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7. 25. 08:33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8.06.20.~ 2018.08.26.

장소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대본, 연출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출연 : 류정한, 전동석, 민우혁 (빅터&자크) / 박은태, 한지상, 카이, 박민성 (앙리&괴물)

        서지영, 박혜나 (엘렌&에바) / 안시하, 이지혜 (줄리아&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페르난도), 김대종, 이정수 (룽게&이고르) 외

제작 : (주)뉴컨텐츠컴퍼니

 

초연의 류빅터와 초연의 은앙리의 재회.

기대 이상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기대까지도 거뜬히 뛰어넘었다.

레전드니, 장인이니 하는 표현, 다 부질없고 부족하다.

대사 하나 하나가.

징면 하나 하나가,

넘버 한 소절 한 소절이 다 크라이막스였다.

본인의 우려와는 다르게

다시 돌아온 류빅터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짱짱했고

류정한 특유의 클래식하고 귀족적인 느낌 역시도 아름다웠다.

이 사람은 어쩌자고 매번 스스로의 절정을 가차없이 뛰어는지...

무대를 볼 때마다 사람 참 주눅들게 만든다.

게다가 박은태의 부드러움은

세상 그 어떤 무기보다 날카롭고 강하다.

둘의 조함은,

너무 심하게 비현실적이다.

심지어 강강강강 강강강강의 흐름조차도 잊게 만든다.

 

할 말이 없다.

아니,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기로!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완벽 그 이상의 표현이였고, 연기였고, 성량이였고, 케미였다.

뭐가 더 필요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7. 9. 15:24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8.06.20.~ 2018.08.26.

장소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대본, 연출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출연 : 류정한, 전동석, 민우혁 (빅터&자크) / 박은태, 한지상, 카이, 박민성 (앙리&괴물)

        서지영, 박혜나 (엘렌&에바) / 안시하, 이지혜 (줄리아&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페르난도), 김대종, 이정수 (룽게&이고르) 외

제작 : (주)뉴컨텐츠컴퍼니

 

 

한참 어린 카이와도 합도 좋았고

두 사람의 단정하고 짱짱한 성량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더라.

카이 앙리는 모범생 느낌이었고

괴물일때는 엄마를 잃은 강아지 같았다.

누가 나를 버렸을까가 아닌 나는 도대체 왜 버려졌을까...의 느낌이다.

자신에 대한 자학과 고뇌가 느껴져 지금까지의 괴물 중 가장 연민이 느껴졌다.

두 팔로 꽉 보듬어붜야 할 것 같은 간절함.

종잇장같은 몸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외형적으로 너무 가녀리고 연약해보여선지

격투씬이 참 밍밍했다.

아무리봐도 빅터가 말한 살인병기가 되기에는...

살짝만 쳐도 저만큼 나자빠질것 같은 몸이라...

저 가느다란 몸에서 저런 성량이 나온다는게 놀라웠다.

그건 확실히 괴물스럽더라.

 

독일여자 운운한 대사가 없어진건 바람직했고

대신 넘버 가사가 장황해진건 아쉽다.

1막 후반부 빅터의 넘버 "나는 왜"의 마지막 가사 "내가 살인자!"가 바뀐건 결정적이다.

임펙트가 확~~~ 줄어버려서...

2막 후반부의 변화도 역시 아쉽고,

워낙 "강강강강"한 작품이지만 더 "강강강강"해진것 같아

여유와 여백이 없어진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마냥 좋다.

프랑켄슈타인이 돌아와서!

류빅터가 돌아와줘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22. 08:26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5.11.26.~ 2016.02.28.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박건형, 전동석 (빅터& 자크) / 박은태, 한지상, 최우혁 (앙리 & 괴물)

        서지영, 이혜경 (엘렌 & 에바) / 안시하, 이지수 (줄리아 & 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 & 페르난도), 홍경수 (룽게 & 이고르) 외

제작 : 충무아트홀

 

12월 3일 전동석, 한지상으롳 첫번째 관람을 하고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의 솔직한 느낌은 내가 아는 <프랑켄슈타인>은 아니었다... 였다.

그래서 50% 쿠폰으로 예매한 좋은 자리를 망설임없이 놔버렸다.

자첫을 자막이 될 뻔 했는데 박은태 괴물을 그래도 한 번은 봐야할 것 같아 최대한 초연캐스팅으로 맞췄다.

참 면목없는 말이지만

12월 3일의 관람은 7할 정도 가수면 상태였다.

<프랑켄슈타인>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집중을 못하고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일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솔직히 걱정이 아주 많이 됐다.

또 그럴까봐.

그래서 너무나 사랑하는 이 작품과 영원히 결별하게 될까봐.

 

그랬더랬는데...

박은태와 박건형이 그야말로 판을 뒤집었다.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확 열리더라.

그래, 이래야 프랑켄슈타인이지!

그리고 박은태는 진심으로 아름다운 배우다.

앙리일때도 괴물일 때도 슬픔과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살아있는 여백과 침묵의 순간들.

그 짧은 시간들이 빠른 속도로 공간을 물들인다.

저절로 숨을 죽이게 만드는 힘, 그걸 박은태는 확실히 가지고 있다.

연기와 표정도 섬세해졌고 때때로 박건형 빅터의 감정까지 끌어내서 놀랐다.

아... 배우 박은태가 여기까지 왔구나...

그가 보여준 괴물에게선... 심지어 신성(神性)이 느껴져서

빅터를 향한 심판이 아주 정당하고 당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우려했던 배우 박건형은,

정말 작정하고 이 작품에 달려들었다는게 매 장면마다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박건형의 연기 스타일도 노래도 좋아하지 않아서 관람때마다 기피하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오랜 선입견까지 완전히 깨졌다.

일단 연기가 너무 좋았다.

노래도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 능력에 맞춰 불러서 오버하지 않았고

고음도 생각보다 훨씬 성실했고 저음은 놀라웠다.

(박건형이 저런 저음을 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게다가 두 사람의 연기 합은 이 보다 좋을 순 없다.

초연 배우 서지영도, 안시하까지 합세해서 정말 오랫만에 넋을 놓고 관람했다.

 

박은태 괴물을 보는 걸로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은 미련없이 보내려고 햇는데

이 조합 그대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두 배우의 보면서 생각했다.

확실은 과장은 집중을 이기지 못한다고...

 

판은 뒤집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9. 08:36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5.11.26.~ 2016.02.28.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박건형, 전동석 (빅터& 자크) / 박은태, 한지상, 최우혁 (앙리 & 괴물)

        서지영, 이혜경 (엘렌 & 에바) / 안시하, 이지수 (줄리아 & 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 & 페르난도), 홍경수 (룽게 & 이고르) 외

제작 : 충무아트홀

 

2014년 이 작품이 초연으로 올라왔을때 그야말로 엄청났었다.

정말 어디서 이런 괴물같은 작품이 나왔을까 싶었고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이 이 정도의 수준까지 왔다는데 엄청난 자부심까지 느껴졌었다.

외국 유수의 라이선스 뮤지컬과 비교해도

넘버와 스토리 구성, 장면 연출과 무대, 조명과 의상까지도 부족할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배우들은 단체로 내림굿이라도 받았는지 엄청난 내공을 쏟아내고 또 쏟아냈었다.

이런 창작뮤지컬이 다시 또 나올 수 있을까 의심하는 한편

외국으로 라이선스 수출을 한대도 이 작품은 크게 성공하겠구나 확신까지 들었다.

한마디로 "괴물"같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재연이 올라오길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던지...

 

그랬던 프랑켄슈타인이

드디어, 드디어 돌아와줬다.

류정한 빅터가 없다는게 아주 많이 치명적이지만 어쨌든 돌아왔고

나는 첫관람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초연의 그 장중함과 비장함, 처절함이 단 한 번도 느껴지지 않았다.

초연때는 스토리를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스토리를 장황하게 일일히 설명하고 부연한다.

스토리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 수정을 했다는데

나는 그 친절함이 오히려 수다스럽게만 느껴졌다.

2막의 시작도 낯설고

넘버들이 여기저기 싹뚝싹뚝 잘려 이곳 저곳에 삽입되는것도 당혹스러웠고다.

초연 배우인 한지상과 이희정을 제외하고는 1인 2역에 대한 차별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씩 바뀐 장면들과 넘버들 역시 낯설고 또 낯설다.

전동석 빅터는 류정한의 오마쥬를 실현하는것 같았고

그마저도 이 작품, 저 작품 짜집기 형식이라 중심이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전동석의 연기력과 넘버소롸력에 한계가 있더라.

하이톤의 자크는 볼성사나웠고

특히나 이혜경 에바의 하이톤과 섞이니 귀가 견디기 힘들었다.

(이혜경도 두 역할 다 안 어울리고...)

새롭게 캐스팅된 배우들이 생각보다 영 아니어서

초연의 배우 한지상이 탁월하게 돋보이긴 하더라.

(하지만 그의 변태스럽고 재외국인스러운 발음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초연때처럼 여러 번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걱정 하나는 확실히 덜었다.

그래도 박은태 앙리는 봐야 하니까

12우러 18일 관람으로 이 작품과는 작별을 해야겠다. 

 

아무래도 창작뮤지컬은

초연이 진리고 정답인 모양이다.

아..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20. 07:56

3월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사실 이렇게까지 엄청난 작품이 나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마 한동안은 이 작품만한 창작품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감히 단정한다.

지금 당장 외국에 라이선스 수출을 한다고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대단한 작품.

그렇게 된다면,

과연 우리 배우들만큼 그들이 해줄 수 있을지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

89회 공연을 모두 마친 이 작품의 여력과 여운은

단언컨데 꽤 오래동안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도 남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작품을 만들기도 힘들고,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연기를 하기도 힘들고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깊게 빠지고 몰입하기도 힘들다.

그야말로 "광기가 번뜩이는 엄청난 놈"을 만났다.

"괴물" 그 이상이었고 "괴물"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작품이라

일곱번을 관람하면서도 내내 섬득하고 무서웠다.

 

그랬는데...

이제 다 끝났다.

개인적으론 삼일간의 막공을 보진 못했지만 담아두고 싶어서 모아본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 이 영상을 보기위해 이 페이지를 들락거리게 될 것 같다.

마지막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했다.

그들 모두 기억하게 되겠지.

한때 우리 모두가 뭔가에 이렇게 완벽하게 미쳐있었다는걸.

보는 것만으로도 미쳐야 했던 나는

그들이 또 미치도록 부럽다. 

 

<프랑켄슈타인>

이 작품은 이제 하나의 "기록"이 영원히 남겠다.

(심지어 총막공의 유준상빅터와 한지상 앙리는

 커튼콜을 무려 40분 넘게 하는 믿기지 않는 기록까지 세웠다.)

함께 하는 동안 많이 기뻤고, 아팠고, 슬펐고 힘겨웠다.

내 모든 감각이 작품 하나때문에 이렇게 처절하게 아파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 첫경험까지도 이제는 마냥 아쉽고 아깝다.

정말...

엄청난 놈을 만났기에....

 

 

 

                                                    류정한, 한지상 막공

                                                     이건명, 박은태 막공

                                                  유준상, 한지상 막공 1

                                유준상 한지상 막공 2

                                                   유준상 한지상 막공 3

                                유준상 한지상 막공 4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3. 06:52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Thank you, Gracias, Merci, Danke, Спасибо

 

자크의 대사는 이 작품에 대한 헌사다.

원래 올해 계획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세번 이상은 보지 말자였는데

내 야심찬(?) 다짐을 한큐에 말아먹게 만든 문제작 <프랑켄슈타인>

아직 한 번의 관람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나간다는게 마냥 아쉽다.

앞으로 좋은 착장뮤지컬은 많이 나오겠지만

이 작품만큼 내 코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작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물론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뒀기에 재공연이 되겠지만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올거란 보장은 없다.

(개인적으로 초연 이상의 재연 작품이 별로 없더라...)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두 배우는 이 작품으로 정점을 찍었고

잔인하게도 매 공연때마다 본인들이 찍은 정점을 무서운 속도로 갈아치운다.

두 배우의 연기와 표현을 보고있으면 이젠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놀라운건,

관람할때마다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의 관계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 이 작품을 속속들이 알기란 나를 아는것 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이번에 관람하면서 알았다.

괴물이... 

빅터의 실험일지에 쓰여있는 모든 내용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단지 자크가 읽어준 마지막 구절만 아는게 아니었다.

괴물은 그 속에서 빅터의 꿈을 봤다.

"난 괴물"이라는 넘버 속 고백이 그 증거다.

자신이 그 꿈 속에서 살 수는 없었던거냐고 절규하는 괴물.

괴물은 빅터를 이해했고 사실 용서까지 했다.

그래서 "복수"가 아닌 "구원"을 선택할 수 있었으리라.

빅터에게 총구를 넘겨준 괴물의 마지막 모습은...

괴물이 아니라 확실히 앙리였다.

반면에 빅터는 아직까지 몰랐을거다.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이 앙리였다는 걸.

그러나 결국은 빅터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그의 곁에 앙리가 있었다는 걸.

그것도 늘, 언제나 항상,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서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견디고 버텨야만 하는 이 둘의 관계가

나는 너무 가엾고 너무 간절해서

아프고 또 아프다.

 

툴툴 털어버리기엔

너무 많이,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헤어나오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에 이런 관계 또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7. 05:5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한지상 캐스팅을 다시 챙겨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공연 초반에 봤을 때 느낌이 너무 과하고 한지상 특유의 허세 비슷한게 느껴져서 자연적으로 박은태 캐스팅으로만 눈이 갔었다.

개인적으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안으로 품어서 내적으로 소진하는 걸 좋아하는 탓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박은태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요즘 한지상의 작품을 보면 자꾸 입대 전 모습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리스랑 알타보이즈, 그리고 스위니토드의 토비랑, 돈주앙, 어쌔씬까지...

꼽아보니 정말 거의 다 본 듯...

한지상은 알타보이즈때부터 눈에 들어와서 쭉~~~ 챙겨 봤던 녀석이다.

제대 후 <넥스트 투 노멀> 초연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요즘 작품들에선 허세와 과장된 표현들이 자주 목격된다.

(비슷한 캐릭터만 계속 했던 탓도 있겠지만...)

다행히 연극 <레드>에서 어느 정도 복구가 됐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이

한지상에게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되주길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솔직히 류빅터를 다시 본다는 생각으로 충무를 찾은거라 한지상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한지상이 달라졌다.

박은태의 일본공연때문에 계속 무대에 올라 힘을 빠져서인지는 모르지만

초반보다는 전반적으로 절제하는 모습이다.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치쳐있는게 눈에 여실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캐릭터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강하기만 하다는 거... 그거 참 힘든 일이다.)

처음으로, 그리고 드디어 한지상 괴물에게 연민의 감정이 다가가더라.

그런데 2막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부르는 목소리는...

미안하지만 여전히 변태(?)스럽다.

천천히~~~ 라는 대사도.

그래도 첫번째 관람보다 이물감이 덜하긴 했다..

 

류정한 빅터.

이 인간 정말 "괴물"이다.

빅터의 넘버는 한 곡 한곡이 다 한 편의 작품이라도 해도 무방할만큼 기승전결과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그야말로 끝없는 탈진을 부르는 지옥의 넘버들. 

그런데 그런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내내 짱짱하게 무대에 서있더라.

분명히 소진되는모습이 눈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스스로를 다시 꽉꽉 채우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솔직히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자.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때만해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건"빅터"가 아니라 확실히"앙리와 괴물"이었다. 

그래서 류정한이 너무 묻히는구나 생각했는데 완전히 역전됐다.

빅터라는 인물,

결코 쉽게 도전하면 안 될 것 같다.

하고 싶다는 바램으로 만들어질 캐릭터가 절대 아니다.

분노와 복수를 밖으로 드러내며 포효하는 괴물은 빅터에 비하면 차라리 평안하다.

무시무시한 캐릭터고 무시무시한 배우다.

섬득한 귀기(鬼氣)

<프랑켄슈타인>의 빅터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의 아우라가 딱 그랬다.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조금이라도 수월(?)한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는데

오늘 캐스팅 발표된 OD의 <드라큘라>에 또 다시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도대체 어쩌려고...

기대와 반가움보다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마치 무대에 한이 맺힌 사람같다.

이 독하고 독한 한풀이는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이번에는 일부러 3층에서 관람했는데

무대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을 읽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확실히 1층에서 올려다보는 무대와 3층에서 내려다보는 무대는

그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르구나...

1막 후반부 "너의 꿈속에서"는

앙리와 빅터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 서로 다른 이유의 공포가 떠다니는게 보여 신기했다.

"단 하나의 미래"도 무대를 크게 보니 훨씬 더 그로테스크하고 웅장하더라.

확실히 잘 만든 장면이다.

넘버도, 무대 활용도, 배우들의 동선도, 조명도 그리도 댄서들의 움직임까지도 모두.

보면서 묘한 전율이 일더라.

(아무래도 이 전율때문에 3층에서 또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참 대단한게

무대도, 배우도, 전체적인 느낌도 쉼없이 계속 진화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까지 합세해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그야말로 창조된 생명체의 진화, 그 끝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되기만 하니...

외면하려는 노력을 번번히 꺾어버리는

아주 매정하고 비정한 작품이다.

 

정말 옳지 않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1. 12:4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정말 많이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드디어 이 두 사람의 조합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이 작품에 매혹당해버렸다는 건 애초부터 깨끗하게 인정해버렀지만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느끼게 했다.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남루하고 구차하게 느껴질만큼... 

완벽한 그로기(groggy) 상태.

가차없이 쏟아지는 무차별 폭격앞에 지금 폐허가 되버렸다.

과연 나는 복구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몰고갈 수 있을까?

참 잔인하게 아름답고 처절하게 아프다.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하나뿐.

광기(狂氣)

도대체 주말 첫공연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아버리면 남은 3회 공연은 어찌 하려고...

No day but today!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이 딱 그랬다.

젠장, 너덜거리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게 만드는 작품이로구나.

 

빅터 류정한.

미친 연기고, 미친 노래고, 미친 표현이다.

특히 "나는 왜"에서는 정의와 욕망의 충돌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얼굴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당장 줌인으로 클로즈업시켜 보고 싶을 정도로...

이 매력적인 기괴함을 대체 어찌할까!

"위대한 생명창조..."는 이 곡만으로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라 명명해도 무방할 정도다.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이해라는 게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다 쏟아내고 어떻게 다음 장면 연기가 가능할까!

무대에 서있는 것 자체도 거의 기적처럼 보이던데...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창조주라 부를 수밖에는 없겠더라.

 

그리고 빅터일 때 살짝살짝 드러나던 자크의 모습과

반대로 자크일 때 살짝씩 드러나던 빅터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을까?

술집에서 빅터가 앙리에게 살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고백할 때는 자크의 잔인함이,

자크가 괴물에게 실험일지를 읽어줄 때는 확실히 빅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부분은 유준상, 이건명과 확실히 차이가 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또 다시 레벨을 벗어나려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또 다시 깨끗하게 인정하자!)

게다가 박은태와의 발란스는 <엘리자벳>때 이미 알아챘지만 이 작품에서 레전드를 찍는다.

"단 하나의 미래'와 "한 잔의 술"은 두 사람의 음색이 너무나 잘 맞아서 정말 황홀하더라.

 

박은태 앙리.

아마도 나는 그의 "너의 꿈 속에서"를  최고의 연가(戀歌)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

지금 나는 동성애를 운운하려는게 결코 아니다.

앙리가 빅터에게 보여준 사랑은 인간의 한계와 범위를 벗어나는 사랑이다.

가히 신성(神性)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사랑.

빅터는 "생명창조"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고

앙리는 "신성의 사랑"으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신의 심판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그리고 시종일관 표정없는 얼굴과 속삭이듯 읊조리던 박은태 괴물.

속에 괴물의 모든 히스토리가 다 담겨있는 것 같아 나는 참 슬프고 아프고 저렸다.

울부짖음도, 서러움도, 원망도, 분노도, 희망도,

다 담겨 있더라.

그러다 빅터의 입에서 "앙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돌변하는 표정과 격양되는 목소리.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상처"다.

한지상 괴물은 존재를 부정당한 자의 상처가

박은태 괴물은 관계가 거부된 자의 상처가 보인다.

그런 생각도 들더라.

한지상 괴물이 바랐던 건 복수 혹은 심판이었지만

박은태 괴물이 바랐던 건 구원이었다고...

그래서 한지상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일종의 "살생부"처럼 느껴졌고

박은태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기도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박은태 괴물의 마지막 대사가 나는 오히려 평온하게 들렸다.

"혼자가 된다는 슬픔, 그게 나의 복수야."

그 말을 끝으로 괴물은 "쉼"의 상태로 침잠한다.

그토록 바랐던 구원의 세계로...

(총구를 빅터에게 넘겨준 행위엔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창조주여! 당신이 나를 창조했듯 이제 나를 구원하소서!)

혼자 남은 빅터는.

이제 스스로를 구원해야만 한다.

그게 삶이든, 죽음이든.

 

이 작품은 참 많이 불친절하다.

심지어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수시로 등을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친절한 "외면"이 품고 있는 간곡한 진실을...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봐야만 하는 것.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사이에서 나는 그걸 내내 생각했다.

 

문득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 작품은 과연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25. 08:2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신재희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두번째 관람.

그래도 첫 관람보다 냉정해지긴 했지만,

이 작품... 여전히 잘 만들었다!

물론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라이센스 작품들에 대한 잔상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골적인 카피의 수준은 아니라 그다지 거부감은 없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두 도시 이야기>, <프로듀서스> <잭 더 리퍼>, <드라큘라>기타 등등 기타 등등...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도 꽤 많긴 하네...)

뿐만 아니라 인트로에 나오는 천지창조나 비너스의 탄생, 인체비례도 때문인지 대가들 작품들도 다수 떠오른다.

도입 부분의 전쟁장면은 윌리엄 세들러의 "워털루 전투"와 드라쿠루아의 "전쟁의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물론 등장인물의 수는 턱도 없지만 아무래도 "혁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앙리를 되살려내는 빅터의 모습과 빅터를 보듬어 앉는 엘렌의 모습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까뜨린느의 "산다는 건"은 길게 떨어지는 조명 때문인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가 떠오른다.

그냥... 뭐.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전체적인 스크린 영상과 무대, 조명에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나 점점 붉게 변하는 눈을 인트로 영상으로 보여준 건 대단히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했다.

 

이 작품은 어떤 캐스팅으로 보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테지만

배우에 따라서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롭고 신비롭다.

이건명 빅터는 군인같은 느낌에 원리원칙주의자 같았는데

류정한 빅터는 내면의 욕망과 바람이 순간순간 악의 형태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아니었겠지만 빅터가 앙리의 목을 진짜 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시티컬할 정도로 날카로운 고음은 과학자의 예민함이 느껴졌고

음산하고 기괴한 저음은 숨겨진 욕망을 보여줬다.

창조주에 도전하는 인간.

이보다 더한 불경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괴물의 고유명사로 인식하게 된 건

어쩌면 그 불경한 욕망에 대한 삼엄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창조라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반드시 무언가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파괴의 뒤엔 그 흔적을 복구하기 위한 또 다른 파괴가 기다린다.

거듭되는 창조의 행위가 이젠 연쇄적인 파괴로 이어지고

그 파괴는 어느새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서서히 깨어난다.

바야흐로 "괴물"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지금껏 그가 해왔던 모든 캐릭터를 총동원해서 아낌없이 보여준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초연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알게 만드는 작품이고 역할이고 표현이었다.

줄리아와의 듀엣 "그대 없이는"는 정말 오랫만에 들은 최상의 달달함이고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아마도 세 명의 빅터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유준상 빅터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자크! 

이건명은 자크를 어리숙하고 조금은 우수꽝스럽게 표현했는데

류정한은 상당히 게이스럽게 표현했다.

재미있는 건 그게 와일드한 에바와 대비되면서 결국은 또 다른 공통점을 끌어내더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거세된 자크와 에바의 잔인함은

야수의 그것보다 훨씬 맹렬하고 가차없었다.

"몬스터"의 괴물성을 부추기는 진짜 리얼 "몬스터".

류정한 자크와 서지영 안나가 보여주는 공포는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보다 몇 수는 위더다.

 

앙리와 괴물 역의 한지상.

그의 표현은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 미처 크지 못한 아이가 숨어 있다는데

한지상이 만들어낸 괴물이 딱 그랬다.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걸 받아보지 못한,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야수성과 공포가 느껴졌다.

박은태가 표현하는 괴물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품은,

그래서 그걸 다시 찾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박은태 괴물은 너무 아프고 슬프다.

기억을 간직한 자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뼈아픈 고통, 그게 있다!

한지상은 이유도 모른채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그래서 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처절함이 있다.

녹슨 쇠파이프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와 불규칙한 숨소리가 그가 지나온 행보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지상은 야수성을 품고 있는 동적한 공포고

박은태는 끌어앉고 고뇌하는 정적인 공포다.

그래서 한지상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박은태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지상 괴물에겐 이해와 인정이,

박은태 괴물에겐 위로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괴물"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물어야만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나는 참 서럽고 아프고 안스러웠다.

아마도 그날의 공연을 끝마치고 나면,

한지상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와 물에 젖은 솜뭉치같은 상태가 될 것 같고

박은태는 감정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할 것 같다.

괴물도 짠하고

두 배우 너무 많이 짠하다.

너무 독한 캐릭터를 만나 이렇게 온 몸으로 상대하고 있으니...

 

그리고 보석보다 더 빛났던 아역들.

(이날 공연의 아역은 오지환, 김민솔 이었던듯)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잘하더라.

노래도 연기도 너무 잘해서 말그대로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역도 캐스팅 보드에 올려주면 참 좋겠는데...)

특히 어린 줄리아와 어른 빅터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서 마주하는 장면과

(이 장면에서 류정한의 연기 정말 좋더라.)

괴물과 길잃은 꼬마와의 대면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아역들이...

결단코 아역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쩌자고 아역들까지 이렇게 "괴물"로 만들어 버렸을까?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무섭고 아름답다.

 

<프랑켄슈타인>

볼 때 마다 너무 아프고

볼 때 마다 너무 슬프고

볼 때 마다 너무 힘겹다.

그래서 더 외면을 할 수가 없다.

단언컨데 한동안 이 작품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4. 08:17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영, 안유진 (엘렌). 이희정 (슈테판) / 강대종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을 맞는 충무아트홀이 고맙고 기특한 사고를 쳤다.

창작 뮤지컬을, 그것도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겠노라 공표를 한거다.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베일을 벗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의 첫 관람은 3월 19일 류정한, 한지상 캐스팅이 시작이다.

그런데 고작 이틀 공연한 작품의 입소문이 그야말로 후덜덜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프리뷰를 관람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작품... 이 작품...

이쯤되면 반칙이라고 해야 하는거 아닌가!

대형 창작 뮤지컬 초연이 이런 퀄리티를 보여줘도 되는건가!

이정도라면 유명 라이선스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다.

입소문 그 이상이고, 기대 그 이상이다.

3시간이라는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더라.

정말 오랫만에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몰입하면서 봤다.

잘만들었다.

대본도 탄탄하고, 넘버들도 아주 훌륭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도 전혀 산만하지 않게 구성을 잘했다.

뿐만 아니라 주조연이 모두 1인 2역.

도대체 이런 무모한 생각은 누가 한걸까?

더 황당한건 이 무모한 설정을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는 거다.

이벤트처럼 잠깐 등장하고 마는 그런 배역이 아니라 두 배역 전부 비중이 상당하다.

하나의 배역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울텐데 배우는 자신이 맡은 두 가지 역할을 정말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낸다.

목소리도, 대사톤도 그리고 노래부르는 방식까지도.

전혀 비슷하지 않게 완벽히 다르게 표현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끝장을 내겠노라 작정했음에 분명하다.

단체로 미치지 않고서야 도저히 이럴 수 없다.

마치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름이 돋을만큼 섬득했다.

 

앙리역의 박은태!

그는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더 엄청난 괴물의 탄생을 목격하게 했다.

그동안 박은태의 작품을 보면서 노래에서는 완벽하게 감탄했었지만

표정과 발음, 그리고 연기가 뭔가 살짝 부족해서 늘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드디어 잭팟이 터졌다.

단언컨데 박은태만큼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거다.

완벽 그 이상을 보여줬다.

대사 하나 하나에 담긴 그 간절한 감정들과 표정들,

이 모든게 무대 위에서 믿어지지 않을만큼 살아있었다.

심지어 고질적인 발음까지도 완벽하게 교정됐다. 

그가 표현한 "괴물"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안스러웠고

그래서 그의 귀환과 복수가 더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이걸 표현하면서 박은태는 또 얼마나 내내 아프고 아팠을까? 그의 건강이 아주 많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난 괴물"을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감히 뭐라 표현조차 못하겠다.

아마도 이 작품 이후로 박은태가 표현해내지 못할 배역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박은태의 엄청난 성장과 발전이

나는 이제 구체적으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차원의 배우가 되버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어디까지 가게 될까?

박은태라는 배우는!

 

올해는 관람을 좀 줄이겠노라 작정했는데

<프랑켄슈타인>이 내 계획에 제동을 걸려나보다.

류정한 빅터는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이러면 어쩌자고...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나의 평화의 시대도 결국 끝장 났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은 내내 평화의 시대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게!

 

 

 

프랑켄슈타인 OST

 

01   워터루

02   단 하나의 미래

03   하지만 넌

04   평화의 시대

05   혼잣말

06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07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08   살인자

09   나는 왜

09a 살인자 reprise

10   너의 꿈 속에서

11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12  또 다시

 

12a 평화의 시대 reprise

13  그대 없이는

13a 행방불명

14  도망자

15  남자의 세계

16  넌 괴물이야

17  그곳에는

18  산다는 거

18a 남자의 세계 reprise

19  난 괴물

19a 행방불명reprise

19b 살인자reprise

20  그 날에 내가

21  절망

22  후회

23  상처

24  오늘 밤엔

24a 워터루 reprise

25  나는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