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1. 3. 08:29

 

 

<사의 찬미>

 

부제 : GloomyDay16260804

일시 : 2017.07.29. ~ 2017.10.29.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작곡, 음악감독 : 김은영

극본, 연출 : 성종완

출연 : 정동화, 이율, 고상호 (김우진) / 최유하, 최수진, 최연우 (윤심덕) / 최재웅, 김종구, 성두섭 (한명운)

제작 : 네오프로덕션

 

사의 찬미라니...

死를 讚美해도 되는 건가??? 死가 讚美되어도 되는건가???

씁쓸하다.

죽음을, 비극을 설계하는 미스테리한 남자 한명운과

그의 타켓이 된 여자와 남자.

비단 꾸며진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의심.

나도 안다.

이 의심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의심이라는걸.

하지만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되지 않는 죽음이 너무 많다.

오히려 객관적인 죽음의 상태보다

황당한 살이 붙여질지언정 팩션으로 남을 실종(失踪)이 간절하다.

 

아무도 날 찾지않는 곳,

아무도 날 알아보지 않는 곳, 

그 어떤 오해도, 그 어떤 편견도 없는 곳... 은

이 세상에 결코 없겠지?

그런 곳이 어딘가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나도 진심 그곳에 가고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윤심덕과 김우진이 이태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거라고

굳게 믿고 싶다.

그들의 결말은 사내의 설계한 결말과 달랐다고...

 

* 이날 공연이 막공이였던 최재웅과 이율은 불꽃이 튀었다.

  특히 40분께 이율의 노래 중간에 물어뜯듯 시작되는 최재웅의 "사의 찬미"는 압권이었다.

  휘몰아치듯 치고 들어오던 피아노 연주까지...

  이율의 "저 바다에 쓴다"는 처절했고, 최유하의 "사의 찬미"도 처연했다.

  死를 讚美 하는건 힘들고 아픈 일이겠지만,

  이 작품의 넘버는 찬미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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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5. 17. 14:59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이번 시즌 세 번째 <쓰릴미>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첫번째로 본 최재웅, 김무열 페어가 워낙에 강렬해서

정상윤, 에녹 페어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려

세번째도 그러면 어쩌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고

초연 배우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중학생들 같았다던데 나는 Never!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강필석의 비밀스러운 섬세은 지극히 네이슨스러웠고,

이율의 센 척하는 불안감도 리처드스러워  아주 좋았다.

 

이 작품,

참 볼 때마다 보여지는게 다르고, 느껴지는게 다르다.

일반적으론 네이슨에 많이 이입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전적으로 리처드에게 이입이 되더라.

그리고 석방된 네이슨이 어떻게 살았을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리처드의 과거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혼자 열심히 상상한 "쓰릴미" pre version과 post version)

 

"난 너의 동반자, 절대 배신 안 해!"

딱 내 마음.

뭐가 어찌됐든!

쓰릴미는 항상 옳다. 늘 옳다. 무조건 옿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19. 08:21

 

<지구를 지켜라>

 

일시 : 2016.04.09. ~ 2016.05.29.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장준환 영화 "지구를 지켜라"

극본 : 조용신 

각색,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율, 정원영, 키 (병구) / 지현준, 강필석, 김도빈 (강만식) / 함연지, 김윤지 (순이) / 육현욱 (멀티맨)

제작 : PAGE 1

 

이지나 연출이 2년여 동안 준비해서 선보인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신하균, 백윤식이 주연으로 나왔던 장준환 감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무려 13년 전에 개봉한 영화...)

본영화는 아직까지 못뫘지만

그당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와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블랙코메디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서...

사실 이 연극도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지나 연출과 강필석에 끌려서 관람을 결정했다.

누군가 그러더라.

병맛 저격 코메디라고...

재미는 있다.

무대도 독특했고, 영상효과도 작품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가 신의 한 수였다.

앞부분은 이율이, 뒷부분은 강필석이 주로 끌고 가는데 이 둘의 균형감이 절묘하더라.

두 배우 모두 캐릭터 하나는 제대로 잡았다.

진지하고 젠틀한 역할에 어울리는 강필석은 의외의 발견이었고

특히 후반부에 긴 호흡으로 대사를 치는 장면에서는 배우 강필석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몸쓰는 장면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정말 잘 살리더라.

그래도 역시 최고의 액팅을 선사한건 멀티맨 육현욱!

육현욱 배우가 이 작품의 이 역할을 안했다면 진심으로 어쩔뻔 했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 최고의 히어로는 육현욱 배우다.

(순이역의 김윤지 배우도 타이밍 기가 막혔고!)

 

그런데...

내가 좀 old 한 성향이라 두 번 볼 생각은 아무래도 안들더라.

그러니까 결론은...

결국 지구를 지키는건 외계인이라는건데...

희망이 없는 지구를 버리고 자신의 별로 돌아갔으니

지구는 말짱히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갈테고

뭐, 달라진건 하나도 없네.

여전히 병구와 순이만 불쌍한거고...

블랙코메디가 아니라 완전 비극이네, 이 작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2. 08:31

 

<아랑가>

 

일시 : 2016.02.14. ~ 2.16.01.10.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근본 : 김가람

작곡, 음악감독 : 이한밀

작창 : 박인혜

연출 : 변정주

출연 : 강필석, 윤형렬 (개로) / 이율, 고상호 (도미) / 최주리, 김다혜 (아랑) / 이정열, 김태한 (도림)

        최석진, 현진 (사한) / 박인혜, 정지혜 (도창)

주최 : 충무아트홀, 이데일리(주)

 

창작뮤지컬 <아랑가>는 <삼국사기> 열전에 실려있는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긴 한데

2002년 에이콤에서 유호진 대표가 "도미설화"를 가지고 "몽유도원도"라는 뮤지컬을 만들었다.

(물론 원작은 최인호의 소설이지만 어쨌든 도미설화가 그 시작이다.)

김희갑이 곡을 쓰고 양인자가 작사를 했었는데 한때 이 부부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었다.

극의 구성과 넘버도 아주 훌륭했고

무대와 의상에도 엄청난 공을 들었던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그 당시 서영주가 도미, 이혜경과 김선경이 아랑, 김성기(김도형)와 김법래가 개로왕(여경)을 했었고

조승룡이 개로왕의 충신 향실 역을 맡았었다.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은 작품인데

좀처럼 올려지지 않아 그대로 사장되는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때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이 "Musical ARANG"이었다.

 

그래서 <아랑가>를 보는 내내

<몽유도원가>와 비교 아닌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2002년<뭉유도원도>의 압승이었다

무대는 이중 삼중으로 늘어진 국수자락(?) 하나뿐이라 황량했고

(몰락하는 백제를 표현한거라는건 알겠는데 몰락해도 너무 몰락했다.)

그 덕에 연주자의 음악이 상하좌우 종횡무진으로 무대를 휘저어

배우들의 대사와 노랫가사를 수시로 덜컥덜컥 잡아먹혔다.

특히 도창이 나오는 장면은,

국악과 양악 둘 다 쓰나미급으로 퍼부어대니 귀가 남아나질 않더라.

도창의 마이크 볼륨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너무 과했고...

전체적인 음악도 <삼천>처럼 국악기 위주로 편곡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것 같다.

그래로 배우들 연기만큼은 확실히 좋더라.

아랑 최주리는 <삼천>때보다 춤사위가 많이 늘었고

솔로곡에서 음이 불안한 곳이 몇 군데 있긴 했지만 감정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개로왕 강필석과 도미 이율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었고

도림 김태한도 제 몫을 충분히 했다.

(개인적으론 도림이 더 강렬한 케릭터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의상은 요근래 본 작품 중 가장 최고였고!

 

재관람 할 정도는 아니고,

한 번쯤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

딱 그 정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4. 08:33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꼭 한 번은 더 보고 싶었다.

아마도 인간의 오만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인간만이 "유일"하다는 생각,

그 유일함에 대한 집착은 인류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나는...

이 유일함이라는 오만함이 광적인 종교의 맹신보다 더 무섭다.

그건 또 다른 광기이자 파멸의 시작이기에...

세기말보다 더 세기말적인 이 시대에

인간답다는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럴수만 있다면,

차라리 인간이 아니고 싶다.

 

 

괴물에 의해 창조된 또 다른 창조물의 들숨과 날숨이 나를 옭아맨다.

계속되는 질문의 시작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인간인가?

나는 살아있는가?

나는 누구에 의해,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나는 만들 자가 있다면,

내의 창조주는 나를 버렸는가? 아니면 보호하고 있는가?

 

태(胎)의 버려짐은 태(態)를 바꾼다.

그리고는 결국,

멸(滅)을 향해 치닫는다.

구원할 길이 없다.

 

파라다이스는,

사라졌다.

영원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5. 08:0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올해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공연계의 핫이슈다.

올초 엄청난 폭풍을 몰고왔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그랬고

조광화 연출의 이 연극도 그렇고...

배우 박해수와 조광화의 만남만으로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컸다.

그런데 실제로 내 눈 앞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 기대감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는듯하면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말을 이끌어가는 충격적인 반전.

마치 불시에 급소를 가격당한 느낌이더라.

인간만이 유일한 존재여야 한다는 오만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안겼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의 창조물이 된다!

그것도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창조물이라면... 

그걸 우리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넌 인간이 아니야, 넌 단지 내가 만든 실험실의 동물일뿐이야!"

빅터가 괴물에게 했던 말은 빅터의 "원죄"가 되어 되돌아왔다.

빅터의 파라다이스와 창조물의 파라다이스는...

빅터도 창조물도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어버렸다.

결과가... 참혹하다.

되돌릴 수가... 도저히 없겠다.

 

박해수의 연기는 정말이지 모든걸 압도할만큼 엄청나더라.

그야말로 말 그대로 괴물같았다.

그래선지 상대적으로 이율 빅터의 균형감이 살짝 무너지긴 했지만

솔직히 그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박해수가 보여준 괴물은 인간의 탄생과 성장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창조된 괴물이 냈던 첫소리,

괴성에 가깝던 그 소리가 나는 꼭 "엄마"를 찾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건 야수성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가까워 더 안스럽고 아팠다.

빗소리, 새의 날개짓과 소리를 흉내내는 모습은 천진함의 극치였고...

이런 괴물의 모든 성장 과정과 변화를 보여준 박해수 모습은,

정말이지 접신의 경지였다. 

솔직히 경외감까지 느껴지더라.

이 작품이 갖는 여운은.

배우 박해수에게도, 나에게도 꽤 크게 작용하겠구나...

공연장을 나오는 마음끝이 묵직했다.

 

한 번 더 예매한 상태인데,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괴물의 마지막 대사,

그걸 다시 들어야 한다는게 솔직히 너무 두렵고 무섭다.

 

어리석은 인간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늬가 숨이 끊어지면,

난 널 다시 살려낼거야!

온전하게 너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나를 만들어낸 그 실체를 다시 살려낼거야!

늬가 숨이 끊어지면,

나에게 잘못을 빌고 날 너의 동반자로 인정해줄때까지 계속 살려낼거야!

날 버린 널, 그 원죄를 후회할때까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30. 08:56

<Trace U>

일시 : 2.12.11.03. ~ 2012.11.25.

장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이우빈) / 이율, 윤소호 (구본하)

 

창작 뮤지컬 <Trace U> 두번째 관람.

최재웅, 윤소호 페어에 이은 이창용, 이율 페어.

같은 작품이라도 출연하는 배우에 따라서 전체적인 색깔과 분위기, 느낌 등이 정말 확연히 달라진다.

이 작품은 특히나 더 그랬다.

예상대로 동감내기 이창용, 이율의 <트레이스 유>는 최재웅 윤소호보다 팽팽했다.

이율 구본하는 아예 처음부터 정신이상자의 징후를 대놓고 보여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창용 이우빈이 이성적이고 노멀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의 목소리의 대비는 이 작품에 꽤 잘 어울린다.

The dark side of moon.

나는 극단적이다 못해 일방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는 다중인격을 인정한다.

다중인격은 인간의 속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통제"가 문제일 뿐.

때론 나도 고삐를 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부정하고, 내 기억을 부정하고, 그래서 새로운 나를 창조하고 싶다!

거짓으로라도...

 

생각해보니,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우빈' 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제작진의 의도였으리라.

독립된 두 사람으로 보여져야 했을테니까.

(꽤 영리하네! ^^)

하긴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시작했으면 당연히 지금같은 흡인력이 생기진 않았을테다.

확실이 두 번째 관람은 첫번째 관람보다 덜 충격적이긴 하다.

그리고 최재웅이라는 배우의 강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관람이었다.

(이창용-이율 페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니, 좀 모순이간 하다.)

 

이율 구본하는 만화 캐릭터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같다.

설정을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가볍고 코믹해보여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윤소호보다는 또라이 느낌은 확실히 더 많이 든다.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다 ㅠㅠ)

이창용 이우빈은 섬세하고 다정하다.

간혹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브의 앨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배우 이창용의 또 다른 모습은 본 것 같다.

특히 구본하가 좋아했던 여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의 이창용 해석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호불호는 결정하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쩐지 뭔가 좀 애매해서...

최재웅이 좀 음산하고 비밀스러웠다면

이창용는 직접적이고 도전적이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최재웅의 해석이 훨씬 좋다.)

이창용은 끝까지 노멀해 보이고 동반자 같다면

최재웅은 사이코틱한 완벽한 조종자 같다.

무대 장악력도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나고...

참 다르다.

 

스크린 활용은 여전히 멋있다.

때로는 실루엣 느낌으로, 때로는 실제 모습 그대로

극의 분위기에 따라 스크린 영상도 달라지는데

그게 또 특별한 볼거리 제공한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정말 홍대 클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현장감이다.

(ㅋㅋ 근데 나 클럽 한 번도 가본 적 없다.

 확인을 위해 직접 찾아가볼 마음, 당연히 없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고되다.)

앵콜 무대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광란의 도가니!

감당하기 힘들지만 도저히 안 일어설 수 없다.

스탠딩을 하면서 생각했따.

이 작품이 몇 년만 일찍 공연됐다면...

아! 고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3. 08:03

<Trace U>

일시 : 2.12.11.03. ~ 2012.11.25.

장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이우빈) / 이율, 윤소호 (구본하)

 

창작 뮤지컬 <Trace U>

이 녀석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가!

이렇게 폐부를 찌르고 심장을 강한 비트로 뒤흔드게 하는 작품을 만난 게!

사실은 좀 망설였었다.

락뮤지컬을 본다는 게 이제는 점점 버거워져서.(아! 스탠딩의 압박이라니~~)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정말 잘 컸음 좋겠다.

그래준다면 난 기꺼이 초로의 모습으로도 기꺼이 스탠딩의 압박을 감당하겠다.

 

작품을 보고 제일 먼저 한 일은,

"trace"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송두리째 찾아본거였다.

* Trace   -    1. (동물이 남긴 잇단) 발자국

                  2. (남겨진) 자취, 흔적, 형적

                  3. (경험, 경우 따위의) 영향, 결과, 지색, 증표

                  4. 아주 조금, 미량, 소량, 미미한 조짐, 기미

                  5. 선, 도형

                  6. (지진계, 카이모그래프 따위) 자동 기록 장치가 그리는 선

                  7. (기억의) 흔적

제목 참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홍대 락클럽 "드바이"의 구본하(윤소호)와 이우빈(최재웅).

둘은 서로의 흔적이고, 서로의 자취고, 서로의 결과이고, 서로의 조짐이고, 서로의 발자국이다.

그리고 서로를 연결하는 선이다.

둘이면서 하나인 존재,

이런 관계는 너무 강력하고 위험해서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엄청난 트라우마!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알고있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trauma)을 잊기 위해 둘 또는 그 이상의 누군가를 만들어내

그 고통을 피하고 숨는 극단적인 정신의 이분화 도피방법.

그들은 완전히 다른 인격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

심지어는 목소리조차도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를 부정하며 충돌한다.

비록 평화로운 순간에조차도...

(나는 너야! 내가 너야! 바로 너!)

 

그저 신나고 즐거운 락뮤지컬일거라고 생각했다.

공개된 짧은 시놉시스상으로는 조금 뻔한 스토리겠구나 속단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탁월하게 크리에이티브하다는 뜻은 아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도 든다.

그건 아마도 <Thrill me>, <Stoy of the my life>, <Hedwig>, <Next to normal>의 영향이리라.

(작품을 만든 사람도 이 작품들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너무나 엄청난 뮤지컬 넘버와

모든 걸 그야말로 쏟아붓고 들이붓는 배우들의 투혼때문이기도 하다.

두 배우는 가히 전투적인인 열정을 보여준다.

치열하고 무차별적이었으며,

엄청나게 파괴적이었다.

배우 최재웅은 이런 류의 자기파괴적이고 사이코틱하고 편집증적인 작품에서는

가히 독보적이고 탁월한 존재감인 것 같다.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윤소호와 함께 끝까지 너무나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21살과 동급의 패기였고, 열정이었고, 끈질김이었고, 화려함이었다.

중반 이후부터 수시로 변하는 그의 눈빛을 대면하는 건 일종의 공포였다.

모든 게 일종의 예고된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의 넘버 "Trace U"는

처음은 구본하가, 마지막은 이우빈이 부르는데 가사가 조금 다르다.

내용을 이해하고 들으니 이 노래가, 이런 구성이 문득 섬득하게 다가왔다.

뮤지컬 넘버들의 연결도 상당의 의미심장하고

노래가 시작되고 끝날때마다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두 사람의 실체가 드러나는 모습도 상당히 감각적이고 흥미롭다.

모든 게 사라져도 난 너를 포기못해!

난 너를 찾을거야!

time to trace you!

 

 

어지러운 세상, 깊은 곳에 갇혀있는 나를 꺼내줘!

여기 내가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자유!

띠동갑 최재웅과 윤소호 페어는

최재웅 이우빈의 완벽한 지배와 윤소호 구본하의 혼란, 분열이 부각된다.

뭐랄까, 종의 숨겨진 힘의 주종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동갑내기 이창용, 이율 페어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좀 더 강하고, 좀 더 대립적이고 좀 더 불꽃 튀게 팽팽하지 않을까?

두 페어의 <trace U>도 기대된다.

(그러니 아마도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 11월 3일부터 25일까지 26회차 공연 전체를 프리뷰로 정한 이 작품은

   내년 2월 정규공연을 앞두고 있다.

   감각적인 무대와 조명, 카메라를 이용한 실시간 영상도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이 느낌이 본공연때도 그대로 갔으면 참 좋겠다.

   무대 규모도 컬처스페이스 엔유 정도면 적절할 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배우들이 본공연도 그대로 출연해야만 한다.

   (아마도 그럴테지만... 그래도 '설마'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음반도 나오면 정말 좋겠고. ^^

   노래! 완전 대박이다!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Tradce U> 

   단언컨데, 중독성 마니아들 꽤 많이 양산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1. 07:33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이렇게해서 자체 막공이라며 <풍월주> 네 번째를 찍었다.

궁금했던 이율의 열까지 봤으니 뭐 굳이 더 볼 이유가 없어지긴 했다.

(휴~~ 다행이다)

 

다른 거 다 두고 이율의 열에 대해서만 말해보련다.

(뭐 사실 다른 건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아마도 성두섭 열에 익숙한 사람은 이율 열의 첫장면에서 당혹감을 느꼈으리라.

성두섭 열은 참 부드럽고 다정했는데 열은 너무 시크해서.

심지어 이율 열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시크의 절정이다.

성두섭 열이 마냥 좋았던 게 아닌 나도 솔직히 무지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운장어른과 대화할 때도 이율 열은 슬퍼보이거나 원망하는 기색도 안 보인다.

"열 왜 저래? 제 사실은 사담을 별로 안 좋아했구나..."

순간 오만가지 생각들이 마구 뒤범벅이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율이 해석하고 표현한 열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후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율 열, 이 놈 진짜 남자다!"였다.

 

남자기생에게도 이런 분류가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어화"라고 불리는 여자기생은 소위 등급(?)에 따라 1패, 2패, 3패로 나뉜다.

1패는 고급기생이라 자존감과 도도함은 물론 학식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 그룹이었다.

따라서 접대하는 손님도 당연히 고위급 인사들이 대부분.

2패는 가장 많은 부류의 기생들, 3패는 퇴물 기생이나 함부러 몸을 파는 기생을 말한다.

이율의 열은 뭐랄까 1패 기생의 느낌이었다.

성두섭 열은 사담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느낌인데

이율의 열은 확실히 차별적이다.

내가 비록 웃음과 몸을 파는 풍월주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담이 구걸하지 않고 먹고 살게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 뿐이라는 가오(?)가 있다. 

사담이 아니었으면 풍월주 따윈 안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해보인다.

(이런 모습 의외로 도발적이다)

그래서 사담에게 풍월주인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경계한다.

사담이 춤 좀 보여달라고 했을 때도 안 보여주는 이유를 이율의 열을 보고 비로소 알았다.

게다가 사담을 제외한 사람들과 말할 때 톤을 보면 소위 네가지도 가히 없어 보인다.

진성여왕이고 운장어른이고 대갓집 부인네들이고 없다. 

그런 가오가 있는 놈이 사담엑 말할 때는 그렇게 다정하고 부드러울 수가 없다.

톤 자체에 느낌이 팍 온다.

"내가 너(사담) 땜에 산다!"

첫 장면에서는 이 놈 사담없이도 잘 먹고 잘 살 놈이네 싶었는데,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놈 결국 못살겠구나 싶어 불쌍하고 짠해진다.

이율이 이런 의도로 열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느낌은 그랬다.

성두섭 열은 모성본능을 자극하면서 연민을 자아내는데

당췌 이율의 열은 그런 약한 모습을 찾아볼 길이 없다.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다.

열 입장에서는 귀부인이고 운장어른이고  진성여왕이고간에 다 사담 밑이다.

그런데 이런 놈이 무너질 때는 일시에, 한꺼번에, 가차없이 무너진다.

사담이 죽으니까 센 척 하면서 한 큐에 훅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역시도 그렇게 당당하고 힘찰 수가 없다.

왜?

어차피 자신은 사담을 잃음으로 모든 걸 다 잃었기 때문에 더이상 미련도 두려움도 없다.

그래서 자기 앞에 여왕 무릎을 꿇어도 소위 꿀릴게 전혀 없는 거다.

그러니까 그렇게 뱃 속에 칼을 넣으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웃을 수 있는거다.

통쾌하고 강하게!

정말 센 놈이 바로 이런 놈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따지자면

연기는 성두섭 열이, 해석이나 태도는 이율의 열이 좋았다.

(어떻게 둘을 적당히 잘 섞어보면 안 될까???)

"밤의 남자"에서 성두섭 열이 춤과 노래가 다 약해서 은근히 율열을 기대했었는데

율열 역시도 얕다.

춤은 오히려 성두섭 열이 그럴듯하다.

춤따위에 주력하지 않겠다는 시크함으로 해석하자면 좀 그런가?

(좀 그렇긴 하다. ^^ )

이율 열 이야기만 하겠다고 했는데 반칙 한 번 하자.

성두섭, 이율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발란스를 맞춰준 김재범 사담은 여러모로 돋보인다.

노래도  극의 분위기에 잘 맞게 부르고 연기도 정말 섬세하고 좋다.

특히 두 사람이 죽은 후 주고받는 대화는 여러번 봐도 좋다.

주도권을 장악한 김재범 사담이 보여주는 일종의 밀당의 진수라고 하겠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과 그 뒤에 이어지는 액팅, 대사톤 전부 괜찮다.

처음엔 이 작품의 호불호를 결정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번을 관람하게 된 건 순전히 김재범 사담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젠 전부 끝났다.

낮의 해와 밤의 달이,

맘의 해와 맘의 달로 바뀌는 과정을 이해하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15. 00:07

알고 예매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이 작곡가 이영훈의 기일이란다.
그래서 혼자 더 애뜻해졌던가?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 노래에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가 많이 어색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낌이 꽤 좋았었다.
아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뭔가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LG아트센터에서 <광화문 연가>가 재공연된다고 했을때 내심 기대했었다.
심지어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스크린에 비친 "광화문 연가" 악보를 보면서 오랫만에 가슴이 살짝 설래기도 했다.
(나도 어느새 옛 기억들을 추억하는 나이가 됐구나 싶어 조금 처연해진 것도 사실이다)
윤도현, 송창의, 박정환, 리사 등 초연 멤버들의 재공연도 궁금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조성모와 최재웅에 대한 기대감도 사뭇 컸었다.
비운(?)의 다리 부상으로 "모차르트"를 김준수에게 내줘야했던 조성모가 드디어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그는 발라드 황제라는 가수로서의 입지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품이 조성모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조성모 자신도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어 기대감이 컸었다.
얼마전에 절친 조승우, 조정은과 <조로>를 마친 최재웅도 쉴 짬 없이 바로 <광화문 연가>의 "상훈"을 선택했다.
그래서 최소한 나쁘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결론은 너무 안타까웠다.
초연보다 더 약해지고 어수선한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더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어버렸다.
노래도 몇 개 추가되고 빠진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이 훨씬 더 좋았다.
왜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부분들을 끼워넣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까?
지용도, 상훈도, 현우도 다 코믹해졌다.
심지어 이미 코믹했던 조진국과 안정숙의 코믹의 수준은 거의 정신질환에 가깝다.
공연을 보면서 조진국의 목에 감긴 머플러를 몇 번씩이나 힘껏 잡아당기고 싶던지...
데모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민망했고
(방패만 나오던 그 황량한 무대는 또 어쩔 것인지...)
청바지에 흰 티를 애써 맞춰입고 나온 대학생 데모대들은 마치 대학 응원 동아리 신입생 발표회처럼 엉성했다.
리사는 계속되는 작품들 때문인지 목소리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1막 마지막 노래에서는 고음이 많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했다.
현재의 상훈 최재웅은,
마치 자신이 어디까지 저음을 낼 수 있는지 도전이라도 하는지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저음으로만 굳건하게 파더라.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설정이었나?
그랬다면 실패다.
덕분에 최재웅의 연기를 보면서 처음으로 크게 실망하는 개인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훈보다 더 문제는 과거의 상훈 조성모다.
솔직히 이 사람이 발라드의 황제 맞나 싶었다. 
모든 노래를 어쩜 그렇게 뽕기 흐르게 부르던지...
본인은 강약을 조절해서 부른다고 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마치 태진아, 송대관 디너쇼에 온 느낌이었다.
발성과 노래, 연기적인 기교와 액션이 너무 심하게 형편없다.
특히 노래 할 때 가사 전달 엉망이다.
("깨끗이"를 "개긋이"이 라고 발음하는데 정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공연을 보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조성모가 모차르트를 못하게된 게 여러모로 참 다행스런 일이지 싶었다.
정말 반성해야한다.
간절함만 가지고 준비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선 배우와,
형편없는 배우를 버젓히 무대에 세운 연출가와 제작자 모두!
이지나 연출이 그랬다.
세종에 비해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디테일에 충실해졌다고...
미안하지만 스케일도, 디테일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
현재의 상훈과 과거의 상훈의 잦은 만남도 너무 거슬렸고
시도 때도 없이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에 개입하는 걸 보는 건
일종의 강요된 고문이었다.
늬네 동네에서나 잘 하세요~~~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 비치는 허접한 신문기사들의 나열도 한심했다.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을까?
누가 이렇게 바꿔버렸을까?
이날 공연해서 현우 역의 이율과 지용 역의 정원영만 아니었다면
그냥 박차고 나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랫만에 공연 보면서 정말 과하게 피곤해져버렸다.
처음엔 분명 신선했었는데
이제 재미가 붙었는지 1막과 2막 시작 전에 나오는 LG 아트 센터의 자체 안내 방송은
과한 수준을 넘어 생뚱맞은 정체불명의 퍼포먼스가 됐다.
그러다 조만간 개그작가로 스카웃 되시겠다.
하려면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멘트를 하던가.
(뭐 작품도 그닥 분위기를 갖출 형편은 못되지만)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박정환, 윤도현의 초연 멤버를 다시 보고싶긴 한데 올 핸 그냥 넘어가련다.
이번 <광화문 연가>를 보면서 한 가지 다짐한 건,
괜찮은 초연 공연들은 놓치지 말고 잘 챙겨서 보자는 거다.
재공연이 될 때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니까...
어찌됐든 전체적으로 모든 공연들이 초연 때보다 코믹해지고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는 걸 충분히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광화문 연가>가 그랬어야 했나고!
정체불명으로 변한 작품을 보면서 참 정체불명으로 씁쓸했다.
제발, 그러지 말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