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18 달동네 책거리 81 : <너는 모른다>
  2. 2009.08.03 달동네 책거리 58 : <스타일>
달동네 책거리2010. 1. 18. 06:09
<너는 모른다> - 정이현

너는 모른다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저는 이렇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끔찍한 공포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실존적인 의미인지, 가치의 의미인지, 혹은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는 익명성의 비밀을 완벽하게 보장해주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의 집합체인지를...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로 대한민국 칙릿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이현이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그녀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지금 초연 중에 있을 만큼 성공가도를 열심히 달리고 있죠.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치밀하면서도 냉소적인 소설을 썼다는 게...

2008년 8월부터 2009년 6월까지 근 1년간 인터넷교보문고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 그 모르는 타인들의 삶 속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모든 걸 알게 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책을 읽는 바로 “당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읽는 이의 개입을 전적으로 그리고 지배적으로 선동합니다.

이제 선택만이 남은 셈이네요.

공모자가 되든, 은폐자가 되든, 혹은 폭로자가 되든 말입니다.

  

2008년 2월,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의 고급빌라.

중국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 김상호와 화교 출신 부인 진옥영, 초등학교 4학년인 바이올린 영재 딸 김유지. 그리고 김상호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큰 딸 은성과 둘째 아들 혜성.

타인보다 더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어진 “가족”이란 테두리.

전날 진옥영은 대전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의붓아들 혜성에게 유지의 바이올린 레슨과 강습비를 부탁하죠. 아버지 김상호는 사업상 만날 사람이 있다며 혜성에게 집과 유지를 맡기고 일요일 낮부터 집을 비웁니다.

집에 있던 혜성은 또 다시 듣게 된 누나 은성의 자해 소식에 그녀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함께 병원 응급실로 향하죠.

이렇게 가족들 모두가 집을 비운 일요일 오후,

딸 유지는 바이올린 과외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레슨을 취소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혼자서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않죠.

유지의 실종을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은 뒤늦게 돌아온 아버지 김상호였습니다.

뒤이어 집으로 돌아온 아들 혜성.

순간,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과 깊은 절망감이 엄습하죠.

유지는 도대체 어디로 실종된 걸까요?

유지의 실종은 스스로 선택한 가출이었을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목적을 위한 유괴였을까요?

유지가 실종되던 시간에 가족들 모두는 또 어디에 있었던걸까요?

잠시 이야기의 시선이 나에게 멈춰지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이들을 지금까지 지켜본 사람이 바로 당신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묻는 것 같은 시선.

순간 내가 유지를 데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어쩔 수 없이 주위를 확인하게 됩니다.


막내딸이 실종됐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이제 가족들의 숨겨진 알리바이가 하나씩 들춰집니다.

화교 출신 엄마는 그 시간 대전 친정이 아닌 대만에서 그녀의 오랜 연인을 왕명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예감에 서둘러 서울로 돌아온 진옥영은 딸의 실종을 알게 된 후 친정 식구들에게 부탁을 합니다. 그녀가 대전에서 그들과 있었노라고 말해달라고...

응급실에서 누나의 치료가 끝난 후 혜성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자 친구 다은을 만납니다. 사건이 터지고 며칠 후 혜성 역시 친구 다은에게 부탁을 하죠. 그날 늦게까지 둘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의대에 합격했지만 등록만 하고 학교를 나가지 않던 혜성은 실제로 그 시간에 길거리를 배회하다 주차된 차에 불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습관성 방화는 늘 같은 말로 끝을 맺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뒤늦게 여동생의 실종 소식을 들은 큰 딸 은성은 오래전 X-boy friend와 계획했던 엄청난 장난(?)을 떠올립니다.

부자 아버지에게 돈을 뺐기 위해 여동생을 납치한다는 계획...

그리고 얼마 전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전화를 해온  X-boy friend의 통화를 떠올리며 그가 여동생 유지를 납치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수사를 위해 김상호와 함께 온 형사 문영광.

가족들 모두는 그가 경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립형사였죠. 김상호는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철저히 숨긴 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하며 문형사를 가족들에게 소개합니다.

자신의 아이가 사라졌는데 경찰이 아닌 고작 사립 형사라니...

이 집안 어쩐지 서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히 있긴 한 것 같네요.

김상호의 직업은,

그러니까 불법 장기 밀매 브로커였습니다. 한국에서 의뢰가 있을 때마다 “신선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장기를 중국에서 공수해 넘기는 일을 하고 있었죠. 가족들은 김상호가 어떤 무역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는 집 안에 상당한 돈을 가져다 주는 착실한 가장이었으니까요.

그 착실한 가장이 지금 금쪽같은 딸의 실종을 경찰에 알리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는 생각합니다.

유지의 실종은 자신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갑갑하고 막막하고 미련한 시간들이 그들 곁을 부지런히 지나가고만 있죠.


작가 정이현은 말합니다.

" ...... <너는 모른다>에서 빠진 목적어는 바로 ”나“다. 한 가족이라도 서로 굳게 마음을 닫고 있지만 어느 날 폭탄이 떨어진다면 마음이 밖을 향하게 되는 미묘하고 작은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

그녀는 가족이라는 상징적인 단위 속에 느슨하게 묶여있는 개인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 ...... 흔히 가족이라고 하면 끝까지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존재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가족이 그렇지 않잖아요. 다 드러내는 것 같으면서도 감추고, 동시에 무언가 숨기는 것 같지만 진심을 내보이기도 하는 개인들을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관찰하려고 했습니다...... "

작가 정이현의 이 말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공포소설로 분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결말까지 꼭 읽어내야 하는 소설을 아닙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약간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읽는 동안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때문에 극도로 선명해지는 두려움을 대면하는 일은 분명 버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다중의 화자들에 의해 꾸역꾸역 고백되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때로는 비상식적이기도 때로는 넌더리가 나기까지도 합니다.

처음엔 제도권 안에 포함되지 못하는 소수자를 대변하는 소설인가 생각했다가, 다음엔 우리사회에 암암리에 퍼져있는 불법의 사업과 불륜에 대한 고발인가 생각했다가, 또 다시 현대인의 부서지고 파괴된 주체성에 대한 애도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사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또 다른 문제, 도시인들의 부스러진 일상을 그리려 했다는데 이 말 또한 도통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네요.

단지 책 속의 한 마디 말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유지의 실종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들어온 진옥영의 오랜 연인 밍은 유지를 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스스로 위험을 자처합니다.

마지막 결정을 내린 그의 입에서 나온 말,

"어차피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정말 무엇일까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긴 마음 끝이 이제는 많이 어지럽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3. 06:35
 <스타일> - 백영옥


스타일
 

"Hyorish"와 “신상녀” , "Rainism"

한때 우리나라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스타일>이라.... 참 스타일 안 따라주는 제가 말하기엔 뭣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쉬면서...

(사실 저의 스타일이라 함은 “럭셔리”는 꿈도 못 꾸는 “없셔리”에, 실용이라 박박 우기는 “싼티” 패션인 관계로.... 근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이러기 정말 힘듭니다...)

 

혹시 “칙릿(chick-lit) 소설”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이라는 단어와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영미 문화권에서 시작된 젊은 여성을 겨냥한 일명 “꽃띠 문학”을 지칭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칙릿 소설의 시작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이라고 하네요.

그 후에 정말 물밀듯이 쏟아졌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워커홀릭>, <쇼파홀릭>...

유행에 뒤처지면 혈압 무지 올라가는 우리나라도 문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 <달의 바다>, <아내가 결혼했다>, 오늘 소개하는 <스타일>까지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어 있답니다.

공통점을 꼽자면 일단은 무지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내용 자체는 좀 가벼운 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문학적 흐름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네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여자 온달 신드롬”의  현대판 해석이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론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killing time"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에 적당한 내용이라는 뜻이죠.(절대 시간 낭비의 개념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기본적으로 간을 낭비하는 만드는 책은 세상에 없다는 주의거든요.)


패션지 「A 매거진」 여기자인 서른 한 살 이서정.

그녀는 직장 생활 8년차로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에 애인 하나 없는, 현재 고민사항은 44 싸이즈 스키니진을 입고 그 체험담을 써야 하는 실로 엄청난 과업 성취를 주문받은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뭔 놈의 여자들은 전부 44에 환장을 했는지 본의 아니게 44 싸이즈의 강한 압박에 그녀는 괴로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죠. (패션 잡지에 대해 너무 실감나게 그려 대단하다 했더니 실제로 작가 백영옥은 그쪽 일을 한 전과(?)가 있네요.)

거기다 전설적인 요리 평론가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 받은 상황입니다.(제 발에 제가 넘어진 꼴로다.....)

음식칼럼 하나로 유명 레스토랑들을 초토화시킨 이 비밀스런 요리평론가는 매번 바뀌는 메일 주소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서정은 '닥터 레스토랑'의 이름은 커녕, 나이도, 주소도, 성별조차 모르고 있는, 일명  벽 보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팡당한 시츄에이션에 그야말로 내던져 있습니다.(아~~ 죽일 놈의 밥벌이여~~~!!)

거기다 현대 직장 여성의 최대 관심 중 하나인 남자도 역시 등장해 주십니다.

애매모호한 선을 오고가는 직장 선배 김민준, 그리고 오래전에 선을 보기로 한 자리에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퇴짜를 맞힌 의사였던 박우진이라는 남자까지...(이 남자 은근 신비주의 풍깁니다.)


<스타일>은 한마디로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욕망에 대한 가벼운 터치의 소설입니다.

패션, 영화, 음식, 명품, 다이어트, 사랑, 등 다양한 소재들을 숨가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쏟아내고 있죠. 그 속에 유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욕망들 또한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스타일>에 등장하는 이런 다양한 욕망과 욕구들은 또 다른 욕망들과 만나면서 때론 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화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휘둘려야만 하는 현실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의 갈등, 명품에 대한 소비 욕망과 빈곤층에 기부금을 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 44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입고 싶은 마음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계속해서 이런 다양한 욕망들과 갈등하게 되죠.(뭐 이런 것도 갈등꺼리가 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갈등꺼리가 된다고 그것도 충분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등의 가장 오래고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오해와 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소문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해 상처를 받고, 오해가 쌓여 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인적인 루머와 외적 욕망, 피상적 인간관계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죠. 모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말입니다.

주인공 이서정은 그러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엔 현실 도피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녀는 결심하죠. 자신의 삶과의 화해를...

자신이 주변 상황들과 인물들에 대해 화해를 시도하자 이서정의 현실도 더 이상 그녀를 고달프게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사람들과의 진짜 관계가 시작된 셈이죠.

진짜 관계라...

비록 stylish한 유행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관계일지라도 그 속에 진실을 담게 된다면 어쩌면 유행 그 이상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요?

서정도 진실 된 삶이 사실은 진실이 사라졌다고 믿은 자신의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진짜 인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있어야 할 바로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일명 죽이는 요즘의 “style”이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뭐 “Hyorish"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 분명 ”stylish"한 소설임에는 맞는 것 같네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또 드라마로 만들어 지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발 빠른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주말부터 방송을 시작했네요 

  김혜수, 이지아, 류시원 주연...
  이들이 어떤 stylish한 드라마를 만들어갈 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