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2. 29. 06:05

초연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뮤지컬 <Story of My Life>
재공연 후 두번째 관람이다.
첫번째 관람은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엘빈.
초연때보다 노래를 많이 낮춰 불러서 솔직히 놀랐다.
아무래도 류정한 말고 다른 배우들에겐 버거웠던 음역대었던 모양이다.
좀 낯설긴 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아름답다.
재공연 관람 첫번째 고려 대상은 이창용 앨빈이었다.
그 다음 카이 토마스가 궁금하긴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고영빈 토마스로 봤다.
(나중에 카이 토마스를 보려고 했는데 어느 틈에 출연진에서 빠져있더라)

두 번째 관람은 완전히 새로운 페어!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
미안한 말이지만 정동화는 관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뮤지컬 <셜록홈즈>에서 조강현의 목소리와 연기에 놀라서 뒤늦게 이 작품에 합류한 그의 토마스가 정말 너무 많이 궁금했다.
28살이면 아직 시작 아닌가?
연습이든, 재능이든 분명히 뭔가가 있는 배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외모에서도 그렇고 언듯언듯 류정한 토마스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확실히 표현은 서로 다르다.
류정한 토마스가 잰틀하고 때때로 귀여운 작가였다면
조강현은 토마스는 약간은 성마르고 예민한 그래서 안스러운 작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같은 배역을 배우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류정한, 조강현 두 배우가 해석하고 표현한 토마스 모두 나는 좋았다.
세련되게 노련한 류정한의 토마스와 
조심스럽지만 강단진 조강현의 토마스 모두.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조강현의 토마스에서는 외모부터 언듯언듯 류정한의 모습이 스친다.
미니미 혹은 아바타의 개념이 아니라 선배의 장점을 받아서 재창조한 느낌이랄까?
노래 부를 때 생소리를 내는 걸 다듬는다면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배우다.
감정과 표정도 참 좋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의외의 인물은 정동화 앨빈이다.
지금껏 나는 이창용이 앨빈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정동화가 바꿔놨다.
전작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보면서도 그의 연기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SOML에서 정동화가 표현한 앨빈은 감동적이었고 따뜻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석준 앨빈처럼 과장이 심한 찌질한 어른아이가 될수도 있는데
(이창용은 바르고 성실한 순수청년 이미지에 가깝다)
정동화 앨빈은 과장스럽지도 그렇다고 철없지도 않았다.
그래, 딱 유령같았다고 해두자.
공포감을 뺀 유령, 일종의 수호천사 같았다.
(정말 천사 클라렌스였을까?)
표정과 행동, 그리고 어투까지 감동적이었다.
진심으로 정동화 앨빈때문에 몇 번 울컥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다.
이 두 사람의 페어를!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격하게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SOML>이 너무나 좋다.
이번에 관람하면서도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설마 울게 될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또 눈물이 나더라.
어쩌면 그 눈물은 불같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이 너무나 탐나서 할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토마스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앨빈 또한 될 수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면서 불같은 질투에 휩싸일 수밖에...

토마스와 앨빈처럼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챕터 하나하나씩을 뽑아 들면서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면 좋겠다.

이야기에 이야기에 이야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7. 15. 05:50
최인호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K에 대해 언급하더니
황석영은 <낯익은 세상>으로
소비와 생산의 세상이 남긴 인간 세상의 폐허를 이야기한다.
이러다  정말 "낯익은 OOO"이 문학적 화두가 되는 건 아닐까?
최인호, 황석영, 조정래...
요즘 문학계 노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그 심상치않음이 나는 신명나고 즐겁고 그리고 고맙다.
(장편으로 새롭게 탄생된 조정래의 <황토>도 어여 읽어봐야지!)



그에게 이 소설은 여러 의미로 남다르리라.
작가생활 50년 최초로 전작으로 발표한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
작년에 <강남몽>의 표절시비로 구설수에 올랐던 황석영은
이번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떠올리게 하는 "꽃섬"이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작품을 위한 칩거였는지, 구설수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은둔(?)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중국 리장(麗江)과 제주도에 거의 머물렀다고 한다.
시간이 멈춘듯한 장소였다는 중국의 리장.
그러나 그곳 역시도 대도시 뉴욕이나 파리처럼 
인간의 욕망에 의해 점령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생각했단다.
뭐 굳이 그걸 중국까지 가서 느낄 필요는 있었을까 싶긴 하다.
왜냐하면 눈만 돌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딱 그러니까.
소비와 생산의 잔재로 점점 폐해와 쓰레기더미로 변하는 세상.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인접한 곳에 터잡고 산지 오래된 나는
어릴 때 문만 열면 온갖 기묘한 쓰레기 냄새가 아침을 그야말로 화끈하게 열어주곤 했었다.
그 쓰레기산이 지금 저렇게 멀쩡한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신해서
서울시민의 쉼터가 됐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긴 하다.
내가 아는 최고의 before-after 반전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옆길로 들어와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 곳에 사람은 산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소설처럼 김서방네 가족이 사는 제 3의 공간(도깨비 세상)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극히 팡당한 시츄에이션인 도깨비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황석영은 말했다.
"욕망의 추악한 냄새와 잿더미, 자연적 치유의 순환 고리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도깨비 정령들을 불러내 하나의 화해의 모티브로 제안했다" 라고...
글쎄...
내 지적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서방네 대가족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다.
"세상에 니들만 사는 줄 아냐?" 라는데
그렇다고 도깨비를 버젓이 등장시킨건 너무 환상적(?)이고 유아적이지 않나?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데...
황석영의 친구들도 그랬단다.
만년 문학은 "치매문학"이라고.
그래서 대략 그려려니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



수월하고 쉽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환상소설? 성장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혹은 재난 소설?
암튼...
읽으면서 코멕 맥카시의 <The Road>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The Road>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황석영의 예전 성장소설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딱히 줄거리가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깊이감이 있어 읽고 난 후에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류의 책 역시 아니다.
성찰 혹은 반성 좀 하라고 훈계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도깨비 세상 같다.

열심히 필력을 자랑하고 계시는 황석영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책이 있다는데
이게 또 의외다.
"내년이면 등단한 지 딱 반세기인데 50주년 기념으로 《이야기꾼》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쓸 거예요. 황석영을 아바타로 만들어 19세기에 두고 여러 풍랑을 겪는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룰 예정이죠.연재가 아니라 전작으로 집중해 쓸 겁니다. 저의 80세,90세 때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그러시단다.
황석영의 아바타라...
그 연세에 참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저력은 일단 너무나 놀랍다.
결과물이 그만큼 잘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
혹시 이러다 스타워즈급의 소설 한 편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
문득 황석영 아바타가 광선검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대략 난감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4. 14. 05:59
이렇게 재미있고 멋진 "CROSS"가 또 있을까?
처음에 이 두 사람이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솔직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완전히 물건이다.
재미도 재미려니와 속시원하고 유머러스한 독설(물론 진중권 ^^)이
거의 명랑만화를 읽는 것처럼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21세기를 관통하는 문화 키워드 21개를
미학적 관점과 과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크로스 프로젝트"
이 책의 의도는 동일한 사안을 놓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시각을 교차시켜,
거기서 확인되는 편차를 통해 사물을 더 깊이 이해하자는 데 있단다.
책을 쓴 두 사람은
이 컨셉 자체가 현실의 층위에 정보의 층위가 겹쳐지고,
예술과 과학, 기술의 경계가 흐려져 하나로 융합이 되는 시대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 대중의 일상을 구성하는요소들을 키워드로 삼아
이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싶었다는 뜻.



미학자와 순수과학자의 만남은 참신하면서도 강렬한 스파크가 있다.
지금까지 이유있고 근거있는 독설가로 좀 과격한 언어를 구사한 진중권의
(난 진중권의 글들도 말들도 참 많이 편애한는 편이다)
유머러스한 비꼼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그의 이면을 보게 한다.
아마도 자기 혼자 쓰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그도 하지 않았을까?
공동 저자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는 생각도 살짝 든다.
(그러니까 가령 욕은 단독 저서에서 자기 혼자 듣는 걸로 충분하다는... ㅋㅋ)
<과학 콘서트>로 유명한 과학도 정재승은 강의도 참 재미있게 하더니만 글솜씨도 대단한다.
과학자의에게 갖게 되는 고리타분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파괴시켰던 사람.
두 사람의 뽑은 21개의 문화 키워드는 제목 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읽으면서 깊게 공감했던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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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커피의 입맛(taste)을 하나의 미학적 취향(taste)으로 바꿔놓았다.
그들이 파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브랜드다.
스타벅스는 식품산업을 문화산업으로 변화시켰다. 물론 이는 스타벅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애플 사용자들은 컴퓨터의 성능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연출하는 데 민감하다. 애플숍에서는 컴퓨터와 주변기기만 파는 게 아니다. 그들은 취향을 판다. 사용자들이 자사의 기기가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전략이 보여주는 것은, 미래의 경제학은 점점 더 미학을 닮아간다는 사실이리라.
스타벅스는 취미를 선사하고 전달하고 창조하는 문화적 매체다. 오늘날 기업은 취미로 묶인 상상의 공동체를 수신자로 갖는 미디어가 됐다. (진중권)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것이다. (정재승)

- 스티브 잡스
과학과 예술을 결합시긴 디지털 시대의 테크노 구루(grur).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efferent)"는 사실 애플의 모토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삶의 철학이었다. (정재승)
잡스는 컴퓨터 산업에 미학을 도입했다. 그는 최초로 컴퓨터에 서체의 아름다움을 부여했고, 자신이 개발하는 모든 제품에 미적 디자인을 구현했다.
IT 노숙자들에게서 우리는 휴거를 기다리는 종말론 신도들 못지않은 종교적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CEO, 즉 '예술가 CEO'의 전형이다. 그는 컴퓨터 기기의 디자이너이자, 기술과 예술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지휘자이자, 프레젠테이션을 행위예술로 끌어올린 탁월한 퍼포머다. 동시에 IT 대중에게 지혜와 확신을 주는 구루이자,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프레젠테이션으로 청중의 혼을 홀딱 빼놓는 마법사다. (진중권)

* 현실왜곡장 : 스티브 잡스가 보여주는 현실왜곡장의 대표적인 효과는 스티브 잡스의 근처에 가면 모든 현실이 왜곡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옆에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평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현실왜곡장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그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는 사람들이 한번 현실왜곡장에 들어갔더라고 스티브 잡스에게서 거리가 멀어지면 재정신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 구글
정보는 '분류'되는 대신에 위계질서 없이 '링크'된다. 정보의 질은 거기에 링크 된 수로 측정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구글은 그저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찾는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정보를 창작하는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진중권)
구글 + "23andMe" --->시트 안에 침을 뱉어서 우편으로 보내면 '내가 유전적으로 유방암과 당뇨병 등을 포함해 118가지 유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확률로 표시해 알려준다. (23은 유전자가 포함된 인간 염색체 갯수)
2008년 <타임>지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한 23andMe
구글이 세상에 떠도는 정보를 모은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몸속에 있는 바이오 정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정재승)

- 마이너리티 리포트(영화)
얼마 전 대통령 각하께서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것 좀 개발하라"라는 교시를 내렸다가 빈축을 산 일이 있다. 닌텐도도 삽질로 뚝딱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공구리' 두뇌의 단단함은 기어이 '2MB(확장 불가)짜리 명텐도'의 패러디로 대중의 비웃음을 사고야 말았다. 오락기야 물리적으로 뚝딱 만든다 치더라도, 거기에 채워 넣어야 할 게임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수많은 실험과 실패라는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성공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2MB' 용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창의적이지 못한 기술은 기능으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기술도 이제는 예술과 문학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어느 예술학교에서 그런 일 좀 해보려고 했더니, 양촌리 김 회장 댁 둘째 아드님이 각하께서 하사하신 좌파 척결의 숭고한 완장을 차고 나타나셔서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리셨단다. (진중권)

- 제프리 쇼
21세기의 피카소,  "읽을 수 있는 도시" , 가상현실, 혼합현실, 증강현실.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과학자가 되어간다. 그들은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로봇과 기계를 마음대로 다루면서 세상을 바꾸고 인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은 캔버스와 물감을 비물질화하면서 마음대로 조작 가능한 데이터를 만들고, 예술가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그 날개를 제일 먼저 펴고 훨훨 날아가 '창작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활공하는 제프리 쇼,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고 예술가가 과학자가 되는 '21세기 예술의 출발점'에 제프리 쇼가 서 있다. (정재승)

- 셀카
기술이 인간의 문화를 바꾼다는 테제의 유용한 예.
일상적인 삶을 기록하는 것의 소중함 --> But,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모습을 가장 예쁘게 변형해서 담고 싶은 '나르시시즘적 욕망의 구현'이다.
내가 찍는데도(혹은 내 가장 가까이에서 찍는데도),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가장 왜곡된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셀카는 '삶의 기록'이 아니라 '욕망의 기록'이다. (정재승)
작은 화소와 오묘한 각도로 만들어내는 '미의 이데아'. 셀카는 현실의 여체로부터 아프로디테를 추출하는 조각칼.
테크놀로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셀카 속에서 대중은 완전해진 자신을 본다. 그리스인들은 삶을 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만들어 그 극한에서 신이 되기를 꿈꾸었다. 디지털 시대의 자본주의적 대중은 제 얼굴을 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만들어 그 극한에서 스스로 스타가 된다. (진중권)

- 안젤리나 졸리
졸리의 존재 미학은 도덕을 우습게보는 개별자의 절대적 자유를 갖고 더 높은 사회적 윤리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데 그 요체가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의 비난이 두려워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거나, 사회의 호감을 사려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의 눈에 악덕으로 보이는 것이든, 사회가 흔히 미덕이라 부르는 것이든, 졸리의 행동은 남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 존재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졸리는 형해화한 기존 도덕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도덕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진중권)

- 프라다
이른바 '명품'은 유한계급이 자신을 하류층과 구별하는 기호적 행위의 매체다. 하지만  프라다는 이런 일반론을 벗어나 일하는 여성의 미학을 구현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창업자의 손녀)에게 남아 있는 좌파 페미니즘의 흔적은 명품 소비를 이렇게 소수의 유한계급이 아닌 다수의 노동계급(?)으로 확장시켰다.

-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는 피사체의 동의를 얻어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들여다보는 범법 행위를 대중이 즐기는 합법적 오락으로 바꿔놓는다. 그것이 대중에게 타인에 대한 시야를 확보했다는 유사 권력의 느낌을 선사하면서 그들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킨다.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은 노출증을 가진 미디어와 관음증을 가진 대중의 결혼에서 탄생한 아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

* 단순측정효과 : 사람들이 '의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답변에 행동을 일치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

- 강호동 유재석
한 마디로 이 둘은 뛰어난 사회적 지능을 갖추고 있다.
선천적인 끼의 발산보다는 프로그램 자체를 '경영'하는 후천적 노력과 헌신과 자세가 예능 프로그램의 덕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에 '순발력'이라고 하면 상황에 맞게 농담을 던지는 재치를 의미했으나, 이제 그 말은 순간순간 출연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경영 능력을 의미하게 됐다.
강호동은 거의 무당굿에 가까운 요란한 반응으로 출연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하게 자리를 깔아준다. 출연자가 썰렁한 말을 해도 강호동이 과도한 리액션으로 맞장구를 쳐주면, 그 말은 실제로 우수워진다. 물론 이 오버액션이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강호동에게는 많은 안티가 따라다닌다.
반면 유재석은 안티가 거의 없다. 그 역시 그의 진행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그는 강호동처럼 요란하게 나대지 않고 조용히 제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러 남보다 좀 모자라는 듯이 행동함으로써 출연한 멤버들을 자신보다 돋보이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하게 유도한다. 이렇게 스스로 나대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데, 과연 누가 그를 미워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설문 조사에서 유재석이 늘 강호동을 앞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로망이자 절망이다. (진중권)
뭐니 뭐니 해도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가장 탁월한 능력은 '공감능력(empathy)'이다. (정재승)

-세컨드 라이프
2003년 린든랩이 처음 선보인 '세컨드 라이프'는 수많은 아바타가 모여 사는 온라인 3차원 가상 세계다.
이제는 친숙한 단어가 된 아바타는 분신, 화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avataara'에서 유래 (정재승)

* 웜홀 :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통로

- 레고
레고(lego)는 덴마크어로 '레그 고트(leg godt)' 그러니까 '잘 논다(play well'라는 뜻이다.
레고 블록으로 나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저마다 '창조자의 절대권력'을 경험하게 된다. (정재승)
레고 블록 앞에 앉은 아이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무한한 잠재성의 세계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레고 블록이 만들어낼 세계는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 아니, 머리에서 이제 막 자라나고 있다. 그것은 수많은 결단과 망설임을 동반하며 아이의 손끝에서 형성되어갈 것이다. (진중권)

-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놀라운 일이다. 누가 이름 없이 남들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 글은 다른 사람의 손에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도 있지 않은가? 위키피디아는 디지털 시대의 백과사전이다. 디지털과 더불어 찾아온 새로운 구술문화에서도 개인으로서 갖는 저자성은 포기된다.
위키피디아의 지식에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생생함이 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의 협력으로 개인적 저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집단지성'을 구현할 수도 있다.
위키피디아는 한마디로 문자문화의 총아(백과사전)가 디지털 구술문화의 옷을 입고 새로 탄생한 것이다. (진중권)
Wiki?
1. 하와이 원주민어 '빠르다'
2. What I know of it 이것에 관해 내가 아는 것
여러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각자 자신이 가진 것을 기여하며 참여하고, 서로 보완하는 정신. 이것이 바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핵심이다.
위키피디아는 '자발적 참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위키피디아는 우리들에게 지식을 운반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참여와 공유의 습관을 가르치고,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정재승)

 *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  : 기업이 익명으로 답을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문제를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올리는 과학자는 5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기업으로부터 현금으로 보상을 받는다.

- 파울 클레
스위스에서 태어난 독일인 화가 파울 클레는 20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다. 음악을 먼저 공부했지만 뒤늦게 미술을 접하면서 음악이나 여행을 통해 얻은 창조적 영감을 유머러스한 데생과 단수화된 수채화 형태로 표현하곤 한다. (음악적인 미술, 음악과 미술의 결합)
색을 소리처럼 사용해 그림으로 연주하는 화가. (정재승)
정지된 회화에 움직임을 기록하다. (진중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