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3. 25. 08:2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신재희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두번째 관람.

그래도 첫 관람보다 냉정해지긴 했지만,

이 작품... 여전히 잘 만들었다!

물론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라이센스 작품들에 대한 잔상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골적인 카피의 수준은 아니라 그다지 거부감은 없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두 도시 이야기>, <프로듀서스> <잭 더 리퍼>, <드라큘라>기타 등등 기타 등등...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도 꽤 많긴 하네...)

뿐만 아니라 인트로에 나오는 천지창조나 비너스의 탄생, 인체비례도 때문인지 대가들 작품들도 다수 떠오른다.

도입 부분의 전쟁장면은 윌리엄 세들러의 "워털루 전투"와 드라쿠루아의 "전쟁의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물론 등장인물의 수는 턱도 없지만 아무래도 "혁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앙리를 되살려내는 빅터의 모습과 빅터를 보듬어 앉는 엘렌의 모습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까뜨린느의 "산다는 건"은 길게 떨어지는 조명 때문인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가 떠오른다.

그냥... 뭐.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전체적인 스크린 영상과 무대, 조명에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나 점점 붉게 변하는 눈을 인트로 영상으로 보여준 건 대단히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했다.

 

이 작품은 어떤 캐스팅으로 보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테지만

배우에 따라서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롭고 신비롭다.

이건명 빅터는 군인같은 느낌에 원리원칙주의자 같았는데

류정한 빅터는 내면의 욕망과 바람이 순간순간 악의 형태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아니었겠지만 빅터가 앙리의 목을 진짜 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시티컬할 정도로 날카로운 고음은 과학자의 예민함이 느껴졌고

음산하고 기괴한 저음은 숨겨진 욕망을 보여줬다.

창조주에 도전하는 인간.

이보다 더한 불경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괴물의 고유명사로 인식하게 된 건

어쩌면 그 불경한 욕망에 대한 삼엄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창조라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반드시 무언가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파괴의 뒤엔 그 흔적을 복구하기 위한 또 다른 파괴가 기다린다.

거듭되는 창조의 행위가 이젠 연쇄적인 파괴로 이어지고

그 파괴는 어느새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서서히 깨어난다.

바야흐로 "괴물"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지금껏 그가 해왔던 모든 캐릭터를 총동원해서 아낌없이 보여준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초연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알게 만드는 작품이고 역할이고 표현이었다.

줄리아와의 듀엣 "그대 없이는"는 정말 오랫만에 들은 최상의 달달함이고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아마도 세 명의 빅터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유준상 빅터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자크! 

이건명은 자크를 어리숙하고 조금은 우수꽝스럽게 표현했는데

류정한은 상당히 게이스럽게 표현했다.

재미있는 건 그게 와일드한 에바와 대비되면서 결국은 또 다른 공통점을 끌어내더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거세된 자크와 에바의 잔인함은

야수의 그것보다 훨씬 맹렬하고 가차없었다.

"몬스터"의 괴물성을 부추기는 진짜 리얼 "몬스터".

류정한 자크와 서지영 안나가 보여주는 공포는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보다 몇 수는 위더다.

 

앙리와 괴물 역의 한지상.

그의 표현은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 미처 크지 못한 아이가 숨어 있다는데

한지상이 만들어낸 괴물이 딱 그랬다.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걸 받아보지 못한,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야수성과 공포가 느껴졌다.

박은태가 표현하는 괴물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품은,

그래서 그걸 다시 찾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박은태 괴물은 너무 아프고 슬프다.

기억을 간직한 자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뼈아픈 고통, 그게 있다!

한지상은 이유도 모른채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그래서 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처절함이 있다.

녹슨 쇠파이프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와 불규칙한 숨소리가 그가 지나온 행보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지상은 야수성을 품고 있는 동적한 공포고

박은태는 끌어앉고 고뇌하는 정적인 공포다.

그래서 한지상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박은태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지상 괴물에겐 이해와 인정이,

박은태 괴물에겐 위로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괴물"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물어야만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나는 참 서럽고 아프고 안스러웠다.

아마도 그날의 공연을 끝마치고 나면,

한지상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와 물에 젖은 솜뭉치같은 상태가 될 것 같고

박은태는 감정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할 것 같다.

괴물도 짠하고

두 배우 너무 많이 짠하다.

너무 독한 캐릭터를 만나 이렇게 온 몸으로 상대하고 있으니...

 

그리고 보석보다 더 빛났던 아역들.

(이날 공연의 아역은 오지환, 김민솔 이었던듯)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잘하더라.

노래도 연기도 너무 잘해서 말그대로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역도 캐스팅 보드에 올려주면 참 좋겠는데...)

특히 어린 줄리아와 어른 빅터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서 마주하는 장면과

(이 장면에서 류정한의 연기 정말 좋더라.)

괴물과 길잃은 꼬마와의 대면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아역들이...

결단코 아역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쩌자고 아역들까지 이렇게 "괴물"로 만들어 버렸을까?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무섭고 아름답다.

 

<프랑켄슈타인>

볼 때 마다 너무 아프고

볼 때 마다 너무 슬프고

볼 때 마다 너무 힘겹다.

그래서 더 외면을 할 수가 없다.

단언컨데 한동안 이 작품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4. 08:17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영, 안유진 (엘렌). 이희정 (슈테판) / 강대종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을 맞는 충무아트홀이 고맙고 기특한 사고를 쳤다.

창작 뮤지컬을, 그것도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겠노라 공표를 한거다.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베일을 벗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의 첫 관람은 3월 19일 류정한, 한지상 캐스팅이 시작이다.

그런데 고작 이틀 공연한 작품의 입소문이 그야말로 후덜덜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프리뷰를 관람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작품... 이 작품...

이쯤되면 반칙이라고 해야 하는거 아닌가!

대형 창작 뮤지컬 초연이 이런 퀄리티를 보여줘도 되는건가!

이정도라면 유명 라이선스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다.

입소문 그 이상이고, 기대 그 이상이다.

3시간이라는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더라.

정말 오랫만에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몰입하면서 봤다.

잘만들었다.

대본도 탄탄하고, 넘버들도 아주 훌륭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도 전혀 산만하지 않게 구성을 잘했다.

뿐만 아니라 주조연이 모두 1인 2역.

도대체 이런 무모한 생각은 누가 한걸까?

더 황당한건 이 무모한 설정을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는 거다.

이벤트처럼 잠깐 등장하고 마는 그런 배역이 아니라 두 배역 전부 비중이 상당하다.

하나의 배역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울텐데 배우는 자신이 맡은 두 가지 역할을 정말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낸다.

목소리도, 대사톤도 그리고 노래부르는 방식까지도.

전혀 비슷하지 않게 완벽히 다르게 표현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끝장을 내겠노라 작정했음에 분명하다.

단체로 미치지 않고서야 도저히 이럴 수 없다.

마치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름이 돋을만큼 섬득했다.

 

앙리역의 박은태!

그는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더 엄청난 괴물의 탄생을 목격하게 했다.

그동안 박은태의 작품을 보면서 노래에서는 완벽하게 감탄했었지만

표정과 발음, 그리고 연기가 뭔가 살짝 부족해서 늘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드디어 잭팟이 터졌다.

단언컨데 박은태만큼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거다.

완벽 그 이상을 보여줬다.

대사 하나 하나에 담긴 그 간절한 감정들과 표정들,

이 모든게 무대 위에서 믿어지지 않을만큼 살아있었다.

심지어 고질적인 발음까지도 완벽하게 교정됐다. 

그가 표현한 "괴물"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안스러웠고

그래서 그의 귀환과 복수가 더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이걸 표현하면서 박은태는 또 얼마나 내내 아프고 아팠을까? 그의 건강이 아주 많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난 괴물"을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감히 뭐라 표현조차 못하겠다.

아마도 이 작품 이후로 박은태가 표현해내지 못할 배역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박은태의 엄청난 성장과 발전이

나는 이제 구체적으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차원의 배우가 되버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어디까지 가게 될까?

박은태라는 배우는!

 

올해는 관람을 좀 줄이겠노라 작정했는데

<프랑켄슈타인>이 내 계획에 제동을 걸려나보다.

류정한 빅터는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이러면 어쩌자고...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나의 평화의 시대도 결국 끝장 났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은 내내 평화의 시대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게!

 

 

 

프랑켄슈타인 OST

 

01   워터루

02   단 하나의 미래

03   하지만 넌

04   평화의 시대

05   혼잣말

06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07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08   살인자

09   나는 왜

09a 살인자 reprise

10   너의 꿈 속에서

11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12  또 다시

 

12a 평화의 시대 reprise

13  그대 없이는

13a 행방불명

14  도망자

15  남자의 세계

16  넌 괴물이야

17  그곳에는

18  산다는 거

18a 남자의 세계 reprise

19  난 괴물

19a 행방불명reprise

19b 살인자reprise

20  그 날에 내가

21  절망

22  후회

23  상처

24  오늘 밤엔

24a 워터루 reprise

25  나는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