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4. 08:29

 

<오이디푸스>

 

시 : 2019.01.29. ~ 2019.02.24.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극작, 각색 : 한아름

무대 : 정승호

연출 : 서재형

출연 : 황정민(오이디푸스), 배해선(이오카스테), 박은석(코러스장), 최수형(크레온), 남명렬(코린토스 사자) 외

제작 : (주)샘컴퍼니

 

2013년 LG아트센터에서 본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기억이 선명하다.

작품을 보고 썼던 글의 시작은 이랬다.

"이 대단한 작품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지금도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전율이 느껴진다.

객석이 무대에 있어서 관객을 원형극장에 모인 테베의 시민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놀라웠고

엔딩 장면에서 원래의 넓은 객석이 오이디푸스가 떠나는 길로 형상화되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두 대의 피아노와 나무 의자들,

그리고 배우들의 하얀 의상까지...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

그때 오이디푸스 역을 한 박해수를 보면서 생각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하긴 그 공간에서만큼은 모두 미친 사람들이었다.

배우들도, 스텝들도, 제작진들도 심지어 관객들까지도...

 

다시 돌아오는구나 생각하니 좋았다.

그때 받았던 광기에 가까운 전율을 다시 느낄 생각을 하니 더 좋았다.

그래서 최대한 가까이서 보려고 무려 OP석을 예매했다.

황정민의 전작 <리처드 3세>도 너무 좋았고

출연배우들도 다 좋아서 두루두루 기대감이 컸다.

그랬더랬는데...

실제로 본 작품은 2013년도와 같지만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too much 하다는 느낌.

캐릭터 포스터 보면서도 too much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도, 의상도, 분장도, 연출도, 조명도, 연기도 다 그렇더라.

(제일 too much한 배우는 코러스장 박은석)

대사가 바뀐 것도 아쉬웠고

음향과 코러스의 역할이 확 줄어든 것도 아쉬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너무 많이 아쉬웠던 작품.

아무래도...

2019년의 <오이디푸스>와 2013년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

부은 발, 오이디푸스.

그 이름이 운명을 말해주리라.

오이디푸스를 보라!

저 뒷모습을 본 자라면 명심하라.

누구든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지 말라.

오이디푸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5. 11:39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일시 : 2013.10.09. ~ 2013.10.20.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소포클레스

대본,작사 : 한아름

작곡 : 최우정

연출 : 서재형

출연 : 박해수(오이디푸스), 박인배(코러스장), 임강희(이오카스테),

        이갑선, 임철수, 오찬우, 김선표, 김중오, 박지희, 김정윤, 이천영,

        김재형, 인진우, 지석민, 김혜인

주최, 제작 : LG 아트센터 

 

이 대단한 작품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은 내게 2013년 최고의 작품으로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거다.

솔직히 말하면 대사 한 줄 한 줄을 내 살과 뼈 마디마디에 새기고 싶은 심정이다.

모든 장면들과 모든 대사들을 날 것들처럼 그대로 살아서 내 속에서 춤을 춘다.

이 작품...

충격과 감탄, 경악과 흥분이란 단어로는 이 작품의 발끝조차도 표현할 수 없다.

마치 내가 그대로 매장되는 느낌이었다.

죽은 아오카스테의 황금브로치로 스스로 눈을 찔러 검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다름아닌 나같다.

그런데 어쩌면 좋나!

뽀족한 죽창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

이 뻐근하고 잔인한 아픔을 도대체 어떻해야 감당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든 결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아니! 빠져나오지 않으련다!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없는 인간의 숙명!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매순간마다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 운명을 향해

나는 과연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운명은 화살과 같아서 자신이 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데...

내가 운명지어진 신탁(神託)이 나는 두렵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이 태어나

죽여서는 안되는 사람을 죽이고

결혼해서는 안되는 사람과 결혼을 해

낳아서는 안될 자식들을

낳고 알아서는 안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구나 

부은 발 "오이디푸스"의 내려진 신탁은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하고 극악무도한가!

이 모는 것들,

결코 그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그가 알고 행한 일도 아닌데...

아니 오히려 그 비극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는데...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에 갈갈이 찢겨 결국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찌른채 지팡이에 의지에 테베를 떠난 오이디푸스.

그의 마지막 대사를 나는 통곡처럼 삼켰다.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다.

완전히 미친 작품이다.

1000여석의 LG아트 객석을 텅텅 비우고 무대 위에 360석 규모의 객석을 만든 것도 미친 짓이고

고대의 그것처럼 코러스를 이렇게까지 살려낸 서재형 연출도 미쳤고

이 어려운 작품에 이런 가사를 붙인 한아름도 미쳤고

이 느낌을 멜로디로 만든 최우정도 미쳤고

피아노와 사람의 소리로만 이렇게 가차없이 몰아부치는 배우들도 미쳤다.

고통스럽지만 행복했겠다.

이 모든 미친 사람들은!

심지어 이 사람들은 소리를 아주 선명히 보이게, 잡히게 만들었다.

그건 두 가지 감각이 공존하는 공감각의 영역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탄생이었다.

광기(狂氣) 그 이상의 작품.

 

열린 문을 통과해 어두운 객석을 따라 들어가면서도

검은 장막이 내려진 무대로 올라가면서도

마치 무언가에 홀리고 있다는 느낌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이 난처하고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아주 제의적이고 주술적인 아우라가 무대를 넘어 비어있는 객석까지도 가득하다.

자리에 찾아 앉기조차도 어딘지모르게 망설여졌다.

뇌쇄적이라는 말.

이 작품은 내 뇌 전체를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녹여버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 시선과 심장과 머리와 온몸을 다 움켜쥐고 조여온다.

처음이다.

배우도 아니면서 이 작품의 대사 전채를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다는 생각!

아마도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홀로 길을 떠나야했던 오이디푸스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원죄처럼 영원히 내 가슴이 남겠다.

 

...... 그는 누군가? 오이디푸스

       자식들을 위해 , 형재를 위해 스스로 길을 떠났다.

       오이디푸스를 보라!

       저 뒷모습을 본 자라면 명심하라.

       누구든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지 말라 ......

 

어차피 다가올 멸망이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가차없이 다가와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5. 06:13
숙제처럼 읽었던 두 권의 책.
소모임에서 추천한 책이라 조금은 의무감에서 책을 폈다.
나라는 사람에게서 제일 부족한 것이
어쩌면 인문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이런 책을 읽을 땐
왠지 뒤가 찜찜한 느낌...
뭔가 빙빙 돌려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막막함.
이 사람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알려주는 것만 고맙게 받아야 하는 건가?
사실은... 아직 선택을 하지 못했다.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8권의 소설 속 문제적 주인공들에게서 성공한 리더 혹은 성공하지 못한 리더의 모습을 찾고
그들의 이유와 특징을 꼽아준다.
소개된 8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단지 2권 뿐이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내가 알지 못하는 주인공에 대한 분석은
홀로 막막했고 암담했다.
굳이 꼭 그 책들을 읽어야만 본문을 이해햘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수박의 겉만을 열심히 본 기분이다.
그 느낌은 살짝 참담했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전부 리더를 꿈꿀까?
아직도 리더의 자리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의 자리일거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어쩌면 평생 육화된 체험으로 이해하며 살지 못할지도...
리더의 삶은,
"긍정과 소통"의 깊이에 있는 건 아닐까?
예전에 학교다닐 때 배웠던 운동에너지 공식
" E=MC2 "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공식이다.
리더의 에너지는 질량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들의 가진 지식과 소통의 정도에 비례하고 판단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 값에 따라 타인에게 리더의 에너지가
명확히 전달되고 확산되어야 한다는 나는 생각한다.
에너지를 잃은 리더는 더이상 리더일 수 없다는 게 내 좁은 소견.
좀 억지스런 대입일까???
사실 아직 나는...
"리더의 길"보다 "문학의 숲"이 더 모호하고 난해하다.
그 끝나지 않는 신비감이 때론 날 지치게도 하고 기운차게도 한다.



<클루지>
독특하고 신선해서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끝까지 그 느낌이 유지되지 않아 안타깝다.
인간의 "진화"라는 게
꼼꼼히 따지고 계획되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우연과 비합리, 불완전한 해결책에 의해 이루어졌단다
전적으로 클루지(kluge)스럽게...
결국 인간의 진화라는 것은 땜장이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때 그때 자투리를 모야 조립한 것이 인간 진화의 진실이라고...
어쩐지 색동저고리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쁘고 귀엽긴한데,
이미 나이든 사람에게 입으라고 하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당혹감...



kluge :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

우리의 신념은 변덕스런 기억에 의해 조종받은다.
우리의 기억은 클루지의 모음이며 그것의 단점은 신뢰성이다.
기억은 항상 기억하는 사람의 편의에 의해
왜곡되고 간섭되고 오염된다.
그리고 이것은 사건과 시간의 불일치까지 가져온다.
신념 = 기억 능력 + 추론 능력 + 지각 능력
결국 "신념"은
우리가 "참"이라고 아는 것이 아니라
"참"이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숱한 "클루지"을
다양한 방법으로 "통찰"함으로써 효과적인 "개선"을 배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결론내리면서도
자연과학의 인문적 해석은
역시나 어럽다... ^^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마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8. 언제나 이인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를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