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28. 08:21

 

<수탉들의 싸움>

 

일시 : 2017.03.10. ~ 2017.04.09.

장소 : 아트원씨어터 3관

극본 :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

번역 : 이인수

연출 : 송정안

출연 : 이태구(존), 이명행(M), 손지윤(W), 선종남(M의 아버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2014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이 연극을 처음 봤었다.

그 당시 캐스팅은 박은석, 김준원, 손지윤, 선종남이었고

박은석 때문에 예매했는데 김준원을 발견(?)한 계기가 됐던 작품.

게다가 네 명의 파이터(?)들의 사생결단 싸움이 꽤 흥미롭게 재미있었다.

이번엔 이명행이 M을 한다니 더 볼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공이 울리고...

존은 링 안에 이미 올라가있고

M은 탐색하듯 경기장 주변을 가볍게 뛰다 훌쩍 링 안으로 올라간다.

파이트~~~ 시작!

 

그런데... 이게 또 요상한게...

초연때는 박은석 존이 징징댔는데

이번엔 M이 훨씬 더 찡찡댄다.

김준원 M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면

이명행 M은 그야말로 질투로 눈이 뒤집힌 화신 같다.

존 역시도 초연의 박은석은 결정장애자에 가까웠는데

이태구 존은 저울 위에 두 사람을 올려놓고서 누가 연인으로 더 좋을지 열심히 측정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실 좀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초연보다 쉽게 접근한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초연의 박터지는 느낌이 훨씬 좋았는데...

의상도 이번에 너무 대놓고 게이스러워 좀 그랬다.

 

초연이 참 그립다.

M의 파란색 셔츠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8. 18. 07:35

 

<글로리아>

 

일시 : 2016.07.26. ~ 2016.08.28.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작가 : 브랜든 제이콥스 - 젠킨스 (Branden Jacobs-Jenkins)

번역 : 여지현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승주(딘&데빈), 손지윤(켄드라&제나), 임문희(글로리아&낸), 정원조(로린)

        오정택(마일즈&숀&라샤드), 공예지(애니&사샤&캘리)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노네임씨어터컴퍼니 7번째 작품 <글로리아>는

근래 내가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끔직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그야말로 지금 이곳에서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비극이다.

15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 한 명 없는 "글로리아"는

내 모습일 수도 있고, 당신들 모습일 수도 있다.

글로리아의 극단적인 선택이 나는 이해가 되고 심지어 용납이 된다.

확실히 인간은 뒷담화와 함께 진화했다.

인간에게 뒷담화의 능력이 없었다면

문화도, 예술도, 기술도 발전하지 못했을거다.

(뒷담화라는건 언제나 상상력이 가미돼 실제보다 훨씬 더 부풀어지게 마련이니까!)

인간을 왜 그토록 쉽게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걸까?

사무실 직원 5명을 살해하고 자신의 머리통까지 날려버린 "글로리아"는

어어없게도 죽어서야 존재감이 급상승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주변인물들의 사생결단 트라우마 쟁탈전.

"이 이야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이 대사에 소름이 돋았던건 비단 나 뿐이었을까!

 

...... 그녀는 평범했어요, 조금 어색했달까. 낯을 좀 가렸어요. 사람들이랑 많이 안 어울리고 플로리다에서 왔던 거 같아요...... 평범했어요, 평범한 일들을 했고 뭐 굳이 얘기하자면, 직장에서 늘 혼자 있었어요, 그게 진짜 그지 같은 거죠. 직장은 곧 그녀의 삶이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그런 일을 했다는게 그렇게 놀랍지 않아요. 아주 건강한 환경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중 누구든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어땠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글로리아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게 아니다.

단지 존재하고 싶었을 뿐이다.
존재...라는거,

참 목이 매인다.

개인적으론 이런 작품을 보고나면 후폭풍이 오래 간다. 

젠장!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조용히 살고 싶다.

진심으로.

 

로린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좀 웃기지 않아요? 이런데가 다 똑같다는게... 사람들까지 다 똑같아요. 왜 그럴까요?"

대답할 말이 없는 나는,

로린처럼 조용히 헤드셋을 끼고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글로리아가 되지 않기 위해서,

혹은 글로리아가 되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4. 07:25

<수탉들의 싸움-COCK>

일시 : 2014.07.11. ~ 2014.08.03.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극본 :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

번역 : 이인수

연출 : 송정안

출연 : 박은석(존), 김준원(M), 손지윤(W), 선종남(F-M의 아버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헐! 이 엄청난 파이터들 좀 보소!

그 어떤 싸움보다 더 치열하고 사생결단의 끝으로 치닫는 단 한 판의 경기.

하필이면 무대 조차도 사각의 링을 떠올리게 한다.

4면을 빙 둘러싼 객석 한 가운데 어떠한 무대셋트 없이 덩그라니 놓어있는 고집스럽고 일방적인 무대.

객석을 찾아 앉으면서 생각했다.

엄청난 싸움의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증인이 되겠구나... 하고.

누군가는 그러더라.

<수탉들의 수다>라고...

그런데 난 이 표현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말...말...말... 그리고 선택.

등장인물의 계속되는 동어반복들이 나는 그 어떤 폭력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서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존도, M도, W도, 아버지도 참 많이 무례하더라.

그런데 그게 당연하다.

이건 침목회가 아니라 싸움이니까.

싸움에 정의나 예의가 끼어서는 안된다.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하고 때로는 느닷없는 기습이 필요한게 싸움이다.

그게 싸움의 기술이고 싸움에 대한 예의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싸움은 아주 정직하다.

비록 쳇바퀴를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는 제자리 걸음에 불과한 행위일지라도...

연극을 보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존에게 화가 났다.

결정장애자.

존은 지금 정체성 혼란의 문제를 겪고 있는게 아니라 어른이 될 생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애다.

누군가 결정을 내려줘고 퍼미션을 받아야만 그 다음을 할 수 있는 아이.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사람은 절대 "사랑"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선택"하지 못한다면 "사랑"할 수 없다.

그게 맞다.

양 손에 동시에 쥘 수 없는 떡도 분명히 있다.

존은 그걸 알고 있으면서 그걸 피하고 외면했다.

댓가는 참혹하다.

당연하게도 존은 잎으로 계속 쿠션을 챙기고 전등을 끄고 M의 침대로 들어가게 될거다.

선택하지 못한 자의 선택.

존의 결론은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사실 이 작품 박은석 배우때문에 선택을 했는데

김준원 배우에게 매혹돼서 왔다.

박은석 배우는 <히스토리 보이즈>에서는 전혀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발음이 특히 ㄷ과 ㅈ 발음이 부정확하더라.

그래도 표정이나 우유부단한 말투, 전체적인 인물표현은 아주 좋았다.

김준원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작품 속에서 참 압도적인 존재감더라.

작품 속 인물도 그렇고, 그 인물을 표현하는 배우도 그렇고.

M은 표면적으로는 남성적이고 권위적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여성성이 강한 인물이 M이다.

존이 스스로의 존재를 끝없이 확인받고 결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M은 존의 부재에 대해 엄청난 겁을 먹고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헤어졌을때 무너질 사람은 존이 아니라 M이다.

그래서 나는 M이 치즈 케이크를 마지막 무기로 존을 붙잡았을때 참 먹먹했다.

존이 갈팡질팡하고 우왕좌왕 하는 동안에도

M의 선택을 언제나 한가지였다.

승자는...

기쁨을 누려도 된다.

쿠션과 전등을 챙겨도 된다.

 

M을... 이렇게 만든 사람... 확실히 존이다.

아마도 존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앞으로의 삶을

두 사람의 관계를 책임져야만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게 싸움의 룰이다.

그게 패배를 자초한 사람의 운명이다.

 

파이터의 세계는,

언제나 정직하고 명확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1. 08:28

<연애시대>

일시 : 2013.10.05. ~ 2013.12.29.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원작 : 노자와 하사시

연출 : 김태형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리이치로)

        황인영, 심은진, 손지윤 (하루)

        채동현, 이원 (나가토미,기타지마)

        소정화, 이수진 (가스미,다미코)

        윤경호 (가이에다), 황미영 (사유리)

 

2011년 김영필, 주인영 캐스팅으로 이 작품을 봤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연극 속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치고 빠지는 호흡이 아주 좋았"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코끝이 찡하기도 했고, 아주 치열하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밀당의 진수를 김영필과 주인영이 보여줬었다.

게다가 정선아(사유리)와 김나미(가스미, 다미코)의 맹활약까지.

이런 캐스팅 아마도 다시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2013년 <연애시대>

김재범과 채동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넘겼을 작품.

(인팍 모닝티켓 덕분에 프리뷰를 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관람했다.)

2011년 캐스팅이 워낙에 막강해서 어쩔 수 없이 자꾸 비교하게 되더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벼워졌다.

(도대체 왜 자꾸 공연들이 가벼워질까?)

노자와 하사시의 원작도 읽었는데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는데...

그래선지 결혼식 장면과 영안실 장면이 교차되는 부분이 좀 붕 떠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범은 이 장면에 사람 참 뭉클하게 만들더라.)

수정된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개인적으론 기타지마 교수 아내가 하루에서 이혼신청서를 맡기는 부분이 사라진 건 아쉽다.

그 부분 대사도 생각난다.

"그게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사랑이었어요"

그때 분명 하루의 마음이 움직였었는데...

다음 장면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미코가 리이치로와의 결혼신청서를 하루에게 맡기는 장면이었다.

장면으로 인물의 심리와 미묘한 갈등이 잘 교차시켜서 아주 인상적으로 느꼈던 장면이었는데...

 

듣기 거북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던 황미영의 사유리는 과장이 너무 심했고

채동현은 나가토미는 너무 평범했지만 기타지마는 나쁘지 않았다.

하루와 리히치로의 툭툭 거리는 장면을 레슬링 경기처럼 친구들이 중계하는 장면은 참신하고 적절했다.

소정화의 가스미와 다미코는 둘 다 과장이 심했고 두 인물의 구별이 별로 없었다.

2011년에 김나미 배우가 이 두 역할을 정말 환상적으로 표현했었는데...

가즈미일 때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다미코로 나올 때는 또 그렇게 천상 여자일 수 없더라.

(그때 "아야"가 남자 관객이었다. 남자처럼 생겼지만 딸이야~~라던 김나미 가스미의 멘트에 객석이 완전 빵 터졌었는데...)

소정화는 그냥 소정화 같아서...

 

이 연극은 대사들이 정말 좋은데

2011년 공연 만큼 대사의 묘미와 뉘앙스를 잘 살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불협화음의 "One summer night"이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로 바뀐 것도 개인적으론 아쉽다.

노래처럼 이 작품 자체가 하루와 리이치로의 "One summer night" 처럼 느껴졌었는데...

다시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한다면 싸우는 여자와 도망치는 남자는 변할 수 있을까?

연극은 변할 수 있다고 답하지 않는다.

단지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의 새끼손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붉은 실이 묶여 있단다.

어떤 사람들의 붉은 실은 너무나 선명하고 단단해서 누구도 자르거나 엉키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라는 말도.

변하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때론 최대한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때론 더 많이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그런게 사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