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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30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2
읽고 끄적 끄적...2010. 8. 30. 06:42
요즘 베스트셀러로 한창 인기있는 책이다.
2010년 5월 24일 1판 1쇄를 발행하고 두 달 반 만에
41판을 찍어낸 히트작이다.
더구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몹시도 정의로운 제목을 내세우고 말이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사람이란다.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그의 정의(justice) 수업은 현재까지도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책의 겉표지에 나와있는 강의 모습은 이 말을 실감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정의로움때문에(?) 읽는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놀랍다.
아주 재미있고 그리고 무지 지적인 책이다.



이 책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는 공리주의 시각으로
정의란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두번째는 자유와 연관시키는 시각으로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다.
두번째 해석은 다시 자유지상주의의 견해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견해 둘로 구분된다.
전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이마누엘 칸트를
후자는 평등을 옹호한 존 롤스의 이론을 내세운다.
마지막 세번째는
저자가 좋아하는 방식이라고 밝힌 미덕과 연관시키는 시각이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견해다.
저자는 책의 초입부에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행복한 도시를 위해 지하실에서 영양실조로 쇠약해져가는 아이"의 비유는
섬뜩하고 정직하다.
어쩌면 정의를 우리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그런데 아이의 입장이라면 그 실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 일이겠는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일은 과연 정의로운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소수집단 우대정책, 대리 출산, 낙태, 동성혼, 징집, 자원군 등
사회에 찬반이 갈리는 직접적이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에서부터
자동차 수리, 유리창 닦기 등과 같은 비유를 통한 해석까지 그 범위 또한 방대하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지적이다.
(화려한 문학적 구사 없이도 이렇게 충격적이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데
그 지적 갈등 과정 역시나 상당히 재미있고 즐겁다.
계속되는 딜레마 속에서도 어느 틈에 읽고 있는 이의 생각까지도 하나씩 정리하게 만든다.
상당히 괜찮은 명강의를 직접 듣고 있는 떨림과 흥분이랄까?
명성뿐인 책이 있고, 명성 그 이상인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몇 번씩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책이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알게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그런 책이다.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하버드대 강의 모습>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책을 만났다.
이런 게 책이다!!!
이 책 한 권 속에 완벽히 넋을 잃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