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0. 2. 08:48

1시간을 넘게 걸어 드디어 도착했다.

보힌(Bohinj)호수의 상징이 된 사슴 동상까지.

종아리는 얼얼하고 발바닥은 찢어질것 같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호수가 눈 앞에 버티고 있으니

또 아무렇지도 않게 잊혀진다.

자세히 보니.... 사슴...

좀 졸리게 생겼다.

이 넓은 호수 잎에서 사슴도 나른했나보다. ^^

 

 

호수를 마주하고 앉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와 커피로 소박한 점심을 먹었다.

땅콩버터와 슬라이스 햄이 전부인 샌드위치였지만

오랜 걸음 끝이라 토닥토닥 위로가 되는 맛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호수 앞에 앉아 쉬었다.

물구경, 사람구경, 바람구경, 하늘구경, 나무구경.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호수가 아니라 거울이래도 믿겠다.

 

 

보겔산에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곳은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중국인들.

4성의 성조때문에 중국인들은 어디를 가든 눈에 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에 띈다.

목소리도 대체적으로 커서

중국인들이 대화를 하면 실제 인원보다도 훨씬 더 많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국 단체 관광객들 못지 않은 인증샷 페레이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게 아니라면 다 괜찮다.

이들도 나처럼 여행에 들떠서 그런거니까...

그저 표현의 차이일 뿐.

나의 일탈도 그들의 일탈도 다 중하고 귀하다. 

 

 

중국인이 떠나간 호수.

다시 조용하고 한적해졌다.

호수 아래 벤치에 앉아 선물같은 고요를 즐겼다.

아무래도 보힌 호수의 진심은,

바라봄인 것 같다.

조금씩 흐려지는 하늘.

후두둑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

큰 비가 올 조짐이라 툭툭 떨고 일어섰다.

여기 어디쯤에

아쉬움과 부족함을 남겨두는 걸로...

 

신의 선물 보힌 호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9. 27. 08:23

보겔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에도,

역시나 헤맸다.

이정표를 따라간건데 이상하게 나 혼자 걷고 있고,

산은 깊어지고,

점점 뭐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스톱하고 되짚어 내려왔다.

예감은 틀리지 않더라.

버스에서 내려서 좀 올라가다 왼쪽으로 꺾어야했는데

나는 혼자서 호기롭게 직진을 했던거다.

'블레드에서 9시 25분 버스 탑승 - 35분 뒤 하차 - 10여분 도보 - 10시 30분 케이블카 탑승'

...이 원래 계획이었는데 결국 헤매다 11시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 요금은 다양한데

나는 only cable car만 선택해서 20유로.

(올라가서 식사를 하거나, 스키 리프트를 탈 수 있는 통합권도 있다.)

 

 

케이블카 운행 시작이 8시라는걸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왔을텐데...

살짝 아쉬워했다가,

그랬으면 블레드성엔 못올라갔겠구나 생각하니 오십보 백보더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본 보힌(Bohinj) 호수 동영상.

햇빛이 쨍했고,

물 속에 비친 구름과, 물 위에 걸친 구름은 경계가 모호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좋았다는데

적어도 이곳만큼은 날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1.535m 높이까지 올라갔는데 구름만 봤다면

많이 섭섭했을것 같다.

 

 

보힌호수에는 전설이 있다.

어느날 신이 사람들에게 땅을 주겠다며 불러 모았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땅을 말했고

신은 그 땅을 각자에게 나눠줬다.

사람들이 돌아간뒤 

땅을 다 나눠줬다고 생각한 신은 조용히 쉬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거다.

게다가 그들은 신에게 불평도 하지 않고 자신이 하던 일을 묵묵히 할고만 있는거다.

그들의 겸손함과 인내심에 감동한 신은

그들에게 신 자신을 위해 남겨둔 최고로 아름다운 땅을 선물로 줬는데

그곳이 바로 "보힌"이다.

"보힌"이란 뜻도 "신이 숨겨놓은 땅"이란 뜻.

 

아름다운 전설이고,

아름다운 땅이고,

아름다운 호수다.

그런데... 신께선....

이 땅 줬을때 정말 정말 전혀 아깝지 않았을까?

난 또 그게 참 궁금하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