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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7 오스트리아 빈 - 자연사 박물관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27. 09:05

식사 후 트램을 타고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으로 향했다.

밤 9시가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검은 어둠 사이로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ehesia)의 동상은

4명의 충성스런 장관의 호위를 받으며 위엄있게 서있었다.

한때 그녀는 "오스트라아 황실의 유일한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남자보다 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고, 엄격했던 그녀는 오스트리아를 무려 40년간 통치했다.

씨씨(sisi)로 불렸던 엘리자베스가 황후가 그녀의 며느리였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녀의 막내딸.

그러고보니 여제의 강력한 황권도 가족사의 비극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극 뒤에는 기실 다음 챕터라는게 없으니까.

 

 

사실 먼저 가려던 곳은 미술사 박물관이었는데

어떤 건물이 미술사인지 몰라 무턱대고 들어간 곳이 자연사박물관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2층에 있는 두개골 컬렉션인데

대놓고 사진 찍기가 좀 그렇더라.

(그래도 한 때는 살과 피가 돌았던 조상님들이신데...)

애궂은 광물들과 화석, 박제된 동물과 엄청난 크기의 공룡만 담아왔다.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두워 으스스한 느낌이 강하지만 둘러보면 볼수록 흥미롭고 신기한 곳이다.

조카녀석이 좀만 어렸어도 엄청 좋아하면서 뛰어다녔을텐데...

(그 틈에 나도 덩달아 뛰어다녔을지도 모르고.)

이런 것들을 본지도 꽤 오래됐구나 싶어 내 나이가 확 실감이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물은,

혼자서 독방을 차지하고 있는 발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다.

인류 최초의 미술품으로 알려진 이 조각상은

1909년 발렌도르프 지역 철도 공사 중에 발견됐는데

기원전 3만년에서 2만 5천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단다.

실제로 보면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11.1 cm)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추정되하고 있느데

재미있는건 몸통 한 가운데 배꼽은 일부러 뚫은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구멍이란다.

조상님의 조상님의 조상님의..... 조상님의 놀라운 응용력이라니!

보고 있으면 친근감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어디서 믾이 봄 직한 몸매이기도 하고.

 

 

전시물도 물론 신기했지만

내 눈에 제일 신기했던건 건물 내부였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박물관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운데 그동안 잊고 있었구나 싶더라.

박물관, 미술관, 고궁.

한때 문턱이 마르고 닳도록 다녔던 곳들.

이렇게 멀리 떨어져야 비로소 감지되는 가까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

 

아무래도 박물관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오래 기다린 여행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