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12. 12. 08:28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민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지킬 앤 하이드>는,

너무 잘 알아서 재미있기도 하고,

또 너무 잘 알아서 어떤 면에서는 재미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헤드윅> 이후로는 2년 만의 뮤지컬 복귀고,

이 작품으로는 4년 만의 복귀인 조승우.

조승우의 티켓 파워는 이번에도 역시나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드라마와 영화로 숨가쁘게 달려온 조승우의 숨고르기.

뮤지컬이 그에게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도 "무대 배우"라 말할 정도니 조승우를 조승우답게 만드는 곳도 "무대"이긴 하다.

 

일단,

오랫만에 봐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다.

특히나 무대가 완전히 리뉴얼돼 새로운 느낌이었고

의상과 조명톤도 조금 달라졌다.

시대배경을 앞서가는 실험실이 살짝 이질적이지만

리뉴얼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니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

솔직히 이 작품에 관한한 배우의 연기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지킬 앤 하이드"란 공장에서 찍어낸 것 처럼 다들 잘 한다고.

백 번 공감한다.

그렇다고 기계적이란 뜻은 아니고

다들 기본 그 이상을 매번 해준다.

심지어 신예 루시인 "해나"까지도 기본 이상은 하더라.

(톤과 연기가 살짝 부자연스러운건 어쩔 수 없고...) 

이정화 엠마는 강함이 느껴지는 엠마였고

예상과는 다르게 조승우와의 듀엣이 흔들리는 것 같아 놀랐다.

조승우는...

연기로는 말 할 게 없다.

단지 초연부터 봤던 매니아로서 예전만큼의 파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full power로 질러대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 정도가 파워가 깊이가 딱 좋긴하다.

(홍광호 지킬을 망설이는게 그 놈의 Full Power 때문이라서) 

 

아!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의 이용진.

하이드의 말을 빌려,

"다른 사람일거라 생각했나?" 였다.

특히 스파이더는 역대급.

멋졌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16. 08:5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승우의 목상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

반짝 좋았졌었는데 감기때문에 다시 최악의 상태가 됐단다.

고음은 시원하게 터져주지 못하고 답답하고 심지어 아예 낮춰서 부르기도 한다.

대사 중간 중간에 자연스런 연기처럼 보이긴하지만 기침도 잦다.

조승우라는 명성에 혹해서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겠다.

화려함과 기교, 폭발적은 성량을 잔뜩 기대했다면 말이다.

그래, 나도 인정한다.

확실히 조승우의 목상태는 안스러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어쩌면 배우로서 자신의 몸관리를 성실히 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게 참 좋더라.

어딘지 점점 허물어지는 지킬을 보는 것 같아서.

어딘지 점점 절박해지는 하이드를 보는 것 같아서.

저런 붕괴와 절박함 앞에서 폭풍같은 성량이라는게... 뭐 얼마나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난 배우 조승우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타쿠의 수준은 아니다. 그런 열정... 아쉽게도 없다.)

나의 나이듦이 느껴지는게,

이제는 지킬보다는 하이드에 더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심지어 하이드가 가엾고 불쌍하기꺄지 한다.

하이드에게 선한 마음이 전혀 없었을까?

모든 악한 것의 총합이 하이드일까?

지킬의 노랫말 속에 답이 보인다.

"미워할순 없죠, 나니까! 나의 또 다른 나니까..."

하이드는 지킬의 강요와 기대(?) 속에 어쩔 수없이 악인이 되어야만했던 가련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한 명씩 있다는데

하이드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어했던 존재.

아마도 그 존재를 인정했다면

하이드는 더이상 악인일 수는 없었으리라.

이번 시즌 지킬을 보면서 부쩍 하이드가 가엾고 불쌍해 아프다.

(나만 그런가....)

더불어 연악하고 가녀린 린아 루시까지 합세하니 비극의 끝판왕이 되버렸다.

지금껏 이 작품을 보면서 루시가 이렇게까지 안스러웠던 때는 정말이지 없었다.

확실히 린아는 기존의 루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린아를 캐스팅한건 아주 정말이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조승우 절친인 조정은 엠마까지...

조정은 엠마는 부드럽게 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엠마이기도 하고...

조승우, 린아, 조정은의 조합은 묘한 슬픔과 떨림이 있다.

그게 나는 참 좋다.

 

 

SNS도 카톡도 안해서 몰랐는데 지금 이 작품이 아주 시끌시끌하다.

원미솔 음악감독의 SNS글에 올린 누군가의 덧글이 아주 많이 상스러워서....

(무대감독이라고 말도 있던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 이들은 작품을 즐길줄도 모르는 그냥 양아치들이지요! 지네들은 모르겠지만 매출 올려주는 봉이기도 하고요 ^^"

확실히 정신 나간 글을 올리긴했다.

지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사태가 제법 심각해졌다.

오디에서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오디스럽지않게(?) 사과문까지 올렸다.

잊을만 하면 꼭 이런 일이 터지더라.

이쯤되면 <라카지>와 <쓰릴미>때는 차라리 애교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들의 지적처럼 지금 이 작품의 퀄리티는 1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적합하진 않다.

나도 오케의 독립투사 같은 연주와 황당한 적이 있었고

재활용센터에서 주워온듯한 무대셋트는 볼 때마다 깜짝깜작 놀란다.

그렇다면 그 비싼 티켓은 다 배우들 출연료에 올인 된건가???

(설마, 오디가???)

그래서 개인적으론 적당한 좌석에서 적당히 보는걸로 타협했다.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나 역시 내 돈 내고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맘이 편하진 않다.

SNS나 카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짧은 덧글을 올릴때조차도

꼭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올린다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처럼 상스러운 표현은 조금 걸려지지 않을까?

SNS와 카톡이 사람들은 점점 예의없고 단정치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내가 SNS와 카톡을 싫어하는 이유.

그래서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을 깃털 하나의 무게감도 없게 만들 수 있다는거.

그거... 세상에 종말이 오는것 만큼 무시무시한 일이다.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오디뮤지컬컴퍼니입니다.

먼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보내주신 많은 관객들의 사랑과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SNS상에서, 일부 스태프들의 예의에 어긋나는 지나친 표현으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아껴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께 커다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그 동안 관객 분들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전(全)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덕션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티켓에 대한 취소/변경에 대한 업무는 티켓매니지먼트 대행사인 “오픈리뷰”를 통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픈리뷰: 1588-5212 / 담당: 곽은선 매니저 / 취소 가능 기간: 12월17일~23일)

다시 한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아껴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께 깊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2. 07:37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티켓오픈과 함께 하얀 눈밭이 됐던 조승우 회차.

매번 참 끔찍할 정도로 피말리는 티켓팅이라 이젠 참전의 시도조차 안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무모한 도전를 안하겠다 작정하니 오히려 티켓이 손에 들어오더라.

좌석도 2층 2번째라 나쁘지 않았다.

10주년 기념공연 첫공을 조승우가 열였는데 목소리가 많이 안좋았단다.

누군가는 10년의 세월이 조승우의 성대를 가져갔다는 말까지 하던데...

걱정이 되긴 했지만 모든 공연이 늘 레전드여야 하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지킬이고, 그래도 조승우인데

최악의 공연이라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이 작품은 한 회차 공연한다는건

배우에겐 엄청난 집중과 탈진을 요하는 일이다.

때론 너무 고행같아서 연기하는 배우가 안스러워 보일 때도 많다.

(배우는 전생의 업이라는데....)

 

보고 난 느낌은...

뮤지컬 배우로써 파워는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약해지긴 했더라.

때로는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고, 때로는 아주 익숙해서 노련함이 느껴졌다.

중요한건 어떤 상황이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페이스 조절을 잘한다는거다.

그래서 명성때문에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많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무대도 너무 올드하고 화려한 의상이나 특수효과도 없어서

요근래 올라오는 공연에만 익숙한 관객들도 많이 밋밋하게 느껴지겠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 배우의 능력이 낫낫히 드러나는 작품도 없다.

그야말로 숨을 곳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이 바로 이거다.

어떤 상황이 됐든 일단 무대에 올라서면 정면승부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하고 싶다는 소망만으로는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최고도 바닥도 다 감수할 수 있어야 가능한 역할.

 

조승우의 목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연기적인 섬세함은 10년이라는 시간의 내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게임메이커답게 감정을 끌고가는 능력이 엄청났다.

심지어 함께 무대에 서있는 배우의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내더라.

하이드일때조차도 묘한 여유가 느껴질 정도.

한때 조지킬, 류하이드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조승우도 지킬보다는 하이드가 더 좋았다.

(아마도 그의 나이듬과도 연관이 있을 듯...)

그리고 지킬과 하이드의 목소리는 오히려 다른 시즌때보다 극명함이 덜했는데

그게 영원히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동일한 영혼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그래선지 "confrontation"이 유난히 아프고 슬펐다 고통스러웠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사람.

너무 많이... 고통스러웠겠다.

 

이지혜 엠마는 부잣집 철없는 외동딸의 느낌이었고

린아 루시는 작고 가냘퍼서 품에 안아주고 싶은 애잔함이 있더라.

(지금까지 봐왔던 루시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그게 나는 너무 좋았다)

조연들의 연기는 조금 집중이 더 필요할 것 같고

하이드같은 스파이더와

너무 느끼한 목소리를 소유한 장례식장 신부님은 과함을 확 줄였으면 싶다.

이번은 10년 기념공연이라 올드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작품 전반적인 리모델링(?)도 시급한 상태.

무대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뭔가 새로운 피가 필요하긴 하다.

특히 무대와 소품들은 그대로 박물관에 기증해서 좋을 정도로 이미 골동품화 됐다.

무대에 돈을 쓴 흔적이 없으니 그 비싼 티켓값을 다 어디에 썼느냐는 원성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킬은 지킬이다.

무대는 쇠락했고, 스토리는 진부하고, 작품 전체에 올드함은 덕지덕지 묻어나지만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깊게 빠져들게 되는걸보니...

 

또 다시 절감하는 중이다.

첫정이라는게.

이렇게 무서운거구나...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