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4. 08:12

<도둑맞은 책>

일시 : 2014.08.29. ~ 2014.09.21.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원작 : 유선동

연출 : 변정주

일러스트 : 정순원

출연 : 김준원, 전병욱 (서동윤) / 강기둥, 정순원 (조영락) 

제작 : 문화이이콘

 

내가 좋아하는 변정주 연출과 그의 뮤즈(?) 김준원의 출연만으로 must see 목록에 속했던 연극 <도둑맞은 책>

김수로 프로젝트의 <데드트랩>과 비슷한 모티브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연출가와 배우의 힘을 믿었고 유선동 원작의 힘도 믿었다.

개인적으로 2인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데

두 인물의 팽팽한 심리전을 보는 것도, 피할길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정말 너무너무 좋다.

원래 이 작품의 원작 시나리오에는 주요인물이 여섯명이나 되고

보조작가로 나오는 조영락도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실제 연극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조영락이다.

(심지어 멀티맨 역할까지 한다.)

프리뷰를 보고 난 느낌은...

변정주의 연출도, 김준원의 연기도 역시나 좋았다.

단지 조영락을 연기하는 강기둥 배우가 김준원을 상대하기엔 많이 약했다는거 좀 문제였다.

목소리 자체도 집중이 어려운 톤이었고

잠깐이지만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부족하고 밍밍했다.

특히나 초반에는 표정에 자신감도 없고 뭔가 약간씩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극을 보는 내내 조영락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밋밋하면 안될텐데... 걱정스러울만큼!

커피에 약을 타는 것도 초반부터 너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결말 역시도 충분히 예상이 됐다.

팽팽해야할 긴장감의 한 축이 무너져내리는 느낌!

 

그래도 서동윤 작가 역을 맡은 김준원의 연기는 역시나 좋더라.

목소리톤과 제스처도 좋았고,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장면도 시간이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연기도, 호흡도 달랐다.

특히 독백 장면들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예 이 작품을 서동윤 한 사람만 등장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작가를 강금한 보조작가는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단지 목소리만 들리는거다.

실체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상대와의 심리전.

흥미진진하고 더 긴장감 있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도 혼자만의 생각!)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에 조영락으로 더블캐스팅된 정순원 배우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란다.

연극에, 뮤지컬에, 일러스트에...

정말 샘나는 재능이다.

나도 한때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 꽤나 들던 사람인데...

그런데 지금은 그 재능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증발했다.

그야말로 "도둑맞은 재능"이 되버린거다.

"도둑맞은" 것들의 최후는 늘 그런 모양이다.

 

어이없는 한풀이이긴한데

연극 <도둑맞은 책>을 보다가 "도둑맞은 재능"이 서러워

혼자 구시렁구시렁대는 중이다.

이걸 비극이라고 말해야 할까?

희극이라 말해야 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7. 09:12

<Lsst Royal Family)

일시 : 2014.01.11. ~ 2014.02.23.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작/작사 : 전미현

작곡 : 조미연

연출 : 정태영

출연 : 박선우, 김태한 (해설자) / 임진아, 구원영 (명성황후)

        이충주, 인진우 (순종) / 지혜근 (고종)

        강은애 (꼭지), 조정환 (꼭도)

제작 : (주)알랜디웍스

 

2012 CJ Creative minds 선정작.

2013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 선정작.

개인적으로 예그린 수상작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편이라 이 작품도 한번쯤은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초대 기회가 있어서 얼른 신청했다.

김태한과 구원영 콤비는 잘 하리라는걸 아니까 일부러 다른 캐스팅을 선택했다.

오랫만에 "미스터 투" 박선우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했고..

("Mr. Two" 이야기하는 거 본인이 싫어할라나...)

 

픽션 사극 뮤지컬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구한말 격동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마지막 왕세자 순종의 가출 사건이라는

기발하면서도 다소 도발적인 내용을 중심에 두고 있다.

소재는 정말 침신했고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다.

모바일 용어의 활용도 아주 재미있고 기발했다.

가가오독, 투위터, 폐이수북의 "애수 앵 애수(SNS)" 부분은 제대로 빵빵 터져줬다.

연출력과 대본의 기발함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장면.

삼각김밥 정면도 그렇고, Something과 성신(聖臣)의 언어유희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

너무 산만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배우들도 아직까진 극의 재미를 확실하게 살려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어째 살짝 민망한 상황이긴한데,

원캐스팅 배우들이 더블캐스팅 배우들 연기보다 훨씬 좋았고

남사당퍠 꼭지와 꼭도를 맡은 강은애와 조정환의 활약은 참 대단하더라.

조정환은 초연 당시 <왕세자 실종 사건>에서 구동을 했던 "김대현"을 보는 느낌이었고

강은애는 혹시 창(唱)이나 민요를 어디서 배운건 아닌까 생각될만큼 맛깔졌다.

두 오누이는 아주 쫀뜩쫀뜩한 호흡을 자랑하더라.

해설자 박선우는 딱히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임펙트있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관람하는 내내 김태한으로 봤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그래도 가장 심각했던 배우는 명성황후 임진아.

연기도 노래도 보는 내내 불안했고 "세자가 떠나버렸네"는 솔직히 듣기가 많이 힘들 정도였다.

<풍월주>에서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의욕이 너무 과했던게 오히려 화(禍)가 된건 아닌가 싶다.

이충수 순종은 노래와 연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ㅅ발음"이 자꾸 귀에 거슬렸다.

살짝 긴장하는 기색도 보이고...

(나도 참 두루두루 깐깐하다)

 

그래도 이 작품!

참신한 소재 발굴과 기발한 상상력, 개성있는 표현방식은 확실히 신선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단호한 정리는 꼭 필요할듯!

한류열풍의 첫주자 장금이와 독일인 지휘자 에케르트,

폴메카트니 내시 등 범세계적인 인물들은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조금 더 파격적이고 발칙한 상상력에 주력했으면 싶다.

우리나라 창작뮤지컬들을 대놓고 페러디하거나 

조선시대 위인들을 시대를 파괴하고 등장시키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뿐이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4. 08:32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여신님이 보고계셔> 프리뷰 두번째 관람.

캐스팅의 기대보다는 스토리에 더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 충무아트홀 블루를 찾았다.

보고 난 느낌은...

이준혁, 신성민 캐스팅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히 최호중, 전성우 캐스팅에 비하면 느낌이 좀 덜했던 건 사실이다.

배우의 정확한 딕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이준혁 배우의 혀짧은 발음은 많이 거슬렸다.

예전에 <빨래>에서는 몽골청년이라 일부러 그렇게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아니라는 걸 알았다.

노래 부를 때는목소리 톤도 그렇고 음색도 참 매력적인데

대사가 시작되면 발음때문에 여지없이 느낌이 반감된다.

배우로서 더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어떻게든 딕션을 고쳐야 할 듯.

(쉽진 않겠지만...)

어눌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임철수와 지혜근 배우.

혀짧은 발음의 이준혁 배우까지...

보면서 좀 심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관람을 예매하게 만들만큼 이 작품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신성민의 유순호는,

전성우의 유순호만큼 안타깝게 절망적이진 않았다.

마치 어미품을 잃은 아이의 철모르는 순수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가 표현하는 절망과 두려움은 형의 죽음을 목도한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먼저 뭔가의 근원적인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케 만든다.

전성우 유순호가 조우한 여신과 신성민 유순호가 조우한 여신은 그래서 완전히 다른 여신같다.

(그래, 당연히 같을 순 없겠지!) 

어쩐지 나는 전성우의 해석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는,

이 이야기 속에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이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화롭고 아늑한, 그래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행복한 낮잠같은 시간이 있다.

여신이 살고 있는 그 세계!

그게 비록 잠깐의 환상일지라도,

나는 기꺼이 피터팬이 사는 그 세계에서 열심히 꿈꾸는 걸 택하겠다.

그러다 여신을 만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순호처럼 여신이 되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데 사실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여신님이 어딘가에서 흐뭇한 얼굴로 다 보고계셨으면...

그렇다면 나도 칭찬받고 싶어서, 머리 한 번 쓰다듬 받고 싶어서

더 착하게, 더 열심히 살게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열심히 들어줄때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말이다.

 

"여신님! 나 잘했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30. 08:16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2011 CJ creative minds 선정작

2012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 선전장

2012 창작뮤지컬 육성지원사업 선정작

 

미시여구에 가까운 화려한 이력보다 오히려 훨씬 더 착하고, 성실하고,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작품이다.

30분 분량의 예그린 동영상만으로도 기대감dl 너무 커서 오히려 점점 걱정이 되려던 찰나였다

너무 큰 기대감때문에 혹시 작은 실수 하나에 우루루 혼자 쌓아올린 탑이 무너질까봐.... 

물론 몇가지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정말 잘 만들었다.

그야말로 갑(甲)이다.

이제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지는 한국전쟁을 모티브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는 장진의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다른 상상력이 주는 뜻밖의 감동이고 결과물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 분야에서 "한국전쟁"에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왠지 숙연해지면서 점점 기억에서 잊어지는 게 죄스럽게 느껴진다.

겪지 않은 그 시간들이 이렇게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거!

이 작품이 고마운 숱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그린 때 참여했던 박해수,문상현,최호승 배우가 함께하지 못한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그래도 최호중과 전성우, 최성원이 중심을 잡아줘서 다행이다.

북한군 이창섭(임철수), 조동현(지혜근)은 사투리톤이 많이 어색했다.

특히나 임철수는 북한사투리 외에 본인의 고향 사투리톤이 간간히 드러나서 순간순간 더 어색했다.

관람하면서 계속 임철수와 지혜근의 배역이 서로 바뀌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임철수 배우가 너무 코믹한 느낌이라서...

진지하고 무표정한 지혜근 배우가 이창섭을 했었다면 의외의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두 사람의 키차이 때문인지 지혜근 배우가 더 선임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더 절감했다.

둘을 바꿨어야 했어....라고.

(나중에 연출님이 좀 진중하게 고민해보심이 어떨지!)

연출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인 바람 하나 더!

모든 잠들었을 때 저기 멀리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신님이 강림(?) 하는 장면에서

여신이 자고 있는 류순호에게 손을 뻗칠 때 류순호가 눈을 번쩍 떴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정면에서 서로를 직접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극적이었을 것 같다.

(그녀는 그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제일 아쉬운 점은,

무대가 너무 작았다는 거다.

박소영 연출의 말대로 이 작품은 중극장 규모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동숭아트홀이니 연강홀 정도에서 공연됐으면 무대 활용도나 셋트가 훨씬 더 풍성하고 신비감이 있었을텐데...

(어여어여 무럭무럭 자라 더 큰 극장으로 옮겨가거라~~~)

 

최호중과 전성우는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최호중은 때로는 맛깔스럽게 때로는 진중하게 이야기를 잘 끌어간다.

목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감정을 아주 잘 담아서 보는 내내 자꾸 동화되버리게 된다.

나도 뭔가를 진희한테 주고 싶고...

안녕이라고 손흔들고 싶고...

새가 자꾸 우는 것 같고...

요즘 최호중 배우의 매력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

게다가 계속 내 기대치를 조금씩 조금씩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미성을 가진 소년의 이미지 전성우.

그가 표현하는 "악몽에게 빌어"는 정말 압권이다.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과 떨리는 음성, 아프고 힘든 그 절절한 심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이 장면에서 연출력과 조명 정말 끝장이다.

쿵쿵 울리는 발박자에 이어 전쟁터에서 시체가 나뒹굴듯 한 명씩 쓰러지는 배우들.

거울이 바닥에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의 조명효과..

보면서 참 무섭고 두렵고 섬뜩했다.

(정말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 그것이었다)

 

너무나 이쁘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넘버들.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그대가 보시기에"는 금방 입에 붙는다

제대로 된 후크송에 아주 제대로 낚였다.

거기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귀염성 있는 그 이쁜 율동(?)들.

(이거 엄청나게 중독성 있다)

"꽃나무 위에"와 "꽃봉오리", "꿈결에 실어"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자장가 같았고

"보여주세요"는 잔잔하지만 거센 울림이 있는 작은 혁명가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넘버들를 히나하나가 전부 주옥같아서 놀라울 정도다.

작지만 크고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크고 깊어질 작품이기도 하다.

너무나 막무가내로 이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라서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전쟁 중에 만나게 된 여섯 남자의 무인도 표류기(?)

정말정말 잘 컸으면 좋겠다.

 

요즘 한국 창작뮤지컬의 선전!

정말 멋지다!

그리고 놀랍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