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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30 최진실 동생 최진영 사망 (2010.03.29. PM 2:15)
  2. 2010.02.09 달동네 책거리 84 : <사막의 꽃> 2
그냥 끄적 끄적...2010. 3. 30. 06:23
얼마전에 그는 다시 활동을 하겠노라며 대중들 앞에 나섰다.
조카들을 키우다보니 교육비와 양육비가 문제가 되더라면서
그리고 조카들에게 삼촌이 원래 뭘 하던 사람이었는지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노라고...
그 기사 속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카들과 사이판을 다녀왔다며, 그래서 검게 탔노라며 그가 말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빛은 햇빛에 그을린 것 뿐만은 아니었다.
그의 기자회견 사진을 보면서 동료에게 말했었다.
"최진영, 너무 어둡다. 예전이랑 너무 많이 달라졌네. 기분이 좀 이상해..."
어쩌면 솔직히 하고 싶었던 말은 더 불길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함부러 말하지 못했던 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기자회견 당시 최진영 모습>

어제 갑작스런 그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1년 5개월 전 최진실의 자살 소식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 믿어지지 않는다.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이야기도 들렸고.
누나처럼 목을 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우울증이 심했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작년에 이미 고인이 된 누나 생일에 자살시도를 해 위세척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어느 것이 진실이든,
이 모든 건 다 불공평하고 그리고 다 잔인하다.
그는 뭐가 두려워 자신이 지키겠노라 다짐했던 어린 조카들마저 잊었을까?
엄마의 죽음에 이어, 아빠같고 엄마같던 삼촌의 죽음까지 감당하기엔
두 조카가 너무 어리다.
그리고 두 자식을 나란히 앞서 보낸 어미의 심정은...
그건 어떤 말로도 표현될 수 없다.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어미의 삶은 이제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한다.
어쩌면 최진영 자살이 또 하나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되어
또 다른 베르테르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이 없었다면 최진영은 여전히 세상 속에 살아있지 않았을까?
비록 끔찍하게 힘들고 지독히 외로운 삶이라 할지라도...
한 사건이 다른 한 사건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말콤 그래드웰의 티핑 포인트.
46명의 건장한 청년의 생존 여부는 
조카들을 향해 아버지가 될 것을 다짐한 한 청년을 다시 동생의 자리로 되돌리게 했다.
애타게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천안함 실종자들의 가족을 보면서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의 삶의 동반자일 수밖에 없는 누나를 간절히 떠올랐는지도...



"우울(Depression)"
"지친다… 사람이라는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

최진영은 자신의 홈피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게 마지막 흔적이 된 셈인가?
마흔의 그에게도 자신의 삶이 버거웠던가?
누나의 갑작스런 죽음과 남겨진 조카들,
누나의 유골함 도난,
연예생활 복귀의 두려움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책무...
그가 이 모든 것이 힘들고 괴로워 극단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모든 자살은 결국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던가?
그는 진심으로 누나가 필요했으리라.
진심으로 누나의 보호와 도움이 간절했으리라...



지금쯤 그는 그렇게 보고 싶었던 누나와 재회했을까?
어쩌면 피눈물을 흘리며 등을 돌리고 있을 누나 최진실 앞에 긴긴 용서를 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가 더 이상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동생이 되기로 한 그의 결정이
비록 백만번 옳지 않은 결정이었다고해도
그에게도, 그의 가족들에게도 더 이상 "왜?"를 묻지는 말자.
그저 이제 누나를 만났겠노라고...
그렇게 그리워했던 부모같은 누나를 다시 만났겠노라고...
가슴을 다독이며 다시 행복해지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참 이쁘고 절절하고 남달랐던 누나와 동생.
이제 같이 함께 있어 다행이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2. 9. 05:52
 <사막의 꽃> - 와리스 디리. 캐틀린 밀러


책 썸네일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는 여자의 다리 사이에 나쁜 것이 있다고 믿는답니다. 그래서 그 믿음에 따라 청결하지 않기 여자 성기는 반드시 어릴 때 제거해야만 한다고 믿고 실제로 그런 행동들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도 자행하고 있습니다.

“여성 할례”로 알려진 여성 성기 절제술(FGM : Female Genital Mutilation).

“관습”이라는 미개한 전통에 따라 어린 계집아이들은 녹슨 칼끝에 자신의 몸을 내어놓습니다. 살점을 마구 도려낸 상처는 핏자국과 고름이 범벅된 채 찢어지고 어린 아이들은 그렇게 여러 달, 밤낮으로 신음 소리를 내며 다리를 꽁꽁 싸맨 상태로 자리에 누워 지냅니다.

가족의 한 둘쯤은 이 관습에 의해 이미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할례”라는 이름의 FGM.

FGM은 대개 미개한 환경에서 산파나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에 의해 마취 없이 시행됩니다. 그녀들은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술 도구로 사용하죠. 그 중에는 녹슨 면도날, 칼, 가위,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등도 있습니다.

가장 적은 손상이라는 것도 음핵의 덮개를 절제하는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여자는 평생 성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가장 심한 방법은 “봉쇄술”로 지퍼처럼 아예 꿰매버리는 것으로 소말리아 여성의 80 퍼센트에게서 행해지고 있는 방법이죠.

그것도 아카시아 나무 가시로 찢어진 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다음 희고 질긴 실로 엮어 꿰매는 원시적인 방법입니다.

봉쇄술을 받은 직후에는 쇼크, 세균 감염, 요도나 항문의 손상, 파상풍, 방광염, 패혈증, HIV 감염, B형 간염 등의 증세와 합병증이 올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골반이나 비뇨기계에 만성, 또는 희귀성 염증을 유발시켜 불임이 되기도 하고, 성기 주변에 낭포나 종기가 생기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신경종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생리가 복부에 고여 생리통, 불감증, 우울증이 생겨 급기야는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성 할례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

이 책, <사막의 꽃>은 한 여자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경험을 용감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야만적인 전통에 의해 희생되는 숱한 아프리카 소녀들을 구해내기 위한 외침이며 동시에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정신적 할례”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와리스 디리...

소말리아어로 “사막의 꽃”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녀는 소말리아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유목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족의 수가 곧 노동력인 나라에서 그녀는 늘 물을 찾아 뜨거운 사막을 맨발로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실제로 5살에 할례를 받았던 그녀는 그때의 고통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죠.

어느 날,  아버지에게 낙타 다섯 마리를 지참금으로 가지고 온 예순이 넘는 노인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것도 그녀 나이 13살에...

맨발에 문맹인 그녀는 그렇게 소말리아에서의 삶을 버리고 새벽의 길을 향해 떠납니다.

뜨거운 사막 위를 오로지 걷고 또 걸어 대도시에 도착하죠.

여기에 그녀의 삶을 전부 나열하는 것은 아마도 신파에 불과한 일일 겁니다.

와리스 디리(Waris Dirie).

그녀는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유엔의 특별인권대사입니다. 2004년 "세계 여성의 상-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지금 그녀는 전 세계를 돌며 아프리카 자매들의 고통을 종식시키려는 FGM 철폐운동의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여성 할례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부족의 어린 소녀들>

아프리카 사람들은 4천 년이 넘도록 여성의 성기를 절제하는 할례라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코란의 가르침이라고 ale고 있지만 사실은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에 의해 강요되고 장려된 관습일 뿐입니다.

아프리카 남자들은 할례를 받은 아내를 원합니다. 딸을 가진 엄마들은 그 요구에 응하여 딸들에게 어릴 때 할례를 받게 하죠. 그러지 않으면 영영 남편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자는 불결하고 방탕하여 아내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결혼하지 못한 여자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엄마들의 임무는 딸들에게 가능한 최고의 남편감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서양의 부모가 딸을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로 여기듯 딸에게 할례를 받게 하죠.

이렇게 일 년에 2백만, 하루에 6천 명의 소녀들이 “순결한 몸”으로 시집가기 위해 여린 살점들을 난자당합니다. 그건 종교적인 전통이 아니라, 여성의 쾌락을 용납할 수 없는 근엄한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에 근거한 것이죠.

이 불결하고 엽기적인 상상력과 정면 승부하기 위해 그녀는 현재도 전 세계를 누비며 FGM 철폐를 외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모델이 되기 전 그녀의 직업은 가정부였고, 글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맥도널드 주방 청소 담당자에 불과했죠.

그런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모델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는 새로운 유목민으로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클라우디아 쉬퍼, 로렌 허튼과 함께 나란히 런웨이 무대를 서게 됩니다.

베네통, 리바이스, 레블론의 모델로 활동하고, “오일 오브 올레이”라는 미국 화장품 최초의 흑인 여성 모델이 되어 활약합니다. 뮤직 비디오 출연, <엘르>, <얼루어>, <글래머>, <보그> 등 세계적인 패션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어 신화적인 사진작가 리차드 애비든과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유목민 생활로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해 휘어진 O자 다리를 가지고서 말이죠.

그녀의 성공을 눈여겨 본 BBC 방송국은 1995년 <뉴욕의 유목민 A Nomad in New York>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마리 끌레르>라는 잡지의 로라 지브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신의 할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죠.

그녀는 말합니다.

“할례를 받은 이후 내게 생겼던 건강상의 문제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여자들을 괴롭힌다. 무지에서 비롯된 관습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고통스러운 일생을 보낸다. 우리 엄마처럼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막의 여자들을 누가 도울 것인가? 누군가가 말없는 소녀를 대신해서 나서야 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유목민이었으므로, 그들을 돕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자신이 할례를 받게 된 이유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해 낸다면 자신이 당한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유는 찾지 못하고 분노만 더해갔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평생 담아두고만 있던 비밀을 말하기로 했다고...

그 일이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을 전 세계 수많은 어린 여성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수백 명, 수천 명도 아닌,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았고 그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현실. 비록 자신은 이미 상처를 받았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고백한다고...

이 인터뷰는 <여성 할례의 비극>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어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은 변하죠.

그녀의 꿈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말리아에서는 여성 할례가 금지된 것 아니?"


야만적인 여성 할례.

그러나 이 책은 무지의 관습에서 비롯된 “육체적 할례”뿐만 아니라 동시에 더 오래고 더 집요하기까지 한 “정신적 할례”에 대한 고발이기도 합니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에 의해 야만적으로 도려내지고 비위생적으로 꿰매지는 “정신적 할례”의 폐해에 대한 고발!

육체의 고통도 이렇게 참혹하고 끔찍한데 정신적 할례에 대해 그렇게까지 무감하게 불감으로 살아도 되느냐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그릇되고 왜곡된 관습의 칼날은 아름다워야 할 인간의 삶을 평생 불구자로 만듭니다.

마치 깨지 못한다면, 부서버리지 못한다며, 고백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몸은, 당신의 정신은 평생 멈추지 않을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살게 되리라 뼈아픈 경고를 하고 있네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그리고 정당하고 바르게 살아야 할 이유,

그러니까 충분히 있었네요.


당신의 육체는, 당신의 정신은,

오랜 금기와 관습의 할례로 뚝뚝 피를 흘리고 있진 않나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