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21. 15:56

 

<미스터 마우스>

 

일시 : 2017.03.09. ~ 2017.05.14.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대니얼 키스 <엘저넌에게 꽃을>

극작, 가사 : 천우연

작곡 : 정소영

연출 : 심설인

출연 : 홍광호, 김성철 (인후) / 서범석, 문종원 (강박사), 강연정, 권유진, 원종환, 심재현, 정목화, 진상현, 이유진

제작 : 쇼노트, 파파프로덕션

 

2006년 1월 초연 이후 벌써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초연 당시 워낙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재공연도 당연히 쉽겠다 생각했는데

2007년 10월에 올라오고 10년이라는 훌쩍 지났다.

그 사이 몇 번의 재공연 소식은 있었지만 번번히 엎어지는 비운을 겪어 기대를 접었던 작품인데

10년 만에 홍광호라는 엄청난 티켓파워와 함께 돌아왔다.

(전쟁같은 티켓팅은 덤!)

 

But~~!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홍광호는 내 취향은 아니다.

노래!

잘한다.

아니 정말 잘한다.

그래서 문제다.

연기가 노래를 좀처럼 따라오지 못한다는거.

그 거리감이 매번 불편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더라.

대사가 영 브리핑 하는 것만 같아서...

아마도 내 기억 속 홍광호의 최고의 작품은 <NDP>가 될 가능성이 크지 싶다.

(그 다음은 <스위니토드>의 토비)

보면서 계속 서범석 인후가 생각났다.

지금이라도 서범석이 강박사가 아닌 인후로 무대에 올라와도 좋을텐데... 싶었다.

(이벤트성으로 특공이라도 한 번... 안될까?)

특히 이발소 장면은 눈물 나게 그립더라.

신문성, 이건명, 박혜나도 너무 그리웠고 초연 넘버도 많이 그리웠다.

 

10년을 기다린 <미스터 마우스>였건만...

 나는 그냥 초연이 좋았던 걸로!

서범석 인후가 막~~ 그리웠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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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8. 26. 07:57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6.06.17. ~ 2016.08.21.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작곡 : 뤽 플라몽동 

연출 : 질 마으

원작 : 마르티노 뮐러

출연 : 홍광호, 케이윌, 문종원 (콰지모도) / 윤공주, 린아, 전나영 (에스메랄다) / 서범, 최민철 (프롤로)

        마이클리, 김다현, 전동하 (그랭구와르) / 오종혁, 이충주 (페뷔스) / 문종원, 박송권 (클로팽)

        김금나, 다은 (플뢰르 드 라스)

제작 :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NDP가 사랑이라는건,

누가 뭐래도 진실이다.

정말 고민하다 막공을 챙겨봤는데 안 봤으면 도대체 어쩔뻔했나 싶었다.

배우들도 댄서들도 너무 열심이라 보면서도 내내 놀랐는데

무대 인사때 서범석도 느꼈는지 이런 말을 하더라.

"배우들이 오늘 다 약을 빨고 나왔는지... "

저 정도면 정말 도핑검사 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이번 시즌은 윤형렬 콰지모도가 없어서 넘길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홍광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홍광호가 성량도 엄청나고 노래를 엄청나게 잘한다는건 나도 100%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처럼 작용할 때가 있더라.

솔로곡에는 이견이 없는데,

솔로곡이 아닌 곡에서도 폭발적인 성량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소리까지 다 잡아먹는다.

처참하게 무너지는 발란스...

몇 년 전 처음으로 본 홍광호의 콰지모도에서도 그걸 목격했었다.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가 함께 부르는 "Bell"이 시종일관 콰지모도의 솔로곡처럼 들렸다.

자신의 성량에 묻혀서 다른 배우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홍광호 콰지모도는 기피하게 되더라.

그런데 이번엔 "Bell"의 균형감이 너무 좋아서 정말 깜짝 놀랐다.

연기도, 감정도 훨씬 더 풍부해지고... 

내가 에전에 알던 홍광호와는 확실히 많이 달라서 기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다.

에스메랄다 윤공주는 두 말 하면 잔소리고,

프롤로 서범석은 윤공주보다 더 말이 필요었는 완벽한 존재감이었고,

박송권은 클로팽은 문종원이나 이정열보다 개인적으론 훨씬 좋았다.

이충주는 딕션때문에 기피하는 배우긴한데 송스루라 부각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노래도 비쥬얼도 김성민 페뷔스보다 괜찮았던건 사실이고...

(근데 김성민 배우 요즘 뭐하길래 이렇게 쏙 들어갔지???)

마이클리는 예전만큼 성량이 터져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마이클리였고

댄서들은... 역시 위대했다.

라이선스 초연때부터 계속 출연한 댄서도 있다던데 정말 대단하다.

특히 페뷔스가 "괴로워"라는 노래를 부를 때 장막 뒤에서 춤우는 5명의 댄서들은 경이다.

이 다섯 명의 댄서가 "Bell"에서 한 명씩 무대 좌우로 들어오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답다.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 장면이 나느 매번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이 작품은 그렇다.

보고나면 절대 미지근해질 수 없는 그런 작품.

보면 볼수록 사랑이 샘솟는다.

퐁.퐁.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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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5. 10. 21. 08:12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5.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안무 : 김영미, 한효림

출연 : 김도빈, 송용진 (강채윤) / 서범석(세종), 최정수(무휼), 박영수(성삼문), 박혜정(소이)

        김건혜(강덕금), 김백현(가리온), 금승훈(최만리)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2015년 서울예술단의 마지막 가무극<뿌리 깊은 나무>까지 챙겨봤다.

지난번 <신과 함께>에서 김도빈 차홍이 인상적이여서 송용진을 버리고(?) 김도빈 채윤을 선택했다.

이시후 배우가 성삼문으로 돌아와주길 바랬는데 예상대로 예술단을 나왔더라.

근황이 궁금했는데 <레베카>에 출연한대서 반가웠다.

솔직히 <레베카>는 내 취향작이 전혀 아닌데

류정한과 이시후 배우때문에 두어번은 보게 될 것 같다.

어쨌든!

이시후의 부재로 초연때 무휼이었던 박영수가 성상문으로 자리이동(?)한 관계로

이번 재연의 무휼은 최정수 배우 혼자었다.

초연때 최정수 무휼을 못봐서 궁금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보고 난 느낌은...

초연때도 그랬지만 서울예술단의 색깔이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은 아니었지만

서울예술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넘버가 약하고 춤도 기존의 예술단 작품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그 단점들도 함께 동거동락한 단원들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만회가 된다.

(넘버는 채윤의 첫 곡과 세종의 노래 두 곡 정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론 무휼이 박영수, 성삼문아 최정수였던게 더 좋았겠다 싶었다.

박영수가 소년 혹은 무사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성삼문에는 좀 안 어울리더라.

서범석 세종은 역시나 대체불가의 존재감이었고

연기도, 목소리톤도, 넘버소화력은 물론이고 등장할 때마다 쏟아내는 아우라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 작품의 8할은 서범석 아우라의 힘이 아닌가 싶다.

1막은 초연과 비교할 때 정리를 좀 했고 2막은 큰 변화는 없었다.

격구장 장면이 더 역동적이었던 같기도 하고...

이날 객석에 외국인들도 꽤 있던데

나오면서 살짝 엿들으니 음악과 의상, 무대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하더라.

그들의 말에 나 역시 격하게 곰감했다.

이걸 서울예술단이 계속 지켜가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

공연장을 나오면서 그 바람이 또 다시 간절해졌다.

그리고 더불어

2016년 서울예술단 레파토리가 격하게 궁금해졌다.

<바람의 나라>와 <윤동주, 별을 쏘다>가 포함된다면 참 좋겠는데...

바나는 가능성이 희박할테고 윤동주는 꼭 올려주면 좋겠다.

이 작품 정말 좋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20. 08:25

<아리랑>

 

일시 : 2015.07.11 ~ 2015.09.05.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조정래 <아리랑>

대본, 연출 : 고선웅 

작곡, 편곡 : 김대성

안무 : 김현

무대디자인 : 박동우

조명디자인 : Simon Corder

의상 : 조상경

음악감독 : 오민영

출연 : 서범석, 안재욱(송수익) / 김우형, 카이(양치성)

        윤공주, 임혜영(방수국) / 이창희, 김병희(차득보)

        김성녀(감골댁), 이소연(차옥비), 류창우, 정찬우, 최명경 외

제작 : 신시컴퍼니

 

뮤지컬 <아리랑>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덕분에 프리뷰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었던 이 작품을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됐다.

안그래도 프리뷰 이후에 손을 봤다는 부분이랑 다른 캐스팅이 궁금했었는데 잘 됐다.

그리고 날짜도 8월 15일.

광복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왠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벤트 당첨이라 좌석을 기대를 안했는데 좌석도 7열 통로석이라 보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확실히...

공연은 두 번째 관람이 진짜이긴하다.

특히 고선웅 작품은 첫인상은 그다지 친절한 편이 아니다.

이 작품도 처음 봤을 때 조정래의 원작을 너무 가볍게 표현한건 아닌가 싶었는데

두번째 보니 꼭 그랬던건만은 아님을 알았다.

다 이유가 있더라. 양치성이 나오는 부분들은 특히 더.

원작과 뜬금없이 달라 당황스러웠던 결말의 판타지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모두 함께 어울어지는 판타지는.

도피나 비극이 아닌 치열한 희망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 민족은 슬퍼도 울고, 아파도 울고, 기뻐도 울고, 가슴이 미어져도 울고,

한스러워도 울고, 막막해도 울고, 행복해도 운다.

그렇게 울다 울다 지치면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나 한 발 짝 앞으로 나가는게 우리 민족이다. 

떠날질 수도, 잊혀질 수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그 절실한 간절함이 순간순간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죽지 말어... 죽지 말어...

(그래, 누구도 죽지 말아야만 한다!)

 

이 작품,

주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까지 배우 모두가 너무 정성이라 아름답다.

특히 양치성 김우형은 내가 지금껏 본 그의 출연작 중에서 <미스 사이공> 다음으로 좋았다.

악역인데 정말 다 내려놓고 배역을 충실하게 표현하더라.

방수국은 임혜영보다 윤공주에 더 몰입이 잘됐고

차득보는 김병의가 훨씬 내 취향에는 맞았다.

기대를 많이 했던 이창희는 "아의 아리아"에서 미상스러울 정도로 발란스가  안맞더라.

송수익 서범석은...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극 중간 중간 BGM처럼 깔리는 "아리랑"도 참 좋았고

특히 해금 소리가 너무 애잔했다.

(이 작품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해금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초대권이라 갈까 말까를 두고 고민했고

가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일부러 찾아가길 잘 했다.

첫관람으로 끝냈으면 이 정도로 두루두루 정성이 담긴 작품이란걸 몰랐을거다.

최고는 아니지만,

김성령의 말대로 아직까지는 부족한게 많은 작품이지만 

최선의 작품이긴 하다.

그거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15. 08:21

 

<아리랑>

 

일시 : 2015.07.11 ~ 2015.09.05.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조정래 <아리랑>

대본, 연출 : 고선웅 

작곡, 편곡 : 김대성

안무 : 김현

무대디자인 : 박동우

조명디자인 : Simon Corder

의상 : 조상경

음악감독 : 오민영

출연 : 서범석, 안재욱(송수익) / 김우형, 카이(양치성)

        윤공주, 임혜영(방수국) / 이창희, 김병희(차득보)

        김성녀(감골댁), 이소연(차옥비), 류창우, 정찬우, 최명경 외

제작 : 신시컴퍼니

 

이 작품의 원작인 조정래 <아리랑>은 촟 12권이다.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140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담는다는게 가능할까 싶어서.

드디어 뚜껑이 열렸고, 우려와는 다르게 주위에서 호평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찾은 LG아트센터.

그런데...

원작의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나는 좀처럼 이 작품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LED 조명은 너무 과했고, 안무는 웹툰의 느낌이었고,

인물간의 갈등이나 고난에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아주 덤덤하게 관람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탓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도 자꾸 툭툭 끊어지고

1막은 너무 가볍게 풀어서 오래된 명랑만화를 대면하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너무나 진지해서 그게 오히려 괴리감을 주더라.

솔직히 많이 당혹스러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건 영화판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조상경이 만든 의상과

국립창극단 소속 이소연(차옥비 역)의 소리였다.

"쑥대머리"도 "사철가"도 참 좋더라.

1막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걱정이 되긴 했는데

다행히 2막은 전체적으로 1막에 비해 훨씬 좋았다.

다만 감동을 강요하는 장면들이 좀...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창작 뮤지컬<청년 장준하>가 떠올랐다.

참 많이 기다리는 작품인데 정말 기약조차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 보면서 참 가슴 먹먹하고 아팠었는데...

나는 아무래도

책에서 받는 감동과 여운에 더 지배를 받는 부류인가보다.

조정래의 <아리랑>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쉽게 풀어질 수 있는 아우라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글의 힘은...

확실히 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23. 07:59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4.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예술감독, 총안무 : 정혜진

출연 : 서범석(세종) / 임철수, 김도빈 (강채윤) / 최정수, 박영수 (무휼)

        이시후 (성삼문), 김백현 (가리온)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10월 9일 한글날 기념적인 첫공연을 올렸다.

한아름, 오상준 콤비에 서범석과 임철수가 객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must see!"를 다짐했던 작품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연 기간은 너무나 짧았고,

그래서 입소문이 제대로 나기도 전에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사람은 다 본다.)

끝난 공연을 포스팅하는게 좀 뒷북같긴 하지만 그래도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기련다.

 

작품은,

역시나 서울예술단이기에 가능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그들답고 아름답다.

그들이 함께 무대에 서면

주조연을 구별하는 것도, 출연분량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도 참 부질없다.

내 앞에 펼쳐진건 그들 모두가 정성을 다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심지어 그 그림 속에는 아련하고 그윽한 향(香)까지 느껴진다.

최고는 아니지만 자기 자리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나는 서울예술단의 그런 모습이 언제나, 너무나 좋을 뿐이다.

 

 

얼마전에 예술단 단원이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연습하면서 서범석 선배에게서 후광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단지 후배가 선배에게 느끼는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속에서 세종으로 분한 서범석의 아우라를 실제로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더라.

연기도, 노래도, 전체적인 위엄과 분위기도 진심으로 왕다웠다.

배우 서범석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군주의 모습이더라.

이 작품 보면서 서범석이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머릿속에서 정조는 only 민영기뿐이었는데...)

 

역시나 서울예술단 작품답게 타악기의 활용도, 배우들의 군무도 탁월했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영상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도 참신하면서 흥미로웠다.

<소서노>에 이어 무대 바닥까지 꼼꼼하게 활용한 영상효효과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나비처럼 날아다니게 만든 연출은 베스트였다. 

그리고 2막 채윤과 성삼문의 격구장면 연출,

아주 멋졌다!

어린 채윤과 세종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오버랩시킨 것도 좋았고

무휼의 누나가 공녀로 끌려가는 장면에서 하얀 상여를 등장시킨 장면은 뭉클했다.

너무나 간곡하고 절실한 은유라서 많이 아프더라.

때로는 시같고 때로는 그림같던 무대였고 작품이었고 장면이라 여운이 깊다.

배우들 모두의 정성이 깊이 담긴 작품이더라.

심지어 어린 채윤역의 아역까지도 어쩜 그리 잔망지게 잘하던지...

공연기간만 충분히 확보되고 계속 피트백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짧은 공연기간이 내내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런 아쉬움이 서울예술단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도 그렇고, 공연기간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자꾸 뭔가 부족함의 여지를 남겨 아쉬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묘한 힘.

그 빈 여백의 가능성이 나는 너무나 좋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매번 자리에서 저절로 일어서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함에 감동한 기립이 아니라

내가 본 가능성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기립.

 

분명한건,

서울예술단 작품은 뭐가 됐든 끊임없이 발전할거란 사실이다.

그걸 믿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에 매번 기쁘게 박수쳐줄 준비!

 나는 언제나 되어 있다.

 

커튼콜때 두 손을 곱게 모은 박영수 무휼이 서범석 세종을 바라보던 눈빛...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숱한 의미가 담겨 있던 그 눈빛.

   뭉클함이 느껴질만큼 참 아름다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24. 08:30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두 도시 이야기>는 류정한 찰스 다네이 이외의 다른 캐스팅은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너무 고집스런 편애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을 봤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서범석의 커튼콜 사진.

그리고 카이와의 "Let her be a chile"를 동영상으로 봤다.

느낌이... 좋았다.

둘의 목소리는 꽤 잘 어울렸다.

그래서 서범석 찰스 다네이를 한 번 보기로 했다.

가능하면 카이와 서범석 캐스팅으로 보고 싶었는데 캐스팅이 예의치가 않았다.

다 포기했다.

서범석, 임혜영, 최수형, 백민정, 김봉환.

거의 무모한 컈스팅이었지만 삼성카드 1+1 이벤트에 좌석도 좋아서 그냥 가기로 했다.

<레베카> 이후에 많이 좋아졌다는 임혜영도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주말을 지나고 출근했더니 인터넷에 <두 도시 이야기>가 전례에 없는 대박을 치고 있었다.

작품 때문이 아니라 사인회 운운한  배우 백민정의 SNS 때문에...

배우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일요일 저녁 공연의 배우가 신영숙으로 교체됐다.

파장이 크겠다.

작품에게도, 배우에게도...

<쓰릴미>와 <라카지>의 보이콧 사태도 다시 회자되면서 공연계가  뒤숭숭해졌다.

개인적으로 SNS을 기피하고 안 하는 입장이라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서로 다 조심은 해야 될 것 같다.

공연 후, 에너지가 다 소진한 상태에서의 사인회.

배우에게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이벤트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페이크가 됐든, 철면피가 됐든 숨길 수 있어야 했다.

그건 수고와 힘듬은  배우들끼리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이야기하고 흘려보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사건으로 배우 백민정을 마녀사냥하듯 몰아치는 것도 과히 보기 좋지는 않다.

걱정스러웠는데 결국 백민정과 임혜영에게 징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다.

백민정 6회 출연 정지, 임혜영 3회 출연 정지!

참 여러 사람이 상처받고 아프게 됐다.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공연 전체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런데 그녀는 왜 그랬을까?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19년 차라는 그녀의 경력이 민방하다.

더불에 이정열까지도 욕을 먹고 있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여러가지로 안타깝다.

어쩌다보니 재공연 세 번 관람 전부 마담 드파르지가 백민정이었다.

신영숙과 비교해서 대등할 수는 도저히 없었겠지만

세 번 관람 중 그래도 이날 공연의 제일 좋았았는데...

(이날 너무 몰입해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래도!!!!)

뭐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

 

서범석의 시드니.

너무 깊다.

배우의 개인적인 깊이감이 엄청나서 급기야 관객이 시드니의 감정에 스며들 여유조차 안 준다.

남주 주인공이 아니라 마지 비련의 여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다.

이건 염세가 아니라 일종의 기벽에 가까운 중독이다.

게다가 모든 노래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Reflection은 환상속에 너무 빠져 비애가 절망이 느껴질 틈이 없었고

I can't recall은 벅찬 감격과 설렘이 아닌 곧 폭발할 것 같은 과도한 격정이 앞선다.

Let' her be a child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통곡하는 느낌이고...

난감하다.

다가가서 달래줘야 하나???

이런 시드니를 본다는 건...

솔직히 많이 당혹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시드니는 "슬픔"이 전부가 아니다.

시드니라는 인물은,

비록 간절히 바랬던 한 여인의 사랑은 얻지는 못했지만

루시의 가족을 통해 더 큰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건 "슬픔"이 아닌 "보고픔" 그것이었다.

어린 루시가 아빠를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루시가 죽음이 예정된 남편을 온 가족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찰스가 시드니에게 루시를 부탁하면서까지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그리고 그들이 행복를 죽어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시드니의 그 마음.

이 모든 "보고픔"을 "슬픔" 하나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서범석은 시드니는...

홀로 이 슬픔 속에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우 서범석의 연기과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새로운 작품을 하면 일부러 챙겨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배우가 감정에 너무 빠져버려 배역을 의도만큼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대사는 마치 대본을 읽는 것 처럼 어색하다.

도대체 왜지?

서범석이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당혹스럽다.

아무래도 그가 감정 컨트롤에 실패한 것 같다.

마지막 대사는 울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난 내가 알던 어떤 휴식처보다 더 평온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대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아주 당당하고 확신에 찬 상태에서 했어야 했다.

눈 속에 눈물이 담겨도 절대로 대사 속에는 눈물이 담겨서는 안된다.

그러나 서범석의 대사는 단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통곡이었다.

단어 끝이 선명하지 않고 흐려졌다.

어떻게든 버텨내길 바랬는데...

아주 의연하게 빛나는 별빛이길 바랬는데... 

 

임혜영 루시도 작년 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주는 루시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자란 귀한 외동딸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순수한 사랑스러움에 최현주 루시가 품는 강인함까지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선지 그녀의 "Without you"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잃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 사이에서의 번민과 그래도 견디겠다는 결정에 대한 힘이 부족하다.

루시가 갖는 내면의 굳건하고 강인한 힘.

그걸 표현하지 못한 건 영 아쉽다.

최수형 다네이는 연기와 노래에 전체적으로 힘이 빠져서 그전보다 훨씬 좋았다.

투사같던 이미지가 줄어드니 사랑에 빠져버린 한 남자의 모습이 오롯이 보인다.

과거의 기억과 함께 봉인된 김봉환 마네트 박사도

부성애가 비로소 살아났다.

다행스럽다.

그리고 브라스가 활개치던 오케스트라의 경박함도 거의 사라져서 좋았다.

 

시드니의 첫등장은 류정한 방식이 확실히 더 좋았고

(도대체 왜 바뀐거지????)

2막에서 로리와 시드니와의 대화장면은 솔직히 아주 절망적이었다.

"내가 자네 아버지가 아닌 건 정말 하늘에 감사할 일"이라니????

시드니가 은밀한 결심을 하는 의미심장한 이 장면이

이 대화때문에 숭고함이 코믹으로 유체이탈되는 느낌이다.

(제발 허무개그같은 이 장면은 삭제됐으면...)

앙상블의 힘은 역시 참 좋다.

 

사실 서범석 시드니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람을 결정했던건데...

그래도 다행이다.

기대했던 이외의 것들에서 좋은 느낌들을 받았으니.

그걸로도 괜찮다.

<두 도시 이야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6. 08:2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훈진, 이창용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닥터 까라스코 (박인배), 이영기 (신부) 외

 

뮤지컬 <Man of La Mancha>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소위 제대로 꽃히고 말았었다.

그때 김성기와 류정한이 세르반테스를 했었고 나중엔 인터미션이 생기긴 했지만

초반에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터미션 없이 그냥 진행했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뮤지컬 넘버가 주는 감동은 엄청난 충격에 가까웠었다.

원래는 작년 OD 공연작이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 밀려(?) 올 해로 드디어 공연에 올랐다.

impossible한 노인네가 돌아오니

절로 dream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캐스팅이 공개되고 난 후 쾌재를 불렀던 건 드디어 서범석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서범석 스스로도 꿈의 배역으로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제작발표회때 그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살짝 감격했단다.

이해가 됐다.

그 작품은, 이 배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니까.

알돈자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다 오랫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혜경이,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산초는 이훈진과 이창용.

(오~~호! 이창용도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럽고 가녀린 역을 주로 했던 조정은이 산전수전 다 겪은 알돈자를 한다?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범석, 조정은, 이훈진.

일찌감치 중앙열 제일 앞자리를 잡아놓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다.

(샤롯데를 찾아가는데 심지어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서범석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이 역이 배우 서범석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랐던 그 배역임에 분명한가보다.

매 장면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감동과 감격이 살짝 넘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쩡쩡한 다리와 황망한 눈동자 설정은 코믹하면서도 인물에 적절하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았고.

배우 자신이 갖는 감동과 감격이 연기에 자주 투영되는 것 같았고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도 순간순간 보인다.

그래도 9월겨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나를 제일 많이 놀랍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알돈자의 조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구석에 조정은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까지 전체적인 태(態)가 곱고 사랑스러운 조정은이었는데...

그녀의 알돈자는 거침없었다.

그때까지 알돈자 역은 역시 김선영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틀을 조정은이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조정은 작품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은이 아니라 알돈자 그 자체였다.

확실히 조정은은 배우다!

(이제 점점 경지에 오르려는 모양이다. 그녀, 정말 멋지다!)

노새끌이들과의 험난한(?) 폭행장면도 너무 실감났고

폭행을 당한 후 돈키호테에게 쏟아붓는 장면도 너무 절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멍한 느낌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여우같은 조정은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산초 이훈진은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산초였고,

(그래도 가끔은 해오름극장 초연때의 맛깔스런 김재만 산초가 그립다.)

닥터 카라스코는 내내 이세창에 익숙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인배의 표현도 너무 좋았다.

좀 더 이지적이고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특히 목소리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박인배는 배우말고 아나운서를 했어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연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정도로 딕션이 정확했다.

"난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으니까..."

서영주의 깨방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도지사와 여관주인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돼서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

도지사는 전작 <닥터 지바고>의 코마로브스키 느낌 그대로였고

여관주인은 대사에 코믹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성기 정도의 표현이 딱 좋았던 것 같다)

아, 참!

4분 가량의 프롤로그 인트로가 끝난후 바로 이어지는 구음은 참 좋았다.

(난 정말이지 맨 오브 라만차의 인트로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불친절한 여관 안주인으로 나오는 배우 오은미인데

소름끼치는 울림이었다.

 

맨 앞 줄에서 관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가 전체적으로 높아서 깊이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선지 좀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편해졌다.

여관 입구도 중앙이 아닌 살짝 왼편을 바라보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객석 왼편에 앉는 게 아무래도 덜 답답할 것 같다.

이상한 건,

처음에 세르반테스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으로 나가는 장면이 좀 밍밍해졌다.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대 셋트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 아쉽다.

(나 혼자만 터무니없이 그렇게 느꼈을수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살짝 낯선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거 참 괜찮은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 참.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7. 06:17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주하는 임태경을 참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 그가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때
그냥 "팝페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연주는 임형주의 연주와는 분명 다르다.
열심히 임태경의 연주에 푹 빠져 있을 때 그의 뮤지컬 데뷔 소식을 들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로 만든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으로 이소정과 함께 공연한다는...
참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였지만
뮤지컬 첫도전이라는 풋풋함과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뭐 그닥 나쁘지 않았었다.
"그대도 살아주오"는 또 얼마나 절절하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전히 감동을 받고 위로와 휴식을 받지만
뮤지컬 작품을 보면서는 좀처럼 감동을 받거나 동화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엔 애써 찾아보지 않았고
몇 번 본 후에는 급기야 이 사람 예전처럼 연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기고 말았다.
(스위니토드, 로미오와 쥴리엣, 초연된 모차르트 ...)
뮤지컬이야 안 보면 그만인데 예전같은 그의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일단 지독한 불만이었다.
목소리를 다리와 바꾼 인어공주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기엔 그의 연주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웠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모차르트>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수요일 낮공연 할인(R석 40%)이 아니었다면 분명 찾아보진 않았을거다.

거기다가 4인 4색(임태경,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을 내세우는 전 캐스팅을 섭렵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띵동! 당첨(?)된게 임태경 캐스팅이었다.
(뭐 그닥 선택이라고 할만큼 폭이 넓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 때는 임태경과 박은태 두 캐스팅을 챙겨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박은태 모차르트가 더 마음에 와 닿았었다.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발성과 약간 이상한 딕션, 대사할 때의 성량만 해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성남 공연은 일단 무대 세트와 음향,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좋아졌다.
초연때는 뭔가 빈틈이 많이 보이는 무대라 전체적으로 휑했었고
모든 대사들은 동굴 속에서 웅웅 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성남 무대는 충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빈틈이 보이진 않았다.
특히 조명은 참 좋았다.
그리고 모차르트 임태경!
백만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에게 감동받았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아마도 임태경이 모차르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하고 허덕였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더라.
어색했던 감정표현과 동작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웠다.
3월에 있었던 그의 단독 콘서트가 변화의 계기가 됐을까?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와 발전이 나는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 드디어 배우가 되려나 보다...
어쩌면... 어쩌면...
이제부터 임태경는 연주가 임태경과 뮤지컬 배우 임태경의 두 길을 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그가 평형과 균형, 그리고 조화를 드디어 뮤지컬 무대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의 모차르트 연기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스러웠다.
정확한 음과 성량, 발음으로 연주하던 넘버들 역시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매장면마다 딱 어울리는 호흡과 감정까지...


내가 초연 캐스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가!
재공연되는 작품에 은근히 초연멤버가 그대로 나오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초연멤버가 많이 캐스팅된 날로 선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실재로 초연보다 재공연이 형편없었던 경우도 꽤 있긴 했다.)
임태경, 신영숙, 서범석, 이경미 초연 캐스팅과
이정열, 에녹, 임강희, 커버이긴 했지만 박혜나 콘스탄체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박혜나 콘스탄체와 에녹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
캐스팅보드에 혼자 의상없는 사진으로 올라가있던 박혜나는
정선아 콘스탄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주눅들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당돌할만큼 너무 잘해내서 놀랐다.
에녹은 다소 과장된 슈카네더였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 슈카네더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군무장면에서 동작을 하나 표현해도 눈에 띄게, 더 크게, 더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에녹이라는 가수출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주인공이 될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에녹의 밉지 않은 과장된 연기는 열의와 열정, 그리고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서범석의 레오폴트는 여전히 깊은 인상과 진정성을 안겨준다.
좀처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배우 서범석!
이 사람의 모든 무대는 언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초연때 나는 이 작품이 서범석때문에 "레오폴드 모차르트"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이정열의 주교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란넬의 임강희는 초연 배혜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켜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모차르트>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작품이 나왔다.
다시 그 먼 곳까지까지 찾아가 보게 되진 않겠지만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아마도 꽤나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충만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라 아직도 멍하다...)
그리고 임태경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의 다음 행보를
나는 조금씩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웠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6. 06:09


어쩌다보니 요즘에 예술의 전당 발걸음이 잦다.
조만간에 한가람 미술관도 찾아가봐야하는데...
예당의 자유소극장은 규모나 음향시설이나 딱 맘에 드는데
문제는 너무 멀다는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 자유소극장에서 본 작품들은 다 느낌이 좋았다. (주로 연극)
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 Midsummer> 역시도.
OD 뮤지컬 컴퍼니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나름대로 기념(?)을 하고 싶었는지 "아주 특별한 2인극" 3편을 기획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연극 <미드썸머>였다.
다른 두 작품은 10월에 공연될 뮤지컬 <The Stoy of My Life>와 연극 <The Blue Room>
(두 작품 역시나 기대중인 1인 ^^)
10년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도전한다는 OD는 꽤 괜찮은 시도라를 한 셈이다.
대형뮤지컬 기획사 OD가 왠일이지 싶다가다 역시나 신춘수 대표가 참 영리한 사람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제대로 이룬것 하나 없이 대충 살아온 조직의 똘마니 밥 역에 서범석, 이석준이
쿨한  이혼 전문 변호사 헬러나 역에 탤렌트 예지원이 캐스팅됐다. 
출연진도 꽤 괜찮지만 궁금했던 건 양정웅 연출이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 <한 여름 밤의 꿈>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라니
아마도 양정웅 연출이 딱이다 싶긴 했을거다.
한국 연극 최초로 런던 바비컨 센터에 초청돼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은
연극계 대표적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면서 독창적이면서 파격적인 감각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에게도 첫 상업 연극 도전이라 어떻게 연출했을지 많이 궁금했고 기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공을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보게 됐다니...)


밥과 헬레나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바쁘다.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으면서
해설과 연기, 통기타연주, 의상, 심지어는 무대 셋트까지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부산스러울것 같은데 역시나 여우같은 두 배우는 순간순간 잘도 요리하더라.
극 중간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에드립 연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기타 어깨끈이 빠져서 다시 끼우는 서범석의 능청스러운 앙탈에 관객들도 박장대소하더라. 
연극의 묘미는 그런 것 같다.
같은 작품이지만 그날의 상황이나 실수에 따라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아무래도 뮤지컬은 연극보다는 그런 면에서는 실수가 훨씬 적으니까...)
물론 실수가 너무 잦으면 배우로써의 역량과 자질이 심히 의심스러워지겠지만
이날의 공연은 즐기기에 딱 적당한 정도여서 유쾌했다.
<미스터 마우스>의 인우를 떠올리게 하는 서범석의 자폐 연기도 반가웠고...
늘 느끼는 거지만 서범석의 딕션은 참 정확하고 느낌 있다.
별 볼일 없는 조직의 똘마니 역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25살의 서범석은 또 얼마나 꽃미남이던지... 하하하!


예지원이 TV나 영화말고 무대 연기를 예전에 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끔 무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은 그래도 더블 캐스팅이지만 헬레나는 예지원 원캐스팅이었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멀티맨(멀티걸?)의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 예진원!
딕션도 얼마나 좋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물론 작품 자체가 그녀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배우 예지원을 새롭게 발견했다.
노래도 정말 느낌있게 잘 불러서 또 다시 놀랐다.
‘Change is possible’
극에 등장하는 이 말이 그녀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
그야말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주던 예지원은
스스럼없이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을 연극 속으로 직접 끌여들인다.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선을 잘 유지하는 균형감각도 너무 좋았다.
원캐스팅으로 2달 동안의 공연을 너무나 멋지게 잘 끌어온 배우 예지원은
큰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멋진 배우, 예지원!


midsummer는 일년 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를 말한다.
꼭 사랑이니 청춘이니 인생이니 이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어도 좋다.
살면서 짧게 지나가는 게 어디 이것들 뿐일까!
모든 건 다 잠깐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이라고 연극이,
밥과 헬레나가 무딘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Change is possible’
생각하지도 못한 뜻밖의 일탈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거라면
그래, 그게 전부인거다.
그게 제일 좋은 거다.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어떻게든 애써도.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가끔씩 다시 원해도. 

이렇게 바로 곁에 있는듯한 우리,
거기에 멀리 보이는 산만큼의 거리.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 우리,
거기에 커다란 바다와 도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