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6. 18. 08:46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8.06.12. ~ 2018.08.2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티모스 맥카비 (Timothy Mackabee)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민정

출연 : 강필석, 이지훈 (인우) / 임강희, 김지현 (태희) / 이휘종, 최우혁 (현빈) / 이지민(혜주)  

        최호중(대근),  진상현(기석) 외

제작 : 세종문화회관, 달컴퍼니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이 올라온대서

정말 기뻤다.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연 이후

무려 5년만의 공연.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문제로 다시는 못 볼수도 있겠구나 반쯤 포기했더랬다..

그래서 더 반갑고, 더 기대됐는지도...

태희장인으로 불리는 전미도가 빠졌다는게 치명적이긴 하지만

강필석 인우는 여전하니 다행이다.

강필석이 말했던가.

내가 작품을 선택한게 아니라 작품이 나를 선택했다고.

그 말에 100% 공감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보고 난 솔직한 느낌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축소판을 본 듯한 느낌.

강필석 인우는 여전히 좋았고

김지현 태희도 재연때보다 감정도 연기도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일단 무대부터 허전했다.

실루엣으로 보여지돈 것도 사라졌고

버스정류장도, 교실도, 강의실도, 여관방도 다 휑하다.

거울효과를 낸 바닥은 나쁘지 않았지만

초연, 재연의 감성돋는 여신동의 무대가 보는 내내 많이 아른거렸다.

학생 라인이 너무 많이 약했고,

최호중 대근도 생각보다 약해서 임기홍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혜주와 현빈은 많이 심각한 상태.

과도한 발랄함만 있고 감성이라는건 희미하다.

(최우혁 현빈이라고 뭐 많이 다를 것 같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느닷없다는 느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이 맞긴 한데 보면 볼수록 다른 작품인것 같은  

이 알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니.

너무 오래 기다려 그리움만 더 깊어졌나보다..

만약....

다시 보게된다면 이 낯설음이 달라질까?

모르겠다.

마냥 전미도 태희가 그립고 또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8. 08:37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번지점프를 하다> 세번째 관람.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이라고 작정했다.

계속 보게 되면 정말이지 감당히 안 될 것 같다.

공연이 중반 이후를 넘어가서인지 배우들의 감성이 더 많이 깊어졌다.

특히나 강필석 인우는 이 작품을 하면서 심정적으로 참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스럽다.

잊으려고 했던 태희의 기억이, 아니 태희라는 존재 자체가

인우의 몸 속에서 사태지듯 들어와 점유해버렸으니...

머리는 잊어도 심장이 기억하는 사랑이 있다.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그렇다.

그걸 다시 감지하는 순간,

시간은 정지되버리고 그들은 시간의 바깥에서 숨을 쉬게 된다.

사랑은...

질기고 독한 몽유다.

 

이날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이재균 현빈.

드디어 이재균이 윤소호 현빈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두번째 관람때 나는 이재균 현빈이 흘린 실없고 바보스러운 웃음이 참 싫었었다.

그런데 이날 보면서 알았다.

이재균 현빈이 인우의 웃음을 기억해서 보여준 거였다는 걸...

확실히 두 사람의 웃음은 묘하게 닮아있었다.

학교에서 쫒겨난 인우를 향해 독선을 뱉어내며 울먹이는 현빈을 보면서 나는 또 봐버렸다.

그 대사의 끝을 꽉 붙잡고 있는 태희의 마음을...

그러니까 라이터의 불이 켜지기 전부터 태희가 현빈 속에 깨어나 있었던 거다.

그래서 현빈은 그 장면에서 그렇게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거였고.

그걸 감지했든 감지하지 못했든...  

스물 다섯의 배우에겐 녹녹치 않은 장면이었을텐데 보면서 솔직히 놀랐다.

드디어 만나는 무대 위 하얀 선처럼

이재균의 모든 감각도 현빈과 태희 모두에게 연결됐다.

 

이 작품의 무대와 조명, 음악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다.

여관방 장면에서 간판을 깜박임을 표현한 조명도 너무 애뜻했고

왼편은 태희를 오른편은 인우를 떠올리게 만든 전체적인 무대도 아련했다.

연강홀의 좁은 무대를 복층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을 확대한 것도 현명했고

현과 건반 중심의 음악도 아주 감성적이고 따뜻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기교가 아닌 진심과 감성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작품이다.

연출도, 무대도, 조명도, 음악도, 배우들도...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종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자신의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과

미움을 간직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는 사람.

이 작품이 내게 계속 말을 건다.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그대도 된다면,

인우의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이 물음에 답하련다.

내 선택은 이러하다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2. 07:57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다시 본 <번지점프를 하다>의 무대는 정말 훌륭했다.

여신동 무대감독은 어떻게 이런 무대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프롤로그 왈츠에 맞춰 천천히 돌아가는 무대와 점점 위로 올라가던 상들리에는 마치 시간의 테옆이 아주 조심스럽게 과거의 한때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시간처럼 공간을 완전히 가로지르는 기다란 칠판.

그 칠판 위에 백묵으로 하얀 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인우.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도, 가슴속에 담겨진 오랜 인연의 시작도 이제부터다.

길고 낡은 파이프를 관통한 망치 소리처럼 둔탁하고 끈질기게 귓가를 파고 드는 기억 속의 그날.

단단한 걸음인 척 과거를 지나서 앞으로 걸어가는 인우.

찾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봉인한채 살아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

그 고통을 우리는 과연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인우의 울음을 나는 이해한다.

때론 어른도 아이처럼 울어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성두섭의 인우는,

과거의 모습보다 현재의 모습이 훨씬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배우의 감정이 너무 깊어 오히려 그걸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다.

그게 음정까지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래도 2막에서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깊은 감성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목소리톤도 좋았고...

(그래도 인우는 역시 강필석이다.)

재미있었던 건 성두섭 인우는 전미도 태희보다는 이재균 현빈과의 장면이 더 애뜻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을 부르면서

두 손을 잡고 천천히 뒤돌아서는 장면은 실루엣도 참 예쁘고 여운도 깊었다.

이재균 현빈은 전체적으로 좀 가볍고 실없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인우의 바보스런 웃음을 닮은 현빈의 웃음은,

기억 속 인우의 모습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던 의도였을까?

개인적으로 너무 현빈이 가벼워서 "내 잘못이 아니야?"도 받아들이기가 좀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난 현빈은 윤소호 쪽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귀염성 있는 학생같은 느낌도 들고...

 

시간과 인물, 상황과 대사를 교차시키는 마술같은 연출은 다시 봐도 감탄하게 한다.

라이터가 커지면서 깨어나는 현빈(태희)의 기억.

무대 위에 나란히 서있는 태희와 현빈.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보여주는 교통사고 장면에서

현빈, 태희 - 현빈 - 태희 - 현빈으로 크로스되는 그 순간은

어떤 영화기법으로도, 어떤 CG 기술로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 미안! 내가 너무 늦게 왔지?

- 아니,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 약속했잖아!

이 장면에서의 대사,

가슴이 울컥한다.

길고 긴 파이프에 위로 또 다시 둔탁한 망치가 떨어진다.

이 파동을 당분간 견뎌야 한다...


 

현과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 연주는

감성적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가을에 감성에 젖기 좋은 곡들로 가득하다.

특히 태희의 "혹시 들은 적 있니?는

전미도의 음성으로 듣는 것도 아주 좋고

연주에 조금 더 집중해서 들는 것도 아주 좋다.

피아노로 조용히 시작되다가 하나씩 악기가 추가되고

허밍 부분에서는 묵직한 베이스의 현이 치고 올라온다.

이 한 곡에 고요한 클라이칵스가 다 들어있다.

평온한 떨림.

이 곡의 느낌이 딱 이랬다.

 

<번지점프를 하다>

피해야 하는 작품임에 확실하지만,

아마도 한 번 쯤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가을이니까...

스스로 좀 견뎌내라고 말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0. 09:39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이 작품을 관람할 땐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절대로 깊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누군가의 애뜻함과 절실함은 다른 누군가에겐 무례한 기억이 될 수 있으니까.

인우와 태희의 17년.

왜 하필이면 17년인가!

이 작품은 나를 데자뷰와 싸우게 한다.

그래서 피해야만 한다.

빠지지 않게... 공감하지 않게... 인정하지 않게...

빠지게 되면 나는,

위험해진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한데!

 

작년 초연때보다 무대가 많이 정리됐고 2층까지 아기자기하게 더 정성을 들였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그렇게.

초연때는 파스텔톤의 조명이 은은함과 함께 여백의 미를 느끼게 했다면

이번 여신동이 만든 무대는 추억을 쫒는 "시간여행" 을 체감케한다.

주렁주렁 매달려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던 1막 초반의 우산과 2층에 동동 떠있던 2막 침대 장면이 없어진 건 아주 현명했다.

장면 전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고

2막에서 태희와 현빈이 서로 교차되는 순간의 연출은 정말 압권이다.

이재준의 감각적인 연출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순간!

영화속 대사가 더 많이 들어간 것도 아주 좋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인우의 독백 전에 인우와 태희의 나누는 대화가 초연때는 빠졌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제위치를 찾아서 그것도 좋았다.

(이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이은주의 개구진 목소리까지도 겹쳐서 떠오른다. 참 좋아했던 여배우였는데...) 

대부분 재연공연보다 초연공연이 더 좋았었는데

(그래서 초연으로 올라왔을 때 꼭 챙겨보는 편이다) 

이 작품은 초연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다.

산만했던 부분들도 과감하게 삭제했고

태희와 현빈의 연결고리 표현은 초연때보다 훨신 더 잘 살려냈다.

개인적으로 초연을 보면서는 영화거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훨씬 좋다.

윌 애런슨의 곡도, 박천휴의 가사도 여전히 좋았고

강필석의 섬세한 인우, 전미도의 사랑스런 태희도 참 좋았다.

특히 강필석은 배우로서 이 작품과 정말 사랑에 빠져버렸버렸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이병헌의 인우보다 강필석의 인우가 나는 훨씬 더 좋다. 비교가 불가할만큼...)

강필석, 전미도, 윤소호.

초연배우들의 연기는 아련했고 더 짙고 깊어졌다.

프롤로그 왈츠만으로도

가슴을 이미 울컥하게 만드는

아주 아름답고, 그리고 아주 위험한 작품.

 

커튼콜이 끝나고 마술처럼 나타난 오케스트라.

무대 안쪽 사이드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 객석보다 훨씬 더 높은 왼쪽편에서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오케스트라가 꿈처럼 아주 조용히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러면 안되는데 

이 작품은 나를 자꾸 끌어당긴다.

위험해지기전에 피해야 하는데...

 

인우가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정말일까?

정말 그런걸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