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5. 29. 17:21


2010년 작년이 안중근 서거 100주년 되는 해였다.
기념적인 의미였는지 어떤 나름대로의 사명감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2009년부터 안중근 의거와 관련된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창작됐다.
뮤지컬 <영웅>과 연극 <나는 너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작품들.
특히 이 작품 <나는 너다>는 월간 객석이 제작을, 한동안 학력위조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던 윤석화가 연출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이목을 끌기도 했다.
거기다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후손 송일국의 첫 연극무대 도전이기도 했고...
생애 첫 연극데뷔인 송일국은 극 중에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중생 1인 2역을 감당해야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초연에 출연했던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가 조마리아역을,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에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해선이 초연에 이어 안중근의 아내 역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송일국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성패가 달라진다고 하겠다.
(어깨 참 무겁겠다)

연극 <나는 너다>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 그 두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 토월극장에 올려진 작품.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솔직히 이 타이틀! 참 맘에 안 든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극을 선정해 더욱 밀도있는 공연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뭐 작년에 이 작품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 개인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영웅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가?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이어야 하는가?


연극은 질문을 던지고 또 남긴다.
호부견자(虎夫犬子)
호랑이같은 아비, 개같은 자식
동양평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 아비의 둘째 아들이었지만 매국노로 낙인 찍혀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 아들 안중생!
연극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서 아들 안중근이 끝없이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몽환적인 안개와 황량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
영웅 안중근의 아들은 왜 그곳에 버려져 방황하고 있는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둘째 아들 안준생.
사람들은 그가 아비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굴욕적으로 절을 했다며
친일파ㆍ변절자라 욕하고 몰아세운다.
일본군에게 독이 묻은 과자를 받아온 사람도 그이고
그 과자를 형에게 먼저 줘서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든 이도 그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오직 하나, 치욕!
아들 안중생은 절망과 두려움, 절규 속에서 묻는다.
"나라가 망했으면 망한 대로 살지... 왜 집안을 망치고 자식을 망칩니까?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들의 오래고 거친 절규에 아비는 드디어 답을 한다.
"나는 너다! 
 바로 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품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스크린 속 안중근의 모습이다.
암전이 되면 스크린 속의 안중근은  불시에 몸을 움직여 품에서 브라운 권총을 꺼내든다.
"대한독립 만세!"와 함께 들리는 7발의 총성.
(시작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극은 영웅 안중근의 삶에 춧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안중근의 죽음을 통해 겪게되는 가족들의 삶에 촛점이 맞춰진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후
그의 가족들은 혹독한 심문을 받는다.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에게 말한다.
항소하지 말고 의연하게 죽음을 선택하라고...
아들이 죽은 후 어머니는 홀로 괴로워하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모성에 괴로움이다.
아들이 사실은 항소하하고 말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을까?
어미의 욕심이 그런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건 아닐까?
연극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깊고 그리고 안타깝다.

송일국의 연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너무 비장미가 풍겼다는 걸 제외하면...
몰입을 너무 깊게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단점처럼 느껴졌다.
동작과 표정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결국은 안중근이 안중생과 다르지 않고
안중생이 안중근과 다르지 않다 말하면서
그 융합과 포용이 잘 표현되지는 못한 것 같다.
둘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스크린으로만 등장하는 고종황제 강신일과 이토 히로부미 송영창의 연기는
극 속에서 꽤 깊이감을 준다.
특히나 "영웅은 어디 있는가!" 절규하는 고종의 눈물은
깊은 울림과 함께 절망과 회한을 안긴다.
(역시 강신일씨 연기 잘한다)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정적인 부분도 많고
시간을 되돌아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부분도 적절히 잘 구성된 것 같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도 과하지 않고 적당했고
주,조연 이외의 배우들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배우 한명구의 딕션과 발성은 귀에 그대로 꽃힌다.
(얼마전에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배우 ^^)


단점을 꼽으라면,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 되는 곳을 표현한 무대와 의상 정도!
(거의 넝마주의 수준이었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표현이 너무 지저분했다.
(지저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나 역시도 참... 막막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색다른 시도였고 참신한 해석이었다. 
좋은 연극으로 발전해서
오래오래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19. 05:51


어제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이 KBS홀에서 열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인물들이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건 남우주연상이 <미스 사이공>의 엔지니어 김성기가 아니라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성화였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그는 올해 2관왕의 영예를 안은 셈이다.
그리고 역시나 뮤지컬 <영웅>이 최우수작품상, 연출상을 비롯해서 6개 부분의 타이틀을 거머줬다.
올해 12월에 다시 국립극장에서 공연이 될텐데 힘이 많이 실리겠다.
개인적으로 난 이 작품이 항상 대성공이길 기원한다.
귀여운 4명의 완소남 "빌리"들도 김준수와 함께 나란히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예상했던 최민철이 몬테크리스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목소리, 표정 그리고 체격 조건이 참 좋은 배우다. 그리고 독특한 목소리 톤까지...
언젠가 최민철이 하는 <스위니토트>를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 제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영웅(연출 윤호진)
▲남우주연상=정성화(영웅)
▲여우주연상=최정원(키스미케이트)
▲남우조연상=최민철(몬테크리스토)
▲여우조연상=정영주(빌리 엘리어트)
▲남자신인상=김준수(모차르트)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빌리 엘리어트)
▲여자신인상=차지연(서편제)
▲인기스타상=김준수 정선아(모차르트)
▲연출상=윤호진(영웅)
▲극본상=한아름(영웅)
▲특별상=성남아트센터
▲앙상블상=키스미케이트
▲베스트외국뮤지컬상=빌리 엘리어트
▲기술상=김유선(모차르트)
▲무대미술상=박동우(영웅)
▲작곡상=김동성(남한산성)
▲안무상=서명구(올댓재즈)
▲음악상=피터 케이시(영웅)



                      <남우주연상 정성화>                                    <여우주연상 최정원>


                     <남우조연상 최민철>                                 <여우주연상 정영주>


                          <남자신인상 짐준수>                                   <여자신인상 차지연>
 

                                                  <남자신인상 빌리들 ^^>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수상자들>

다채로운 수상 소감들도 재미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종이에 소상소감은 적어온 정성화는 
"관객들이 기대한 것은 배우 정성화의 기량보다 안중근 의사의 기량이었다” 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최민철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2세 탄생을 알렸고
아이의 이름을 아무래도 "최몬테"로 지어야 할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 정도로 그에게 특별한 경험과 기억에 남긴 작품이라는 뜻이겠지!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발레 선생님이 된 정영주는
(이러다 발레 선생 전문 배우 되겠다... ^^)
수상소삼에 타블로를 언급해서 이슈가 됐다.
"타블로! 나는 당신을 믿어요! You are real!"
강력한 신인상 후보였던 차지연과 김준수는 역시나 수상자가 됐고
귀여운 빌리 4명이 신인상을 함께 받았다.
4명의 빌리들의 축하 무대는 많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단다.
김준수는 <모차르트>라는 뮤지컬 한 편으로 뮤지컬 어워즈에 이어 정성화처럼 신인상 2관왕이 됐고
거기다가 인기상까지 받으면서 그야말로 한 편의 뮤지컬로 올 해 상복이 터진 셈이다.
거기다 뮤지컬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고작 뮤지컬 한 편 했을 뿐인데...)
왜 아이돌을 대형 뮤지컬에 꼭 섭외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티켓 전쟁이 나는 정말이지 무섭다 ^^

 
                                              <4명의 귀여운 빌리들의 환상적인 축하무대>

개인적으로는 몇몇 아쉬운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김성기, 조원희, 박은태, 정상윤)
<영웅>의 6관왕은 나 역시도 깊게깊게 축하한다.
올 연말에 정성화를 비롯해서 양준모, 신성록 등 새로운 안중근과 함께 막이 오를 뮤지컬 <영웅>
이번 포스터가 좀 많이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아마도 다시 한 번은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양준모 안중근이 무지 궁금해서...
일단 비쥬얼은 확실히 독립운동가 같긴 하다.
안중근 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해 동안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모든 수상자와 수장작들에게 모두 모두 축하를...
그리고 <미스 사이공> 엔지니어 김성기씨!
잊지 마세요!
당신 올해 최고였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6. 8. 05:52
어제 저녁 7시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제 4 회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배우들이 주연상을 받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창작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할을 했던 "정성화"가 남우주연상을
세계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킴 역할의 "김보경"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와~~~우!
이 날 정성화는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단다.
사실 그는 매년 소감을 준비했었다며 4년만에 꺼낸다고 말해 주변에 폭소를 자아냈다. 
“오늘 이 자리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며 소감을 밝힌 그는
자신을 믿고 끝까지 지원해준 제작자와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개그맨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특별한 존재감 없이 연기하던 정성화.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배역의 한계를 줬을테고 그걸 부수기 위해 무지 노력해야 했을테니까...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이겨낸 그이기에 개인적으로 이 상의 의미가 더 특별하리라 생각된다.
배우 "정성화"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참 열심이고 진지하다.
진정성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그에게 뮤지컬 "영웅"에서의 "안중근" 역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줬을 것이다. 
여우주연상의 그녀 "김보경"
그녀의 무대를 봤다면,
아무도 그녀의 수상에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뭐 실제로 토를 다는 사람도 없긴 하다)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그녀의 "킴"을 또 만나고 싶어서 미치겠다. (^^)
두 사람 모두, 나를 참 징글징글하게 울렸던 괴물들인데...

                   남우 주연상 : 정성화(영웅)                여우 주연상 : 김보경(미스 사이공)

작년 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조정석이
"스프링어웨이크닝"으로 또 다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모차르트"에서 "황금별"을 정말 멋지게 불렸던 남작부인 "신영숙"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도 내가 예상했던 수상자들 ^^
조정석의 데뷔작 "호두까기 인형"을 봤던 게 언제적인지...
참 이 사람도 너무 동안이다 싶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이면 아마도 역할의 폭이 더 넓어질텐데...
그래서 나는 그의 나이듦을 따라가 보는 게 참 재미있고 특별할 거라 생각한다.
(이미 서른을 넘긴 나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상 복 없는 배우 "신영숙"씨는 수상이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다.
여우주연상을 받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실력파 배우.
두 사람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남우 조연상 : 조정석(스프링어웨이크닝)                   여우 조연상 : 신영숙(모차르트)

남자 신인상은 예상했던 그대로 "모차르트"의 김준수(시아준수)가 받았다.
예상했던 인기상까지 거머줘서 2관왕의 영예을 안았으니 첫 뮤지컬 데뷔 치고는 엄청난 성과라고 하겠다.
하긴 김준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 세종문화회관이었으니...
(대극장 완판남이 드디어 나왔다는 사실...)
여자 신인상은 댄스뮤지컬 "컨택트"에 나왔던 발레리나 "김주원"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인데 안타깝게도 놓치고 말았었는데...
그녀의 수상은 좀 의외의 결과였다.
(아마 본인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개인적으로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가 받을거라 예상했었는데...


            남우 신인상 : 김준수(모차르트)                     여우 신인상 : 김주원(컨택트)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에서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뮤지컬 <영웅>. 
예상대로  최우수 창작뮤지컬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짝짝짝!)
에이콤은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아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하더니
이번에도 역사적 사실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멋지게 만들어냈다. 
(이런 시도들은 정말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그리고 뮤지컬 "영웅"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한대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아프다...
 작년 겨울에 이 작품때문에 눈발을 헤쳐가며 눈물바람으로 LG아트를 얼마나 드나들었던지...)
<영웅>의 윤호진 연출의 소감이 재미있다.
“올해가 명성황후 15주년이다. 명성황후의 옥동자 <영웅>이 태어난 것 같다”
뮤지컬 <영웅>은 내년 8월말부터 두 달간 LA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이 시작된단다.
<명성황후>같은 성공을 해외에서도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최우수창작뮤지컬상 "영웅"                    최우수외국뮤지컬상 "스프링어웨이크"

 -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자 -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영웅'
▲ 최우수외국뮤지컬상 = '스프링어웨이크닝'
▲ 베스트리바이벌상 = '오페라의 유령'
▲ 소극장창작뮤지컬상 = '스페셜레터' '연탄길'
▲ 연출상 = 윤호진(영웅)
▲ 안무상 = 강옥순(금발이 너무해)
▲ 무대미술상 = 박동우(영웅-무대디자인)
▲ 조명음향상 = 구윤영(영웅-조명디자인)
▲ 작사작곡상 = 추민주, 민찬홍(빨래)
▲ 극본상 = 추민주(빨래)
▲ 음악상 = 피터케이시(영웅-편곡자)
▲ 남우주연상 = 정성화(영웅-안중근 역)
▲ 여우주연상 = 김보경(미스사이공-킴 역)
▲ 남우조연상 = 조정석(스프링어웨이크닝-모리츠 역)
▲ 여우조연상 = 신영숙(모차르트!-발트슈테텐남작부인 역)
▲ 남우신인상 = 시아준수(모차르트!-볼프강모차르트 역)
▲ 여우신인상 = 김주원(컨택트-노란드레스 역)
▲ BCLOUN.G 남우/여우 인기상 = 시아준수(모차르트!)/ 정선아(모차르트!)



뮤지컬을 좋아하는 내게는 이 수상자들이 참 다행이고 반갑다.
추카추카~~~~
(빠져들면 안 되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6. 05:44


일    시: 2010.04.21. ~2010.06.13.
장    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    곡 : 프랭크 와일드혼 /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casting : 몬테크리스토 백작(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메르세데스(옥주현, 차지현)
             아베 파리아(조원희, 이원근),
             몬데고(최민철, 조휘),
             빌포트(조순창), 당글라르(장대웅), 
             알버트(김승대, 전동석) 그 외...


<2010.04.21. casting>

몬테크리스토 : 류정한 / 메르세데스 : 옥주현
아베 파리아   : 조원희 / 몬데고       : 최민철 
알버트          : 김승대

첫공을 아무 망설임 없이 선택한 건
오로지 이 사람,
뮤지컬 배우 "류정한" 때문이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뮤지컬 넘버가 너무 좋아  휴식기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지킬 &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니
그로서도 역시 탐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영웅>에 이어 <라만차> 서울 공연과 지방 공연을 다니느라 참 지쳤을텐데...
그를 또 다시 불러들이는 무대 때문에
그의 매니아들 역시 또 다시 기꺼이 좌석쟁탈전을 준비한다.
(클릭이 빠른 자, 가까이서 그를 보리니...)



개인적으로는 옥주현의 뮤지컬 무대를 처음 봤다.
감정연기도 나쁘지 않고 노래도 잘 하는 건 정말이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고 그리고 숨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를 보는 것 내겐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냥 내내 여자이기로 선택한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오랫만에 본 최민철의 무대는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한건지,
아니면 그가 현재 좀 방황(?)하는 중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일부러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을 찾아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성이 갸륵하다)
그런데 원작을 괜히 본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원작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3인의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그런데 이 사진들 다들 좀 심하시다... ^^


알렉상드르 뒤마의 결말은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당테스의 헤피엔딩이 아니다.
당테스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 배 위에서 길을 떠난다.
그의 곁에는 메르세데스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
지조없는 남자라고?
아니!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그 결말이 몹시도 좋았다.
그리고 그가 모렐 선주의 아들 막시밀리앙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결국 이 이야기의 모든 걸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뮤지컬에서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같은 존재인 막시밀리앙이 등장하지 않는다)

"......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이 문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극의 내용에 맞게 조금 더 극적인 문장으로 말이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

그러니까 이 뮤지컬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
정의로 사랑을 통합하긴 힘들겠지만
사랑으로 정의를 통합하긴 훨씬 더 드라마틱 할테니까...


                    연출가 : 로버트 요한슨                         메르세데스 옥주현,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뜬금없는 배역과 내용에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너무 과하게 코믹한 설정으로 나오는 파리아 신부,
(원작에선 이 사람은 현자, 석학자의 이미지였는데.... 쩝!)
이프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당테스를 구출하는 배가 해적선이라는 설정,
거기다가 그 해적선의 선장인 루이스 밤파가 여자로 나오는 장면
그리고 원작에 없는 이름 "발렌타인"까지...
(이건 너무 달콤하쟎아~~~)
참 많은 창조적 과정으로 거쳐서 뮤지컬이 탄생된 셈이다.
여기에 당테스와 몬테고가 뮤지컬에서처럼 친구 사이가 아니라
몬테고가 메르세데스의 사촌오빠로 원작엔 나온다면 좀 놀라울까???
(뭐, 18세기엔 근친의 성행했으니까...)
그리고 알버트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이 아니라
몬데고의 아들이 맞다고 말한다면...
(에이. 그만 할란다~~)


                                                                               2장의 사진 출처 : 건승정한 ^^
뭐 어쨌든 좌우지간,
작품 자체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공연장이 아주 확실하게, 너무도 완벽하게 나쁘다는 거다.
왜 하필 "유니버설아트"냐고 고개를 저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공연장의 열악한 조건이 공연의 감동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감시킬 수 있는지
절실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삼총사>와 <살인마 잭>을 모두 넘겼다. 유니버설아트라서...)
내 귓 속에는 아직도 삐그덕거리며 완전 100% 수동으로 설치되던 
무대셋트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열심히 무대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발소리 무지 크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일년인가?
 암튼 출연료는 제일 많이 주어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제일 많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이 공연장의 총체적이고 절대적인 난국이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몬테크리스토가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연회를 여는 장면에서
(정확히 말해서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
살짝 미스코리아 Feel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이었을까?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예요~~~)
아무튼 이 작품을 위해서
마흔이 넘은 몸을 이끌고 멋지게 힘준(?) 복근을 보여준 류정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잘하면 머지 않아 화려한 "액션 히어로"로 등극하지 않을까???
결투 장면은 정말 실감나더라.
(그것도 매번... 이 뮤지컬, 칼싸움 정말 여러번 나온다)
배우들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까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실감이 난다는 뜻 ^^
이 상태로 가다간 조만간 배우 류정한 배에도 멋진 리얼 초코릿 복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류정한, 차지연 <언제나 그대 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 06:02


또 다시 가슴 뜨거워졌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조용히 눈물 흘렸다.
가슴 속 그 깊이에서부터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뜨거운 마음.
그리고 깊은 감사와 더 깊은 아픔.



류정한 안중근.
이 뮤지컬을 하면서 아마도 그는 누구보다도 뜨거워졌으리라.
그리고 힘겨웠으리라.
하얼빈 의거 당시의 안중근의 나이 31살!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류정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라를 빼앗긴 경험이,
그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아니 우리로서는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류정한 그는 조금은 그 심정을 알지 않았을까?
그의 눈 속에 그가 겪었을 모든 과정들이 때때로 스친다.
이 사람....
한동안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안스러움까지...



주연들도 놀랍지만
앙상블도 너무나 훌륭하고 감동스럽다.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참 무모하긴 하다)
그 역동적인 추격신이며
재즈댄스를 연상시키는 동작들.
매번 이들은 턱까지 차오는 숨을 참으며
날마다 뛰고 또 뛰리라.
그들의 모습운 분명 또 다른 <영웅>
그 모습이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는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분분히 흩어지던 벛꽃잎들,
달리는 기차를 향해 쓸리듯 날아가던 눈발들...
빨강과 파랑의 조명 효과가 극명했던 게이샤 신,
적절한 검정빛 조명.
그림자로 보여준 명성황후 시해 장면.
법정 선고 장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15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정확히 말하던
안중근의 선명한 발언과 피맺힌 절규까지...
그리고  
무대 전부를 활용하는 그 모든 동선에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누구든 예외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엔딩 부분
안중근의 마지막,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두려움을 떨치고
홀로 사형장으로 향해 떠나는 안중근
그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절절한 심정과 고통을 담은 곡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또 다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무너져야만 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
         두려운 마음 달랠 길 없지만 큰 용기 내다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낸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큰 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걷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다오.

        천국에 니가 나를 앞서가거든, 못난 이 애밀 기다려주렴
        모자의 인연 짧고 가혹했으니나, 너는 영원한 내 아들
        한 번 만, 단 한 번 만이라도 너를 안아 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 .......



* OST를 담은 CD가 12월 드디어 발매된단다.
  12월 10일 공연장에 가면 꼭 장만하리라 .
  그리고 오래 오래 간직하리라
  뭉클하게 아픈 노래들을...
  그러나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그날을 기약하며...

  [CD 1]

  1. Overture

  2. 단지동맹(정천동맹) - 안중근, 단지 11

  3. 게이샤 - 게이샤들

  4. 조선은 보물창고 - 외무대신, 대신들, 게이샤들

  5. 조선 얕보지 말라 - 이토, 대신들, 게이샤들

  6. 이토의 야망 이토

  7. 당신을 기억합니다 - 설희

  8. 가야만 하는 길 안중근, 설희, 김내관, 제국익문사

  9. 비상구는 없다 - 와다, 독립군, 일본군

  10. 배고픈 청춘이여 - 왕웨이,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독립군

  11. 황혼의 태양 - 이토

  12. 이것이 첫사랑일까 - 링링

  13. 추격 1 (연주곡)

  14. 흔들림 없는 태산처럼 왕웨이

  15. 처음 본 순간 - 이토, 설희

  16. 영웅 안중근 : 홍보용 씨디 버전으로 그대로 사용

  17. 그날을 기약하며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CD 2]

  18. 오늘의 이 함성이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19. 출정식 - 이토, 외무대신, 일본

  20. 추격 2 와다

  21.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링링

  22. 내 마음 왜 이럴까 설희

  23. 십자가 앞에서 안중근

  24. 축제음악 (연주곡) - 목소리: 안중근

  25. 누가 죄인인가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판사, 기자들, 방청객들

  26. 운명 안중근, 이토

  27. 동양평화 - 안중근, 치바

  28.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조 마리아

  29. 장부가 안중근

  30. Epilogue (연주곡)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31. 05:50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명성황후>를 만들었던 에이콤에서
도마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뮤지컬 <영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 기다렸던 뮤지컬 <영웅>을 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안중근으로 분한 배우 류정한은 말했다.
"그 분이 나에게 빙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그의 진심은 절실했으리라.
바람 또한 간절함 그 이상의 무엇이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무대 위에서 그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에게 빙의된 안중근의 모습을...



어쩌자고 이런 뮤지컬을 했느냐고...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어떻게 견뎌내려고 하느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그예 안중근이 되어버렸냐고
안중근이 되어 조용히 눈물 흘리는 그를 향해
이제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실제로 무대 위 그의 육신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안중근의 몸으로, 안중근의 맘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을 실행으로 옮겨가면서
숱한 고뇌와 번민들로 160분의 시간동안
그는 실제로 눈에 띄게 점점 야위어갔다.
이토을 저격할 결심을 하며 안중근은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내야만 합니다!"
그 결단의 절박함과 간절함에 내 육신 또한 마디마디 아리고 저리다.
"해내야만" 한다니...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해내야만 한다니...
대사 하나하나가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날이 선 칼날이 되어 송두리째 가슴팍을 향해 꽃힌다.



안중근 : 류정한 / 이토 : 조승룡 / 설희 : 김선영 / 링링:



전,후막 70분 모든 장면이 다 충격이고 슬픔이고 통곡이다.
자작나무 숲의 단지동맹에서 
어미가 만들어준 눈물같은 수의를 입고 
사형을 집행받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깊고 깊은 통곡으로
보는 내내 스스로 너무 힘들고 아파 죽을 듯이 힘들다.
특히 안중근의 법정 장면은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며 견뎌야만 했다.
(솔직히 고배건데 너무 많이 힘들고 그 이상으로 아팠고 절절했던 장면이다)

<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민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2.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3. 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요
 4.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요.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8.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9. 교육을 방해한 죄요
10.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요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14.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요
15. 일본 천황 폐하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진심으로 "누가 죄인인가?"를 나 역시 감히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겨질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한 그의 인간적인 고통과 심정...
그들의 기억속에 부디 자신이 잊혀지게 해달라고 천주께 기도하는 모습.
만일 자신이 성공하게 되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면,
당신께 기도드릴 수 있는 짧은 순간을 허락해달라는 바람.
아프다... 아프다... 잔인하게 아프다...



자작나무 숲에서의 단지동맹처럼
그들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는 빛이 되었음을...
어쩔 수 없이 나는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라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들이 기억되고 내내 영원한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가 감히 이런 걸 바래도 되는 건가.....)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지혜.
서로서로 인정하며서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라고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꿈꿨을까?
비록 내 몸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고향에 남겨진 이들만이라도 평안하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꿨을까?
그들이 꾼 꿈으로 인해
지금 내가 여기에 이곳에
이렇게 서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게 되길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길 소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길 기원한다.

아마도 나는
오랫동안 눈과 맘이
아리고 저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린고 저린 칼날같은 예리함을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심장 깊이 꽃아 두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며...>



* 사진의 일부는 뮤지컬 <영웅> 공식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