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2. 28. 19:25
며칠전부터 목이 잠기기 시작했다. 
목감기가 시작됐구나 생각하고 감기약을 챙겨먹었는데 뭔가 감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당황스러웠다.
급기야 쉰목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말하기가 힘들어졌다. 
감기증상이 동반되지도 않아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목 안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성대결절 초기란다.
네? 성대결절이요?
당황스러웠다. 성대결절이라니!
이런거 노래하는 가수한테나 오는거 아닌가?
어쨌든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기는 했는데 가장 좋은건 1주일 정도 말하지 않고 쉬는거란다.
불가능한걸 하라니 조금 절망적이더라.
뱃속의 아기들을 초음파로 검사하면서 엄마들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하는데 말을 하지 말라니...
큰일이야 날까 싶어  어제 진료를 받고 오후에도 일을 했더니 급기야 사단이 났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래서 오늘 오전은 쉬고 오후에 출근하기로 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배려로 오후도 쉬게 됐다.

이상하다.
평일에 이렇게 쉬고 있는 내 모습이 영 어색하다.
목소리가 없어지니 좋은 점이 많다.
다른게 들리고 다른게 보인다.
하루종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2권이나 읽었다. 터키와 스페인에 관련된 책.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이다. )
지금은 김광보 연줄의 연극 <은밀한 기쁨>을 보려고 대학로에 나와있다.
아주 느리게 천천히 걸어다니니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행복하다는 생각! 
진심으로 했다.
이렇게 느리고 천천히 살 수 있다면 이대로 평생 목소리를 잃어도 좋을것 같다는 위험한 상상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는 늘 밥벌이에 있다.

괜찮냐는 동료들의 문자에 많이 미안했다.
월요일까지 최대한 원상복귀하겠다고 답을 하면서도 제발 그렇게 되길 스스로도 바라고 있다.
행복하긴 하지만 늘 행복할 수만은 없는거니까...
그러니 내 목소리는 돌아와줘야한다.
도대체 내 목소리는 나를 잃고. 나를 잊고 지금 어디를 헤메고 있는걸까?
성대결절이라니, 세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13. 06:29


원래는 볼 계획이 아니었다.
매번 방학마다 조카녀석들에게 좋은 공연을 한 편씩 보여주고
같이 밥도 먹는 데이트를 하는데
이번에 내가 선택한 뮤지컬이 <미스 사이공>이었다.
세게 4대 뮤지컬이기도 보여주고도 싶었고
이번에 아니면 예전처럼 5년여가 지나야 보게 될지도 몰라서...  (^^) 
약간 선정적인 부분들이 나오긴 하지만
고등학생들이니 받아들이는데 충격적(?)이지도 않을 것 같았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완소 트리플 캐스팅을 보니 그만 또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착한 가격으로 현장 구매를 할 수 있어서 이번에는 S석에서 관람했다.



김성기, 김보경, 마이클 리.
이 세 명의 배우들을 사수하기 위한 예매는 나는 종종걸음하게 만들었다.
조카들에게도 꼭 이 조합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캐스팅이 자꾸 바뀌는 바람에 예매와 취소을 오랜 시간 반복했다.
급기야 예매처 Q & A 란에 호소까지 하고 말았다.
"죄송하지만 캐스팅을 너무 자주 바꾸니까 예매하기가 힘들다고..."
전날 폭우가 내려서 이날도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햇빛이 쨍쨍했다.
전날인 토요일에 집중 호우와 번개로 인해 공연장 전기 시절에 문제가 생겼단다.
그래서 2시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일부러 조카들 시간 맞춰서 어렵게 데이트 약속을 잡은건데
(한 놈이 고 3이 수험생라 심신이 고달픈 몸이기에...)
뜻하지 않는 대참사가 일어날까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다행스럽다.



역시 세 사람의 조합은 지독히 아름다웠고 또 다시 감동적이었다.
김보경은 성대결절 때문에 공연을 며칠 못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람을 절절하고 아프게 만들었다.
이날은 엘렌과의 첫만남 장면에서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의 아내라는 희망이 끊고 오직 탬의 어머니로만 킴이 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절망을 품고 유일한 희망을 붙잡는 그녀의 고통을 보는 건 네 번째인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늘 새롭게 가슴이 차곡차곡 아파온다.
헬리콥터 장면에서는 또 다시 눈물을 흐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절망적이고 잔인하게 아파서...
오랜 공연 기간으로 인해 몇몇 배우들이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그리고 앙상블은 역시나 최고! (morning dragon과 헬리콥타 신, 그리고 클럽 신들도... 정말 대단들하다)
조카 녀석들도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갔다면서 아쉬워했다.

공연이 끝나고
조카 녀석들은 방학 때마다 고모가 좋은 공연을 보여 줘서 고맙다고 하고
나는 고모와의 데이트를 매번 기쁘게 받아주는 조카들이 너무 고맙고...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당동 떡볶이 골목으로 향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덥지만 신당동 떡볶이는 먹어줘야 하기에...
변변찮은 고모에게 좋은 기억 하나 더 심어준 조카들이 그저 이쁠 뿐이다.
사실 이 날의 주연은 조카 녀석들이었고 조연이 <미스 사이공>인 셈이다.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우리 조카 녀석들은
고모, 이모에게 참 착하고 다정하다.
요 놈, 요 놈, 요 이쁜 놈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