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5. 17. 14:59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이번 시즌 세 번째 <쓰릴미>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첫번째로 본 최재웅, 김무열 페어가 워낙에 강렬해서

정상윤, 에녹 페어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려

세번째도 그러면 어쩌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고

초연 배우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중학생들 같았다던데 나는 Never!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강필석의 비밀스러운 섬세은 지극히 네이슨스러웠고,

이율의 센 척하는 불안감도 리처드스러워  아주 좋았다.

 

이 작품,

참 볼 때마다 보여지는게 다르고, 느껴지는게 다르다.

일반적으론 네이슨에 많이 이입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전적으로 리처드에게 이입이 되더라.

그리고 석방된 네이슨이 어떻게 살았을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리처드의 과거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혼자 열심히 상상한 "쓰릴미" pre version과 post version)

 

"난 너의 동반자, 절대 배신 안 해!"

딱 내 마음.

뭐가 어찌됐든!

쓰릴미는 항상 옳다. 늘 옳다. 무조건 옿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3. 8. 08:36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와.. 이 작품은...

정말 올인을 부르는 작품이다.

2010년 신촌에서 봤을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최재웅, 김무열 두 사람이 또 다시 내 기억 속 레전드 쓰릴미의 순위를 뒤집었다. 

그야말로 초장보다 살을 가르고 피가 튀는 혈전이다.

강약강약이 아니라 끝없는 강강강강의 연속이다.

불꽃 튀는 두 사람의 그와 나를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표가... 없다.

아마도 세상 어디에도 없을듯 싶다.

 

나는 내가 이 작품의 구석구석까지 다 알고 있노라 자부했는데

뜻밖에도 전혀 아니더라.

스무번 이상이나 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보는 작품처럼 봤다.

익숙하지만 또 낯설게

수시로 훅훅 치고 들어와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익숙했던 동선도 달라졌고,

나와 그의 어투와 표정, 행동까지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대사 하나 하나의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나가 내뱉는 말 속에 숨겨져있던 명확한 복선들.

엄청나다.

최재웅도 최재웅이지만

김무열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뮤지컬, 연극 통틀어 내가 지금까지 본 김무열 작품 중에 가장 좋았고

내가 본 쓰릴미 중에서도 최고의 리처드였다.

특히 후반부 나의 배신에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연극이 아닌 실제 상황을 보는 느낌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감정 표출이 그야말로 끝장이더라.

 

최재웅, 김무열.

두 배우 모두 <쓰릴미>라면 이골이 났을텐데

어떻게 이런 표현과 감정전달이 가능한지 놀랍다.

게다가 이번 시즌 처음 합류한 이범재 피아니스트의 조심스러운 연주가

강강강강인 두 배우와 만나면서 극단의 효과까지 느껴졌다.

개인적으론 두루두루 놀라운 경험이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다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이면을 본 느낌.

 

<쓰릴미>는 역시나 진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2. 10. 07:50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강필석 네이슨과 김재범 리처드, 오성민 피아니스트의 <쓰릴미>

꼭 다시 보고 싶었던 조합이었는데 다행이다.

역시나... 너무 좋더라.

드디어 이 세 사람이 내 기억 속 최고의 <쓰릴미> 기록을 갈아엎었다.

무지 쎈 놈들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놈들이 왔다.

이건 뭐 지금까지의 <쓰릴미>를 완전히 뒤흔들어놨다.

분명히 같은 작품이고, 같은 장면이고, 같은 대사인데

템포와 리듬, 대사톤과 리엑션, 분위가와 뉘앙스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했다.

처음 등장부터 눈빛과 행동에 불안함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던 그와 

강함을 전혀 숨기지 않던 나.

계단을 내려 내려오는 모습도 강필석 리처드는 기존의 리처드들과는 다르게 망설임이 전혀 없다.

심지어 첫대사 "앉을까요?"에서는 당당함마저 느껴지더라.

어차피 당신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을테지만 

그래도 알고 싶다면 이야기는 해주겠노라...


김재범, 강필석 두 사람은 관객의 숨소리까지 컨트롤하는 무시무시한 페어다.

그래선지 작은 소리와 조명의 움직임까지도 아주 민감하게 다가오더라.

발걸음 소리, 라이터 소리, 가방 던지는 소리, 물건 부딪치는 소리,

때로는 시선과 만나고, 때로는 시선과 어긋나는 조명은

그러다 가차없이 객석의 향해 파고든다.

마치 내가 이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해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듯한 느낌.

예전에 신촌 The stage에서 이 작품이 공연됐을때 

무대 양 쪽으로 배심원석이 따로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관람했을때보다 오히려 더 심리적으로 밀착된 느낌이었다. 

<쓰릴미>를 지금까지 20회 넘게 봤고

두 사람도 세 번째 관람인데 정말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

보여지는것 말고 더 많은걸 보게 만드는 놀라운 페어다.

말을 할 때 같을 말을 몇 번씩 반복하는 김재범 네이슨에게는

확실히 유아적인 속성이 다분했다.

리처드와 그의 동생은 분명 아버지가 다른 형제일테고

모성애에 대한 갈망과 결여를 pyromania라는 어긋난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어쩌면 네이슨은... 그런 리처드를 구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네이슨에게 성냥을 건네는 리처드의 모습이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의사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없이 반복되는 관계의 전이와 역전이.


"강해져! 나처럼!"

울음과 공포로 가득한 리처드의 대사 뒤로 너무나 차분해서 냉정해보이기까지 하던 리처드의 목소리.

지금 떠올려도 정말 쓰릴하다.

두 사람은 역대 <쓰릴미> 페어 중,

가장 에로틱했고, 가장 유아적이었고, 가장 순수했고, 가장 사이코틱했고, 가장 지적이었다.

그야말로 best of best!

내 최고의 <쓰릴미> 기록은 절대 안깨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이 그 자라를 뒤집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아마도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다.


* 두 사람의 <쓰릴미>를 보고 개인적인 욕심이 생겼다.

  또 다른 2인극에서 이 둘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바람.

  <Story of my life>같은 뮤지컬도 괜찮지만 

  <스테디 레인>처럼 아주 쎈 연극에서 둘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 6. 07:4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드디어 강필석 네이슨과 김재범 리처드의 <Thrill Me>를 봤다.

(신종플루때문에 좀 묵혀놨다가 쓰게 됐지만...)

기대를 하면서도 혹시라도 두 명의 네이슨을 보게 되는건 아닌가 우려했는데 말그대로 딱 기우더라.

두 배우의 노련함과 섬세함의 결정판이더라.

지금까지 내가 알던 <Thrill Me>와 확실히 다른 느낌!

뭐랄까, 더 은밀하고 노골적이었고, 그리고 감정적, 심리적으로도 기존의 캐스팅보다 훨씬 강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페이스와 타이밍 역시도 기존의 방식과 많이 달랐고

소품의 이용과 전체적인 동선 디테일에도 변화를 줬다.

이미 이 작품을 했던 두 배우가 다시 합류하면서 서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 눈에 선하다.

같지만, 다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니라 <Thrill Me>를 다시 새롭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강필석과 김재범이...

강필석 네이슨은 강함을 숨기지 않았고

김재범 리처드는 냐약함을 그냥 그대로 드러냈다.

그 노골적인 반전된 드러냄이 더 큰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Thrill Me>의 리처드와 네이슨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구나...

말그대로 묘한 thrill함이 있더라.

 

김재범 리처드는 "Roadster"에서 모자를 아예 벗어 손에 들어 있더라.

원래 범죄를 저지를 땐 어떻게든 얼굴을 안보이게 하는게 일반적인데 완전히 드러냈다.

그게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아니면 상황파악을 못할정도로 미숙한 소년임을 드러낸건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봤던 리처드와 완전히 설정이라 놀랐다.

손에 들고 있는 모자를 언제 쓸까 궁금했는데

끝날때까지 쓰지 않아서 솔직히 꽤 쇼킹했다.

(지금도 계속 모자를 손에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재범, 강필석 두 사람의 쓰릴미는 확실히 젊은 느낌은 없다.

오히려 범행 후 33년이 지나 그 시점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현재감보다는 리와인드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확실히 두 사람의 밀땅은 묘한 에로티시즘이 있더라.

"Nothing like a fire"도 "Thrill me"도 자극적인 뉘앙스가 강했고

육체적인 접촉이나 전체적인 텐션도 훨씬 노골적이고 집요했다.

더 흥미로웠던건 때때로 무대에서 두 명의 네이슨과, 두 명의 리처드를 볼 수도 있었다는거다.

이게 참 묘하더라.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구분이 모호해지는 관계.

김재범, 강필석 두 배우의 <Thrill Me>를 보면서 나는 네이슨의 고백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더 확신했다.

그리고 그게 이 작품의 최후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정했는가?"

이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네이슨과 리처드 두 사람이 나를 조정했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23. 08:0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난 정말 <쓰릴미>라는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매번 올라올때마다 외면을 못하겠다.

사실 이번 시즌은 강필석, 김재범 회차만 볼 생각이었는데 백형운, 문성일 페어가 궁금해서 급하게 예매를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성일 리처드가...)

남은 좌석이 별로 없어 그냥 오른쪽 블럭 세번째줄 S석을 관람했다.

오른쪽은 네이슨이 많이 머무는 공간이라 덕분에 out of mind였던 백형훈을 아주 꼼꼼하게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백형훈이라는 배우는 출연작도 몇 작품 안되는 신인급 배우다.

내가 본 작품도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유일한데 그 작품에선 별 존재감이 솔직히 없었다.

신인 뮤지컬 배우가 2인극을,

그것도 <쓰릴미>라는 이 엄청난 작품을 과연 제대로 표현해낼 수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또 다시 뒷통수를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백형훈 네이슨.

정말 좋더라.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움직임과 말투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잘못하면 작품과 배역이 대한 부담감이 배우를 주눅들게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백형훈은 그걸 이겨냈다.

네이슨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묘하게 느껴지던 풋풋함이 19세 소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그게 은밀한 강박과 떨림으로 남더라.

문성일 리처드와 음색도 아주 잘 어울렸고

신재영의 피아노 연주와도 이질감 없이 잘 스며들었다.

대사 실수도 오히려 문성일 쪽이 꽤 많았고

조명이 잘못 꺼지는 것 때문에 중간에 대사 타이밍을 놓친 걸 빼면 대사처리와 타이밍도 정확했다.

정말 별 기대없이 본 캐스팅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발견이었다!

특히 "Thrill me"를 부를 때는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정상윤 이후 눈에 확 들어오는 네이슨을 드디어 만났구나 싶더라.

(다른 날은 어떘는지 몰르지만 이날은 문성일보다 백형훈이 훨씬 노련했다)

 

이번 시즌 조명에 대한 말이 많은것 같던

개인적으로 조명 자체는 아주 좋았다.

조명의 느낌으로 배우의 얼굴와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는 방식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인물의 감정과 표정에 훨씬 더 집중하게 만들더라.

네이슨의 이야기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그냥 배경으로 서서히 fade out 되는 느낌이었다.

좌우로 크로스되는 조명효과도 좋았고.

단, 천정에서 조명기 돌아가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커서 몰입에 방해가 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소리만으로는 천정 어딘가에서 트랜스포머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더라.

이 소리는 어떻게든 꼭 해결을 해주면 좋겠다.

 

뭐 그렇더라도,

대사 실수가 있고,

조명은못 꺼지고,

조명기 소리가 아무리 거대해도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다.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작품.

내겐 이 작품이 확실히 'Way too far"인 셈이다.

 

나를 너무 멀리까지 데려간다.

매번 그랬다.

그것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6. 07:40

<Thrill Me>

일시 : 2014.08.08. ~ 2014.10.26.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정동화, 신성민, 정욱진 (나;네이슨)

        에녹, 송원근, 임병근 (그;리처드)

제작 : 뮤지컬 해븐

 

나는 <쓰릴미>란 작품을 정말 너무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매번 작품이 공연될때마다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

이번 시즌도 역시나 지나칠 수 없어 예매를 했다.

정동화 네이슨과 에녹 리차드로.

공개된 캐스팅에서 가장 궁금하고, 가장 기대가 되는 페어가 이들이엇다.

이미지만으로도 두 사람은 역할과 꽤 잘 어울려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시즌 <쓰릴미>는 새로운 2차 캐스팅이 공개되지 않는 한 첫관람이 마지막 관람이 될 것 같다.

지금껏 관람한 <쓰릴미> 중에서 제일 루즈했다.

보는 내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안느껴져 깜짝 놀랐다.

Thrill이 빠진 <Thrill me>라니...

공연장을 나오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무래도 배우와 연출 다 문제이지 싶다.

prologue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좋았다.

(얼굴을 자세히 못봤지만 신재용 피아니스트였던 것 같다.)

'역시 쓰릴미로구나...'라고 흐뭇해한건 딱 거기까지.

네이슨의 등장부터 뭔가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동화 네이슨.

나 정말 정동화 네이슨 너무 많이 기대했었고

이 작품도 정동화 때문에 예매를 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리처드에게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 참 불편하더라.

처음부터 아예 속을 다 들여내놓고 시작한다.

그걸 숨기려고 하니 매 장면마다 조급증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초반 템포도 너무 과하게 빨라져 버리고...

(개인적으론 최재웅, 정상윤 네이슨이 참 많이 그리웠다.)

아무래도 정동화가 아직까지는 감을 못잡은것 같다.

노래도, 연기도, 표정도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에녹 리처드.

다행히 정동화보다는 훨씬 좋았다.

딕션과 노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표정과 눈빛은 많이 약하더라.

리처드에겐 뭔가 좀 강하고 쎈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시종일관 어딘지 불안해보이고 흔들리는 눈빛이다.

네이슨에게 휘둘리겠구나... 생각될만큼.

단단힌 느낌이 없었다.

충분히,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인데도 작품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

확실히 <쓰릴미>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배우가 숨을 곳이 전혀 없다.

무대에서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그래도 에녹의 Roadster만큼은 참 좋더라.) 

 

이날 내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건 피아노 연주였다,

이마저도 아니었다면 충무 블랙에 이어 또 한 번 <쓰릴미>에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디테일도 너무 느슨했고,

A written contract 도 I'm tring to think 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기대를 정말 많이 했던 페어였는데...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미안한 말이지만,

관람하면서 내내 정상윤 네이슨이 그리웠다.

계약서를 쓰던 정상윤 네이슨의 타자기 소리도,

타자용지 줄 바뀌는 소리도 전부 그립더라.

(이 작품에서 정상윤은 "소리"를 정말 잘 이용했었는데...)

내가 정상윤 네이슨에 너무 길들여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없는 <쓰릴미>는 어딘지 느슨하고 덜 매력적이다.

진심으로 정상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네이슨으로든, 리처드로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19. 07:35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두번째 보는 박영수, 임병근 페어의 <쓰릴미>

이번 시즌 별써 여섯번째 쓰릴미 관람이다.

아직 두 번 정도 더 볼 예정이고...

<쓰릴미>는 확실히 내겐 피할 수 없는 금단의 열매다.

7월 24일 두 사람의 첫공을 보고 한 달이 조금 안 됐다.

박영수, 임병근 두 사람 모두 배역에 편안해보인다.

그래선가? 첫공보다 개인적으론 긴장감이 좀 떨어졌다.

임병근의 리차드는 강함의 정도가 약간 낮아진 것 같고

박영수 네이슨은 마치 새색시를 보는 느낌이다.

새침하기도 하고, 질투심에 불타서 토라지고 혼자 삐지는 느낌.

살짝살짝 눈을 흘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건 딱 여자 감성인데 하면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

(이런 거 남자들이 공감하기 참 힘든 부분인데...)

<블랙메리포핀스>에 출연중인 서울예술단 단원 김도빈이 박영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배우를 봐왔지만 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정말 쉬지도 않고 옆 사람이 짜증날 정도로 계속 연습해요. 근데 밉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나는 텍스트의 힘을 믿고, 텍스트를 집요하게 파고 드는 배우를 믿는다.

그리고 배우 박영수는 확실히 그런 부류다.

그 노력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부족함이 아닌 가능성으로 믿고 기다리게 만든다.

좋은 장점이긴 하지만 이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변화없이 똑같은 답습(踏習)의 늪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배우 박영수 배우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으니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 ^^)

 

박영수의 네이슨은,

나쁘지 않았다.

분명 첫공때 부족한 부분들도 많이 채워나갔고 대사 실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초반에 호흡이 너무 빠르다.

피아노 반주를 생각하지도 않고 서로 격하게 대립했다.

처음엔 곽혜근 피아노가 또 못따라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번엔 확실히 박영수 네이슨 호흡이 지나치게 빠른 거였다.

왜 그러지???

<잃어버린 얼굴>이 <쓰릴미>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나?

앞서가는 네이슨을 보면서 나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그 순간은 임병근 리처드도 철저하게 네이슨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건, 본인도 그걸 알아챘는지 빨리 컨트롤을 해줬다

만약 그 시간이 길었다면 맨붕상태 왔을것 같다.

"ㅅ발음"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거지!

(나 이거 해봐서 아는데 쉬운 일 절대 아니다!)

이 녀석...

참 무섭다.

대사할때보다 노래부를 때 더 선명해지고 명확지는 소리도 참 듣기 좋다.

목울대의 떨림을 보고 있으면 저 "소리"를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마지막 표정은 참 좋더라.

드디어 네이슨과 온젙히 함께 있을 수 있게 됐따는 기쁨도 안도감.

평온이 느껴질 정도다.

만약 이 녀석이 다음에 이 작품을 다시 하게 된다면!

확실히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워밍업이라고 생각키로 했다.

 

임병근 리처드.

다 좋은데 그 마이크 위치가 자꾸 신경쓰인다.

머리에 실핀 꽃은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게 하필 예쁘장하게 잘 어울린 건 또 뭔가!

좀 나이가 들면 <라카지>의 주인공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혼자 마구마구 했다.

(내가 <쓰릴미>를 보면서 이렇게 대놓고 옆길로 새다니...)

노래도, 표정도, 감정도, 딕션도 참 좋은 배우라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배우.

다만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연기폭을 더 넓혔으면 하는 맘.

임병근의 리처드를 보면서

신성민과 크로스되면 시너지효과가 엄청나리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상상만 하고 직접 확인까지는 안 하련다.

크로스 페어까지 보기 시작하면 정말 크린을 꿈꾸게 될 것 같아서...

 

곽혜근 피아니스트.

지금껏 들었던 곽혜근의 연주 중에서 가장 좋았다.

드디어... 드디어...그의 연주에서 여유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여유가 자리를 잡아준다면,

정상윤 리처드, 오종혁 네이슨 공연에 곽혜근 피아니스트여도 상관없겠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14. 07:58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 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내가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관람하는 걸 보니...

충무에서의 실망감과 당혹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이번 시즌 <쓰릴미>는

배우들 각자가  이 작품에 가지고 있는 애정도가 잘 드러난다.

그걸 연기적으로 잘 컨트롤한 배우도 있고 아직 완성시키지 못한 배우도 물론 있지만

그 애정이 작품속에, 인물속에 어떤 형식으로든 볼 수 있다는 건 참 흥미로운 끌림이다.

 

신성민, 이동하 페어.

2차팀 두번째 관람의 캐스팅.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는 이 두 페어를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역시나 보기 참 잘했다.

박영수, 임병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특히나 신성민 네이슨의 감정 표현는 시종일관 너무나 좋다.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작품을, 리처드를 주도적으로 리드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개인적으론 이 작품의 텍스트에 가장 근접한 네이슨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이동하 리처드가 밀린다.)

신성민 보여준 네이슨은 

리처드에 "복종"하면서 철저하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리처드를 완벽하게 "controlerl"한다. 

게다가 리처드를 향하는 신성민는 눈빛을 보고있으면 장면마다 네이슨의 감정에 나조차 그대로 동화된다.

"아! 네이슨은 리처드를 진심으로 사랑했던거구나!"

나도 모르게 그 사랑에 긍정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후반부 네이슨의 대사 "기다렸어!" 가 아주 구체적으로 섬뜩하게 느껴진다.

박영수 네이슨이 "날 좀 사랑해달란말이야~~~"라며 간절하면서 집요하게 떼를 쓰는 느낌이라면

신성민 네이슨은 "내가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데...." 그런 느낌이다.

신성민의 해석과 표현이라면

네이슨이 리처드와 함께 있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결말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신성민 내이슨은,

정말이지 아주 충실한 공범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배신따윈 절대 하지 않을!

 

이동하 리처드. 

아마도 특유의 비음때문이겠지만 여성스런 뉘앙스가 강하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강해 보이려고 전체적으로 힘을 너무 많이 준다.

심지어 눈빛에도 너무 힘을 줘서 바라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금방이라도 레이저 광선이 나올 기세라...)

강박이 느껴지는 리차드라 오히려 신성민 네이슨이 훨씬 더 여유롭게 느껴진다.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과장되게 "쎈 척"하는 느낌이랄까?

결단코 "조종" 따윈 꿈도 못 꿀 그런 인물처럼 보인다.

사실은 이게 맞긴 한데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보여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인지 후반부에 감옥에서 두려움에 떨며 부르는 솔로곡 느낌도 충분히 살지 못했다.

리처드가 느닷없는 산사태처럼 우루루 무너져야 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졌던 감정들을 그냥 그대로 보여지는 느낌이었다.

협박편지 장면에서는 타자기 소리가 너무 경박하다.

물론 내면은 아닐테지만 리처드는 뭐가 됐든 보여지는 건 끝까지 느긋하고 여유로워야 맞는 것 같다.

이동하는 리처드의 내면을 너무 많이,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구체적으로 보여줘버렸다.

그래도 "Roadster"와 "I Try to think"는 아주 좋았고  

두 사람의 연기의 합도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스 피아니스트 신재영.

정말 멋졌다.

무대를 열심히 염탐(?)하면서도 연주 자체는 아주 집중력있고 충실하다.

연주 중에는 괜찮겠지만 아마도 공연 후에 탈진상태가 되진 않을까?

신재영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확신한다.

오늘 공연 나쁘지는 않겠구나...라고.

작품 전체를 보려는 그의 공손한 시각과

음악적으로 적절하게 개입하려는 그의 집념의 조화는 항상 아름답고 집요하다.

물론 신재용의 연주 자체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완벽"만이 아름다움이 아님을 그가 느끼게 해준다.

이날 관람도 신재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좋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을거다.

그의 연주라서 참 디헹이다.

어쩌나!

신재영 때문에 개인적인 바람까지 생겨버렸다.

앞으로 예정된 <쓰릴미> 관람 전부가 다 그의 연주이길 바라는 마음.

막연한 이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17. 09:5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지난 6월 1일 관람 후 피아니스트까지 포함해서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다.

(곽혜근의 피아노 연주도 궁금했었는데 다행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재균의 리차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대신 전성우가 도대체 네이슨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궁금했다.

사실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쓰릴미>라는 엄청난 작품을 과연 이 두 배우가 잘 표현할까 싶어서...

이 불안감은 비단 두 배우가 여려서만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배우로서 보여준 이력이

무시무시하게 섬세하고 치밀한 이 작품을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 나의 뒷통수를 쇠막대기로 세차게 내려친다면!

정말이지 나는 기꺼이 뻗어 줄 용이가 있었다.

(염산까지는 감당 못하겠고...)

 

1924년이라는 배경을 굳이 살리고 싶었을까?

두 사람의 외형은 몹시도 촌스러웠다.

(특히 그 머리 모양... 이건 답이 없다)

이해가 안 됐다.

정상윤, 송원근 페어가 아주 잰틀하고 세련된 모습이어서 더 의아했다.

어쨌든 지금 진술을 하는 시점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34년이나 지났고

과거든, 현재든 시간의 개념은 이미 그들에겐 의미가 없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우는

일부러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려는 듯 애써 나이든 목소리를 낸다.

마치 아이가 어른의 옷을 몰래 입고 외출한 듯한 어색함.

고운 미성의 미소년9?) 전성우가 감당하기엔 영 어정쩡한 설정이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 일부러 센 척하는 이제균의 리처드 역시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였을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어른의 눈치를 보는 주눅든 아이같다.

은밀하고 위험한 계약이 아닌 철없는 아이들의 한때 장난질에 질타를 받는 아이.

그럴거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소년의 이미지로 극을 이끌어갔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심지어 피아니스트의 연주까지도 눈치보는듯 너무나 조심스럽다.

 근데 솔직히... 피아노... 좀 심각하시다... 어쩌나...) 

 

둘은 또한 소리의 효과도 이번 시즌의 의도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조명까지도 어정쩡해져버렸다.

(빛과 소리의 애매함)

때때로 표정과 감정은 불필요할 정도로 과장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두 사람은 <쓰릴미>라는 작품이 갖는 극도의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이재균에게 이 작품은 아무래도 성급한 결정이었다.

특히 리처드의 독백 장면은 너무나 대책없이 무너져버렸다.

그건 인물의 중심을 잡아내지 못한 배우가 보이는 빈틈이었다.

유괴장면도 너무 과도하게 조심스러웠고 두려움에 차있었다.

리처드는 그래서는 안 되는건데...

리처드는 관객마저도 깡끄리 속여야 했다.

그래야 레이의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일 수 있을테니까.

레이와 리처드는 서로의 해석본이자 올가미이며 반전이다.

차라리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서 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극의 인물과 연기하는 배우가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걸 목격해야 한다는 건,

글쎄... 좋은 기억은 아니다.

특이 <쓰릴미>에서는 더더욱.

두 사람은 레이의 넘버 그대로 정말 너무 많이 가버렸다.

way to far!

이 두 배우가 조금 더 경력을 쌓은 후에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를 보여주지 않을까?

(그래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내가 본 <쓰릴미>중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페어는

역시나 김우형과 정상윤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의 기억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페어가 언젠가 나타나기를...

조만간 새로운 캐스팅이 공개될 것 같은데.

그들이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아주 은밀하고 Thirll하게 그들을 기다려보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9. 05:37
벌써 한 달도 더 전에 본 뮤지컬이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간단한 멘트도 달 여유가 없었다.
겨우 이제서야 뭔가를 끄적여본다.
<쓰릴미>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개인적으로 격하게 아끼는 뮤지컬 작품 중 하나다.
그래서 2007년 초연됐을 때를 빼고는 매 시즌 놓치지 않고 챙겨봤었다.
(초연을 보지 못한 걸 늘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번 시즌 <쓰릴미>는...
참 여러가지로 사람 심난하고 힘들게 했다.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배신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장현성, 김재범 페어로 한 번 봤는데 다시 보기가 어쩐지 두렵다.



새로운 쓰릴미...
인간의 욕망에 촛점을 맞췄다는 노승희 연출가의 말은 실제 작품을 보면서도 안타깝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쓰릴미는.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던 그 뜨거운 응집력과 서늘한만큼 차가운 치밀함,
그리고 넋을 잃게 만들었던 두 배우의 엄청난 집중력.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내가 <쓰릴미>를 보면서 눈을 질근 감게 되리라고는.
무대 위를 배우보다 더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경박한 의자와 책상의 흉물스러움,
난데없이 출몰해서 감정을 톡톡 끊어놓던 칼라들의 난도질.
유치하기까지한 어설픈 배경과 음향,
그리고 암전됐을 때 조심성 없이 너무도 당당하게 움직이던 배우의 발소리.
천박한 부비부비에 가까운 스킨쉽,
그저 어떻게든 치기에만 급급했던 피아노 연주의 잦은 실수까지...
(이걸 연주라고 말해도 될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90분 동안 일방적인 모욕을 당한 느낌이다.
배우들도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눈을 부라리는 것으로 감정 표현이 전부 되는 건 아닐텐데...
턱없는 대사들과 노래들.
알 수없는 장면들과 감정 표현들.
쓰릴미를 어쩌자고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붉은색 앤틱 의자를 보면서도 당황스러웠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그 황후스런 의자가 오히려 무지 감사해 죽을 지경이다.
최소한의 소품과 최소한의 조명, 최소한의 동선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을
그악스럽게 시장판에 던져놓은 느낌이다.
<그>의 목에 묶여있는 색동(?) 보타이를 보면서도 깜짝 놀랐는데
나와 그가 뒤집어쓰고 나온 정체불명의 죄수복은 또 얼마나 경악스럽던지...
몹시 무례하고 난폭한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된 쓰릴미.




문득 서늘해진다.
내가 몹시도 아끼는 <쓰릴미>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 같아서...
혹시 노승희 연출의 의도가 바로 이런 thrill이었나???
우리는 쓰릴미가 새롭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았다.
쓰릴미를 사랑하고 아끼는 관객들의 마음이 어떤 거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아마 이정도까지 무례하고 불쾌한 작품은 나오지 못했으리라.
열심히 하는 배우들에겐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솔직히 예전같은 아우라와 감동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배우들이 쓰릴미를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 관객들도 쓰릴미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격하게 아낀다.
그래서 배신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김재범, 장현덕 페어였음에도 객석에 빈자리가 많은 걸 보면서 혼자 막막했다.
다른 페어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못견디게 속이 많이 상한다.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이 마음을 과연 알아줄까?
정상윤의 섬세한 나를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서는 그 소망을 고이 접어둬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얼마전엔(1월 3일) 대단한 노승희 연출님께서 
자신의 트위터에 쓰릴미 재관람 관객을 "크레이지"라는 위대한 단어로 매도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자신은 한 번 보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지, 기존의 열광적인 팬들 구미에 맞는 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이제 자신의 컨셉에 따라 관객들이 따라오기 시작했다며
누가 누구를 조정하고 있는지 알겠느냐고...
<쓰릴미>가 지극히 매니아적인 작품이라는 걸 과연 노승희 연출은 몰랐을까?
엔딩을 일부러 뭉클하게 처리했다는데
나는 너무 끔찍해서 정말이지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지금 인터파크의 쓰릴미 페이지에는 대단한 노승희 연출가 덕에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발적(?)이고 열광적(?)인 비난의 글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는 환불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작품의 무례한 질(質)과 별개로 참 Thrill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월부터 투입될 정상윤은 이 뜻밖의 상황이 엄청 Thrill 하겠다.
(속으로 왜 하필 왜 지금!!! 그러지 않을까?)
뮤지컬헤븐 역시도 말 할 수 없을 만큼 이 상황이 Thirll 할테고...
이게 당췌 너무 지나치게 Thrill해서...
(옳지 않아! 옳지 않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