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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5 <1Q84 - book 3> - 무라카미 하루키
읽고 끄적 끄적...2010. 8. 5. 06:32
7월 28일에 드디어 <1Q84> book 3 가 출판됐다.
선주문 예약판매만으로도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고 했던가?
우리나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골수팬들은 참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러면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가 같은 사람인 줄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게는 좀 늦게 글발(?)이 붙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새 책이 출판되면
외면하지는 않고 읽게 되는 그런 작가다.
그래도 어쨌든 일가를 이룬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늘 생각하는 건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다.
양털을 뒤집어 쓰고 우물에 웅크리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기분.
자발적인 시원한 고립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많이 불편한 느낌!



노란색의 커다란 달, 그리고 초록색의 작은 달
두 개의 달의 뜨는 1Q84의 세계.
책의 구절처럼 이 세계에서 모든 건 암시와 수수께끼로 혹은 누락되고 변형된 형태로만 말해야 한다.
일부러 정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흩어트린 이야기.
책 속의 인물들조차도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
눈을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상태.
"정말 기묘한 세계로군. 어디까지 가설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인지 그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져."
"이건 원래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야."


<1Q84> book 1과 book 2를 읽으면서는 큰 느낌이 없었다.
혼란스러웠고 솔직히 말하면 이게 다 뭔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book 3를 읽는 동안은 확실히 달랐다.
아주 쉽고 편안하게 집중해면서 읽을 수 있었다.
뭐지? 나도 달이 두 개 뜨는 세상에 들어와 버린 건가?
이야기는 여전히 인물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지만 통일성은 있다.
"선구"의 리더를 살해하고 숨어있는 아모마메는 그 살인의 밤에 수태를 한다.
남자와의 접촉없이 수태한 그녀는 그 아이가 20년 전부터 만나지 못한 덴고의 아이임을 확신한다.
(이 부분 무지 성경적이지 않나? 수태고지까지는 아니지만...)
교단은 리더의 사망으로 새로운 후계자이자 '목소리를 듣는 자'가 필요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아오마메, 덴고 그리고 뱃 속의 작은 생명 모두를 모조리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목소리를 듣는' 새로운 시스템으로서.
선구측이 제안하는 협상을 거부한 아오마메는 필사적으로 다짐한다.
덴고를 만나 둘이 함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작은 것을 지키겠노라고...



그 둘은 아오마메의 바람처럼 만나게 될까?
우여곡절을 겪긴 하지만 결국 그들은 만난다.
그리고 아오마메가 1Q84의 세계로 들어왔던 처음 복장 그대로
이번에는 수도고속도로 비상계단을 역으로 통과함으로써
덴고와 함께 달이 하나 뜨는 세계로 들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 이곳이 어떤 세계인지, 아직 판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이건 나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아오마메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이 세계에는 아마도 이 세계 나름의 위협이 있고, 위험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 나름의 수많은 수수께끼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어두운 길을 우리는 앞으로 수없이 더듬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괜찮다.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자. 나는 이곳에서 이제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단 하나뿐인 달을 가진 이 세계에 발을 딛고 머무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것이었나?
아마 그래서 읽은 이들의 의견이 분분한건지도 모르겠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다 라는 사람과 결말에 실망했다는 사람이 팽팽하다.
사실 약간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나는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를 쫒아가다 보면 결국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걸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 제 갈 길을 갔다고 생각된다.
단지 해결(?)되지 못하고 죽어간 인물들은 좀 안스럽긴 하다.
아마도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난 것 같지는 않다.
남겨진 암시와 수수께끼들이 아직 버젓히 존재하고 있기에...
그리고 리틀 피플 6명에 의해 지금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공기 번데기도 있기에...
여기가 "끝~~!"이라며 종지부를 찍어도 딱히 상관없긴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book 4가 계속 나올 것 같다.
어쩌면 그 이상의 긴 이야기가 나올게 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