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2.19 할슈타트 나머지... 혹은 전부
  2. 2017.12.12 오스트리아 빈 - 빈 중앙묘지
  3. 2017.11.22 오스트리아 빈 - 벨베데레 궁전
여행후 끄적끄적2018. 2. 19. 08:47

사진들을 정리하고보니,

여기도 저기도 포함되지 않는 사진들이 있다.

할슈타트의 나머지... 라고 썼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좀 더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간 마음이라 하겠다.

 

 

어쩌면 내 여행의 모든 이유는,

이 나머지들을 보기 위한 다가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나머지"라는 뭉치의 단위들이 결국 전부가 되는지도...

낯선 풍경으로 다가갈 때는 나는 대체적으로 망설임이 없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도 풍경이면 좋겠다는 생각.

그렇다면 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을텐데...

이곳과 저곳은 이렇게 가깝지만

나와 그들과는 멀어도 너무 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2. 08:43

빈 중앙묘지 Tor2 입구를 따라 이어지는 큰 길 끝에는 하얀색 성당이 서있다.

Friedhof Kirche 성당.

1880년대 이 묘지를 조성할 당시 빈 시장이었던 칼  뤼거(Karl Lueger)를 기념하기 위한 성당이다.

하지만 그의 사망당시에 이 성당이 완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식 장례를 치루지 않고 기다렸다가 성당이 완공된 후 성당 아래로 그의 시신을 옮겨왔단다.

본인의 바람인지, 가족들의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이룬 셈이다.

성당 입구에 둥근 공간이 있어 당연히 분수대 일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을 빙 둘러싼 대리석에 검은 색으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가운데 돌로 만든 커다란 널에도 Karl Renner라고 씌여있었다.

무심코 밝고 들어갔는데 이곳이 역대 대통령들의 무덤이란다.

Karl Renner는 오스트리아 공화국 당시 정부를 이끌던 인물로 오스트리아 제2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주변에 씌여진 이름들 모두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이름들.

그 위를 생각없이 지나다녔다는게 뒤늦게 죄송스러웠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안에 들어서는 순간 환하고 밝은게 꼭 천국의 일부같았다.

내부 전체가 하얀빛이라 마치 구름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국적인 문양의 파란색 돔은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를 떠올리게 하는데

입구쪽 창 문의  진한 파란빛 스탠드클라스와, 바닥의 연한 파란빛과의 조화가 평화롭다.

추위로 곱았던 손에도 조금씩 온기가 감돈다.

소성당을 하나씩 돌아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곳은... 죽음이 참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구나.

비통하고 절망적인 죽음이 아닌 평화롭고 온화한 그런 죽음.

"good"이 아닌 "well"을 생각했다.

 

 

노란 나뭇잎이 카펫처럼 깔린 빈 중앙묘지.

이른 아침 찾아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

저 길따라 들고 나는 이들이게 이곳은 어떤 의미이고 기억일까?

더이상 보살핌을 받지 못해 폐허처럼 버려진 죽음도

앞으로도 여전히 기억될 죽음도

나는 다 두렵다.

 

Memento Mori...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22. 11:13

쉰부른 궁전을 나와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나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아름다운(Bel) 전망(bedere)을 가진 오스트라아 황실의 여름 궁전 벨베데레.

운 좋게도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무지개를 만났다.

원래은 티켓만 사고  저녁을 먹은 후 입장할 생각이었다.

사실 이날이 오스트리아 전체에 long night musem 이라는 대대적인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티켓 하나로 모든 박물관,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고 심지어 버스나 트램까지 이용할 수 있다.

어른은 15uro, 학생은 12uro.

벨베데레 하궁 한 곳 입장료만도 13uro인데 이 얼마나 놀랍고도 아름다운 가격인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득템!)

 

 

그런데 막상 표를 사고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6시에 바로 들어가야 관람객이 그나마 가장 적을거라는 계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더 많아질테니 일단 저녁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조카녀석의 적극적인 협조에 다시 한 번 감사를...)

long night museum 티켓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바쁘고 노곤한 밤이 되겠지만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절대로 없기에...

 

 

오후 6시 open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들.

프랑스식 정원 아래에 있는 하궁(Unteres Belvedere)는 아쉽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클림트, 에콘 쉴레, 오스카 코코슈카 등 중요 그림들이 다 상궁에 있기도 하지만

하궁까지 둘러보기엔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다.

(시간은 없고, 가고 싶은 곳은 많아도 너무 많고...)

조급해햐면서 습관처럼 올려다본 하늘 위에선

추상화처럼 현재진행형으로 비행운(飛行雲)이 그려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버스처럼 지나가는 하늘이라니...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어차피 가고 싶은 모든 곳을 다 갈 수도 없고,

보고 싶은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는데 욕심만 크구나... 싶어서.

 

먀냥 조급해하는 내게 하늘이.

비행운이.

답을 줬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그걸 보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