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9. 21. 09:40

전날 흐린 날씨에 올라간 블레드성이 자꾸 눈에 밟혔다.

2시간 넘는 새벽 산책에서 쨍한 날씨를 봐버기도 했지만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없다는 것도 내내 마음에 걸렸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7시 20분.

아무래도...

블레드성에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오픈 시간을 찾아봤다.

오전 8시부터란다.

누룽지와 커피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서둘러 다시 숙소를 나섰다.

블레드성의 첫번째 방문객이 되기 위해서 ^^

 

 

전날 자세히 안봐서 몰랐었는데

티켓 앞면이 엄청 예뻤다..

사진도 한 종류가 아니라 나란히 놓고 보니 더 예뻤다.

아!

그리고 바랐던데로 이날의 첫번째 입장객이 됐다.

아무도 없는 블레드성의 유일한 사람.

잠시 성주가 되어보기로 했다.

속으로 계속 바랬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도 오지 말아달라고.

 

 

전날엔 그렇게 흐리더니

이렇게 멋진 모습을 허락해주다니...

아마도 조금 더 머물렀다면

더 환한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이걸로 나는 됐다.

이미 충분하다.

30분 동안 오롯이 혼자서만 이 멋진 풍경을 독차지했으니

차고 또 넘친다.

또 다시 흐릴 모습을 보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의 보상이다.

보겔산 여정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을지도...

 

Thank you Weather!

Thank you  Bled!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9. 13. 09:49

누군가 그랬다.

아무리 여행을 많이 했어

출발은 늘 새롭다고.

맞는 말이다.

몇 번을 반복한대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기분 좋은 떨림.

그런데 그 떨림 안에

두려움과 겁도 있다는걸 알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곳은 어쩌자고 이렇게 끊임없이 아름다울까?

거짓말이래도 믿겠고

진실이래도 믿겠다.

아무래도 난...

가능하면 오래 살아야겠다.

단.

눈과 발이 괜찮을때까지...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9. 6. 08:37

개인적으로 블레드성은,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전체를 관망하는게 훨씬 좋았다..

재미있는건,

호수면에서 절벽 위를 올려다볼때는

난공불락의 큰 요새처럼 보이는

막상 성에 올라가서 보면 생각만큼 그렇지 않다는거다.

살짝 동화적인 느낌이랄까?

아! 그리고 저 붉은 색 깃발.

너무 예쁘다.

요즘 붉은색에 자꾸 꽃힌다. ^^

 

 

사람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찍은 사진들.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의 초록도 싱그럽고

바닥에 총총히 놓여 있는 화분들과

창가의 작은 화분들에도 눈이 간다.

흐린 날씨를 싱그럽게 바뀌는 요술 램프들.

그리고 장생긴 커다란 나무까지.

더없이 다정하고 친밀한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

 

 

살짝 기울어진 저 나무는 몇 번을 다시 가서 봤는지 모른다.

저기 작은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블레드섬도 일품.

날은 결국 화창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흐려졌다.

비가 올것 같아 성을 나섰다.

내려오면서 눈마주친 나무와 길들.

화창함을 기대했지만

흐린 날의 블레드성도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한적하고 고요해서 오히려 풍성했으니

더없이 소중한 한 장면이다.

꽉 차있었으면 얼마나 허둥댔을까?

안단테 같은 풍경.

흐린 날의 블러드성은 딱 그렇더라.

 

Andante... Andante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8. 23. 13:54

블레드성은 숨은그림찾기 같은 곳이다.

볼만한게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겠다고 작정하면 이곳만큼 특별한 곳도 없다.

일종의 소확행이랄까?

박물관이 딱 그랬다.

"블레드"라는 명성에 비하면

박물관이 너무 조악한고 유치한것 같지만

그게 오히려 순수하고 귀염성있어 좋았다.

 

그래도 청동기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블레드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둘러보는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들어온 사람들도 이내 금방 나가버렸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이거저거 다 살펴보고

마네킹 보면서 빵 터지고

(특히 가발에서...)

창문 밖 풍경에 감탄도 하고,

이날도 나혼자 박물관을 통째로 전세냈다.

 

 

블레드성 예배당.

내가 가장 오래  머물고, 가장 여러번 찾아간 곳.

아주 작은 예배당인

신기하게도 그 안에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따뜻해졌다.

현대조각같은 성모상이 이질감을 주긴 했지만

작은 불이 켜지니 그마저도 스르르 녹아들었다.

문득 이스탄불의 키리예 박물관이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가...

지금도 가끔 궁금하다.

 

어쩌면 "터키"라는 곳이,

내 여행의 모태신앙이 됐는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8. 21. 09:55

블레드성에 올라가면,

진한 커피 한 잔에 크림 케이크를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저 멀리 브레드섬을 내려다보면서.

B.U.T.

모든게 꼭 바람처럼 되는건 아니더라.

흩부려진 꽃잎들.

이건 뭐지 싶었는데 내가 원하는 딱 그 자리가 막혀 있다.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인데 손님이 아무도 없다.

뭐지?

오늘 여기 쉬나???

나처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딱 나같은 표정으로.

 

 

샴페인과 샴페인 잔.

그리고 단정하고 깔끔하게 꾸며진 주변들.

파티가 있었나 싶었는데

아래쪽에 신랑,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구나...

결혼식이 있었던 거구나.

거짓말같은 상황이다.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낮잠 같기도 하고...

 

 

비록 나와는 무관한 사람들이지만

저 행복한 연인들이,

함께 하는 내내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혹 함께 하지 못할 때에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다시 행복하기를...

Amen...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8. 14. 08:15

블레드성에서 바라본 풍경.

난 이 뷰가 참 좋다.

깍아지른듯한 절벽 위에 서있는 블레드성과

블레드의 교구성당인 st. Martin 성당이 나란히 보이는 뷰는

보면 볼수록 사람을 평온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그 높낮이가 주는 미묘한 조화도 아름답고

뒤로 펼쳐지는 눈덮인 알프스 산맥과 구름의 조화도 신비롭다.

거짓말같은 풍경이라지만 이곳은 그 표현조차도 틀리다.

거짓말이어야만 말이 되는 풍경.

정확히 그랬다.

 

 

유럽은 어디를 가든 보수중이다.

멀리 블레드성도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데 저 타워크레인은 어떻게 저기에 올라갔을까?

해체해서 조립한게 아니라면

(매우 무식한 소리인가....)

헬기로 올렸다는건데 것도 참 신기하다.

보수중인건 맞나 싶었는데

크레인이 수직이었다 직각이었다 바뀌는걸 보니

열일중인게 맞는것 같다.

나중에라도 보수가 끝난 블레드성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능하진 않을것 같아 섭섭했다.

 

오후 2시 40분.

돌아가는 뱃시간에 맞춰 아까 탔던 플레트나에 올라탔다.

같이 타고 왔던 사람 몇몇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헐...!

타고 들어온 배만 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여행전에 서칭한 내용은 다 그랬는데...)

어차파 성에 들어온 사람은 다 배를 타고 나가야하니

인원만 차면 어떤 배를 타든 상관이 없었던거다.

실제로 내가 탄 플레트나도 구면과 초면이 7:3  정도였다.

미리 알았더라면 성모 승천 성당에 들어가서 종도 쳐보고

탑에도 올라가봤을텐데.... 

다시 내리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아재 출발할거라고 앉으란다.

젠장! 망했다.

하긴 배를 타면서 왕복요금(14uro)도 지불했으니 다시 달라고 하기도 좀 난감하다.

아쉬움과 섭섭함을 또 남겨둘 수밖에...

선착장에 돌아오니 나무테크 한켠에 세워둔 자전거가 나를 맞이한다.

세상에...

저 자전거가 뭐라고 이렇게 반가울수가...

걱정했더랬는데 혼자서도 잘 놀아 스스로 기특해하는 중이다.

두루두루.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8. 10. 13:53

자전거를 세워두고 자물쇠를 채웠다.

블레드섬을 가기 위해서.

날씨도 너무 좋았고

마침 플레트나 선착장을 지나가는 중이었고,

그리고 눈 앞에 저렇게 광광객을 기다리는 플레트나가 보이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플레트나 타기 딱 좋은 순간!

 

 

블레드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블레드의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를 타는 것.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박함이 오히려 더 다정스러운 플레트나.

배 하나 하나마다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는게 느껴져 따뜻했다.

니까지 10명이 한 배에 탔고

뱃살 두둑한 저 아저씨가 우리를 블레드성으로 안내했다.

100%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플레트나.

아주아주 정직하고, 아주아주 착실한 동력에 절로 감사함이 느껴졌다.

 

 

오후 1시 20분 출발한 플레트나.

40분 가까이 가는 동안 함께 탄 사람들의 어깨를 피해가며 찍은 사진들.

까마득한 절벽 위의 블레드성과

블레드의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은 렌즈를 몇 번씩 바꿔가며 최대한 당겨 찍었다.

출발하기전,

그렇게 무섭고 겁을 내면서도

이렇게 매번 여행을 꿈꾸고 희망하고 떠나는 이유는

다 이것 때문이다.

나를 소중한 사람이라 느끼게 해주는 이 풍경들.

살고 싶고, 건강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게 만드는 단 하나.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

다시 떠나기 위해서!

또 다른 풍경을 꿈꾸기 위해!

 

Cheer up!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