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21. 08:28

2년 전에도 저 모습이였는데

오른쪽 첨탑의 보수는 언제쯤에야 끝이 날까... 싶다가도,

속도전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똑 같은 시간이지만,

유럽인의 시간과 한국인의 시간은 속도의 체감이 참 다르다.

늦장이 아닌 여유와 신중함이 느껴진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뭐든 빨라야만 살아남는 우리나라이고 보면

유럽의 느린 시간은 경험할 때마다 참 부럽다.

 

 

파란 하늘을 받치던 대성당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구름이 내려앉은 대성당의 모습도 참 있다.

어딘가 동양의 수묵화같은 느낌.

내부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 내부스테인드 글라스와 장미창에 발길이 붙잡히면 안되니까...

자고로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

 

 

대성당을 지나 반옐라치치 광장으로 빠졌다.

이곳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조금 더 돌아다니다 자그레브 터미널까지 트랩을 탈 것인지,

아니면 걸어서 푸른 말밥굽을 지나 터미널까지 갈 것인지를.

일생의 마지막 자그레브일테니

구글맴을 믿고 한 번 걸아가보자 결정했다.

2새 30분 셔틀을 타면 되니까 천천히 걸으면서 이동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구글맵 바보라는거.

결국은 핸드폰을 집어 치우고 현지 사람들한테 물어 물어서 찾아 갔다.

푸른 말발굽이 아닌 이상한 길을 통해서...

뭐 어쨌든 결국 도착은 했다.

그럼 됐지 뭐!

가끔은 나도 내가 국제미아로 남지 않고 매번 다시 돌아오는게 신기하다.

아직까지는 소매치기도 안 당해봤고

가방도 잃어버린적 없으니

사기를 당한 적도 없으니

여행운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거라도 있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15. 08:19

자그레브 대성당.

성모 승천 대성당.

성 스테판 성당.

칼톱 언덕 위에 세원진 자그레브에서 가장 높은 성당은 여러 이름은 가지고 있다..

1094년에 짓기 시작해서 123년이 걸려 완성된 성당은

안타깝게도 1242년 몽골족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다.

그 후 또 다시 오랜 세기를 거쳐 재건을 했는데 1880년 대지진으로 또 다시 무너지는 비운를 겪는다.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건 1880~1906년에 걸친 재건한 결과다.

유럽의 성당들은 대부분 그렇다.

짓는데 걸리는 시간이 100년 200년이 되는건 우습고

몇 차례의 재건 또한 다반사라 건축양식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공통점은 누가, 언제, 무엇으로 재건을 했든 전체적인 균형감만은 잃지 않았다는거.

그건 아마도 성당이라는 곳이 건축가의 재능을 뽐내는 곳이 아니라

신께 바쳐지는 믿음의 봉헌물이기 때문일거다.

 

 

성당 전면 파사드에 우뚝한 두 개의 탑은 일병 쌍둥이탑.

한 쪽은 보수 중이라 가림막에 가려졌지만

108m라는 위용은 밑에서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했다.

매번 여행때마다 종탑과 시계탑에 더 빠지게 되는데

특히 시계탑은 숨겨진 기게적 메커니즘에 마냥 놀라게 된다.

그러니까 저 탑 안에 수많은 톱니바퀴와 지렛대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건데...

인문학이 우세한 내 머리로는 그 운동의 규칙과 변환이 영원히 풀 수 없는 미스테리같다.

늦은 오후 다시 성당을 찾았을 때는,

공식적인 근위대 교대식은 아닌 것 같은데

한 무리의 근위대가 성당 앞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저들의 꼬리를 밟아 볼까 고민하다 얌전히 호기심을 누르기로 했다.

 

 

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성모 승천 분수대.

사실 여행책자로만 봤을 때는 엄청 아름답고 신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본 성모의 얼굴은 자애롭기 보다는 묘한 괴기스러움과 공포가 느껴졌다.

잘 못 봤나 싶어 카메라 배율을 최대로 올려 셔터를 눌렸다.

어쩌나...

조금전보다 성모마리아님이 더 무섭게 보인다.

오히려 아래쪽 네 명의 천사가이 훨씬 자애롭고 평화롭다.

믿음이 적은 자는 그래서 성모 승천 대성당에서 성모님이 아닌 네 분 천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홀로 난감한 자의 어쩔 줄 모르는 시선

 

 

자그레브 성당 내부.
겉에서 보면 규모가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내부 규모는 상당했다.

이곳에서 5천 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10~16세기에 사용된 크로아티아 문자로 지금의 크로아티아 키릴문자의 원형이란다.

주제단의 기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이 폭포처럼 쏟아지자

스테인글라스 속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것 같았다.

보살을 닮은 성모마리아상과

크로아티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이반 메슈트로비치가 만든 일로이지에 스테파니치 추기경의 무덤,

성당 뒷편의 고풍스런 파이프 오르간과 제단 뒷편의 무덤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고 바라봤다.

(이곳에 반옐라치치의 무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나를 가장 뭉클하게 만든건

간절함으로 불밝혀진 소원초였다.

아직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지만

간절한 소원을 생기면 나도 그 마음을 담아 불을 밝혀볼 생각이다.

 

그러니 비록 나와는 무관한 소원초지만 

저 간절한 바램들이

선하고 아름답게 이뤄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Journey is naturally good...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