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장이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2.23 <팅커스> - 폴 하딩
읽고 끄적 끄적...2010. 12. 23. 05:50

퓰리처상!
매년 미국에서 언론과 문필 분야에서 뛰어난 대중적 공로와 업적을 지닌 사람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 분야는 보도, 문학, 음악 3개 부분 21개 분야에 대해 시상한다.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가 기증한 50만 달러의 기금으로 제정된 이 상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은 권위와 신망을 지니고 있다.
1917년 이래 매년 5월에 그 시상자가 발표된다.
올해 2010년 문학부분 퓰리처상 폴 하딩의 소설 <팅커스>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거의 10년 만에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 하딩은
지금 미국에서 "미스터 신데렐라"로 불리고 있단다. 
본인도 이 표현에 인정할까?



Tinkers, 땜장이들.
땜질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조만간 이 단어 역시도 박물관 단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동네마다 땜장이 아저씨들이 돌아다니면서 솥이랑 주전자를 땜질해주곤 했었는데...
칼갈이 할아버지는 워낙 자주 봤었고...

시계 수리공 조지, 땜장이이자 행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워드, 목사였던 할아버지까지
크로스비 가문 3대의 이야기.
시계 고치는 일로 가족을 부양해온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병상에 누워있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8일간의 시간,
이승 같지도 않고 저승 같지도 않는 세계 속에서 지금 조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추억하고 이야기한다.
사람이 죽기 전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자신의 일생이 영화처럼 펼쳐보여진다는데...
조지는 스스로도 현실인지 아닌지 모호해하면서
이 모든 것들과 대면하고 있다.
과거가 현재가 되고, 이곳이 저곳이 되기도 하고...
어쩌면 "기억"이라는 건 하나의 크고 누덕누덕한 땜들의 합체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연속성이 있든, 전혀 연관이 없든 간에...
처음엔 제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책을 읽을수록 단어가 주는 의미가 조금씩 이해됐다.
조지는 아버지 하워드들 생각하고
조지의 기억 속 하워드는 또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목사였던 하워드의 아버지는 정신병 때문에 점점 괴상한 설교를 하다가
결국 아내와 교인들에 의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런 아버지를 찾으려 숲 속을 헤매다가 처음 간질 발작을 일으킨 하워드.
지금껏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아내의 도움으로 현명하게 처리햇던 그는
실수로 그 모습을 아들 조지에게 들키고 만다.
급기야는 아들의 손을 뭉턱 깨문기까지 한다.
아내는 의사에게 받는 정신 병원 브로슈어를 보고 고민에 빠지다 조용히 화장대 위에 브로슈어를 올려 놓는다.
그걸 본 아버지 하워드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그는 새 정착지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그렇게 사라진 아버지가
어느 크리스마스 밤에 아들의 현관문을 두드린다면?



시계의 톱니 장치와 태엽에 그 나름의 고유의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전체 기계장치 내에서 그 더 큰 목적은 선택된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계는 우주와 닮았다.
사람도 세상, 나아가 우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우리 지구의 흙으로 덮인 표면에서 꿈틀대고 안달한다. 다만 목적이 있기는 있다는 것, 하느님이 정하시고 하느님만 알고 있는 목적이 있다는 것, 그 목적이 선하고 그 목적이 무시무시하고 그 목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 오직 이성적 믿음만이 우리의 웅장하면서도 타락한 세계의 절망적인 고통의 비애를 달래줄 수 있다는 것, 그것만 알 뿐이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다. 사랑하는 독자여, 그렇게 논리적이고 그렇게 우아한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책의 구절이다.
땜장이와 시계 그리고 인생.
개별이 아닌 각각의 연결과 구동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책은 재미있다고 말하긴 솔직히 어렵다.
그런데 확실히 매력적이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가 싶었는데 읽을수록 한 가족의 역사와
그 깊은 내면의 연결성이 문득문득 시처럼 다가온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참 서정적이고 슬픈 이야기구나 애뜻해진다.
그래. 꼭 가족처럼...
이 책이 바랬던것도 어쩌면 이런 느낌을 전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제대로 느낀건가?

모든 인간의 삶은,
그 전의 사람들과 연결된 땜질의 연속이다.
그러니 누구나 완전히 이 세상에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어쨌든 흔적은 남는다.
땜질된 것들의 흔적...
당신의 기억 속에서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진짜 누.굴.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