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7. 11:12

 

<더 데빌>

 

일시 : 2017.02.14. ~ 2017.04.30.

장소 :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대본, 연출 : 이지나

작사 : 이지나, 이지혜, Woody Pak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출연 : 임병근, 고훈정, 조형균 (X-White) / 장승조, 박영수, 이충수 (X-Black) / 송용진, 정욱진 (존 파우스트)

        리사, 이하나, 이예은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앤디윅스

 

2014년 초연때 회전문 돌았던 뮤지컬이라 3년 만에 올라오는 재연이 정말 반가웠다.

초연과 많이 달라졌다고해서 걱정스럽긴 했지만 워낙 탄탄한 작품이라 일단은 믿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긴 했지만...)

그런데... 내 믿음이 너무나 컸나보다.

가끔 이지나의 B급 정서가 산으로 갈때가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같은 작품인데도 초연과 재연의 느낌이 이렇게 극과 극일 수 있다는게 놀랍다.

추가된 넘버도 기존의 넘버들과 느낌이 확 달랐고

X를 둘로 분리시켜버린 것도 당혹스럽다.

덕분에 화이트 X의 역할이 애매해져버렸고 블랙 X가 훨씬 더 부각되버렸다.

가장 재앙아었던건...

코러스??? 앙상블???

초연때도 오른편에 있는 코러스에 시선이 몰려 불만이었는데

재연때는 아예 무대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의상과 분장, 동작하며...

중간에 의자같은 장치에 기묘한 자세로 널부러져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식겁했다.

 

초연이 성공적이지 못해 아쉬웠다며

칼을 갈고 재연을 준비했다고 말한 송용진의 열일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훈정은 너무 거룩하게 접근한거 같고

이하나는 그레첸이 아니라 이하나에 가까웠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징징거려 보기가 불편하더라.

그레첸에게 광기에 가까운 고통과 절망이 느껴져야 하는데

주사(酒邪)에 가까운 병악이 느껴져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그레첸의 클라이막스 넘버는 그레첸이 아닌 이하나가 느껴졌다.

저 신인인데 이렇게 노래 잘해요....의 느낌!

브라운관에서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온 장승조는

노래 한 토막을 뭉터기로 날리긴 했는데 노련하게 잘 넘기더라.

(처음 보는 사람은 아마 눈치 못챘을거다.)

 

... 많이 씁쓸하다.

정말 좋아했던 작품인데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초연도 그립고,

마이클리도 그립고,

심지어 취향 아닌 차지연까지도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13. 07:51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5.11.07. ~ 2016.01.31.

장소 : 신연아트홀

원작 :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번역, 연출 : 문삼화

무대 : 황수연

출연 : 송용진, 정문성, 김선호 (발렌틴) / 이명행, 최대훈, 김호영 (몰리나)

제작 : (주)악어컴퍼니, (주)극단 단비

 

2011년에 이 연극이 처음 올라왔을때

연출도 배우진도 나쁘지 않았고 또 개인적으로 2인극을 너무 좋아해서

개막하면 소위 말하는 회전문을 돌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이 올려졌을땐 딱 두 번을 봤다.

(최재웅-정성화, 김승대-박은태) 

초반과 중반부는 정말 좋았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의 정사장면이 이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차라리 과감하게 파격적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두 번을 봐도 그 장면이 코믹하게만 느껴졌다.

이 작품이 다시 올려진다는 소식과 함께 출연진이 공개됐을때 고민했었다.

이들 중 이명행, 송용진 페어를 먼저 확인하게는 되겠지만 

혹시나  이명행에게서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가 또 소환되는건 아닐지 지레 걱정스러웠다.

그랬더랬는데...

이 연극,

첫공부터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렇게 강렬하게 자리잡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문삼화 번역과 연출은 2011년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정확했다.

그리고 이명행, 송용진 두 배우의 연기는 .., 와~~  진심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연극과 영화, 원작 소설까지 다 봤지만 단연코 이번 시즌 거미여인이 최고다.

심지어 조명까지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한다.

첫공이었음에도 마치 오랫동안 장기공연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착각.

2시간 내내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이야기속에 빠져들었고

암전되는 짧은 시간조차도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뭐가 됐든 사랑이고, 뭐가 됐든 진심이다.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아프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나....

울컬울컥 울음을 참아내는게 힘들었다.

보면서도 여러번 가슴을 쓸어내려야했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손발이 저릿저릿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보고 난 후엔 오래된 몸살처럼 내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작품.

<푸르른 날에>가 그랬고, <프라이드>가 그랬고  

그리고 지금 이 작품이 그렇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멀리해야만 할 것 같다..

나이, 성별 그리고 다른 어떤 것들 다 떠나서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믿는다는게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건 사랑일까?

그 대답이 지금까지도 나를 아프게 한다.

 

몰리나! 대답해줘!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이지혜 작곡가의 말대로 출중한 연기력을 지닌 초스타 배우는 없지만

구멍이라고 할 배우도 없어서 내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김태한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유제윤 진기한과 김솔 김다혜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더 데빌>에서 코러스였던 김다혜의 성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젊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무한동력" 그 자체였고

서로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짝 워크샾 공연같은 느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6. 08:28

 

<신과 함께>

 

일시 : 2015.07.01. ~ 2015.07.12.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주호민 웹툰 <신과 함께>

극작, 작사 : 정영

작사, 작곡 : 조윤정

안무 : 김혜림, 차진엽

무대 : 박동우

무대 영상 : 박동우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다현, 박영수 (진기한) / 송용진, 조풍래 (강림)

        김도빈, 정동화 (김차홍) / 최정수(해원맥), 김건혜(덕춘)

        금승훈(염라대왕), 김백현(지장보살) 외 서울예술단 단원

주최 : (재)서울예술단 

 

2015년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두번째 작품 <신과 함께>

사실 TV도, 웹툰도 거의 안봐서 웹툰작가 주호민이 누군지도, 원작의 내용도 전혀 모른다.

그런데 포스터만으로도 대략의 내용이 파악이 되더라.

"죽는다고 다 끝난게 아니다"

웹툰이라 그런지 확실히 발상이 재미있고 유쾌하다.

이걸 어떻게 서울예술단만의 가무극으로 풀어갈건지가 관건이긴한데...

일단, 무대와 조명은 참 좋더라.

확실히 서예단 작품은 무대와 바닥전체를 볼 수 있는 2층 관람이 제격이다.

이번 작품도 바닥과 무대 뒷벽의 영상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넘버들도 괜찮았고, 김광보 연출도 분명했다.

다 좋았는데 문제는 배우들이 생각만큼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지는 못했다는거다.

그것도 주연들이...

예전에 <김종욱찾기>를 보면서도 생각했었는데

박영수 배우는 코믹한 역할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

딕션도 예전보다 명확하지 않아서 대사와 넘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정동화와 송용진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

극 안에서는 물과 기름같은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저승차사 해원맥 최정수, 덕춘 김건해, 염라대왕 금승훈이었다.

역시 서울예술단 작품은 누가 뭐래도 예술단 단원들이 가장 잘 표현하는것 같다.

 

그런데

살짝 뜬금없는 궁금증인데,

요즘 서울예술단 작품에서 이시후 배우가 사라졌다.

이시후 배우가 진기한이나 강림역을 했어도 참 잘했을것 같아서...

혹시 예술단을 나왔나???

아니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꼭!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25. 08:08


<Mama, Don't Cry>


일시 : 2015.03.10. ~ 2015.05.31.

장소 : 쁘띠첼 씨어터

극작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김성수

연출 : 오루피나

출연 : 송용진, 허규, 김호영, 서경수 (프로페서V)

       고영빈, 박영수, 이동하, 이충주 (뱀파이어) 

제작 : (주)페이지1, (주)알앤디웍스


세번째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Mama, Don't cry>

초연은 모노극에 가까웠다는데 보진 못했었고

2012년 재공연됐을때 송용진, 장승조 페어와 임병근, 고영빈 페어로 두 번을 봤었다.


이번 세번째 공연은,

스토리에 조금 더 개연성을 주고 MR 반주를 사용했단다.

편곡의 한계와 풍성한 음악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데 솔직히 아쉽긴 하다.

그렇다고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다.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넉넉치 못한 제작비도 발목을 잡았을테고,

그런 상황에서 사운드에 욕심이 난다고 밴드의 수를 늘릴 수도 없었을거다.

뭐가 됐든 방법을 찾아야 했을테니 MR 활용이 최선일 수 있었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MR이 나쁘지 않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재연때보다 뱀파이어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프로페서V 스토리에 변화를 많이 준 것도 좋았다.

그리고 왠만해선 듣기 힘든 고영빈의 고음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후반부 송용진과 듀엣으로 부른 "Mama, Don;t Cry"는 뱀파이어 고영빈의 포텐이 제대로 터져주더라.

"My name is Sara"도 그렇고...

워낙 남다른 기럭지다보니 손 하나를 뻗어도 우아하고

수트입은 모습도, 하얀 셔츠의 앞을 풀어헤친 모습도, 시스루 의상(?)도 섹시함이 가득하더라.

"나를 사랑한..."과 "이렇게 아름다운"은 정말 마성의 뱀파이어였다.

(그나저나 고영빈 배우는 살 좀 쪘으면 좋겠는데...)

예전엔 뱀파이어가 바닥을 많이 기어다녔었는데

안무에도 변화를 줘서 섹시함이 극대화가 된 것 같다.

고영빈, 박영수, 이동하, 이충주 네 명의 뱀파이어 중에서 섹시함과 우아함으로 따지자면

고영빈이 뱀파이어가 단연 top이겠다.

(거의 넘사벽 수준)


초반부에 프로페서 혼자 극을 끌고 갈때는

송용진이라는 배우의 넉살과 능청스러움에 갘탄하게 되고

뱀파이어가 등장하면 고영빈의 느낌이 너무 압도적이라 또 빠져들고....

이 바닥 연륜만큼이나 둘의 조합은 확실히 최고다.

입체감을 준 오필영의 무대도

등장인물의 동선에 변화를 준 연출도 개인적으로 재연때보다 훨씬 좋았다.

음악은 뭐 역시나, 여전히, 변함없이 매력적이고!


원래 이 작품은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뒤늦게 합류한 박영수때문에 한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혼자 예상하기로는

아주 의외의 뱀파이어를 만나 않을까 싶다.

똘똘하고 가열찬 뱀파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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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9. 24. 07:43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The Devil> 다섯번째 관람.

첫번째 관람 X가 한지상이었으니 거의 한달만에 한지상 X의 재관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한지상의 어깨뽕 가득한 연기가 많이 불편한 상태라 첫관람은 순전히 재관람 할인 30%를 받기 위한 미끼용이었다.

원래 예정은 한지상과 김재범만 확인하자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송용진 X에 제대로 낚이는 바람에...

(결국 이렇게 또 다시 사단이 났다! 나도 안다! ㅠ.ㅠ)

 

다섯번째 관람 후 가장 크게 느낀건,

한지상 배우와 화해하는 건 당분간은 힘들겠다는 사실.

한지상의 어깨에 잔뜩 들어가있는 뽕은 과연 언제쯤이면 빠지게 될까???

black X 일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white X 일때는 리듬을 타면서 한쪽 다리를 흔드는 모습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노래부를 때도 너무 과도하게 엑센트를 넣고...

이날 내가 무대에서 본 건 X가 아닌 그냥 한지상 자체더라.

<넥스트 투 노멀>과 <완득이>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이 녀석의 차기작이 MBC 주말 드라마라는 소식에 노파심이 더 커졌다.

혹시 지금보다 어깨뽕이 더 높아지는건 아닌가 싶어서...

 

이상하게 이날은 보는 내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선지 지금껏 본 <The Devil> 중 제일 다가오지 못했다.

"제안"도 예전에는 목소리만 들려서 선한X, 악한X 모두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black X가 무대에 등장해서 개인적으론 좀 그랬다.

송용진 존은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어 특유의 발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고

(<헤드윅>에 쿠바 공연 연습에 이 작품까지... 피로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겠다.)

차지연 그레첸은 다리가 너무 과하게 드러나 보기에 좀 그랬다.

본인도 느꼈는지 "눈동자"를 부르면서는 다리를 가리느라 몹시 분주하더라.

살을 많이 빼서 무의식중에 늘씬한 다리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다쳤다는 다리가 영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대놓고 드러내니까 오히려 보기가  불편하더라.

목소리도 좀 잠겨있고..

 

보는 내내 이 작품 처음보다 너무 많이 친절해졌구나 생각됐다.

인물간의 관계도 점점 더 표면화되고,

미묘했던 뉘앙스도 점점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예전의 불친절함과 모호함이 백만배쯤 더 좋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이상 친절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devil이 angel이 되는건 아니겠지만

그냥 가장 devil다운 devil이었으면 좋겠다.

(이 마음... 이해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3. 08:13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또 다시 <The Devil>이다.

드라큘라 - 더 데빌 - 드라큘라 - 더 데빌

(무슨 랩도 아니고 어쩌다 이렇게까지 와버렸는지...)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28일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갔던거고...

예매한 30일 공연을 취소할까 했는데 수수료도 아깝고

또 송용진 존파우스트에게 제대로 낚여서 이틀만에 또 다시 연강홀을 찾았다.

두번째 관람에서도 느꼈지만

밴드의 사운드가 많이 작아졌고 몇몇 장면도 순화됐다.

사실 개인적으론 사운드도 좀 더 사이키델릭하고 세기말적이길,

장면과 이야기의 흐름도 더 불친절하고 모자이크적이길 바랬었다.

그래서 이지나 연출이 타협땨윈 하지 않기를 내심 바랬는데

아무래도 창작이고 초연이다보니 관객의 입장을 무시할 순 없었나보다.

특히나 그레첸이 죽는 장면이 바뀐건 많이 아쉽다.

원래는 커다란 쇠막대로 자신의 음부를 찌르는 거였는데

쇠막대가 없어지고 그냥 손으로 강타하면서 바닥에 뒹구는 모습으로 순화됐다.

개인적으론 강한 조명 속에서 쇠막대를 들고 서있는 그레첸의 모습이 상당히 제의적으로 보여서 좋았었는데...

(이 장면에서 차지연 그레첸은 정말 여전사 같았다.)

2막 마지막 부분에서 X의 대사 "시간은 지나갔다"도

"피와 살" 이후로 위치시키니 뒷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서 훨씬 매끄럽더라.

첫번째 관람 후 대사가 묻히는 것 같아서 순서가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후반부의 총소리랑 존이 쓰러지는 듯한 소리도 극단적으로 크게 해주면 혹시...안될까???)

 

세 번의 관람 결과,

내 취향의 캐스팅은 마이클리-송용진-차지연이 될 것 같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표현도 딱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X도, 존파우스트, 그레첸을 구분하는건 무의미하다.

X가 존이고 그레첸이듯

존이 X고 그레첸이며, 그레첸이 존이고 X다.

그리고 내가, 그대가, 우리가,

X이고, 존이고, 그레첸이다.

인간은 유혹에 흔들리고, 흔들리다 자리를 찾는다

때로는 찾은 자리가 낯선 곳 일수도 있고, 바로 그 곳일 수도 있다.

유혹의 순간에 피에타상처럼 죽음까지 나를 감싸주는 평온이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믿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The song of songs"의 가사를 듣는 순간 그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팔로 내 머리를 고이고, 오른팔로 나를 안아 편히 쉬게 하라...

(이 넘버를 작사, 작곡한 이지혜에게 경의를 표하며...)

 

<The Devil>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내게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져 답을 찾게 만든다.

아마도 당분간은 정면으로 대응히게 될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갈테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 08:36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더 데빌.

내 이럴 줄 알았다!

정말이지 과도하게, 너무나, 미치도록 좋은 작품이다.

과연 브레이크를 거는게 가능할까 싶을만큼 개인적으로 최대 문제작을 만났다.

연강홀 2층에서 처음 관람했을때는 꽤 좋네 정도였다.

그런데 1층 왼쪽 블럭에서 관람하고나니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운데에서 관람히게 되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꼭 한가운데에서 관람할 필요성이 있겠다.

자칫하다 왼쪽편 밴드나, 오른쪽편 코러스에 시선이 뺏기면

매혹적인 스토리에 집중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X의 옷색깔은 아주 많이 중요한데 2층에서는 X가 등장할 때 상체가 뭉턱 짤려버리다.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발자국이라는 한가지 상징물이 더 있긴하지만

사전정보 전혀 없이 2층에서 첫관람 할 경우 이 작품을 아주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며 밀어낼 수 있겠다.

사운드도 2층보다 1층이 훨씬 좋디.

등장인물 세 사람의  의상과 조명, 동선까지 다 의미가 있기때문에

가능하면 1층도 가운데블럭 살짝 뒷쪽 좌석이 관람하기엔 가장 좋을 것 같다.

 

 

송용진 존파우스트.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냥 최고다!

솔직히 존파우스트 세 명 중에 제일 취향이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연기도, 노래도, 표현도 다 최고다.

"죽어버린 이여"를 시작으로 "Guardian Angel" 그리고 마지막 노래까지 완벽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존파우스트의 겪는 절망, 절규, 욕망, 후회, 구원, 이 모든게 그대로 전달된다.

게다가 마이클 X와의 듀엣도 너무 좋다.

첫번째 관람때 유형렬, 한지상의 "Big time"을 보면서는 어딘지 과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송용진과 마이클리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두 사람이 체격도 비슷해서 같은 동작을 하는 것도 제대로 산다.

강강강강(强强强强)이긴 한데 이 두 사람의 조합엔 클라이막스가 확실히 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송용진 존파우스트의 표정은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러의 기능을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표정도, 연기적인 표현들도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원래 마이클리X만 고정시키고 모든 존파우스트를 볼 계획이었는데

송용진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송용진의 재발견이다! 심지어 그의 <헤드윅>까지 다시 보고 싶어졌다.)

 

마이클리 X.

한국어 발음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의 노래와 감성은 확실히 어쩔 수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그대로 빠져들게 된다.

특히 "The song of songs"은 정말 평온한 위로같았다.

(<JCS>의 저저스도 많이 떠오르고...)

아마도 9월 말쯤이면 마이클리 X의 표현은 더 무르익고 깊어지리라.

어색한 한국어 발음 역시도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 있을테고...

대체적으로 X의 노래가 임펙트가 강하고 다 좋은데 특히나 마이클리의 "그 이름"과 "피와 살" 정말 좋았다.

마이클리만큼 선명하고 깨끗한 고음을 낼 수 있는 배우... 정말 흔치 않다.

가끔은 그가 한국에 계속 있는게 옳은건가 생각될 때도 있지만

다양한 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의 장기체류가 납득이 되긴 한다.

스스로를 소모시킬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쉼없는 행보라 진심으로 걱정된다.

(너무 많이 아끼는 배우라서...)

 

장은아 그레첸.

차지연 배우가 너무나 쎄서 비교되겠구나 걱정했는데

그녀는 또 그녀만의 그레첸이더라.

차지연이 투사(?)의 느낌이라면 장은아는 정말 희생양 같은 느낌.

"Mad Gretchen"은 차배우와 비교하면 많이 약하긴한데 순수하고 가련한 느낌은 오히려 더 강하다.

그래서 참 다행이었다.

차배우를 따라가주지 않아서...

 

<The Devil>

나로 하여금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든게 순식간에 무너지는 파멸의 순간,

그 파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유혹의 손길이 다가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히게 될까?

아니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끝없이 질문하고, 또 끝없이 찾아다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피와 살을 걸면서까지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게 뭔지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3. 08:03

<셜록홈즈2 ; 블러디 게임>

일시 : 2014.03.01. ~ 2014.03.30.

장소 : BBC 아트센터 BBC홀

원작 : 코난 도일 <셜록홈즈> 

극작 : 김은정

작곡 : 최종윤 

연출 : 노우성

출연 : 송용진, 김도현 (셜록 홈즈) / 이영미 (제인 왓슨)

        윤형렬 (클라이브), 이주광 (에드거), 마리아 (정명은)

        이정한(레스트레이드), 이정화 (에밀리), 김형묵 외

제작 : (주) LEHI,(주)알앤디웍스

 

2012년 <셜록홈즈 1 : 앤더슨가의 비밀>로 공전히 히트를 기록하면서 시즌제 창작 뮤지컬의 서막을 열였던 레히가 드디어 두번째 작품을 공개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즌 1 말미에 예고한 그대로 1888년 실제로 영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연쇄살인범 잭을 내세운 "브러디 게임"이다.

레히의 뚝심과 자존심을 믿긴 했지만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신성우, 안재욱, 엄기준 초연의 라이선스 뮤지컬 <잭 더 리퍼>와 겹쳐지는 내용인지라...

시즌 1은 흥행의 폭풍이 다 지나가고 거의 끝부분에 관람했던게 영 아쉬워

이번 시즌 2는 서둘러 프리뷰 예매를 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맨얼굴의 가능성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보고 난 느낌은,

<앤더슨가의 비밀> 만큼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시즌제를 선택한만큼 초연의 출연한 배우를 셜록홈즈로 그대로 끌고 간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제인 왓슨까지 그대로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넘버와 무대셋트, 조명도 상당히 깔끔하고 세렺됐다.

무대를 깊게 써서 발생하는 소리의 울림은 어느 공연장이든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특히나 떼창에서는 울림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귀를 살짝 막아야만 했다. 

그리고  BBC 아트센터.

지도를 봐도 어딘지 잘 모르겠고

근처에서도 여러번 물어봤든데 다들 모르겠다고 해서 찾아가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온누리 교회 부속건물이더라.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약도에 나와있으면 좋았을텐데...

(그 근처에서 나처럼 방황하는 영혼들 참 많더라.)

 

셜록홈즈 송용진은 이 작품과 배역에 특별한 애정이 있다는게 매 장면마다 느껴졌고

1편에서부터 캐릭터와 말투 설정을 참 잘했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셜록홈즈의 넘버들이 사건과 진실을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자칫하면 밋밋하거나 마냥 설명적일 수 있는데

포인트를 딱딱 집어내듯이 노래불러서 귀에 잘 들어왔다.

비중면에서는 1편에 비해면 좀 적어지긴 했지만

그런 점이 다른 인물을 부각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개인적으론 좋았다.

셜록 홈즈도 송용진도 서로 참 잘 만난것 같다.

(구덴버그만큼이나 ^^)

기분이 어떻까?

시즌제로 이어지는 작품에 타이틀을 맡는다는 거.

 

제인 왓슨의 이영미가 너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살짝 누나스런 느낌이 있긴 하지만

윤형렬 크레이브와의 팽팽한 밀당은(?) 꽤 흥미진진했다.

윤형렬 크리이브는 대사를 할 때는 조금 어색했지만

노래와 액팅은 듣기에도, 보기에도 참 좋더라.

강렬한 비쥬얼로 첫등장부터 미스터리를 품게 한 애드거는

오히려 모호한 인물인 되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재미있는 건 애드거 이주광은 윤형렬과는 반대로 노래보다는 대사 연기가 훨씬 좋았다.

(살짝 과도하게 소리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목관리 잘해야 할 듯.)

 

이정한 레스트레이드도,

1편의 루시였던 정명은의 마리아도 반가웠고

짧은 등장이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이정화도 좋았다.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김형묵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조명과 무대 효과에 공을 쓴 모습이 역력했지만

공연장이 뒷받침을 못해준 건 참 아쉽다.

그리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앙상블들

정말 너무 열심이라 감동적이었다.

 

1편이 너무 폭발적인 성공을 해서 오히려 차기작에 부담이 안겼겠지만

지금 이 상태가 완성은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약간씩 산만한 장면도 보이고 지루한 장면도 있지만

한 달이라는 초연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피드백을 해서 훨씬 좋은 작품으로 점점 진화될 거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창작뮤지컬의 힘을,

그리고 뚝심있는 LEHI의 저력을 믿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6. 08:12

<Gutenberg>

일시 : 2013.08.31. ~ 2013.11.10.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용진, 장혁덕 (버드 대븐포트) 

        정상훈, 정원영 (더그 사이먼)

        에이브 (피아노)

제작 : 쇼노트

 

뮤지컬 <구텐버그>

이 작품 정말 대박이다.

원작자 안소니 킹과 스콧 브라운은 어떻게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하고 깜찍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가벼움과 무거움, 재미와 감동, 유머와 진지함, 역사와 픽션의 절묘한 공존!

이건 정말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그냥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껴봐야만 한다.

그 어떤 대작과 겨누어도 뒤지지 않을 거대한 판타지가 이 작품 속에는 있다.

게다가 단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감각케한다.

도저히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

이 작품이 산만하다고?

내 대답은 Never! 다.

Never! Never! Never!

송용진과 정상훈은 완벽한 연기자였고 아름다운 창작가였다.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땀에 푹 젖은 송용진의 등과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내던 정상훈의 모습을...

객석과 무대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애드립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찰스 에이브(AEV)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이지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였고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멜로디에, 윈드차임, 트라이앵글까지... 와우!

노련한 연주자와 연기자가 보여준 다양한 모습은 나를 잠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굳이 heeling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과 몸이 충분히 위로받았다.

 

이 작품은 연기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재치도 있어야 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머러스한 감각,

순간적으로 변하는 역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역량에

노래실력까지...

배우의 역량을 모두 총동원해야만 하는 작품.

그것도 단 둘이서!

정상훈과 송용진은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진수를 보여준다.

넘버도 너무 좋았지만 두 배우의 넘버 소화력은 더 좋았다.

항상 코믹한 감초역으로만 익숙한 정상훈였는데

"구텐버그"로 연기할 때와 넘버를 부를 때 목소리가 정말 너무 좋아서 그걸 보는 것도 좋았다.  

첫장면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세계에 나는 완벽하게 빠져버렸다.

급기야 두 사람이 중간중간 "구텐버그"라고 소리치며 특유의 동작을 할때마다 복사기처럼 저절로 따라했다.

그렇다!

난 그들에게 완벽히 인쇄되버린 거다.

그들의 프레스는 나를 완벽하게 압착했다.

그들은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 캐릭터 창조에 대한 설명과 용어들을 해석해주는 좋은 길잡이였고

1인 다역을 완벽하게,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해낸 멀티맨의 진수였다.

와인은 심장을 뛰게 하고 글자는 세상을 뛰게 한다지만

그들은 지치고 무너진 나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정말로 절망속에서 희망을 꿈꾸게 했다.

꿈이라니... 꿈... 꿈...

이 낯선 단어가 백만년만에 구체적이고 든든하게 다가왔다.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이고 아주 기발한 작품!

모자 하나로 등장인물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발상은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그걸 이렇게 잘 표현한 두 배우 역시도.

(동선과 액팅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체력소모 엄청나겠다. 두 사람...)

지치고 힘들때면

나는 아마도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리고는 "엄지척~~!"을 하기 위해 그들의 backer's audition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버그와 더그의 리딩공연장으로 달려가보라.

당신이 바라던 모든 위로가 바로 그곳에 있다.

자유롭게 맘껏 취하고나면 당신의 마음속엔 어느새 꿈과 힘이 가득 충전되어 있을거다.

분명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18. 08:23

<Mama, Don't Cry>

일시 : 2013.03.09. ~ 2013.05.26.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작사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안무 : 최진숙

연출 : 김운기

출연 : 송용진, 허규, 임병근 (프로페서 V)

        고영빈, 장현덕 (뱀파이어)

 

천재물리학자와 뱀파이어 이야기.

솔직히 줄거리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뱀파이어가 나오고 남자 2명이 이끌어가는 2인극 뮤지컬이라면 뭐 대략 그림이 그려졌다.

살짝 동성애적인 코드도 있을 거고,

신비주의에 싸이코스럽기도 할 것이고,

그리고 인간은 뱀파이어와 파우스트의 거래를 할 것이고,

당연히 거래의 조건은 뱀파이어가 되어 피의 축제를 벌이는 것일테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런데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게 생겼다.

도대체 제목은 왜 "Mama, Don't Cry"지?

사실은 엄마가 뱀파이언가?

아니면 엄마 앞에서 뱀파이어어게 물리나???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김운기 연출이 한 마디 했다.

" 내,외형적인 부분, 지식, 생각 등 모든 정체성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현실의 조건이 온전히 내 능력과 불일치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서 변화에 대한 댓가,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마음의 표상을 상징한 제목"이란다.

아... 근데 어쩌지?

이 말이 더 어렵다!

그냥 최악 혹은 절망적인 순간에 엄마를 부르짖으며 찾게 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표현한 것이라고 혼자 이해하기로 했다. 

 

송용진과 장현덕 페어는,

게이 뱀파이어와 좀 가볍고 경박한 물리학자의 느낌이었다.

솔직히 고백컨데 이건 좀 절망적인 컨셉이다.

장현덕 뱀파이어는 동남아시아로 단체관광을 가면 많이 보는 게이쇼를 떠올리게 했다. 

You're Vampire가 아니라 완전히 You're Sera!... 그 느낌이었다.

(당황스럽다... ㅠ.ㅠ)

송용진 프로페서 V 는 셜록홈즈로 중간중간 빙의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바지가 어찌나 타이트하던지 보는 내내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

2인극이지만 프로페셔 V에 의해 모노드라마처럼 진행되는 방식 자체는 아주 흥미롭고 특이하다.

조명을 이용한 실루엣 연출도 괜찮았고

벽에 드리우는 뱀파이어의 그림자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정면에 앉은 관객들은 아마도 못 알아챘겠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 관람을 추천한다!)

너무 엉성하고 조잡한 타임머신만 빼면 무대 셋트도 괜찮았고

전체적인 조명도 아주 좋았다.

관객석 기둥을 이용해서 창문이나 나비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뱀파이어의 노래로 시작되는 첫부분은 은밀함과 신비감이 느껴졌고

넘버들도 전체적으로 꽤 좋다.

그런데 뭔지?

찜찜한 이 느낌은!

아무래도 이야기의 개연성과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해서인 것 같다.

뭔가 정돈되지 못한 채 전체적으로 붕 떠있는 느낌이다.

상황과 인물에 대한 임펙트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스토리 자체가 갖는 힘이 좀 약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인물은

프로페서 V보다 뱀파이어!

단, 너무 자주 들락날락거려서 존재감이 살짝 가벼워졌다는 게 흠이다.

의자가 왔다갔다 하면서 등퇴장을 반복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정시를 알려주는  뻐꾸기 시계가 떠오른다.

아! 그리고 "pity date" 다음에 이어지는 "half man, half monster"는

뱀파이어와 프로페서의 동작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했으면 훨씬 좋겠다.

조정당한다는 느낌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정확히 한 박자씩, 절도있게 끊어서 표현했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꼭 들어야 한다!

그리고 뱀파이어는 조금 작게, 프로페서 V는 동작을 크게 해 줘야만 하고...

뱀파이어는 지금간츤 게이 느낌보다는

아주 이지적이면서 냉혹한 느낌이었으면 좋겠고,

프로페서 V는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모습을 더 부각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면 뱀파이어로 변해 피의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훨씬 더 충격적으로 보일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느낌의 페어를 기대한다면

임병근, 고영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 한 번 더 보자! 단,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꽤 괜찮은 작품인 것 같은데 뭔가가 계속 아쉽다.

산만한 전개가 탄탄한 넘버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송용진과 장현덕이 아직은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소한 코믹의 요소를 과감히 확 걷어내고

전체적으로 더 시니컬하고 은밀한 느낌의 전달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넘버들이 훨씬 더 잘 살아날 것 같다.

좀 변화가 오길 기다려보자!

임병근, 고영빈 페어에게도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보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