보다.

 

그런데 정말 몰랐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나는 김명민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백종우"는 알고 있었지만
하지원이 연기한 "이지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녀 하지원에게도 이지수에게도 놀랐다.
루게릭병을 앓는 백종우를 연기한 김명민의 비현실적인 체중감량의 소식을 접하면서
항상 백종우를 부축하면서 끝까지 사랑을 놓치 못했던 이지수는
왜 모른척 했을까?
거의 모노 드라마로 생각하고 한 사람만 떠올리고 있었던 나.
하지원의 이지수는...
김명민의 백종우만큼 절절하고 아프다.
한 사람은 망가지는 몸으로 아프고
한 사람은 망가지는 맘으로 아프고...



김명민...
그는 확실히 대단하다.
영화를 보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몸을 말렸어야 했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문을 자꾸 갖는다.
그인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김명민은 결정은 "그렇다!"였다.
그는 말했었다.
"시나리오만 봐도 수척해졌다..."고

장래지도사 이지수.
실제 영화를 보면 백종우보다 오히려 이지수 씬이 더 많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의 끈을 붙잡고 있었을 하지원을 새롭게 보게 됐다.
그녀는 말한다.
"아직도 백종우를 가슴 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겠다"고...
락스물과 세제 속에서 문질러 대던 세상에서 제일 이쁜 손,
그 손에 끼워져 있던 서럽고 서럽던 하얀 장갑...
그걸 봐야 하는 내 눈도 힘들다.

주연들보다 더 서럽게 울게 만들던 병실 안 사람들.
햇살 좋은 날,
병원 옥상에서 휠체어에 앉아 일렬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멈춰버린 사람들의 멈춰버린 시간도 울컥 생각난다.
힘들었던 건 김명민 그 뿐만이 아니었겠구나......

 

그러나...
영화는,
어딘지 자꾸 듬성듬성하다.
뭔가 일부가 뭉턱 빠져나간 것 같은 헐거움...
내가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깊게 기다렸기 때문일까?
그래도 확실히 극의 초반 편집은 이상하다.
시간이 없다... 거기엔...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장면은 마치 혼자 떠도는 혼령을 보는 느낌이다.
툭 하고 떨어진 알맹이를 미처 다 줍지 못한 느낌.
너무 강한 햇빛 속에 갑자기 들어선 사람처럼 아찔하다.
스멀스멀 시작되는 햇빛 속 멀미...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을 때
(그런 때가 정말 있긴 했었나???)
누구라도 한 번씩 해 봤던 생각.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날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누군가가 물으면
과거의 나는 그랬었다.
"그 사람 곁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지금의 나는 뭐라고 대답하게 될까?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걸 겪었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고
너무나 많은 것을을 봤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예전과 같은 대답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걸...

이 영화는...
그래서 내겐 너무 독한 "판타지"다...

* 너무 오랫만에 <다시 태어나도>를 듣다.
  예전에 김돈규가 이 노래를 발표했을때 정말 무지 좋아했었는데...
  그것도 이젠 너무 오래된 기억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5. 23:18

2009. 09. 05.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편 보고 나왔더니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Seoul Intetnational Drama Awards"
KBS, MBC, SBS  각 방송국 별로 별도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대표하는 드라마의 세트장과 소품들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아직까지도 무한애정을 가지고 있는 김명민 주연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들의 방을 하나씩 훔쳐보다.



실제 대본들과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제법 ^^

그리고 강마에의 방
나도 여기 찝적, 저기 찝적 ^^

양 옆엔 KBS의 <전설의 고향>이
SBS의 대하사극 <자명고>가 자리하고 있다.



좀 처량맞은 귀신들.
어렸을 때 정말 무섭게 봤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차마 TV를 끄지도 못했을 정도로....
지금은 내가 너무 커버렸다.
그깟 귀신보다 현실이 훨씬 무서운 걸 아니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드라마 <자명고>
의상도 낮설다.
꽤 돈을 많이 들인 드라마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비운의 드라마.



어떤 명예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한류의 여주인공 지우히메도 한켠을 장식하고 있고...
(근데 아무래도 내가 보기엔 최지우보다 배용준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



김남주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선물한 <내조의 여왕>
연기자의 발연기로 엄청난 고생을 한 <에덴의 동쪽> ---> 늬들이 고생이 많다~~~!
어쩐지 좀 대비된다.
떨어뜨려 배치를 하지...



조만간에 세워진다는 세종대왕 동상.
이거 꼭 여기 세워야 하나?
이순신 장군도 참 고생 많으시다.
뜬금없이 역사를 되집어 세종대왕 호위까지 해야하니....
(뭘 굳이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2개 씩이나.... )



요즘 진정한 물장군으로 다시 태어난 이순신 장군.
정신없이 좌우로 올라오는 분수을 보면
아무래도 만감이 교차할 듯....
"내가 너무 오래 서 있었지!"
그런 심정이지 않을까?
처량히 내려다 보는 모습에 나 역시도 찹찹해진다.
이러다 정말 <불멸의 이순신> 되시겠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20. 05:45
2009년 9월 24일 개봉하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김명민 주연의 <내사랑 내곁에>와 함께
무지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던 작품
<와니와 준하>, <분홍신>을 만든
김용균의 감독의 새 영화
조승우와 김용균 감독의 인연은 2001년 <와니와 준하>가 그 시작이었다. ( ---> 참 좋은 영화였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조승우의 영화 중 하나.
<후아유>와 <와니와 준하>, <H>, <클래식> ^^

 


연기 정말 잘하는 두 배우가 만났다.
수애와 조승우...
조선의 마지막 황후이자 비운의 여자였던 명성황후
그리고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의 숨겨진 이야기

 

세상에 존재를 알리지 않은 채 자객으로 살아가던 "무명(조승우)"은
어느 날,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찾은 곳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피로 물든 자신의 삶과 너무나 다른 여인 "자영(수애)"
그녀를 보게 된 무명.



하지만 그녀는 이미 황후로 간택되어 궁으로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고종과 자영의 혼례는 예정대로 치러지고,
무명은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그녀를 곁에서 끝가지 지켜주리라 다짐하고 호위무사의 길을 택해 궁으로 들어가는데....



무명과 자영의 삶.
왜곡일지라도, 단지 영화일지라도
정말 역사의 어느 한 때에 
비밀처럼 스친 그런 기억 있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본다.
비운의 여인에게 잠깐이나마
그런 가슴 뛰는 설렘이 있었기를....



영화 개봉을 기다리며,
쓰러져가는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의 삶보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여인이고팠을 여린 민자영의 삶이 떠올라
왠지 아득해진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영화의 특징 하나!
뮤지컬 배우 혹은 연극배우가 꼭 나온다는 사실!
이번에도 대원군의 일급 무사 역에 뮤지컬 배우 최재웅이
고종역에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천재 지휘자 정명환으로 유명해진 연극배우 김영민이 출연한다.
두 분 다 참 연기 잘하는 배우이자 무대에서 빛이 나는 배우들이라
이 영화가 더 기다려진다.
그리고 대원군 역에는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 천호진.
추석 개봉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어쩐지 억울해지려고 한다....


          대원군 : 천호진                       고종 : 김영민                       무사 : 최재웅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19. 10:38
정말 무지 많이 엄청나게 인내심을 가지고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영화의 개봉소식이 들린다.
2009.09.24. 개봉 예정
(그러나 OTL ---> 아직 한달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 흑흑)
드디어... 드디어....
포스터가 공개됐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세 번째 휴먼스토리
김명민, 하지원 주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마친 김명민이
72kg 이었던 몸을 52kg으로 말려가며 찍은 영화.
이 사람의 집념과 열의가 무섭고 섬뜩하다.
(이건 거의 공포의 수준이다....그렇지 않은가?)



서서히 몸이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 환자를 살아냈던 배우 김명민.
어떤 느낌일까?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이지만
온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간다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 말하는
루게릭병과의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종우"를
배우 "김명민",
그가 살아냈다.



180cm, 72kg의 건장한 그를
앙상한 마른 나무로 만들어 버린 영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라 비틀어질 수 있다는 걸
무섭게 깨달았다.
김명민,
그는 모든 생활과 모든 감성,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전부 "종우"라는 인물에게 완벽히 내주고
자신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마치 무명의 그림자로 남아버린 것 같다.
정말...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 없는 그 사람을 다행히 알아볼 수 있다.)



처음에 이 영화의 주인공 "종우"는  한류스타 "권상우"였다.
아마 지금쯤 권상우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 않을까?
그가 아무리 앙상하게 살을 뺀다고 해도 김명민처럼 되진 못할테니까...
물론 이 말은 초대형 한류스타 권상우를 폄하하기 위한 표현은 아니다.
권상우의 엄청난 노력과 열심으로 만든 
비현실적일만큼 조각같은 근육 역시나 그 무엇보다 멋지고 대단한 것이기에...
(권상우 같은 몸을 갖는다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하기에... )
그리고 무엇보다 권상우 본인은 six-pack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건장한 six-pack 들은 결코 권상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



연예인의 길은 자칫 잘못하면 "마약에 중독되는 삶"과도 같은 길이라고 하는데....
"명민본좌" 그에겐 "그의 연기" 자체가
극도로 독한 "마약"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 중독을 매번 어떻게 살아나올까?
생사를 거는 그의 연기자로서의 삶이
문득 최고의 공포로 다가온다.



그의 지독한 마약성분에 한번 빠져든 사람들은
그만큼의 지독한 "금단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또 사투를 벌여야 한단다.
그런데 배우 김명민,
그에게선 누군들 벗어나고 싶겠는가?
연기자는 오직 연기로 말해야 한다는데.....
할 말 많은 그의 언어를
우리는 아마도 내내 열심히 경청하게 되지 않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4. 17. 23:11




"Nella Fantasia"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덕에 유명세를 제대로 탄 곡
(그 때 난 참 행복했다. 이 노래를 사람들이 정말 많이 알게 되서...)
"환상 속으로...."
힘들고 지칠 때면 항상 찾게 되는 2곡 중 한 곡.
(다른 한 곡은, You raise me up!)
특히 임태경의 연주로 듣는 Nella Fantasia는 평온함마저 가져다준다.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 신부의 테마.
엔리오 모리꼬네의 보석같은 곡
곡이 시작되는 그 첫 느낌부터 가슴이 설레게 되는 묘한 신비로움.

그리고,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의 연주.
정말로 나를 "nella fantasia" 에 있게 만드는 목소리.
개인적으로 그의 이 목소리를 눈 앞에서 다시 느끼게 되길 기대한다.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로 서는 그의 모습보다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연주를 더 사랑하기에...
최고의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임을 그가 내게 보여줬었기에...
그의 연주를
아직,
그리고 내내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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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la Fantasia (환상속으로 : <미션> 중 Gabriel's Oboe )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o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a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o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a in fondo l"anima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
Li anche la notte e meno oscura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o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Nella fantasia esiste un vento caldo
Che soffia sulle citta, come amico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a in fondo l"anima


환상 속에서 나는 바른 세상을 봅니다.
모두들 평화롭고 정직하게 사는 세상을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깊은 곳까지 사랑으로 충만한 영혼을..

환상 속에서 나는 밝은 세상을 봅니다
밤조차도 어둡지 않은 세상을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환상 속에는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친구처럼 세상에 편안하게 부는 바람이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깊은 곳까지 사랑으로 충만한 영혼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4. 15. 23:19
 
그가 말했다.

"열심히 하고자하는 성실함보다 절박함이 더 큰 동기가 됐다" 라고....
그는 그때 한창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강마에"라는 도무지 비현실적인 인물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살아내고 있을 때였다.

일부러 기억하겠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보게 된 인터뷰 기사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담겨있다.

엄청난 이슈와 함께 "강마에 신드롬"을 만들어낸 <베토벤 바이러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까지도 했다.
전적으로 나라는 인간 때문에.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책을 손에 드는 편에 속한다.

그리고 확실히 책은 거의 모든 TV 방영물보다 훨씬 더 나를 웃게 만들었고, 그리고 내게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환상적이었기에...


그런 나를 늦지 않았을까 조바심치며 TV 앞에 주저앉게 만들고, 시간이 맞춰 귀가하게 만들고, 행여 놓쳤을 땐 기를 쓰고 다시 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그의 이름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하얀거탑>의 천재 외과 의사 "장준혁"을 연기했을 때도 난 한 번도 그 드라마들을 찾아보지 않았다.

이후에 그가 출연했던 <불량가족>, <꽃보다 아름다워> 두 편의 드마라 역시도 전혀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감히 그에게 열광한다.
그리고 나는 그 열광앞에 당당히 "감히"라는 말을 붙인다.

배우 김명민!
거기 없는 배우, 김명민!

그를 나 역시도 말하고 싶다.
2001년도 장진영과 함께 주연했던 <소름> .
내가 그를 배우로 처음 알게 된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덕분이긴 해도 <소름>을 보고나서 궁금했다.

“뭐지? 저 사람...”
그런데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단다.
그리고 그의 불운은 잘 짜여진 극본처럼 배우를 향한 그의 노력들을 무참히 강타했다.
도박같은 삶...
어쩌면 배우들은 도박처럼  “단 한 번” 그 한탕의 희망에 목숨을 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은 엑스트라, 카페 손님, 행인 1에 불과할지라도 언젠간 그래도 잭팟을 터뜨리게 될거란 은밀하고 처절한 희망 그리고 질투.
혹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여지없이 파괴되는 육신과 그리고 육신보다 더 피폐해지는 정신의 소유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
누군들 절망하는 삶을 꿈꿀까?
그게 배우의 삶이라면 누군들 그걸 원할까?
배우의 업은 평생을 떠도는 "유목민의 업"이란다.
나는 그 떠돔이라는 게 정처없는 방황이나 헤맴을 뜻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정착하여 일구어내는 생명력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배우의 책임감은 "정착",
바로 그곳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에 대한 다큐를 봤다.

무...서...웠...다....

한번도 그를 두고 무서움을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그는 이제 내가 아는 최고의 공포가 됐다.

차이가 있다면 그가 주는 공포의 밑바닥에는 깊고 숙연한 존경심이 내재한다는 사실...

배우를 깊게 존경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제 알게 됐다......

 <내사랑 내곁에>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지금 루게릭병으로 몸이 마비되가는 "백종우"가 되어 있다.
그의 얼굴은 푹 꺼져 초췌했으며, 그의 육신은 힘을 잃었으며, 그의  눈빛엔 이미 그늘이 가득했다.
그의 모습에서 더이상  누구라도 이순신을, 장준혁을, 강마에를 떠올리진 못할 것이다.
정말 그는 완벽히 실종되버렸다.
단지 "백종우"만 있을 뿐....
그렇다면 그는 왜 매번 실종을 택하는가???

급기야 이제 나는 그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왜  그는 매번 현실에서 사라져버리는가?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똥덩어리”를 외치는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들조차 너무나 현실적으로 변해버리는데 그는 왜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가 현실적이면 그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비현실의 세계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영화를 찍고 있는 박준표감독은 말한다.
"미친 것 같아요....연기에"
미친듯이 그를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자의 길을 그는 떠나려고도 했단다.
과거의 기억을 말하는 그의 눈가는 이미 젖어있다.


50:50의 법칙!
나는 이걸 밑바닥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50:50의 상황을 뒤집은 건 단지 1% 노력뿐이라고...
일단 49:51의 상황으로만 만들어 놓으면 그게 추진력이 되어 100:0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에 내 깃발을 꽂게 될 것이라는 믿음...
밑바닥에 내려온 사람은 겁이 없단다. 
더이상 나빠질 것이 없기에.
그러나 내 두 발로 그 밑바닥에 차고 다시 튀어오른다면 그 곳에서 반전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
마치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정말 많이 말랐다"
지금 그와 함께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배우 김여진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글을 남겼다.
얼마전 찍은 응급실 씬에서  그는 정말 환자 같았다. 온몸에 핏기라곤 하나도 없었고 추위를 탔다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몇번이나 '괜찮으세요?'라고 진심으로 묻게 되었다고 말한다.
57kg 그는 말한다.
"이건 무조건 말려야돼요!"
그의 최종 몸무게는 54kg이란다. 180에 가까운 그의 키를 생각할 때 그쯤 되면 그는 정말 앙상한 종우가 될 것이다.
또 다시 두렵다.
자신의 몸을 이미 백종우에게 그대로 다 내준 그가 아무렇지 않게 무조건 말려야 된다고 말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마저도 감동하게 만들고 숙연하게 만드는 그가.... 
어떻게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람,
어쩌면 연기를 통해 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조차도 나는 이제 그와 관련을 시킨다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것 같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습하는 건 정말 강심장을 가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자기는 그러지 못해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거라고.
그가 말하는 그 "연습"이라는 곳에서 허구에 불과한 인물이 디테일을 갖는 실제 사람으로 변해 현실 속을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다니게 되는 건가....
아니면,
우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을 한명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혹, 그가 정말 괴물일지라도
나는 그를 위해, 그가 입김을 불어 살려내는 캐릭터들을 위해 괴물같은 응원을 보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영원히 거기 없는 배우가 되어 줄 것이기에...

김명민!
그는 확실히 거기 없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