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1. 20. 08:32

 

<칠서>

 

일시 : 2017.11.10. ~ 2019.11.17.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극작 : 장성희

작곡 : 민찬홍

편곡, 음악슈터바이저 : 김성수

음악감독 : 나정윤

각색, 연출 : 노우성 

출연 : 박영수(서양갑), 정원영(허균), 박강현(광해군) 외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가무극은 극과 극이다.

이 작품도 첫공연 후 평가가 별로여서 살짝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보길 잘했다.

서울에술단의 특성보다 노우성 연출의 특성이 두드러진 작품이긴 했지만

뭐가 됐든 박영수는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박영수답다.

노우성 연출은...

<앤더슨가의 비밀>이 현재까지는 그의 최고의 작품이지 싶다.

그 이후의 작품들은,

뮤지컬보다는 연극적인 요소가 훨씬 많고

솔직히 말하면...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허무한 경우가 너무 많아서...

그래도 다행히 이 작품은 <페스트>보다는 괜찮았다.

워낙 기대치가 크지 않긴 했지만...

MR이 아닌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는 색다랐고

의상은 역시나 예술단답게 아름다웠다.

 

정원영은 이쯤되면 준 서울예술단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고,

박강현은 팬텀싱어의 주역답게 노래가 좋더라.

시간이 지나 연기적인 깊이가 생긴다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허균의 누이 허초의 역의 송문선은 재앙이었고,

(1막 2막에서 서양갑과의 듀엣곡은 솔직히 답이 없더라.)

예술단 특유의 군무를 볼 수 없는 것도 많이 아쉬웠다.

힘있는 군무... 라고 쓰려다가

생각해보니 서울예술단원의 나이도 더이상 젊지 않구나...를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김도빈, 조풍래도 예술단을 떠났고 이제 F4 중 박영수만 남았다.

솔직히 <바람의 나라>,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이 좀 걱정된다.

이러다 객원배우에 의지하는 모양새가 되는건 아닐까 싶어서...

이번에보니 고미경의 소리도 많이 약해졌던데...

아무래도 예술단에 변화가 필요하지 싶다.

 

이런 걱정들도 다 예술단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깊어서다.

<바람의 나라>도 다시 보고 싶고,

<윤동주, 달을 쏘다>는 계속 보고 싶은 간곡한 마음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4. 5. 08:27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7.03.21. ~ 2017.04.0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극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 온주완 (윤동주) / 하선진, 송문선 (이선화) /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제작 : (재)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는...

말을 잃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목만 들어도 이미 가슴이 무너지고,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매번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든다.

이 작품엔 9편의 윤동주 시가 나오지만

단 한 편도 넘버의 가사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작곡자 오상준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동주의 시 안에 음악적 선율이 내포돼 있어 시는 독백과 낭독으로 표현하고 음악은 시의 감성과 비슷하게 표현했다"라고.

그의 말에 100%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이 내가 아는 지금까지 서정적이라고 생각한 윤동주의 시가

얼마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시인지 처음 알게 됐다.

이 작품은...

감상을 말하는것 조차 부끄럽게 한다.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박영수가 서울예술단을 떠나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세 배우의 조합은,

역시나 아름다웠고 든든했다.

배우들도 나도 인물에 동화돼

순간순간 치고 올라오는 감정들로 아팠고, 슬펐고,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올 해로 네 번째 무대가 오른 박영수는 대체불가 윤동주였고

이 엄청난 작품에 뛰어든 온주완 역시 진심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적이었다.

쉽게 할 수 없는 작품이고,

쉽게 할 수 없는 인물인데

두 배우 모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이라고는 고작 <뉴시스> 한 작품을 했을 뿐인데

온주완이라는 TV 배우가 이 어려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그런데 디테일까지 깨알같이 적어논 그의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고

실제 그의 무대를 보고 그의 진심을 단정하게 인정했다.

욕심으로 나선 작품은 아니라는걸... 알았다.

이 작품을 수락하고, 연습을 하면서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감정들과 마주했을 온주완을 생각하니 뭉클하다.

서울예술단을 나가는 박영수도,

객원배우로 처음 참여한 온주완도 이 작품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도 이 두 배우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꼭 그래주면 좋겠다.

 

<윤동주 달을 쏘다>

잊혀지지도,

보내지지도 않는 작품.

꼭 견텨야 한다.

제발 견뎌 주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9. 7. 08:26

 

 

<잃어버린 얼굴 1895>

 

일시 : 2015.08.29. ~ 2015.09.1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작사: 장성희

작곡, 편곡 : 민찬홍

각색,연출 : 이지나

안무 : 김혜림, 김소희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차지연(명성황후), 박영수(고종), 금승훈(대원군), 조풍래(민영익)

        정원영, 고훈정(휘), 김건혜(선화), 김도빈(김옥균)외 서울예술단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은 늘 옳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름다운 고집이고 의미있는 뚝심이다.

게다가 매 시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열심도 대단하고,

좋은 작품을 잊지 않고 발전시켜 나가는 진일보하는 과정도 눈부시다.

<잃어버린 얼굴 1895>.

2013년 초연 당시 정말 보고 싶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리스 여행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놓쳐버린 작품이다.

그게 정말 아쉬웠던지 이번  재연은 첫공을 아무 망설임없이 바로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는

전체적인 무대와 조명, 그리고 거울같은 바닥이 주는 효과까지 제대로 느끼려면 2층 관람이 정답이다.

아름답고 애잔하고 그리고 참 서럽더라.

뭔가가 가슴에 오래 맺혀버린것 같기도 하고, 속이 후련해지는것 같기도 하고

픽션이 팩트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론 명성황후를 모티브로 한 작품 중에서 제일 가슴에 담겼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너무 좋다보니 한 눈을 팔 겨를이 없었고

의상과 무대를 따라가는것도 황홀하더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작품을 서울예술단 말고 다른 곳에서 올린다...

과연 지금과 같은 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을까?

이건 딱히 배우나 연출, 대본의 역량만은 아닌 것 같다.

첫공인데도 빈틈이 전혀 없고

마치 오랫동안 공연중인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오래 함께 해온 단원은 물론이고 연수단원, 객원 배우까지도 그대로 하나로 움직이더라.

그게 바로 서울예술단만의 능력이고 가치고 변별력이다.

꼭 <바람의 나라> 그 두번째 이야기같다.

 

차지연의 묵직하면서도 절제된 민비도

정원영의 서글픈 휘도

나는 다 서럽고 아팠다.

선호와 휘에게는.

가혹함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엔딩은 또왜 그리 애잔하고 평온하던지...

이것 말고 다른 엔딩은 도저히 생각지도 못하겠다.

 

누구였을까?

얼굴을 잃어버린 그 사람은.

민비였을까? 

아니면 선화였을까?

누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30. 08:08


<이른 봄, 늦은 겨울>


일시 : 2015.03.21.~ 2015.03.29.

장소 :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극작, 작사 : 배삼식 

작,편곡 : 김철환

안무, 예술감독 : 정혜진

연출 : 임도완

출연 :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역시 서울예술단이고 역시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창작 가무극이다.

멋진 작품이었고 여운이 아주 오래 가는 깊은 작품이었다.

서울예술단은,

기필고 해체되는 일이 없어야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예술의전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른 봄, 늦은 겨울>은,

아주 신비롭고, 아름답고, 몽환적이고, 곱고, 그윽하고 그리고 애뜻한 작품이더라.

10여 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보고픔인지 모를 감정들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특히나 슬프고 아련해서 여운이 참 오래갔다.

나도 그렇게 이 세상을 꿈처럼 떠나겠구나.

한없이 어둡고, 한없이, 밝고, 한없이 가볍고, 한없이 무겁게...


무대도, 영상효과도, 음악과 춤도,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도 한결같이 좋았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연주였고, 하나의 춤이었고, 하나의 소리였고, 하나의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울려져 활짝 핀 종합예술이더라.

재즈같기도, 탱고같기도, 명상음악같기도 했던 음악 속에 

만돌린, 퍼커션, 아코디언과 젬버, 현이 절묘한 소리로 감싸안고

구음(口音)의 오묘함이 그 곁을 한 번 더 끌어안았다.

거기에 또 다시 한 겹 한 겹 꽃잎처럼 덮여지던 풍경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아이들 소리.

짧은 공연기간이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세월호에 대한 헌정도, 인간의 삶 그 이상을 떠오르게 한 숱한 오마주들에게도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서울예술단의 이번 작품은,

나를 알 수 없는 시간 그 어디쯤으로 데리고 갔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싫었다.

아픈 작품이지만 잊기 힘든 작품이다.

매화향기 속에 

몸도ㅗ 마음도 먼 길을 떠나버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31. 08:31

<소서노>

일시 : 2014.03.24. ~ 2014.03.2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극본 : 이희준

작곡, 음악감독 : 김길려

무대미술 : 이태섭 

안무 : 김혜림

연출 : 정혜진

출연 : 조정은 (소서노), 박영수 (주몽), 김도빈 (유리),

        이시후 (연무발), 박석용 (주렴) 외 서울예술단 단원

 

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그것도 그냥 좋아하는게 아니라 몸서리치게 좋아하고 몸서리치게 아낀다.

작품의 퀄리티가 고저가 유난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예술단만의 뚝심과 가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것에 무한 신뢰감이 생간다.

처음엔 가무극이라는 용어가 참 낯설었다.

"뮤지컬"이라는 말 대신 굳이 "가무극"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의아했지만

작품을 보고는 이해했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물론 좋지만

전문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이 주는 감동 또한 엄청나다.

오래동안 함께 작업한 사람들만이 갖을 수 있는 유대감과 결속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전문 댄서가 아닌 연기 전문 단원들까지 몸쓰는 솜씨가 애사가 아니다.

그래서 어느새 이렇게 "믿고 보는 서울에술단"이라는 수식어까지도 생겼다.

나도 이 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믿고 보는 서울예술단!

 

<레미제라블> 이후 오랫만에 조정은의 무대를 봐서 아주 반가웠다.

가냘픈 목소리가 이 역에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단호함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칼을 가지고 몸을 쓰는 장면도 그렇게 많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과거에 서울예술단 단원이었던 그녀도 참 감회가 남달라겠다.

문득 조정은, 민영기의 서울예술단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최고의 로미오와 최고의 줄리엣... 그래서 그 둘의 마지막 공연은 봐서 다행이다.)

 

이 작품은 1막과 2막의 느낌이 확 다르다.

1막은 신화적 인 요소를 살렸다는데

다소 유치하고 살짝 아동극스럽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특유의 역동적인 춤도 기대보다는 아니었고

처음에 신기하던 무대 효과도 반복이 되다보니 어딘지 빈곳이 자꾸 보이더라.

(특히 빗방울 떨어지는 장면...)

무대가 과하게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와이어씬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틀 올리고 빼버렸단다.

개인적으론 현명한 판단이었지 싶다.

2막은 그래도 1막 보다는 괜찮았다.

서울예술단 특유의 춤과 타악기 연주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었고

특히나 조정은의 후반부 연기와 노래에 살짝 뭉클해지기도 했다.

박영수 주몽과의 듀엣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듣기가 좋았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배우 박영수는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돋보이는 것 같다.

서울예술단  F4의 모습도 역시나 보기 좋았고

고미경과 박석용의 조연 서포트도 언제나처럼 참 좋더라.

전체적으로는 기존의 작품보다는 조금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5월에 공연될 <바람의 나라>와 시대적으로 흐름이 연결돼서 개인적으로는 의미있게 봤다.

(와우~ 드디어 <바람의 나라>가 돌아온다~~~~~나... 이 나라에서 내내 살고 싶다...)

 

그냥 작품과는 별도로 서울예술단은 작품은 

저꾸 애정과 믿음이 간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뚝심과 자존심으로 

이렇게 꾸준히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에술단은 없지 않나!

그러니 알뜰살뜰 아껴줘야만 한다.

그래도 된다.

서울예술단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