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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7 <눈먼 시계공 1.2> - 김탁환 & 정재승
읽고 끄적 끄적...2010. 6. 17. 06:34
소설 노동자 김탁환과 과학콘서트 정재승이 만나서 책을,
그것도 소설책을 썼단다.
뇌 과학자와 팩션 소설가가 만나 쓴 미래소설.
일단은 귀가 솔깃한 내용 아닌가?
이 두사람의 인연은 KAIST에서 시작된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인 정재승.
그리고 좀 의외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소설가 김탁환이 KAIST 교수로 오면서
우연한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1990년대 초에 사건이 하나 있었단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서울대공원에서 한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달라며
사자 우리에 손수건을 던진 후 가져오라고 했단다.
그런데 이 남자,
사랑에 눈이 멀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사자 우리 안을 들어갔단다.
그 최후는.... 뻔하지 않겠는가?
결국 남자는 사자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엽기적인 결말이 백주대낮에 발생하게 된거다.
나중에 이 남자의 시신을 부검했더니 그의 입 속에서 사자털이 잔뜩 나왔다나.
인간의 "생존 본능"이 그 상황에서 사자를 물어뜯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이 세기의 사건은 과학자 정재승의 뇌리에 각인되어 화두가 되었단다.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애 첫 충동을 일으킬만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순간,
엄청난 분노와 함께 미친 듯이 덤벼대는 인간의 폭력 성향.
이 "생존 본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로봇에게 생존 본능을 코드화해서 자신을 분해하거나 부수려는 존재에게 맞서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소설 <눈먼 시계공>은 그러니까 정재승의 화두에
김탁환의 캐릭터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되어 세상에 나온 셈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데몰리션맨>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지방 자치제가 활성화되고 국가보다 지역 내 기업의 경제적 영향력이 증대된 2049년의 세계에서는
국가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특별시 체제로 재편하는 게 유행처럼 늘어나게 된다.
인간과 사이보그, 그리고 로봇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
마치 월드컵과 K-1을 연상시키는 로봇 배틀원 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
발견되는 시체는 하나 같이 뇌가 사라진 상태다.
피해자의 뇌에 남겨진 기억을 끌어내 범인을 잡았던 비밀 수사대 스티그마팀은 당혹스럽다.
뇌가 깜쪽같이 사라져버렸으니...

 <김탁환과 정재승>

이야기는 로봇 격투 경기와 살인 사건이 함께 맛물리면서 긴박하게 이어진다.
이야기 자체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다.
책장을 금방금방 넘기게 만들만큼...
김탁환이야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유명한 사람이고
정재승 또한 입담 있는 과학자로 여러 편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기도 한다.
바이오 및 뇌공학자로 실제 소설의 내용과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정재승의 과학적 상상력도 재미있다.
인간의 뇌와 로봇의 완벽한 인터페이스.
예전에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충분히 가능할거란 쪽으로 변했다.
(딱히 이 책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상은 늘 불가능을 현실화시키는 걸 계속 봐왔으니까...)
Impossilbe!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정말 그렇게 되고 있음을 절감하고 체감한다.
기계와 인간이 몸을 섞는 그런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어찌됐든 그걸 새로운 진화와 혁명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로봇의 머리에 인간의 머리를 이식하게 된다면
그 존재를 사이보그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입력된 코드에 의해 계산과 통계를 통해 행동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게 된다면...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분노와 증오"를 격투 로봇에게 이입시킴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도록 프로그래밍 시킨다.
일부러 극심한 공포와 자극 속에서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인간의 뇌에 저장되어 있는 그 살해 순간의 분노를
엄청난 폭력으로 분출시키는 프로그래밍.
기억은 세포를 바꾸고 세포의 변화가 곧 기억이 된단다.
그러니 기억은 과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
SF적인 상상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세상은 너무 멀리까지 와 있다.
그러한 세계에서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책장을 덮은 뒤끝은 영 찜찜하다.
당신의 전두엽엔 어떤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가?
언젠가는 누군가 당신의 분노와 증오의 기억을 노리게 될지도 모른다.
다들 머리를 조심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