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 20. 08:3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일시 : 2015.01.08. ~ 2015.02.1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마가렛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작사, 작곡 :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음악금독 : 변희석

안무 ; 서병구

연출 : 유희성

출연 : 김법래, 주진모, 임태경 (레트 버틀러)

        바다, 서현 (스칼렛 오하라) / 마이클리, 정상윤 (에슐리)

        김보경, 유리아 (멜라니) / 정영주, 박준면 (마마)

        박송권, 한동근 (노예장) / 덕환, 김장섭 (저럴드 오하라)

        김경선, 백주희 (벨 와틀링) 외

제작 : (주)쇼미디어그룹

 

정말 오랫만이다.

할 말이 참 많은데 도저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작품을 만난게!

누군가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야 할 작품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노예장이 주인공인 작품으로, 노예장이 살린 작품이라고 하더라.

어쩌나... 나 역시 폭풍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작품과 인물에 너무 몰입해 오히려 과해버린 바다 스칼렛과

정확히 그 반대로 전혀 레트 버틀러에 몰입하지 못하는 임태경 레트,

그리고 넘버는 부를 때는 더없는 감동적이지만

어색한 발음때문에 대사부분에서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마이클리 에슐리까지...

뭔가 여기저히 치고 나오는 불협화음때문에 관림 내내 많이 불안하고 불편했다.

특히나 배우 임태경은,

내가 느끼기에는 이 작품을 억지로, 마지 못해 간신히 하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동안 그가 해왔던 작품에서 보여준 최소한의 성의와 진심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더라.

처음엔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했나 싶었는데 내 결론은 아니다... 였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커튼콜이 끝날때가지 한결같았다.

그야말로 시종일관 무감(無感)이더라.

 

인정한다.

이 작품.

방대한 스토리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드라마틱한 서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연 캐릭터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우리가 알았던 미췔 여사의 원작과 

비비안리, 크라크 케이블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느낌을 상상한다면...

분명 상상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인간 군상들의 총집합이더다.

(나, 이 작품... 원작도 영화도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스칼렛은 도도함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어장관리녀에 불과했고

레트 버틀러는 마초도 아니고, 순정파도 아닌 찌질남이었고

(임태경이 레트 버틀러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해가 되긴 한다)

애슐리는 뮤지컬 상에서는 멜라니가 죽었다고 인생이 끝났다며 울 남자도 아니었다.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너저분하고 산만한 신파에 불과했다.

차라리 old하기라도 했다면 아득한 향수라도 떠올렸을텐데...

너무 과하게 몰입해서 오히려 60년대 무성영화의 오버스러움을 보여준 바다와

스스로 캐릭터를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그대로 드너내며 성의없이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을 보면서

일종의 불쾌감 비슷한게 느껴졌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고,

내가 틀렸길 간절히 바랄 뿐이지만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그 모습을 보고는 성의있었다는 표현만은 도저히 못하겠다.

무대에서 서 있는 임태경의 모습...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나 임태경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왜 이런 모습을 보여준걸까???)

 

멜라니 유리아, 노예장 박송권, 마마 박준면이 아니었다면

1막이 끝나고 조용히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인상 깊었은 장면도 노예장이 나오는 장면이었고.

넘버 역시도 그 장면이 제일 임펙트 있었다.

특히 1막에서는 박준면과 박송권의 발란스가 너무 좋아서 더 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유리아 멜라니도 솔로곡, 듀엣곡도 전부 좋았고 이미지도 역할과 잘 어울렸다.

 

참 많이 안스럽고 안타깝다.

이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고작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든게 최선이었을까?

배우들은 왜 작품 속에 왜 빨려들어가지 못했을까?

스토리는, 사건은, 드라마는 또 어디로 실종된걸까?

끊이지 않는 쏟아지는 질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지고 있는 표를 조용히 놓는 것 뿐이었다.

그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16. 09:18

<Les Miserables>

일시 : 2012.11.03. ~ 2012.11.25.

장소 : 용인 포은아트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알랭 부브릴,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곡 :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사 : 하버트 크레츠머

연출 : 트러버 넌, 존 케어드

협력 연출 : 크르스토퍼 카

가사 : 조광화

국내 연출 : 최용수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정성화(장발장),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판틴),

        임춘길(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앙졸라(김우형)

        조상웅(마리우스), 박지연 (에포닌), 이지수 (코제트) 외

 

세계 4대 뮤지컬 중 우리나라에 공연되지 않았던 마지막 작품 <레미제라블>.

드디어 한국어 공연의 대장정이 용인에서 시작됐다.

내년 4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장기공연이 잡혀있긴 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용인 포인아트홀을 찾았다.

(멀어도 정말 너~~~무 멀~~~~어!)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

개인적으로 동물들 나오는 건 싫어해서 <캣츠>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미스사이공>이 제일 좋았고 가슴에 오래 담겼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 더 기대가 됐던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주연배우들도 오랜 <레미제라블>의 관행(?)에 따라 아니라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솔직히 좀 걱정된다. 이 장기간의 공연이 원캐스팅으로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레미제라블>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일부러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DVD를 보거나 공연평을 검색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뭐랄까 아무 사전 지식없이 보고 싶었다.

예전에 <미스 사이공>를 봤을 때처럼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너무 기대가 컸었나?

공연 초반부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정성화 장발장이 너무 감정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장발장을 하고 있다는 배우의 감격이 아무래도 컸던 모양이다.

노래도 좀 불안했고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역대가 왔다갔다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감정을 조금씩 추스르면서 점점 장방장이 되가는 것 같아 후반부 갈수록은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코제트가 성인이 된 부분부터)

장발장을 하기에 정성화가 너무 젊은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젊은 장발장보다는 나이든 장발장을 훨씬 더 잘해서 좀 놀랐다.

이쁜 조정은에게 판틴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슬프고 아프게 표현해서 먹먹했다.

문종원 자베르.

나랑 문종원이라는 참 안 맞는 것 같다.

늘 연기가 변화가 없이 비슷한 것 같고

특히나 그의 딕션은 그닥 믿음직스럽지 않다.

나는 조금 더 강직하고 조금 더 단단하게 표현하길 바랬는데...

(그의 메트리스 연기는...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페나르디에 부부 임춘길, 박준면의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이 작품에 확실한 액센트를 준다.

그리도 두 사람, 정말 너무 잘한다.

페나르디에 부부일때도, 다른 역할일 때도..

오랫만에 공연무대에서 박준면은 정말 완전 브라보다!

어린 에포닌과 코제트와 나오는 장면은 가히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 급이다

페나르디에 딸래미 에포닌 박지연의 "On My Own"도 너무 슬프고 불쌍해서 가슴이 아팠다.

(전체적으로 페나르디에 가족은 캐스팅 good이다.)

 

앙졸라 김우형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탁월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극 작품을 많이 한 배우답게 노련함과 몰입의 정도는 엄청나다.

아마도 이 작품 통틀에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날 내가 본 느낌으로는...)

시작되는 1막 마지막 곡 "On day more"은 각자 파트를 부를 때는 아주 좋은데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을 줘야하는 합창일 때 가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노래와 배우들의 감정, 느낌 자체는 참 좋았는데

음향때문에 감동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지수 코제트는 고음이 너무나 절망적인 상태였고

마리우스 조상웅는 노래와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비쥬얼이 좀 어색하다.

이런 표현 좀 미안하지만 게임 케릭터 슈퍼마리오가 자꾸 떠오른다. 

아! 정말 멋졌던 아역들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품을 보면서 당연하겠지만 <미스 사이공>이 많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 클로드 미셀 숀버그가 작곡에 참여했다)

ABC 카케에서 마리우스가 앙졸라에게 사랑에 빠졌다 고백하는 장면은

크리스가 전화로 존에게 킴과의 사랑에 빠졌노라고 고백하는 장면과 거의 흡사했고

마리우스 품에서 죽는 에포닌은 크리스의 품에서 죽는 킴을,

바리케이트 접전은 헬리콥터 장면의 이비규환과 절망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감동이 적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먹먹하고 가슴이 아파와서 좀 힘들었다.

내년 4월에 서울 공연때 다시 관람하면

그 깊이와 감정이 확실히 더 깊어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난 후의 <레미제라블>이 궁금하다.

기다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1막 (ACT 1) 
 

01. Prologue/look Down
02. Valjean's Soliloquy
03. At The End Of The Day
04. I Dreamed A Dream
05. Lovely Ladies
06. Fantine's Arrest
07. The Runaway Cart
08. Who Am I?
09. Fantine's Death
10. The Confrontation
11. Castle On A Cloud
12. Master Of The House
13. The Bargain-the Waltz Of Treachery
14. Paris/look Down
15. The Robbery
16. Stars
17. Abc Cafe/red And Black
18. Do You Hear The People Sing?
19. In My Life
20. A Heart Full Of Love
21. The Attack On Rue Plumet
22. One Day More

2막 (ACT 2)

01. Building The Barricade
02. On My Own
03. The Barricade
04. A Little Full Of Rain
05. The First Attack
06. Drink With Me
07. Bring Him Home
18. The Second Attack
19. The Final Battle
10. The Sewers/dog Eats Dog
11. Javert's Soliloquy
12. Turning
13.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14. A Heart Full Of Love Reprise
15. Valjean's Confession
16. The Wedding
17. Beggars At The Feast
18. Epilogue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2. 22. 06: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감독 박칼린.
<남자의 자격 - 하모니> 덕분에 이제 그녀는 유명인사가 되버렸다.
칼린리더십이 나올 정도니까...
뮤지컬 오케스트라 피트석에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든든함이었다.
첫느낌 참 강력했었는데...
아마도 이국의 모습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그녀가 에세이를 냈다.
<그냥 Just Stories>
재미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그것도 누군가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걸 들여다보는 건!



박칼린.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그래서 태생부터 이미 다양성을 몸에 담고 태어난 아이.
그녀도 말했다.
...... 어린 시절의 나를 형성한 것은 다양성이었다. 다양성은 내게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바로 내 삶의 규칙인 '균형과 중심'을 가져다주었다. 중심이라는 가치는 어떤 것에 있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선과 악, 남과 여, 흑과 백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에너지와 음양의 조화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수많은 다양성과 우리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중심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나는 음악과 무대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 아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 색깔과 향을 담을 수 있는 창작이란 '선한 해위'에는 이 중심이라는 가치 없이는 보편성을 지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책을 읽으면서 폭푹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
열정과 행복,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아름다운 충성심(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을 느낄 수 있었다.
충성심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주종의 관계나 도제의 관계와는 다른 표현이다.
자발적인 집중력과 완전한 몰입이라고 할까?
그녀의 눈은 참 예리하고 정확하고 그리고 끈기있다.
그녀의 귀는 눈보다 10배쯤은 더 예민하고 정확하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일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다.
그녀는 그러니까 잘 갖춘 음악감독이다.
공연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훔치고 싶도록 부러웠던 제 3의 감각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작년에 <남자의 자격>으로 그녀가 소위 인기스타가 됐을 때
솔직히 많이 걱정스러웠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감독이니까...
왜 그런 감정 있지 않은가?
자신이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뭔가를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않는 그런 아주 아이적인 소유욕 ^^



단상(短想)같은 글들이 의외의 울림을 준다.
박칼린의 inner circle 전수양, 오민영, 최재림 세 명의 동지들과의 인연도 애뜻하고
그녀가 diamonds in the rough라고 말한 박준면, 김선영, 정선아의 아름다움 반짝임에도 공감했다.
1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배우라고 평가한,
누가 "발견"하거나 누구의 손에서 '개발'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모든 걸 다 하고 있는 "조승우"와의 첫 만남도 재미있다.
<의형제>라는 뮤지컬에서 "더벌이" 역으로 나온 조승우를 보고 <명성황후>의 고종역에 캐스팅 했다는 그녀.
몇 년이 지난 후에 조승우가 그녀에게 고백했단다.
"사실 그날 공연한 사람 나 아니었음. 더블이었던 형이었음"
읽으면서도 나 역시도 당황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인연(캐스팅)이라는 건 다 정해져있다는 게 정말 맞는 말 같다. 
그리고 그녀의 뮤지컬 <아이다>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녀가 <아이다>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에겐 <아이다>같은 전생의 기억이 흔적으로 남아 그녀의 모든 생애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나도 바래본다. 그녀가 그 사람과 언젠가 만나지기를...)

Everything and anything's possible!
이걸 위해 그녀는 하루하루  정열을 다해 살아가나보다.
그 정열과 열정으로 잘라도 아프지 않은 손톱과 발톱 또 머리카락까지 아파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섬득하도록 무섭고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열정이다.

열정은 참으로 동적인 거다.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뭔가를 향해 질주하게 만드는 힘, 육신이 지쳐도 계속 달리게 하는 힘, 어떤 비판 속에서도 영혼을 불사르게 하는 힘. 열정은 끊임없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달리게 한다. 그 어떤 목적에 다다를 때까지 우리를 채찍질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무엇을 향해 이 모든 지식을 안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까.
모든 것 끝에 남는 게 이거 하다다. 퀄리티(quality), 즉, 어떤 질, 그 '무엇'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한 질'의 것인지가 그 존재의 생명력이다. 언급했듯이, 모든 것은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균형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국 퀄리티뿐일 것이다.


나는 무대에 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까지도 전부 존경스럽과 부럽다.
발칼린의 말대로 "약속과 신뢰의 공간"인 무대!
공연중인 무대는 조금의 오차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그런 공간이란다.
잔혹하고 냉혹한 시선과 평가가 뒤따르는 곳이지만
그곳은 매순간, 일 분 일 초 조차도 정교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절대적으로 살아있는 무엇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필요한건 "최고와 최선"일 뿐이라고...

...... 내가 얘기하는 최고와 최선은 단순히 눈앞의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생명력과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가진 '열정'이란 감정 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다.
최고와 최선은 늘 언제나 그 정도가 향상되는 것이고, 이것을 향하여 달리는 일에는 열정이란 것만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 모든 삶의 일 속에 최고와 최선이 불명히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상태가 있다. 나는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과 무대를 선택한 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상 나의 전부를 넣어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하고 있는 일에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 그 세포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산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노력과 에너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가장 뜨거운 곳에 있어야 한다. 한 발짝이라도 거기서 물러난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 하나를 포기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다름없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물러난다는 것, 그것은 이미 살아 있다는 것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귀에는 내내 <아이다>가 꽃혀있었다.
덕분에 "박칼린"도 "아이다"도 더 잘 이해가 됐고 아름답게 느꼈다.
이 둘의 궁합은...
참 절실했구나 절감하면서...

아! 나도 구름투어 한 번 하고 싶다.
꼭 누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3. 25. 08:31
플레이 디비에 이벤트 당첨이 됐다.
이벤트가 아니었어도 이번엔 꼭 보리라 생각했던 작품이다.
매번 공연기간도 너무 짧았지만(이번에도 3월 24~28일까지 사흘간 공연이다)
이상하게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공연이었다.
주변에서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었는데...



1930년대 대중음악 장르 하나였던 만요(漫謠)를 가지고 만든 공연이다.
<오빠는 풍각쟁이>, <엉터리 대학생>, <신접살이 풍경>, <왕서방 연서>, <노들강변> 같은
재미있고 풍자적인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배우 박준면이야 연기와 노래로 익히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건 하림의 모습이었다.
그의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출국", "난치병"(1집), "여기보다 어딘가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2집)
감상적면서도 어딘지 시니컬한 그의 노래는 고급스럽기까지 했었다.
2004년 2집이 나온 후 그의 침묵은 참 길어서 궁금했었는데...
<천변살롱>에서 본 그는 외형적으론 홍석천을 떠오르게 한다.
어쩐지 약간 코믹하고 오래된 만평같은 느낌이랄까?



<천변살롱>의 마담 박모단.
"모단"이란 이름은 그녀의 애인 "진일파"가 지어주었단다.
모던한 여성이 되라고...
모던한 여성을 희망하는 박모단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노래들.
향수를 자아내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리지만(?)
왠지 콧소리 가득한 만요(漫謠)가 정감있고 다정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확실히 박준면의 콧소리는 매력적이다.



안타까운 건,
이 극이 신세대를 아우르기에도 그렇다고 해서 어른신들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기에도
확실히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코믹의 요소로만 전락할 가능성도 다분히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까지는 어쨌든 박준면과 하림이라는 축에 의해 잘 이어가긴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앞전의 공연들을 보지 못했기에 한 번의 관람으로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분명 처음과는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어디까지나 우려일 수 있겠지만...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걱정거리 또 하나,
두 사람(박준면과 하림)이 빠져도 공연이 지금과 같은 매니아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장기공연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오랜 공연으로 이 극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거란 우려 때문은 아닐까?



노래에 맞추기 위해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냄으로써
(가령, 모단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진일파와 그의 약혼녀의 죽음이라든가, 기생집 명월관의 등장같은 것들)
어쩌지 극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차라리 <천변살롱> 마담이 살롱의 손님들의  에피소들 이야기하는 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식상했을라나???)
대본을 쓴 사람이 누군가 열심히 찾아봤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다.
결국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공연이 아니라
요즘 세대엔 쉽게 들을 수 없는 만요(漫謠)에 촛점이 맞춰진 공연이라는 의미다.
유랑극단을 떠올리게 하는 살롱밴드들과
옛스런 소리를 내는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이 주는 느낌은
아무래도 젊은 시각에서는 독특하고 신선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나만 해도 이런 만요를 실제로 듣어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공연에 나오는 만요(漫謠)의 가사들은 정말 재미있고 독특하다.
하림의 부르는  "왕서방 연서"나 "개고기 주사"는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쓰디 쓴 막걸리나마 권하여 보았건디
 이래뵈도 종로에서는 개고기 주사
 나 몰라? 개고기 주사를?"
모단걸 박준면이 부르는 "이태리의 정원"이나  "외로운 가로등"은
그녀의 풍부한 감성과 가득한 울림을 듣기에 좋은 곳.
적당히 감상적이기도 하고...



가끔은 나도 살롱문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건 실제로 경험한 자가 갖는 향수가 아니라
미처 경험하지 못한 자의 동경이리라.
"하늘가 찻집"
정말 그런 곳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나 역시나 기꺼이 모단걸이 되어 질편한 만요를 부르고 싶어지지 않을까?
내게도 오래 품은 이야기가,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