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2. 16. 08:14

 

<레베카>

 

일시 : 2016.01.05. ~ 2016.03.0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민영기, 엄기준, 송창의 (막심 드 윈터) / 김보경, 송상은 (나)

        신영숙, 차지연, 장은아 (덴버스 부인) / 최민철, 이시후 (잭 파벨) / 김희원,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종문, 허정규 (줄리앙 대령) / 이정화(베이트리체), 정수한 (가일스), 윤선용 (프랭크 크롤리), 김순택 (벤)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원작이,

그리고 원작보다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훨씬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이번 시즌도 그냥 넘길 생각이었는데

뒤늦게 류정한이 막심으로 합류하게 돼서 이렇게 관람까지 이어졌다.

딱 한 번만 관람할거라 캐스팅 선택이 신중해지더라.

막심과 덴버스 당연히 류정한, 신영숙이고,

잭 파벨은 예술단을 나온 후 행적이 묘연했던(?) 이시후 배우로

"나" 지금까지 출연한 배우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송상으로 선택했다.

 

결론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송상은 "나'는 김보경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확실히 더 풋풋하고 애띤 느낌이었고

잭 이시후는 다른 모든걸 떠나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게 좋더라.

(물론 조금 더 비열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고...ㅋㅋ)

김희원도 작품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줬고

신영숙 덴버스과 류정한 막심은 비교 불능하게 탁월하다.

누군가는 이런 표현을 하더라.

두 사람은 넘사벽들이라고.

격하게 공감한다.

나 역시도 이 두 배우 때문에 이 작품을 본거니까 ^^

이쯤되면 두 배우가 못해낼 배역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사심 담은 캐스팅 제안을 해보련다,

류정한 헤드윅과 신영숙 이츠학!

살짝 낮설긴 하겠지만,

이 캐스팅이 실현되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겠다.

그런데 더 중요한건,

류정한, 신영숙 두 배우 모두 한 치의 의심없이 매우, 심하게, 너무 잘 할 것만 같다.

아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최초로 50대의 헤드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쓰고 나니 정말 그래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스멀스멀...)

 

* 레베카로 시작해서 헤드윅으로 끝을 맺은

  내가 생각해도 심각하게 뻘쭘한 후기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3. 6. 4. 07:55

회를 거듭할수록 말도 많고 탈도 점점 많이지고 있는

그래서 공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의구심을 품게되는 뮤지컬 어워드가 어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됐다.

벌써 7회인데 왜 이리 잡음이 끊이지 않는지...

몇 주 전에 발표된 후보자들을 보고 좀 많이 황당했었다.

한 작품에 두 명이 같은 수상후보에 올라오고

한 배우가 다른 작품으로 같은 타이틀에 후보자고 올라오고

연출이나 안무 후보자들도 거의 몇몇의 사람들이 여러번 반복해서 올라왔다.

발표된 후보자들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상을 안 줄래야 안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냥 좀...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올해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창작 뮤지컬상: 그날들
남우주연상: 정성화(레미제라블)
여우주연상: 정선아(아이다)
남우조연상: 문종원(레미제라블)
여우조연상: 옥주현(레베카)
남우신인상: 지창욱(그날들)
여우신인상: 박지연(레미제라블)
극본상: 장유정(그날들)

인기스타상 : 제시카, 규현
작곡·작사상: 윌 애런슨, 박천휴(번지점프를 하다)
연출상: 로버트 요한슨(레베카), 로렌스 코너, 제임스 파우웰(레미제라블)
안무상: 서병구(라카지)
음악감독상: 정재일(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상: 정승호(레베카)
의상상: 유미양(살짜기 옵서예)
조명상: 잭 멜러(레베카)
음향상: 김지현(레베카)

 

<레미제라블>과 <레베카>, <그날들>은 예상됐던 거고

<레미제라블>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신인상, 연출상 등 5개 부분을

(정확히 말하면 연출상을 2명이 수상했으니 4개 부분)

<레베카> 역시도 여우조연상, 연출상, 무대상, 음향상, 조명상 등 5개 부분을 수상했다.

초연 창작뮤지컬은 <그날들> 뭐 살짝 구색을 맞춰준 것 같긴 하지만

창작뮤지컬상, 극본상, 남우신인상 등 3개를 수상했다.

한 마디로 대충 잘 나눠가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예전같으면 좀 정성껏 포스팅을 했을텐데

이번 뮤지컬 어워드는 그럴 맘이 별로 안 생긴다.

그저 간단히 기록하는 정도로 해두자!

(나름대로의 보이콧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인정할만한 수상자는

여우주연상, 여우신인상, 음악감독상, 의상상, 작곡작사상, 안무상 정도!

참 내가 써놓고도 민망하다.

연말쯤에 있을 뮤지컬 대상 시상식이나 좀 기대해볼까!

그래도 몇몇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특히 <JCS>의 음악감독 정재일.

당신은 나를 9년 전의 나로 되돌려놨다.

그러기 정말 쉽지 않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6.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DAS musical <Rebecca> 세번째 관람.

두 번 관람을 해서 내용과 노래에는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어쩌면 더 깐깐해질 수도 있는 관람.

같은 작품을 여러번 보게 되는 이유는,

그날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배우만 달라졌을뿐인데 그날 공연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수도 충분히 있다.

하긴, 똑같은 배우의 조합이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공연은 단 한 번도 없다.

눈 앞에서 실제로 보고 있다는 재현성.

실재와 똑같다는 현실성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다.

제 3의 감각을 예민하게 깨우고,

또 다른 이해와 생각을 가능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고 할까?

 

지난 번 두번의 관람에서

확연한 느낌을 못받았던 이유를 이날 공연을 보면서 어느정도 찾았다.

오케스트라 느낌이 다르다!

음악이 풍성해졌고 그리고 연주 자체가 스토리를 주의깊게 말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왜 달라진거지?

피트석을 기웃거렸다.

두번의 관람에서는 분명히 아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봉을 김문정 음악감독이 잡고 있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아우라와 오케스트라를 전두지휘하는 장악력이 그야말로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아우라가 그날 공연을 인상깊게 만든 제1의 이유다.

"두 도시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던 건 그녀 때문이기도 했다.

음악이 깊이가 달랐었다.

클래식하고 웅장해서 마치 음악회에 있는 듯한 감동을 방았었다.

음악감독 김문정!

역시나 거침없이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공연에 집중해서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류정한 막심과 김보경 나의 조합은 최상이다.

류정한 막심은 노련함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 시니컬한 감정들을 잘 표현했고

처음 봤을때보다는 확실히 막심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가 자리를 잘 잡았다.

조금은 어색했던 2막의 "칼날 같은 그 미소"도 좋았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겉은 부드러운 넘버 "놀라운 평범함"도 잘 표현했다.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는 "하루 또 하루"와 "신이여"도 처음 봤을때보다는 훨씬 느낌이 좋았다.

(확실히 배우 류정한은 영리한 여우다.)

그래도 여전히 막심이란 인물은 류정한이 지금껏 보여준 캐릭터의 페레이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해석과 표현이 없다는 게 좀 치명적이다.

그래서 배우 류정한도 막심이라는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게 힘들지 않았을까?

김보경 나는 사랑스럽고 조심스러운 소녀에서 강인하고 현명한 여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단락없이 잘 끌어냈다.

조심스럽게 통통 뛰던 발걸음과 

(정말 사슴같고 겁먹은 양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던 표정과 말투.

그러면서도 2막 옥주현 댄버스와의 베란다 장면은 임혜영 나보다 훨씬 대사도 노래도 강하다.

이 장면에서 "나'가 뭘 어떻게 하든 댄버스와 대등할 순 도저히 없겠지만

김보경은 임혜영 나처럼 존재감이 전무하진 않다.

임혜영은 어쩌지 못해서 눈 감아버리는 외면의 느낌이라면

김보경은 미약하지만 거부, 도전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름대로 "나"의 변화되는 모습을 끄집에서 표현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옥주현 댄버스는 두번째인데도 불편함이 느껴질만큼 여전히 너무나 도도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에서는 불같은 질투심을 강하게 느꼈다.

"나"를 향한 질투심이 아니라 "레베카"를 향한 질투심!

레베카 마님을 모시다 스스로 레베카가 된 듯한 여자처럼 보인다.

(여전히 "내가 바로 레베카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느낌.)

무대위에 보여지는 겉모습이 전혀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데

대사를 너무 나이들게 표현하려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1인 2역의 느낌이랄까?

옥주현의 댄버스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댄버스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가 없다.

그냥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댄버스 언니라고 표현해야 옳다!

그래서 옥주현의 댄버스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최고의 미스터리고 쓰릴러리고 생각한다.

 

확실히 <Rebecca>는 EMK 작품답게 앙상블이 강하고 변역이 전체적으로 좋다.

넘버 가사도 어색하게 들쑥날쑥하는 것 없이 매끈하게 잘 다듬었다.

그래도 무대 영상은 세 번을 봤는데도 여간해서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멘덜리 저택의 화재 장면은 실제로 계단에 불을 붙였어야만 했다.

(나, 불보면 흥분하는 그런 류의 사람 결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최강의 캐릭터 "Rebecca"처럼...

개인적으론 그 장면이 두고두고 제일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8.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어쩌다가 전혀 예정에도 없던 레베카를 보게 됐다.

그것도 다행스럽게 지난번과 캐스팅이 겹치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

(오호라, 비교 살짝 할 수 있겠다~~ ^^)

과장됨없이 우직하게 직구로 승부하는 오만석의 막심이 좀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리고 호평을 세레모니를 받고 있는 옥주현 댄버스도.

 

오만석 막심,

노래는 좀 약한 편이이지만

예상했던 그대로 우직하게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서 연기했다.

댄버스의 넘버 못지않게 변조와 리듬 변화가 많은 막심의 넘버가 아무래도 그에게는 조금 벅찼던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여러번 났던 것 같다.

그래도 2막 보트보관소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급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오만석답게 잘 표현했다.

딕션 역시나 예술이었고!

(이 장면에 나오는 막심의 그 긴 넘버, "칼날 같은 그 미소"가 정말 어려운 노래구나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임혜영 나와 나란히 있는 서 있는 모습은 카차이가 별로 안나서 그런지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

그냥 동년배 친구처럼 느껴져서...

류정한 막심을 보면서도 너무 젊게 설정된 게 아쉬웠는데

오만석 막심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원작에서는 나와 막심과의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은 걸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라이선스에서도 설정은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막심의 넘버에 분명히 나온다.

"넌 너무 어려...." 라는 부분이!

(중후한 느낌의 막심은 오로지 유준상에게만 기대해야 하는 건가!)

 

옥주현 댄버스.

세간의 칭찬처럼 잘한다.

그러나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벳>에서 루돌프의 관을 부여잡고 통곡하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장면의 목소리 그대로 옮겨온 게 옥주현 댄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발란스가 영 안맞는게, 

얼굴 이쁘고 몸매도 좋고, 대사할 때 목소리도 젊은 댄버스가

기이하게도 노래할 때만 목소리에 나이든 티를 사정없이 팍팍 낸다.

그런 설정이 음산하고 으스스하긴하다.

흡사 다중인격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옥주현이 표현하는 댄버스라는 인물은 명백히 스릴러의 주인공 맞다!

"내가 조선의 왕후다"가 아니라 "내가 레케카다!"

뭐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우리나라 라이선스에서는 아무래도 댄버스를 너무 강력하고 너무 쎄게 표현한 것 같다.

주종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 드는게 영 찜찜하다.

레베카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댄버스의 충성심이 느껴지지는 게 아니라

조물주가 창조물에 대해 갖는

일종의 궤도이탈된 소유권 주장 같은 게 느껴진다.

(이런 표현... 나도 참 어이 없다!)

 

임혜영 나는 너무 밋밋해서 존재감 자체가 흐려진다.

하긴 이렇게 막강한 조물주 앞에서 어느 누가 기를 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 작품의 진정한 피해자 되시겠다!)

최민철 잭 파벨은 에녹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쇼뮤지컬화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에녹의 표현이 내겐 또 다른 스릴러였는데...)

예전에 비해 살이 좀 붙은 게 느끼히고 간사한 느낌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그런데 좀 빼셔야 할 듯... 그러다 둔한 느낌으로 둔갑할 것만 같은 우려가...)

이경미 반 호퍼 부인은 역시나 물 만난 고기라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줄리앙 대령 정의갑도 목소리 톤과 연기 다 괜찮았다.

(이 사람 앞으로 공연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댄버스와 막심에 의해 호불호가 좌우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호(好)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나도 참 이상은 하다.

별로 좋은 소리 안 썼는데 호(好)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하니...

암튼 그렇다!

어느틈에 내 취향의 개스팅도 확실히 만들어고!

2차 티켓오픈이 되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류정한-신영숙-김보경-최민철" 캐스팅이 있는지를.

없으면 미련없이 PASS~~!

 

* 29일에 "류정한-옥주현-김보경-에녹"으로 세번째 관람이 예정되어 있다.

   엘리자벳이 환생한 옥댄버스 때문에 벌써 걱정이다.

   제발 이것 하나만 그녀가 기억해준다면 감사하겠다.

   당신은 결코 "레베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5. 08:30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류정한의 출연만으로도 참 많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러지 않으려고해도 어쩔 수 없다.

내게 뮤지컬 배우 류정한은 현빈이고 장동건이고 차승원이다.

더불어 그는 내게 뮤지컬이라는 신세계를 거침없이 일시에 활짝 열어준 원흉(?)이기도 하다.

김선영과 더불에 나의 무한신뢰를 받는 절대지존 류정한!

원작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유투브를 통해서 공연 실황도 여러번 반복해서 봤다.

히치콕의 영화는 일부러 안봤다.

(너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런데 문제는...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당사자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거! 

몸상태가 별로이다보니 집중력도 정말 최악이었다.

횡설수설이겠지만 그래도 봤으니 몇 가지 끄적이련다.

 

류정한 막심.

역시나 믿음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딘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

막심이란 인물을 여우같은 류정한이 아직 충분히 찾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니토드>,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지킬 앤 하이드> ...

지금까지 그가 연기했던 이 모든 인물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등장한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특히 2막 보트보관소에서 과거의 일을 아내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표정과 액션에서 그답지 않게  오버스러웠다.

분노와 증오의 폭발이 아니라

극도의 시니컬과 싸이코델릭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길 바랬는데...

막심이란 역이 그에게 지금 혼란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신영숙 덴버스.

당연히 잘한다. 그것도 너무나 잘!

그게 문제다.

너무 잘한다는 거.

덴베스가 과도하게 강하다.

만약 이 작품이 현실 세계라면  덴버스는 현실 세계 저 너머에 있는 환상이다.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세계가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완전히 다른 사람.

덴베스라는 인물 자체가  레베카의 세계만 인정하고 그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서...

2막 초반 "레베카"에서 신영숙이 보여준 연기는

이정현의 "와!"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였다.

노래는 정말이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였는데 액팅때문에 코믹하게 보여졌다.

눈동자가 그려진 부채를 떠올린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막심도 그렇지만 덴버스 역시도 너무 젊게 설정한 건 정말 아쉽다.

(어쩌나, 옥주현은 더 젊고 게다가 어찌됐든 더 예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건 한 집안의 집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여왕이 갖는 포스다.

만약 내가 멘덜리의 집주인이라면 이렇게 도도하고 안하무인한 집사는 절대로, 절대로 안 쓴다.

개인적으로 덴버스라는 인물이 여자 자베르 같은 느낌이길 살짝 바랬었는데...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다르더라.)

 

"나" 김보경은 나(극중의 "나"가 아니라 정말 나)처럼 컨디션이 엉망이라게 단번에 보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 정도의 연기를 보일 수 있었다는 건

배우로서 엄청난 집중력을 가졌다는 뜻이라라.

김보경의 "나"는 확실히 사랑스럽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하고 단단한 여자가 되는 모습도 잘 표현했다.

그래도  2막 덴버스와의 듀엣(문제의 레베카)에서는

김보경 "나"의 목소리가 한 톨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 불렀는데 립싱크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들려야 했던 거 아닐까?

연출자의 확고부동한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고...

오랫만에 <아이 러브 유>, <해어화> 때의 모습을 보여준 이정화는 보는 건 너무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고

(그녀의 솔로곡과 나와의 듀엣곡은 정말이지 너무 멋졌다)

프랭크 박완의 연기와 노래도 정말 좋았다.

살짝 기대했던 잭 파벨 에녹은,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중요한 장면에서

경박하고 화려한(?) 댄스를 선보임으로써 

스릴러물을 쇼뮤지컬로 탈바꿈시키는 신공을 발휘했다.

금방이라도 무대 저 뒷쪽에서 금발의 코러스걸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올 것 같아 문이 열릴 때마다 매번 불안했다.

최나래 반 호퍼 부인은 의외로 너무 잘 어울려 놀랐다.

이런 류의 연기에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경미를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녀만의 반 호퍼를 확실히 보여줬다.

최나래가 이경미와 더블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혼자 격세지감에 빠지기도 했다.)

분량이 적긴 하지만 선우재덕의 줄리앙 대령도 괜찮았다.

파티 장면에서 그 개구진 표정도 인상적이었고...

"나"의 스케지를 무대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 아주 좋았는데

그걸 제외한 다른 영상 효과는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고 조잡했다.

특히 화재 장면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요즘 무대 효과가 얼마나 발전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아마도 다 내려놓고 백지상태로 다시 봐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니 다음번 관람때는 제발이지 몸 상태가 지금처럼 최악이 아니기만을 바래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