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2.23 <팅커스> - 폴 하딩
  2. 2009.05.18 달동네 책거리 45 :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3. 2008.12.03 passion flower 1
읽고 끄적 끄적...2010. 12. 23. 05:50

퓰리처상!
매년 미국에서 언론과 문필 분야에서 뛰어난 대중적 공로와 업적을 지닌 사람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 분야는 보도, 문학, 음악 3개 부분 21개 분야에 대해 시상한다.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가 기증한 50만 달러의 기금으로 제정된 이 상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은 권위와 신망을 지니고 있다.
1917년 이래 매년 5월에 그 시상자가 발표된다.
올해 2010년 문학부분 퓰리처상 폴 하딩의 소설 <팅커스>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거의 10년 만에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 하딩은
지금 미국에서 "미스터 신데렐라"로 불리고 있단다. 
본인도 이 표현에 인정할까?



Tinkers, 땜장이들.
땜질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조만간 이 단어 역시도 박물관 단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동네마다 땜장이 아저씨들이 돌아다니면서 솥이랑 주전자를 땜질해주곤 했었는데...
칼갈이 할아버지는 워낙 자주 봤었고...

시계 수리공 조지, 땜장이이자 행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워드, 목사였던 할아버지까지
크로스비 가문 3대의 이야기.
시계 고치는 일로 가족을 부양해온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병상에 누워있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8일간의 시간,
이승 같지도 않고 저승 같지도 않는 세계 속에서 지금 조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추억하고 이야기한다.
사람이 죽기 전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자신의 일생이 영화처럼 펼쳐보여진다는데...
조지는 스스로도 현실인지 아닌지 모호해하면서
이 모든 것들과 대면하고 있다.
과거가 현재가 되고, 이곳이 저곳이 되기도 하고...
어쩌면 "기억"이라는 건 하나의 크고 누덕누덕한 땜들의 합체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연속성이 있든, 전혀 연관이 없든 간에...
처음엔 제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책을 읽을수록 단어가 주는 의미가 조금씩 이해됐다.
조지는 아버지 하워드들 생각하고
조지의 기억 속 하워드는 또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목사였던 하워드의 아버지는 정신병 때문에 점점 괴상한 설교를 하다가
결국 아내와 교인들에 의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런 아버지를 찾으려 숲 속을 헤매다가 처음 간질 발작을 일으킨 하워드.
지금껏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아내의 도움으로 현명하게 처리햇던 그는
실수로 그 모습을 아들 조지에게 들키고 만다.
급기야는 아들의 손을 뭉턱 깨문기까지 한다.
아내는 의사에게 받는 정신 병원 브로슈어를 보고 고민에 빠지다 조용히 화장대 위에 브로슈어를 올려 놓는다.
그걸 본 아버지 하워드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그는 새 정착지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그렇게 사라진 아버지가
어느 크리스마스 밤에 아들의 현관문을 두드린다면?



시계의 톱니 장치와 태엽에 그 나름의 고유의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전체 기계장치 내에서 그 더 큰 목적은 선택된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계는 우주와 닮았다.
사람도 세상, 나아가 우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우리 지구의 흙으로 덮인 표면에서 꿈틀대고 안달한다. 다만 목적이 있기는 있다는 것, 하느님이 정하시고 하느님만 알고 있는 목적이 있다는 것, 그 목적이 선하고 그 목적이 무시무시하고 그 목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 오직 이성적 믿음만이 우리의 웅장하면서도 타락한 세계의 절망적인 고통의 비애를 달래줄 수 있다는 것, 그것만 알 뿐이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다. 사랑하는 독자여, 그렇게 논리적이고 그렇게 우아한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책의 구절이다.
땜장이와 시계 그리고 인생.
개별이 아닌 각각의 연결과 구동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책은 재미있다고 말하긴 솔직히 어렵다.
그런데 확실히 매력적이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가 싶었는데 읽을수록 한 가족의 역사와
그 깊은 내면의 연결성이 문득문득 시처럼 다가온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참 서정적이고 슬픈 이야기구나 애뜻해진다.
그래. 꼭 가족처럼...
이 책이 바랬던것도 어쩌면 이런 느낌을 전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제대로 느낀건가?

모든 인간의 삶은,
그 전의 사람들과 연결된 땜질의 연속이다.
그러니 누구나 완전히 이 세상에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어쨌든 흔적은 남는다.
땜질된 것들의 흔적...
당신의 기억 속에서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진짜 누.굴.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8. 06:30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 윤대녕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은어낚시통신>으로 유명한 작가 윤대녕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원래 1995년에 발표됐었는데 작년에 몇 군데 손을 본 후에 다시 개정판으로 출판했습니다.

좀 무서운 내용이죠.

왜냐하면 외면하고 싶은 그래서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들춰내는 이야기이니까요.

어느 한 때의 시간을 송두리째 도려내고 싶다는 소망!

그런 소망을 품었던 사람에겐 이 책이 참 아프고 힘든 책이 될 지도 혹 모르겠네요.

<기억>을 이야기 할 때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시간>일 겁니다.

나는 끝장이 나도 결코 끝장나지 않을 <시간>!

이 소설의 시작도 이렇게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되새떼... 

겨울이 되어 찾아온 이놈들은 이듬해 봄이면 다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겨울이면 찾아오죠. 어찌 보면 새라는 건 반복되고 순환되는 시간의 분신인지도 모르겠네요.


한 남자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간간히 들어오는 번역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이 사람에겐 세 개의 시간이 있네요.

현실, 그리고 과거,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더 먼 과거.

과거가 없는 사람은 나이테 같은 성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멈춰 서면 곧장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고요....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가진 사람의 삶이란 그렇다면 온전한 삶이라고 말할 순 없을 듯 하네요.

내가 날마다 남이 되는 삶...

이 사람, 그래도 잘 살아가는 듯 합니다.

머릿속 퓨즈가 끊어지기 전까진 말이죠.

어느 날, 에이전시를 통해 그에게 3개월의 기한을 준 번역이 의뢰됩니다.

그리고 그날 그는 “E"라는 이니셜의 인물로부터 한 장의 팩스를 받게 되죠.

E는 말합니다.

“과거로 돌아오는 벌레 구멍을 찾게....."

이제 그는 연속적으로 찾아오는 기이한 일들을 하나씩 겪으면서 잊어 버렸던 기억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고백하죠.

“먼 과거로부터 누군가 내게 다가오고 있어. 누군가 밧줄을 이용해서 나를 잡아끌고 있는 것 같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완전히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의 조용한 완력으로”

이 남자가 기억을 찾아내는 일은 참 더디고 그리고 심지어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순간순간 남자는 데자뷰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지독한 혼돈이고 그리고 더 지독한 고통이죠.

그러다 “꽝!” 하는 정오의 대포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곧 그가 잊었던 먼 과거는 어느새 “현실”로 성큼 다가와 버리게 되죠.


우리 몸속에는 누구에게나 시계가 하나씩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면 과거의 나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단지 누구도 더 이상 돌리고 싶어 하지 않을 뿐.

그 기억이란 게 나를 움켜쥐고 할퀴고 상하게 한 기억이라면 차라리 시계바늘을 뽑아내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정삼각형의 균형은 여지없이 무너지게 될테지만요.

(이런 생각들, 저는 참 공포스럽습니다....)

시간은 곡선운동을 한다고 합니다. 둥그렇게 말리면서 원을 형성한다고요. 그래서 그 시작과 끝이 서로 이어지면서 무한히 되풀이 된다고요.

“우리가 무엇을 하든 간에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아무리 무덤 속에 앉아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분명 찾을 수 있지만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 거지도요.

하지만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 소유에 대한 책임까지도 함께 잃어버려지는 건 결코 아닐 겁니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

영화를 보러 가기 전과 후의 세계는 이제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옛날 영화가 끝이 나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회복된 새로운 공간 안에 서 있게 될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옛날”과 “오래된”의 차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둘 다 과거의 시점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옛날“이란 단어가 왠지 더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이란 말 속엔 망각 혹은 잊음에 대한 일말의 허용이 보였기 때문이죠.

어쩌면 “옛날”을 “오래된”으로 교묘하게 바뀌고 싶은 제 내면의 고백인지도 모르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 “옛날”을 추궁하는 것 같아 맘이 많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

제 과거에 대해서 아직 전 관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완전히 동일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과거의 나와 완전히 동일한 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우리 또한 모두 그걸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평등”을 믿는 거라고 하네요.

이제부터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겠다 다짐하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용서되지 않는 시간, 이 추운 겨울의 막막함, 혼자라는 두려움 혹은 서툰 사랑 하나하나까지도 뜨겁게 가슴에 끌어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네요.

“살아가야지! 살아가야지!”

이 책은 그렇게 나를 다독거리며 응원합니다.

그렇다면,

응원 받은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당신이 대답할 차례가

이제 온 것 같습니다.


부디 산 자가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3. 06:26

<Passion Flower >
말 그대로 이름 붙이면 "열정의 꽃" , "격정의 꽃"이란다.
우리나라에선 더 이쁜 이름으로 불린다.
째깍 째깍 시간을 알리는 시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시계꽃"




꽃 잎 위에 있는 보라색 부분들이
꼭 시침과 분침, 초침을 닮았다.
처음 인상은....
활짝 웃는 사람을 보는 듯 ^^
나도 모르게 따라서 활짝 웃게 만드는 귀염성 가득한 꽃




보라색은...
시계꽃 보다는
passion flower 라는 이름이 어쩐지 더 어울린다.
보라색...
치명적이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꽃.
"시간"은 누구에게나 치명적일 수 있음을
색으로 말해 주고 싶었을까?





시간이 말을 건다.
"째깍, 째깍"
좀 더 열정적이라고.
좀 더 격정적이라고....

자신의 유효기간을  생각하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