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2. 8. 08:25

 

<베르테르>

 

일시 : 2015.11.10. ~ 2016.01.1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 : 고선웅

작곡 : 정민선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조광화

출연 : 엄기준, 조승우, 규현 (베르테스) / 전미도, 이지혜 (롯데) / 이상현, 문종원 (알베르트)

        강성욱, 김성철 (카인즈), 최나래(오르카), 송나영(캐시) 외

제작 : CJ E&M(주) 극단 갖가지

 

제대로 된 창작뮤지컬의 시작을 알렸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올 해가 이 작품의 창작 15주년이란다.

그래서 토월에서 조승우, 엄기준, 규현 캐스팅으로 기념 공연이 올라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현대적인 감각의 <베르테르> 보다

촌스럽긴 하지만 고전적이고 애뜻했던 과거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훨씬 더 좋다.

그래서 유니버셜아트센터와 2013년 토월의 베르테르가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었다.

유니버설 버전은 정체불명으로 그로테스크했고

2013년 토월 버전은 지나치게 수다스러웠었다.

그래도 15주년 기념 공연이니 예전의 그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겠다 싶어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번에도 가차없이 무너졌다.

2013년 토춸버전 그대로더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는게 늘 옳은것도 아니고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초연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옳았다.

정체불명의 짬뽕같은 시대배경도, 국적불명의 춤사위도

2013년에 이어 다시 보는건데도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는 연기가 너무 좋더라.

롯데의 머리 리본을 조심스럽게 접어 품안에 넣는 모습은 두근두근거리는 셀레임이었고

롯데에게 거부당해 돌아서는 모습은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더라.

(개인적으로 이 녀석은 영화나 TV 보다는 뮤지컬 무대에 서있을 때 확실히 그답다)

그리고 베르테르의 의상이 바뀐건 불행 중 다행이다.

2013년 토월 버전 그대로여서

샛노란 조끼 위의 커다란 해바라기를 볼 생각에 암담했는데

베르테르의 의상이 tone down돼서 정말 진심으로 고맙더라.

하지만 그 고마움도 나치 복장을 떠올리게 한 알베르트의 의상때분에 다시 당혹스러웠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노래하는 문종원의 알베르트는 더 당혹스러웠다.

"블러드 브라더스"때처럼 힘을 빼고 연기했다면

노래도, 연기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 작품.

베르테르가 맞긴 한데

베르테르라고 할 수 없는 이 느낌적인 느낌.

무엇보다 제일 속상한건 엔딩장면에서 서서히 피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볼 수 없다는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의 여운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데

이제 그 느낌을 찾을 길이 없어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렇게 역사가 되버리려나보다.

 

그런데 나는 왜...

차마 발길을 뗄 수가 없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7. 08:40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맙소사!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젠 연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 초연 이후론 그의 뮤지컬 무대는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베르테르"는 아니겠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솔직히 임태경보다 엄기준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다.

이제 이 작품은 더 이상 "반가운 나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다행히 연기는 좋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절망적이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벅차기도 했다.

딱 베르테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는 왜 그 지경까지 되버린걸까?

누군가의 그러더라.

방금 전에 아주 신 레몬을 다섯개 정도는 먹고 나온 사람 같다고.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리는 단 한 번도 터져나오지 못했고

호흠은 곧 인공호흡기라도 필요할 듯한 짧고 급박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던가.

과거의 그의 무대를 떠올리면서 너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이유가 너무 구차하다.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제 TV 브라운관이나 영화쪽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소리가...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그건 뮤지컬배우에겐 너무 절망적인 상태 아닌가!

엄기준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는 있는 걸까?

 

전미도 롯데는 이지혜만큼 조증은 아니라서 보기에 편안했지만

2막에서 베르테르와의 재회를 시작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을

거친 숨소리 하나로만 표현한 건 많이 아쉽다.

(이번 관람은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들로 제대로 사태가 났다 ㅠㅠ)

양준모 알베르트는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좋더라.

이상현 알베르트가 젠틀하면서 귀족적이었다면

양준모는 알베르트는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누르면서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깊은 사랑이 보였다.

타이틀의 두 베르테르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엔 알베르트 쪽으로 훨씬 더 마음이 기운다.

뭐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이번 관람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배우는 카인즈 최성원.

매번 카인즈가 이상하게 변질(?)됐었는데

최성원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카인즈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감정표현도 좋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이 녀석이 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소극장 공연들도 몇 작품 봤는데 다 괜찮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 <베르테르>에서 "카인즈"를 건졌으니... ^^

 

무대, 의상, 조명, 엔딩, 커튼콜도 예전같은 감성은 아니었지만

음악 하나는 정말 좋았다.

특히나 음악감독 구소영의 건반과 거의 듀엣으로 연주되던 바이올린 소리는 참 이쁘더라.

(연주자가 남자분이시던데....)

커튼콜.

등지고 앉아있던 베르테르.

임태경도 그렇고 엄기준도 그렇고 참 없어 보이는 중년의 뒷태더라.

솔직히 여기서 그나마 있던 감성이 놀라서 달아났다.

중년의 뒷태에 앞에는 가당치도 않은 커더란 해바라기 조끼.

베르테르가 베르테르이기를 포기한 의상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게다가 죽창처럼 해바라기를 둘고 줄줄이 서있는 앙상블들.

이건 정말이지 감성이라는게 끼어틀 틈을 여간해선 안 준다.

해바라기 농장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으셨나...

무대에도, 장면에도, 의상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해바라기를 들이대니 참 당황스럽더라.

 

2012년도에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이에

베르테르가 내게 참 색다른 경험을 자꾸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험...

정말이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3. 08:08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나의 첫번째 관람작 된 <베르테르>

2000년 초연때부터 2012년까지, 이 작품은 괴테의 원작 소설 그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됐었다.

13년차의 이 작품은 2012년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의 재앙에 가까운 이력만 빼면 흥행도 매번 나쁘지 않은 "꽤 괜찮은"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한때 남자배우들이 한번쯤 하고 싶은 배역에 손꼽혔던 베르테르.

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플"이 13년 만에 "베르테르"로 제목이 바뀐 건,

이번 공연에서 타이틀을 맡은 두 명의 남자배우가

한 명은 불혹을 넘겼고, 한 명은 불혹을 바라보고 있어서란다.

더이상 "젊지" 않아 차마 "젊은"이라는 단어를 차마 쓸 수 없어서 그냥 "베르테르"가 됐다는 우스개소리.

그런데 이 우스개 소리가 왜 이렇게 민망하게 느껴졌을까?

2012년의 재앙에 가까운 유니버셜 아트센터의 상흔이 꽤나 깊었던지

조광화 연출과 구소영 음악감독이 초연의 서정성을 최대한 구현하겠노라 공언했다.

그래서 믿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초연의 서정성은... 구현되기는 했다.

단지 음악에서만,

무대와 의상, 조명은 중구난방이었고 오히려 너무 수다스러워져서 놀랐다.

시대배경이 뭉개진 것도 개인적으론 안타까웠다.

나는 예전에 느꼈던 베르테르의 고전적인 서정성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건데...

아무래도 2004년 공연을 최고의 기억으로 남겨놔야 할 모양이다.

도대체 마지막 장면은 왜 그렇게 바꿔버린걸까?

베르테르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겼던 장면을 없애버린건 너무나 치명적이다.

총구를 머리에 겨낭한 베르테르와 점점 붉은 핏빛으로 변하는 하늘.

느닷없는 쓰러지는 해바라기이 내는 무더기의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있던 감성마저도 달아나겠다.

이건 확실히 엄청난 소음이자 충격이었다.

 

베르테르가 자신의 장례식으로 보이는 곳에 귀신(?)으로 등장하는 첫장면은

너무 귀기(鬼氣)가 흘러 청승맞았고

소복을 떠올리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무리도 개인적으론 참 싫었다.

그냥 소풍 장면으로 시작되는 예전 버전이 훨씬 좋았는데...

게다가 불혹을 넘긴 황태자 임태경에게 흰양복과 샛노란 조끼를 입히다니...

커다란 해바라기 그려진 노란 조끼는 어딘지 모르게 트롯트가수의 밤무대 의상을 떠올리게해 민망했다.

심각한 조증을 앓고 있는듯한 롯데는 1막 내내 구름 위를 떠있는 사람같았고

발하임 주민들의 정체도 참 모호했다.

그리고 그 나팔소리...

정적을 깨는 재앙이더라.

1막 후반부 카인즈가 베르테르에게 자신의 기쁨을 말하는 장면은

취객 3인으로 인해 난동부리는 왈패를 보는 느낌이었다.

무대는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건가?

예전에 쓰던 무대와 소품들이 새로운 무대와 서로 충돌하더라.

 

임태경 베르테르를 후반부에 본 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노래는 정말이지 아주 좋다.

그런데 공연 후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영혼없는 대사들을 하더라.

뮤지컬 연기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어서는데 참 신비스러울 정도로 연기에 발전이 없는 배우다.

가끔 뮤지컬계의 손지창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나, 임태경 무지 좋아한다.

그가 뮤지컬 배우 하기 훨씬 전부터 아주 좋아했었다.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

그건 누구도 지금껏 해주지 못했던 깊은 위로였고 다독임이었다.

그 위로 때문에 터널 같은 시간을 버텨냈었다.

그래서 크로스오버 테너 시절의 그 연주를 이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는 게 늘 안타깝다.

지금은 "불후의 명곡"으로 아이돌 못지 않은 스타가 되버렸지만...

임태경이 출연하는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

아줌마들이 사춘기 여고생처럼 눈에 핑크 하트를 그리고 앉아 계신다.

재미있는게 아니라 이거 직접 보고 있으면 정말 무섭다. 

임태경 이외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지 않기 때문에...

관크도 엄청나고 관람매너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임태경 공연은 1층 관람은 피하는 편이다.

이지혜 롯데와눈 목소리톤과 발란스가 잘 맞았고

두사람 다 클래식한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이날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알베르트 이상현.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였고 연기도 노래도 느낌도 아주 좋았다.

롯데와 함께 하는 장면들은

귀족적이면서도 다정하고 듬직한 알베르트의 모습 딱 그랬다.

아쉬움이 있다면

베르테르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좀 더 강하고 단호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정도!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상현의 표현은 아주 좋았다.

노래 정말 잘하더라.

듣기 참 좋았다.

 

엄기준 베르테르로 한 번 더 볼 생각인데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요즘 엄기준의 노래 실력이 워낙 좋아서!

엄기준의 절절한 연기와 임태경의 노래를 섞으면 최상의 베르테르가 탄생할텐데...

더불어 <베르테르>가 아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고전적인 서정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런 작품으로 말이다.

특히 그 마지막 장면!

그것만은 제발... 되돌려주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22. 08:28

<살짜기 옵서예>

일시 : 2013.02.16. ~ 2013.03.31.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각색 : 이희준

연출 : 구스타보 자작, 김민정

음악감독 : 권혁준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 E&M

출연 : 김선영(애랑) / 최재웅, 홍광호 (배비장)

        송영창, 박철호 (신임목사) / 김성기, 임기홍 (방자)

        김재만, 원종환 (정비장), 박범정, 진상현 외

 

2월 프리뷰 관람이 너무 좋았었다.

김선영은 단연코 갑(甲)이었고, 최재웅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고, 김성기는 기는 노련미로 한바탕 신명났고, 원종환은 다재다능했다.

오랫만에 프리뷰를 보면서 재관람 의욕이 불끈불끈 솟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홍광호 배비장에 임기홍 방자, 박철호 신임목사로 캐스팅을 바꿔서 관람했다.

"미친 가창력"이라는 홍광호가 보여 줄 배비장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홍광호는 나랑 참 안 맞는 배우다.

그런 배우군이 몇몇 있다.

최정원, 남경주, 차지연, 임혜영, 강태을, 문종원...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나 오해는 마시길!)

어쨌든, 작품 자체가 워낙에 좋기도 했고

<맨 오브 라만차> 이후 홍광호의 변화도 좀 살펴보고 싶었다.

그동안 배우 홍광호의 이력을 보면서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대작의 주인공을 주로 하다보니 "미친 가창력"은 어쨌든 인정은 하겠는데

섬세한 연기나 강약 조절을 못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런 홍광호가 어디까지 와있는지가 궁금했다.

(내 선입견을 깨부숴줬으면...) 

 

김선영 애랑은 정말 원숙미와 노련미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 했다.

그녀 스스로도 이 작품이 앞으로 자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원없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 진정으로 만개했다.

"양반의 상투'를 부를 땐 표정과 시선이 너무 좋았고

수포동 폭포에서의 춤은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그 김선영이 맞나 싶을 정도다.

배비장과의 2인무에서는 살짝 모던발레스러운 것이 고급스러운 은근함도 느껴진다.

개구멍으로 들어온 배비장과 정을 나누려는 찰나,

배비장의 진심을 알고 난 후 애랑의 감정이 반전되는 장면 표현도 정말 압권이었다.

그녀만큼 이 역할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배우가 과연 있을까 싶다.

매 장면마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애랑을 보고 있으면 배비장도 아니면서 주책없이 마구 설렌다.

배우 김선영!

확실히 현명했고 탁월한 선택을 했다.

 

홍광호 배비장.

사람들이 늘 말하는 것처럼 정말 노래 잘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성량으로 승부수를 띄워 "미친 가창력"이라는 기존의 찬사를 고수하는 것보단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 세밀하게 접근했어야 할 것 같다.

때론 그에게 붙는 이 수식어가 그의 한계처럼 느껴진다.

너무 가창에 신경을 써서 은근한 맛이 제대로 살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껏 홍광호가 해왔던 배역보다는 편안해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최재웅 배비장보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덜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대작보다는 중극장이나 소극장 규모의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연기적인 부분이 일취월장할텐데...

임창정과의 <빨래> 이후 전무하지 않았나?

배우가 자기 나이대의 배역을 한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그도 분명 알고 있을텐데...

그럴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운이기까지 한가!

항상 선배들과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라 어딘지 애늙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한 시기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이해될까?)

 

임기홍 방자는 나쁘진 않았지만

(나쁠리가 있겠는가! 멀티맨 조연계의 최고봉 임기홍인데!) 

개인적으론 김성기 방자가 훨씬 좋았다.

임기홍은 개인기 위주로 좀 깨방정스런 연기를 보여줬고

김성기는 더 능청스럽고 맛깔나는 방자를 보여줬다.

방년 19세 방자를 연기하는 48세 김성기라!

이 설정 자체가 이미 해학이고 골계미(?)다.

연륜과 경험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스킬이다.

원종환은 정비장도, 춘홍이도 너무 맛깔스럽게 잘했고

(성별을 넘나들며 두 배역 전부를 그야말로 떡주무르듯 주무른다.)

앙상블은 프리뷰때보다 훨씬 단정해지고 안정적이다.

의상과 무대, 조명의 색감은 역시나 활홀했고...

정성껏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게 너무 여실하게 보인다.

두고두고 꼽아봐도 짧은 공연기간이 영 아쉬운 작품이다.

이쁘고 몹시 사랑스럽다.

"살짜기"가 아니라 대놓고 자주 와줬으면 좋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