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9. 19. 08:32

 

<그날들>

 

일시 : 2016.08.25. ~ 2016.11.03.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편곡,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만석 (차정학) / 지창욱, 오종혁, 이홍기, 손승원 (박무영)

        김지현, 신고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 김산호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 (상구)

        이진희, 이봉련 (사서), 송상은, 이지민 (하나) / 문희라(수지)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8월 28일 이건명, 지창욱 페어로 보고 너무 좋아서 다른 캐스팅으로 재관람을 했다.

타임세일 50%로 3층에서.

개인적으론 첫번째 관람이 차정학도, 박무영도 더 좋았다.

오만석은 연기는 정말 좋은데 노래가 좀 불안했고

손승원은 노래는 좋은데 연기가 밀렸다.

오만석과 송승원의 연기 합 역시 뭔가가 살짝씩 어긋났고

듀엣곡에서는 둘의 목소리가 섞이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졌다.

실제적으로 이건명-지창욱이나 오만석-손승원의 나이 차는 서로 비슷한 정도인데

느껴지는 거리감은 참 많이 달랐다,

전자는 동료 느낌인데 후자는 선후배 느낌이 너무 강해서...

무영 역의 손승원이 그걸 과감하게 깨버려야 했었는데

아무래도 까마득한 무대 선배가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로서 지창욱의 배짱은 참 기특하다)

"그녀"로 새롭게 합류한 신고은은 노래도 연기도 아직까지는 많이 미흡했고...

그래도 김광석의 노래는 역시나 너무 좋더라.

 

나이를 먹어서일까?,

김광석의 곡들이 점점 더 좋아진다... 라고 쓰고보니

어딘지 좀... 쓸쓸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8. 31. 08:04

 

<그날들>

 

일시 : 2016.08.25. ~ 2016.11.03.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편곡,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만석 (차정학) / 지창욱, 오종혁, 이홍기, 손승원 (박무영)

        김지현, 신고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 김산호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 (상구)

        이진희, 이봉련 (사서), 송상은, 이지민 (하나) / 문희라(수지)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어렸을 때는 김광석의 노래가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선지 지금은 하루 종일 김광석 노래를 듣고 있는 때가 많다.

들을때마다 새삼 좋은 노래가 정말 많구나 싶다.

그런 노래들이 있다.

시간이 들수록 더 친숙해지고, 다정해지고, 빈 여백의 감성까지 이해되는 그런 노래.

김광석의 노래들이 딱 그렇다.

그래서 그의 노래들은 마치 나와 같은 속도로 나이를 먹는 것 같다.

이 작품도 딱 그렇다.

2013년 초연보다 2015년 재연이 더 좋았고,

2015년 재연보다 지금 삼연이 더 좋다.

그건 테크닉적인 면에서 더 좋았다는 뜻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감성적인 측면이 좋았다는 의미다.

이 작품을 남다르게 생각하는 초연배우들의 계속되는 캐스팅도 너무 좋고

덕분에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들까지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시너지효과다 참 좋다.

작품이라는게 스토리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외의 것들의 총합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걸 이 작품의 재연, 삼연을 통해 느낀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때

정학과 무영을 맡은 배우의 나이 차이가 너무 심해서 사실 불만이었는데

삼연을 보고서야  의도된 캐스팅이었다는걸 이해했다.

왜냐하면 무영은 계속 과거 속에 남아있어야만 했으니까...

 

오만석의 부친상으로 차정학이 이건명으로 변경됐는데

이건명과 지창욱의 합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일단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이건명의 힘이 너무 좋았고 노래 부를 때 강약 조절도 참 좋았다.

(특히 1막 엔딩곡 "그날들"은 감정의 변화가 정말 좋더라) 

오랫만에 무대에 복귀한 지창욱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고

그런 만큼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 참 예쁘더라.

사담이긴한데,

경호원으로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2013년과는 엄청나게 달라진 지창욱의 어깨와 팔근육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

(그때는 여리여리한 소년의 느낌이 남아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상남자더라) 

회차가 많은건 아니지만 삼연까지 참여해줘서 다행이고

그걸 내가 봐서 또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지금은 중국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는 한류스타가 됐지만 

2010년도만 해도 신촌 STAGE에서 강하늘과 뮤지컬 <쓰릴미>를 할 때 "애기페어"로 불렸었다.

그랬던 두 사람인데,

불과 6년 만에 배우로서 굳건하게 자리잡은걸보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때도 저 두 배우는 잘 되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무럭무걱 잘 커줬서 기쁘다.

지창욱도,

뮤지컬 <그날들>도,

그리고 내 마음 속 김광석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4. 08:40

<그날들>

일시 : 2014.10.21.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강태을, 이건명, 최재웅 (차정학)

        김승대, 지창욱, 오종혁, 규현 (박무영)

        김지현, 신다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 (상구)

        김소진, 이진희 (사서),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병원에서 올해 송년회로 뮤지컬 <그날들>을 선택했다.

덕분에 이번 시즌 <그날들>을 한 번 더 보게 됐다.

게다가 캐스팅도 지난번 관람했을때와 두 명을 빼고 다 달라서 개인적으론 다행이다 싶었다.

유준상과, 규현은 꽤 많은 뮤지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대에서 보는건 나도 처음이라 기대가 살짝 되더라.

유준상은 초연때무터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던 배우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배우다. 배우가 알아서 홍보를 해주니...)

규현은 슈퍼주니어로서의 입지보다 뮤지컬배우로서의 입지가 훨씬 더 두터운것 같다.

(내가 슈퍼주니어에 대한 너무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건 유준상과 규현이 작품 속에서는 또래로 나온다는거!

근런데... 무대 위의 두 사람은 충분히 또래로 보이더라.

유준상은 어린 배우와 상대하면서 일부러 어린척 하지도 않았고

규현 역시도 엄청난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전혀 주눅들거나 뒤로 빠지지 않더라.

솔직히 많이 놀랐다.

유준상의 자기관리에도, 규현의 노력에도.

두 사람은, 확실히 배우더라.

그것도 어느 한쪽이 기울지 않고 팽팽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멋진 배우.

유준상도, 규현도 개인적으론 재발견이었다.

특히 규현이 기대보다 훨씬 잘 해서 정말 많이 놀랐다.

딕션도 아주 선명했고 연기도 노래도 아주 좋았다.

 

여자주인공 신다은은 노래와 연기 전부 불안했고

운영관 서현철도 노래가 살짝 불안불안했지만 맛깔나는 연기는 역시 최고였다.

앙상블은 노래도 연기도 안정적이었고 아쉬운건 여전히 음향.

음향이 지금보다 좋았다면 훨씬 더 웅장하고 뭉클했을텐데 영 아쉽다.

교실장면에서 학생들의 춤은 여전히 쌩뚱맞긴한데

영애양과 수지의 두 명의 춤사위(?)보다는 덜 생뚱맞다.

재미있었던건 샤워장 장면에서 정말 엄청난 반응이 있었다는거!

참 말이 많은 장면이고 나도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면인데

단체관람이다보니 아무래도...

(우리 병원 직원들...특히 기혼자들... 몸 좋은 남자 정말 오랫만에, 그것도 무더기로 봤구나...싶었다)

아마도 남편들의 동그란 배와 비교분석하다보니 절로 탄성이 나왔나보다.

콘서트를 방불케사는 함성 속에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객석 반응이 너무 뜨거워 배우들이 놀라지 않았을까 걱정되더라.

내가 본 <그날들> 중에 최고의 반응이었다.

(어딘지 살짝 민망하기까지... ^^)

 

이날 전석 매진이라 유준상이 무대인사를 했는데

<프랑켄슈타인>때도 느꼈지만 창작 뮤지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참 대단했다.

제일 맏형이 이렇게 애정을 드러내니

함께 하는 배우들이 도저히 으쌰으쌰 안 할 수가 없겠더라. 

그 모습이 나는 또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고김광석도 저 위에서 흐뭇하게 보고 있지 않을까!

 

흥해라!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그날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6. 07:46

<그날들>

일시 : 2014.10.21.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강태을, 이건명, 최재웅 (차정학)

        김승대, 지창욱, 오종혁, 규현 (박무영)

        김지현, 신다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김소진, 이진희 (사서),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재연으로 올라온 <그날들>을 봤다.

역시나 김광석의 노래는... 정말 좋구나.

여러가지 뒤숭숭한 일들이 겹쳐서 내내 심난하고 아팠는데

김광석의 노래로 조금 위로를 받았다.

명곡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사람을 조용히 위로하고 다독이는 함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떠나 그냥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담겼다.

김광석은 이 노래들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놓고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참 나쁜 사람이다...

 

초연에 강태을 차정학이 너무 좋아서 재연이 올라오면 꼭 강태을로 보리라 생각했었다.

(이 작품으로 강태을과 정말 극적인 화해도 했고...)

그랬더랬는데 재연의 강태을 정학은...

이럴수가...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좋더라.

매장면마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그래서 보는 나도 내내 행복했다.

배우가 작품과 역할에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강태을을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진심으로 멋졌다!)

김승대 무영은 좋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는 간절함이 살짝 의욕과다로 표현되더라.

전체적으로 조증처럼 붕 떠있어 발란스도 어긋났다.

균형감도 살짝 무너지고...

현실감없는 "픽션"의 인물처럼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론 배우 김승대가 조금 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훨씬 자연스러울것 같아서...

(이 표현 이해가 될까???)

 

전체적으로 초연때보다 군무도 좋아졌고 무대도 잘 정돈됐다.

인트로의 영상도 깊이감과 생동감이 살아있어 좋더라.

그런데 문제는 음향!

분명 초연과 똑같은 공연장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 관람하는 내내 놀랐다.

12월 2일 병원에서 연말 송년회로 이 작품을 단체관람을 한다는데

그때는 음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 <그날들>은 참 묘한 작품이다.

   작품이나 스토리 자체는 별 매력이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이게 배우의 힘인지, 김광석의 힘인지, 그냥 정서의 끌림인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좋아한다는게 늘 이유가 확실해야하는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날들>을 "그냥 좋아지는" 작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김광석도 그랬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5. 08:33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나는 강태을의 차정학을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강태을은 무슨 작품이 됐든 캐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내겐 피해 가야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돈주앙>, <어쌔신>, <렌트>에서 연타로 실망을 해서 그런지

좀처럼 믿고 볼 수 없는 그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인터파크 씨크릿 티켓 담첨 날짜의 차정학이 강태을이라는 걸 알았을땐 맨붕모드였다.

솔직히 그냥 날려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강태을과 최재웅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1년 내내 <그날들>만 했으면 좋겠다"

강태을의 말이 마음을 당겼다.

그래서 관람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안 봤다면? 아마도 관람을 안 했을거다!)

만약 이 작품에서까지 강태을에게 실망하게 된다면?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결단코 보지 않겠노라 비장한 작정까지 했다.

 

그렇게 만난 강태을의 차정학은!

지금껏 내가 본 강태을 작품 중 단연코 최고였다.

1년 내내 이 작품만 하고 싶다는 강태을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고 뜻밖의 반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강태을을 배우로 보기로 작정했다.

그날 무대 위에는 강태을이 아닌 경호부장 차정학이 서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과거의 정학도, 현재의 정학도 너무나 정확히, 그리고 명료히 잘 표현했다.

천진하면서도 순수한 과거의 정학,

20년 전 "그날"의 일들로 냉철한 원칙주의자로 변한 현재의 정학.

강태을은 목소리와 얼굴 표정, 액팅까지 완전히 다르게 표현했다.

마치 둘이면서 동시에 한 명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다르면서도 일관된 모습.

강태을은 차정학이라는 인물이 갖는 이 모든 혼란과 미묘한 차이를 아주 멋지게 자기 것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보여지는 비쥬얼도 완벽한 경호원의 그것이었다.

배우 강태을은,

이 작품과 깊은 사랑에 빠졌나보다!

무대 위 강태을의 표정 속에 이 모든 진실이 전부 담겨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목격했다.

배우로서 그는 진심으로 멋졌다.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

그가 부르는 "그날들"과 "이등병의 편지", "꽃"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았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이등병의 편지"가 좀 생뚱맞는 선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이 곡이 왜 들어갔는지 이해됐다.

1막 도입부도 느낌이 너무 좋았고!

 

4월 6일 첫날 저녁 공연을 보면서는 어딘지 정돈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중반 이후를 넘어서니 확실히 작품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수발같은 무대는 여전히 가벼워보이긴 하지만 무대 영상은 보완이 된 것 같다.

최재웅의 박무영은 역시나 좋았고

방진이는 목소리에 피로감이 묻어난다.

다행히 이런 피로감이 어떤 장면에서는 프러스 효과를 발휘했다.

운영관은 예상한대로 서현철이 이정열보다 훨씬 좋았지만

이정열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꽤 뭉클했다.

과거와 현재를 둘 다 깊게 생각케 만드는 노래였고 음색이었다.

그리고 2막 마지막 곡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도

이정열이 더 웅장하게 감동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경호원들의 군무에서 힘이 안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꽤 잘 만들어진 절도있는 군무였다.

확실히 2층은 1층보다 무대와 조명, 배우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기가 훨씬 더 좋다.

 

고김광석의 노래로 대형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늙깍이로 한창 "김광석앓이"를 하고 있던 나는 정말 많이 궁금해하고 기대했더랬다.

그런데 첫날 공연을 보고는 사실 조금 실망했었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재관람하길 정말 잘했다.

예정에 전혀 없던 강태을 차정학을 만난 건 더 다행이다.

커튼콜에서 본 강태을의 표정은 정말이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깊고 깊은 사랑에 한창 빠져있는 사람의 표정.

그의 모습이 그랬다.

너무나 흠뻑 빠져 있어서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

배우 강태을은 참 좋겠다!

이렇게 마음을 아낌없이 온통 다 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나도 참 다행이다.

이제부터 그의 다음 작품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게 돼서!

아무래도 뮤지컬 <그날들>이

나와 그에게 잊지못할 "그날"이 된 모양이다.

참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10. 08:17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故김광석의 노래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든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렸다.

그닥 진전이 없어서 엎어진건가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화려한 캐스팅이 공개돼 깜짝 놀랐다.

게다가 제작발표회와 연습실 영상까지 인상적이어서 기대치가 점점 상승됐다.

편곡된 몇 곡의 노래들은 드라마틱할 정도로 웅장했다.

통키타와 하모니카 반주가 거의 전부였던 김광석의 노래가 웅장할 수 있다니...

혼자 신기해하기까기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공연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건물주와 건설시공사와의 다툼으로 개막이 불투명하다는 기사를 봤다.

공연제작사는 4월 4일 개막일을 사흘 앞둔 1일 건설사를 상대로 공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우들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 연습실에 있는 상황이고

장유정 연출과 공연장에 남아 있던 스텝만이 배우없는 테그니컬 리허설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어쨌든 관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공연이 올려졌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은 입구와 로비 모두 흉흉했다.

티켓박스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캐스팅 보드도 간신이 설치된 정도다.

어째 점점 불안해진다.

공연장 앉아서 제일 먼저 본 건 국수발 같은 무대.

사실 좀 난감했다.

내가 혼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어쩌면 내가 김광석의 노래에 너무 집중하고 있던 건 아닐까?

(요 몇 년 사이에 뒤늦게 김광석앓이를 심하게 하는 중이라서...)

그래도 내가 선택한 캐스팅은 역시나 믿음이 갔다.

오만석, 최재웅, 방진의, 서현철.

이들이라면 기본 이상은 분명히 해줄테니까!

 

故김광석이 부른 이 모든 곡들은 역시나 엄청나다.

속직히 고백하면,

이런 류의 신파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원곡의 힘이 워낙 짱짱해서인지 스토리의 취약함이 어느 정도 감춰진다.

특히 1막 "변해가네'에서 "나무"로 이어지는 도입 부분은 정말 좋다.

편곡도 좋았고,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출도 돋보였다.

차정학의 안경은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꽤 괜찮은 설정이다.

일부러 코믹한 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그래선지  전체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워낙에 진지하게 연기하는 오만석, 최재웅인지라 그 가벼움이 살짝 상쇄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배우 조합은 좀 위험스럽지 않나 싶다.

차정학과 박무영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령대 간극이 일단 너무 크다.

(정학을 맡은 배우들이 워낙에 하늘 같은 선배들이라 아무래도 동료의 느낌을 갖기가 좀...)

홍보때문이긴 하지만  TV에서 코믹 요소를 앞세우는 유준상 배우도 갑정이입이 살짝 걱정스럽다.

(배우 입장에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관객입장에서!)

 

과거의 남자 최재웅과 현재의 남자 오만석의 듀엣은 첫 곡부터 발란스가 참 좋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학이 무혁에게 "내가 너무 늦게 왔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번지점프를 하다>가 떠오르는 작은 참사가 발생했다.

단지 이 대사 한 마디 때문에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인 뉘앙스가 강력하게 풍기고 말았다.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연출을???) 

2막 첫곡 "부치지않은 편지"에서 서현철의 목소리톤은 환상적이었다.

그런 배우가 있다.

노래실력이 좋은건 아니지만 장면이나 넘버의 분위기에 아주 딱 맞게 노래하는 그런 배우.

배우 서현철은 확실히 그런 쪽이다.

코믹할 때는 코믹하게, 진중할 때는 또 진중하게 설정과 표현을 잘한다.

아마도 운영관 역은 이정열보다 서현철이 훨씬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녀 역의 방진의는 표정이 인공적인 걸 빼면 전체적으로 배역에 잘 어울린다.

(그런데 왜 이 배우의 표정은 점점 더 인공적으로 변할까?)

 

제일 큰 아쉬움은,

배우들이나 넘버에 비하면 스토리와 무대가 너무 엉성하다.

음향이나 마이크 사고는 공연장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넘길 수는 있겠는데

스토리는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나 1막은 너무 산만하고 가볍다.

1막과 2막의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기우뚱하고

노래에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장면들도 눈에 보인다.

대형 국수공장을 연상케하는 전체 무대와

"천국의 계단"에서 들락날락하며 내게 트라우마를 안긴 "문짝"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셋팅도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무대에 띄우는 영상은 그야말로 폭격의 수준이다.

뭐랄까, 성의없이 툭툭 내뱉는 말투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늘어진 국수발때문에 그 영상들조차도 뚝뚝 끊겨보여 마치 초보 칼잡이의 성긴 칼질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선지 일부러 눈을 감고 노래만 듣기도 했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확실히 이 감상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안무도 전체적으로 아쉽다.

사건과 인물의 중심이 청와대 경호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훨씬 더 남성적이고 강렬했으면 좋았겠다.

(가령 얼마전에 공연된 <프라미스>의 전쟁장면 군무처럼)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걸 보니

내가 확실히 이 작품에 애정과 기대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쉬움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대사도 너무 좋았고 편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노래 한 곡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넘나드는 연출도,

같은 곡을 같은 배우가 불러도 장면의 느낌에 따라 표현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특별했다.

"꽃'과 "내 사랑이여"를 연결시킨 건 정말 기가 막혔고

"먼지가 되어"는 앞부분은 과거의 무혁이, 뒷부분은 현재의 정학이 부르는데

시간과 공간, 거리와 깊이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옮겨져 들으면서도 많이 놀랐었다.

출연하는 배우들은 우여곡절을 겪어서 그런지

주조연, 앙상블을 막론하고 호흡도 좋고 집중력도 엄청나다.

(이 작품은 정말 배우 잘 만났다!)

 

아직 시작이라 후한 점수를 주긴 솔직히 힘들지만

희망적인 작품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6월말까지 공연기간동안 배우와 스텝들이 잘 다듬어 가리라 믿는다.

원곡과 배우가 갖는 근원적인 힘!

그걸 믿게 하는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