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3. 2. 06:06

<모범생들>

일시 : 2012.02.03. ~2012.04.29.
장소 : 아트원 씨어터 3관
출연 : 이호영, 정문성, 김종구, 박정표, 김대종, 황지노,
        김대현, 홍우진
대본 : 지이선
연출 : 김태형

2007년 초연된 이래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워낙 탄탄하기로 입소문이 난 작품인데 이번에 새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단다.
그전에 공연된 걸 못봐서 어떻게 변화가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공연되는 모습은 참 괜찮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힘과 조화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조명과 무대, 배우들의 의상과 음향, 음악도 눈에 띈다.
비틀즈의 Let it be, 영화 대부의 주제곡, 사랑의 찬가 등...
아마도 학벌 제일주의인 대한민국이기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교육열의 개념이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게 자리잡은 것 같다.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은 단 하나!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잘 산다는 건 또 뭘까?
돈이 많아(그냥 많아서는 절대 안되고) 노블리스한 상위 3% 안에 들어가는 게 잘사는 거다.
멋지다.
그들만의 세상!
연극은.
그런 현실을 그대로 까발리고 있다.



명준 정문성, 수환 박정표, 민영 홍우진, 종태 황지노.
네 명의 배우들의 열연은 진심으로 싸나이답게 멋졌다.
흡사 뮤지컬 <빨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캐스팅이라 좀 걱정스러웠지만
(그나저나 <빨래>도 한 번 봐야하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선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지닌 정문성의 연기에 감탄했다.
밉지 않게 깐죽거리는 수환 박정표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그리고 무옷보다 대사들이 좋다.
너무 잘 썼다.
내가 남자는 아니지만
내 학창시절과 비슷한 광경이 펼쳐져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학력고사라... ^^
참 오래된 이야기다.

 


배우들의 감정과 딕션, 표정 전부 좋다.
뮤지컬을 많이 한 배우들이라 그런지 퍼포먼스 동작들도 자연스럽고 강약표현도 잘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과장된 연기가 나올법도 한데
경계선을 잘 지키면서 무리없이 네 배우가 잘 끌고 간다.
젊은 배우들인데 참 용키도 하다.
(진심으로 이들의 건투를 빈다!)

사실 연극을 보면서는 좀 무서웠다.
민망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노골적이어서...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명준의 대사.
그렇구나.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그런거구나.
모든 죄를 종태에게 덮어씌우고 명준과 수환의 선량한 눈빛과 모범적인 대사가 등골을 후려친다.
"아시쟎아요!
 저희 모범생들인 거!"
모범적인 사람들이 모범적으로 만든 모범적인 나라에 소리없이 작은 칼날이 꽃힌다.
모든 모범은 성실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만의 방식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4. 08:16

<늘근 도둑 이야기>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
일시 : 2011.02.11 ~2.11.12.31.
출연 : 이대연, 김승욱, 김학선, 이성민, 오용, 박원상 ....
제작 : 극단 차이무
극본 : 이상우
연출 : 민복기

1989년 강신일, 문성근의 초연 이후
국내에 연기 잘 한다는 명배우들(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박철민, 정은표...)이 거의 거쳐간 작품이 바로 "늘근 도둑 이야기"다.
벌써 20년도 훌쩍 지난 창작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학로에서 살아 있다는 건,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의미리다.
이날 출연 배우는 더 늘근 도둑에 김학선, 덜 늘근 도둑에 오용, 1인다역에 서동갑 배우였다.

얼마전까지는 배우 김뢰하가 덜 늘근 도둑으로 출연해서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금 출연진들도 소위 말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명품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오용.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 연기는 정말 오남용이 없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절대적인 인정과 지지를 받는 배우!
소박하고 진실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해 배역을 표현하고 몰입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랫만에 오용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만나서
어이없이 향수 비슷한 것에 잠기고 말았다.


이야기는 결말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사실 난 뭔가 더 있을거라 생각하고 암전 후 기다렸다. 그런데 매정하게 그냥 끝나더라)
난데없이 관람객이 단체로 명화가 되는 즐거움도 괜찮더라.
맨 앞에 앉았던 탓에 취객의 고성방가를 바로 앞에서 들었다.
천상 배우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관객 바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얼큰하게 취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민망해 멀뚱해지더라.
대통령 취임 특사로 사흘 전에 풀려난 두 늙은 도둑!
마지막으로 한탕을 하고 깨끗이 손을 씻으려고 들어간 곳이 "그분"의 개인 미술관!
순간 리움박물관이 생각난 건 어쩔수 없더라.
명화라는 게 비자금 조성에 얼마나 혁혁함 공을 세우는지는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테고...
어찌됐든 착하고 순진한 우리의 늙은 도둑님들께선 당연히 잡히신다.
급기야 수사를 받는 중에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횡설수설하다 간첩으로 몰리기도 한다.
연극에 나오는 "그분"이 정치쪽인지, 경제쪽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극의 흐름상 정치쪽으로 상당히 많이 기울긴 하지만  구린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오십보백보!)
좀 과장된 내용들도 물론 많이 있고 뒷북스런 대사도 있지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때문에 그닥 눈에 거슬리진 않는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살벌하게 실날했으면 좋겠다는 거.
무지랭이 좀도둑이 알면 얼마나 알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현실과 시세에 밝은 직업(?)이 택시기사와 좀도둑 아닌가?
요즘은 "나꼼수" 때문에 유머러스하면서도 뼈가 있는 실랄함을 자주 접하게되는데
나중에 이 무대에서도 이런 실랄함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젠 그래도 되지 않나?
"나꼼수' 콘서트에 등장한 MB 동상 사진을 보고 정말 빵 터졌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고 순결하셔서 동상 세워주고 싶다더니
정말 입구에 제법 큰 동상을 떡하니 세울줄이야...

그냥, 뭐.
이 연극을 보면서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 "대한민국 CEO MB"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쫄지 말자!
뭐가 됐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0. 4. 06:08


나무 액터스와 악어 컴퍼니가 기획한 "무대가 좋다" 시리즈 2탄 <클로져>
이미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을 여러번 했던 작품이라 신선할 것까진 없다.
단지 문근영이라는 국민 여동생이 스트립퍼라는 파격적인 성인 연기로 연극에 데뷔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티켓전쟁을 만들어낸 문제작 되시겠다.
엄기준, 문근영 출연분은 수초만에 매진이 돼서
헛손질 몇 번에 황량한 자리만을 확인해야만 했다.
솔직히 많이 놀라긴 했다.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듯 했다.
(조승우도 10월이면 제대라는데 다들 서로 잡으려고 혈안이 되겠구나 싶다.)
워낙에 엄기준을 제외하고 생각했던지라
(이 사람 나랑 참 안 맞는다)
문근영, 이재호 춮연분은 다행스럽게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문근영 앨리스, 이재호 댄, 진경 안나, 배성우 래리.
내가 선택한 casting.
솔직히 말하면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긴 했었다.
내가 진짜 보고 싶었던 건 최광일 래리였지만
배성우도 워낙에 <Closer>에서 래리 역을 오래 했던 사람이라
뭐 나쁘진 않더라.
(정말 오래전 이야기긴 한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란 뮤지컬에서 그는 참 안 어울렸었다...)
안나 역의 진경이야 워낙 연기를 잘하는 여배우라 선택의 고민이 전혀 없었고
(여전히 나는 연극 <이>의 녹수에는 그녀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신인 이재호의 댄도 나쁘지는 않았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뉴페이스라는데
첫 작품에서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배우들과 만난 셈이다.
행운이면서 불운이기도 했겠다.
꼭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나만 잘하면 돼!"
표정연기가 많이 어색하고 다소 어린애스러운 액팅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목소리 톤이 맘에 든다.
목소리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탈렌트 정찬의 이미지와 많이 겹쳐진다.
더불어 TV 연기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혼자 해봤다 



개인적으론 이런 노골적인 대사들이 오가는 연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겠지만
어쩐지 앨리스라는 역이 문근영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불량 청소년, 엄마 화장을 몰래 하고 나온 어설픈 문제아 쯤으로만 여겨지니
아무래도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력하지 않나 싶다.
따지고 보면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나이가  이제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귀여운 여고생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문근영에게도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가 오래 간다면
배우로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영리한 배우니까 자신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 가겠지만 노파심에 한 마디 ^^
물론 연극 <클로져>에서 문근영의 연기가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순간적인 몰입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도 좋았고 딕션 또한 정확했다.
표정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좀 거슬리긴 했지만.



사랑의 첫번째 조건은 타협이란다.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을 곁에 두고 또 다른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앨리스는 안나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유혹에 넘어간거야" 라고...
사랑은 타협이기도 하지만
무언의 룰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랑에 필요한 두번째 조건은 어쩌면 "정의"가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가,
"그 사람에겐 내가 필요하지 않아서" 라고 말하는 댄도
그런 댄을 "집요하게,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사랑하는 앨리스도
그래서 모두 다 낯선 사람들일 뿐이다.
앨리스는 안나에게 묻는다
"왜 그랬어요?"
그리고 래리는 안나에게 묻는다.
"왜 하필 그 자식이야?"
그리고 극의 마지막엔 안나의 입을 통해 또 하나의 질문이 던져진다.
"우린 왜 그랬을까?"



연극과 영화의 느낌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이 작품은 특히나 차이가 난다.
연극이 훨씬 더 가볍다고나 할까?
문근영이 아니었다면 솔직히 챙겨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참 많이 대학로에 올려졌는데도 매번 초지일관 외면했었는데...

혹시 한 눈에 반하는 낯선 사람과의 사랑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타협과 정의의 룰을 반드시 지킬 것을 조언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를 무시할 때 그 결과는
연극에서처럼 누구에게도 해피하지 않기에...
선택했다면,
타협하라!
그리고 반드시 정의롭게 행동하라!

내게 연극 <클로져>는 두개의 화두를 남겼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