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4.03 <인문학 콘서트 1> 1
  2. 2009.06.29 달동네 책거리 52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2
읽고 끄적 끄적...2011. 4. 3. 22:31
한쪽에선 인문학이 붐이란다.
그리고 또 한쪽에선 인문학이 위기란다.
그런데 "인문학"이라는 게 뭐지?
고민의 시작은 이것부터 시작되야 할 것 같다.
책 속의 글을 옮겨본다.
"인문학은 생존의 필요조건인 공통의 가치관이자 문화이고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기서 품격이라는 단어는 참 품격없는 말이라서 빼버리자.
철학과 고전을 위시한 문학을 위른 언제부터 등지기 시작했을까?
사실은 한 달에 15 권 정도 책을 읽는 나조차도 인문학은 어렵고 힘든
그래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그런 분야다.


이미 3권까지 출판된 이 책은
KTV에서 방송된 인문학 프로그램 '인문학열전'을 책으로 역은 것이다.
일단, 신기할 정도로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사회로
학문, 교육, 종교, 윤리, 사랑, 문명, 생명 등
13편의 담론들을 그 분야 최고의 석학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무척 즐겁게 읽었고 나머지 2, 3권의 책들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곧 한국 사회의 위기고 한국 학문의 위기와 직결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위기는,
철학없이 주위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모의 쓰나미같은 교육관과
형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텅빈 학교교육의 파괴가 그 근본 이유라고 생각된다.
21세기는 인지문명의 시기이며 통합의 시대라는데
우리의 교육은 진정한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지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경마장의 말처럼 눈을 가려 앞만 볼 수 있게 만들고 있어서...
학교 교육을 통해서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을 획득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IT(Information technology)와 BT(Biology technology)뿐만 아니라
RT(관계기술relationship technology)가 중요하다는데
우리는 관계맺는 방법에 대해서 무모할만큼 무지하다.
어쩌면 지식이라는 건 지금보다 더 많이 생물학적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문학은 생명체가되어
생장하고 번식하고, 선택되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며
종국에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래, 딱 나무(木) 처럼...
나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가지, 줄기, 뿌리 등 살아 있는 조직이 전체 몸의 5%밖에 안 된단다,
그러다 나무가 죽으면 살아 있는 세포가 45%로 늘어나게 된단다.
죽은 조직 안에 살아 있는 다른 생물들 때문에.
나무 전체가 수백 년을 사는 게 아니라 일부는 살아 있고 일부는 죽어 있는 상태로
그렇게 수백년을 공존한단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은 4,500 년이나 됐단다)
나무는, 그래서 그 자체가 서식지가 되는 생물이다.
인문학의 미래도 꼭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인문학은 윤리의 학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지적처럼 의무로서의 윤리, 의무 이상의 윤리로서 말이다.
doing만 중요한 이 시대에 being의 중요성과 의미를 묻는 인문학은
삶의 질과 더불어 앎의 질까지도 고민하게 만든다.

"삶의 질에는 물질적인 토대가 필요합니다.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고 해서 삶의 질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죠. 겉보다는 안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인문학적 태도입니다. 그 '안'을 채우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의 의미, 가치, 아름다움, 목적 같음 무형의 자산입니다. 이 자산의 특징은 외적 운수 변동에 관계없이 평생을 줄지않는 재산이라는 점입니다. 돈은 있다가 없다가 하지만, 내적 자산은 한번 축적되면 없어지지 않습니다. 줄지도 쪼그라들지도 않아요, 그걸 '인문학적 진보'이라 불러요."

많은 사람이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거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나 기업이
권력이나 감시의 '과잉'으로 내닫지는 못할 거란다.
정말 그럴까?
책을 읽고 나는 이 질문에 조금씩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인문학이여!
좀 더 치열하고 처절하고 우리 삶 속으로 파고 들어라!
치열한 그대에게 나는 조금 더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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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8가지 지능
   모든 인간은 여덟 가지 지능을 타고난단다. 
   이 지능들이 서로 소통하고 결합하여, 고유한 능력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내가, 혹은 내 자녀가 이 중 어떤 지능에 탁월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관건.

 언어 지능 (Linguistic Intelligence)  단어의 소리, 리듬, 의미에 대한 감수성이나
 언어 기능에 대한 민감성과 관련된 능력
 논리,수학 지능 (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추상적 관계를 응용 판단하고,
 수와 논리적 사고를 사용하는 능력
 공간 지능 (Spatial Intelligence)  시공간적 세계를 정확하게 인자하며
 3차원 세계를 잘 변형시키는 능력
 신체,운동 지능 (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운동 감각, 균형, 민첩성 등을 조절하는 능력
 음악 지능 (Musical Intelligence)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음에 대한 지각력,
 변별력, 변형 능력, 표현 능력
 대인관계 지능 (Interpersonal Intelligence)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그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능력
 자연친화 지능 (Naturalistic Intelligence)  자연현상에 대한 유형을 규정하고 분류하는 능력과
 주변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일을 처리하는 능력
 자기이해 지능 (Intrapersonal Intelligence)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인지적 능력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29. 06:30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사람에게는 그 사람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과 고통만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구든 생각하게 되죠.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냐?”

때론 신조차도 그 공평성에서 살짝 벗어나신 게 아닌가 하며 야속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길 때도 분명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보기엔 참 힘든 삶을 사는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후 1년 때 앓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두 다리의 자유를 잃은 1급 장애인.

2001년 유방암 판정, 방사선 치료로 완치.

그러나 다시 2004년 척추암으로 전이, 2년간의 투병 생활.

1년 만에 다시 간으로의 암 전이....

그렇게 다시 시작된 투병 생활 중에 그녀는 이 책을 씁니다.

결국 책의 출판을 하루 앞 둔 5월 9일 57세의 일기로 타계를 한 문학 전도사.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로 잘 알려진 서강대 영문학 교수 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렇게 그녀의 유고작이 되어 이 세상에 출판됐습니다.

그녀는 “천형(天刑)의 삶”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주눅듬 없이 자신의 삶이 “천혜(天惠)의 삶”이었다고 당당하게 고백하며 오히려 그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입니다.

어쩌면 병상에서 이 글을 쓰면서 그녀는 정말로 “살아온 기적”들을 되짚어 보면서 “살아갈 기적”을 간절히 꿈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매 순간이 당신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

그녀는 계속되는 장애와 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진정으로 카르페 디엠의 삶을 하루하루 실천하며 온 몸으로 느꼈던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세 번째 암 판정 이후 그녀는 말합니다.

"신은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넘어뜨린다. 나 역시 넘어질 때마다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지를 생각한다."

그녀가 찾아낸 방법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냄으로써 아름다운 기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글 속엔 스스럼없이 장애와 투병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 글들은 모두 하나같이 밝고 심지어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던 유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만큼요.

이야기가 끝날까봐 조마조마하며 “그래서~~~”로 되묻던 그 어린 기억...

60을 바라보는 여자가 도대체 이렇게 귀엽고 순수해도 되는가 싶은 만큼 깨끗하고, 밝고 그리고 심지어 장하기까지 합니다.

장영희! 이 여자!

급기야 깰 수 없는 내공으로 집을 짓고 말았네요.

가끔 우리는 저울질을 합니다.

마음의 장애와 신체의 장애 둘 중에 어느 게 더 치명적인가를...

그딴 저울질이나 하고 있는 제게 “날 좀 봐라! 나는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다 가지고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처음 알게 됐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내 “배부름의 옹졸함”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얼굴 화끈거리기도 했더랬죠.

문학 전도사, 희망 바이러스, Positive thinking 의 실천가!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이 단어들이 제게는 문학박사, 교수, 영미문학사의 간판보다 더 애뜻하게 다가옵니다.


그녀가 타계했다고 했을 때,

저는 그녀의 어머니가 걱정됐습니다.

두 다리를 못 쓰는 둘째 딸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매일 업어서 등하교시켰던 어머니. 비가 오면 부서진 우산살이 딸에게 향할까봐 그 우산살의 방향을 매번 자신에게 향하게 해 옴 몸을 적셨던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는 날이면 행여 딸을 학교에 못 데려다주게 될까봐 새벽에 일어나 연탄재를 부숴서 집 앞 골목길에 뿌려놓았던 그 어머니.

역시 그녀도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임종 직전 노트북 컴퓨터로 어머니 이길자(82) 여사에게 남긴 짧은 편지에 그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 몇 줄의 글을 그녀는 혼미한 정신과 싸워가며 3일간 아주 힘겹게 썼다고 합니다.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도 “엄마 !...”

이 두 글자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옴 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딸은 모든 어머니에게 빚을 지며 살고 있다는데......

저 역시도 어머니의 두 손에서 다시 삶을 시작했기에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말한다면 허세일까요?

그녀는 짧지만 참 긴 삶을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냈습니다.


“흔적이 남는 사람”

저는 장영희라는 사람을 그렇게 기억하렵니다.

지치고 힘들어 혼자 징징거리고 있을 때 그녀는 어느새 제게 말합니다.

"...... 그렇게 야단법석 떨지 마라. 뼈만 추리면 산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대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먼저 간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고 떠난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그래서 나중에 다시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또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 세상.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인생을 내내 살금살금 걷듯이 살아간다면 좋은 운명 또한 평생을 살아도 깨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아내라고 평생을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해 살았던 한 여자가 말합니다.

두 발의 자유를 잃고 신체의 구석구석을 원치 않았던 동반자에게 차례차례 내주면서도 매 순간을 세상 누구보다 큰 걸음으로 걸었던 한 사람...

그녀가 “살아온 기적”을 보면서

저 또한 “살아갈 기적”을 부지런히 탐하게 됩니다.

이제 넘어져 또 다시 뼈가 부서진다고 해도 더 이상 징징대지 않으렵니다.

그 시간에 오히려 더 열심히 뼈를 추려야겠죠.

하나라도 더 잘, 더 제대로 추려내야 잘 맞춰질 수 있을 테니까요...


모든 사람의 모든 순간이

전부 온전한 “기적”임을 기억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