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10. 11. 10. 15:25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 -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사실 저는 이런 노골적인 제목의 책들은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그리고 영 못마땅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도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죽기 전에 OO해야 하는 OO가지”의 시리즈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들은 솔직히 “~카더라” 통신과 똑같이 별로 써먹을 데도 없고, 신빙성은 더더욱 없는 일부 선택된 자들의 배부른 취미 생활을 떠올리게 해 불쾌한 감정까지 갖게 됩니다.
뭐, 지들한테 좋았던 게 나한테까지 굳이 좋아 죽겠는게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제발이지 나도 죽기 전에 그 좋다는 곳 다 다녀보고, 그 맛잇다는 거 다 먹어보게 돈벼락이나 떨어지면 좋겠다는 시비조의 불평만 갖게 하는 소위 저에겐 지극히 불건전한 부류에 속하는 책이죠.
그런 제가 이 책을 손에 잡은 건,
순전히 표지에 있는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사막과 하늘에 남겨져 있는 흔적들이 제 눈을 파고들었죠.
긴 발자국이 찍혀 있는 저 사막은 건조하거나 메마른 사막이 아니었습니다. 저 마른 땅 바로 가까이에 물기가 느껴지는, 그러니까 생명력이 느껴지는 사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들. 그런데 그 구름의 끝도 자세히 보면 물기를 머금고 있네요.
사막 위의 발자국의 방향을 보면 누군가 그곳을 방금 떠나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뜨거운 사막의 모래바람도 그 발자국을 지워내지 못했네요.
이 사진 한 장이 이 책의 내용 전부를 저에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그 순간 더 이상 “~카더라” 통신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 책은.
그러니까 생명을 가진 누군가가 이제 금방 비가 쏟아질 그곳으로 향하면서 남긴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흔적을 기꺼이 읽기 위해 책장을 넘깁니다.
 
글을 쓴 오츠 슈이치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호스피스) 전문의입니다.
일본 최연소 호스피스 전문의였던 그는 현재 도쿄 마츠바라 얼번클리닉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면서 저술, 강연 활동을 하면서 완화의료 및 존엄한 죽음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하네요.
어느 날, 병실 침대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선생님도 무언가를 후회한 적이 있나요?"
그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환자를 떠나보내면서 "후회"에 관한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던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며칠 혹은 길어야 몇 주일이 고작입니다.
그들의 몸은 이미 자유롭지 못합니다.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고 낮에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암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체력 저하를 수면으로 보충하려는 현상 때문에...
이 시기가 오게 되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물론 이성적인 판단까지도 혼미해집니다. 그런 그들이 지금 하는 후회가 인생에서 미루고 미루던 숙제 탓이라면 그 후회는 스스로의 가슴을 더욱 깊이 후벼 팔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고백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오츠 슈이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합니다.
"무엇을 가장 후회하시나요?"
그들은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들의 후회를 하나하나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후회들은 이렇게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지금도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많이 인정하고 공감하고 있는데 죽음을 앞에 둔 나중의 시간에 나는 얼마나 많은 후회로 더 가슴을 치게 될까가 생각나서 말이죠.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결혼을 했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스물다섯 가지의 후회들.
어쩌면 하나 같이 제 등을 쳐대는 것들 뿐이던지...
세세한 내용을 읽기도 전에 스물다섯 가지의 제목만으로도 덜컹 덜컹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후회라니...
늘 하고 또 하고 있는 그 후회, 후회하는 걸 또 다시 후회하면서 그래도 또 후회하게 되는. 제 모습들에 또박또박 제목을 달아놓은 것만 같아 당황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게 잔인하면서도 그만큼 선한고 솔직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책.
그리고 책 속에 담겨있는 사진들.
그 흑백의 사진들은 그리 멀지 않았던 과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들로 가득합니다.
일본인이 쓴 글에 우리나라 사진이라니, 순간 화들짝 놀랐습니다.
출판사가 각 나라 별로 사진 편집을 다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가물가물해진 기억들이 하나씩 들춰지는 기분입니다.
그러지 않았을까요?
죽음을 앞에 둔 그들도 자신의 과거를 조용히 하나씩 흑백사진처럼 반추하면서 하지 못한 뭔가를 조용히 털어놨는지도, 그리고는 조금씩 가벼워 졌는지도...
1000여 명의 사람들을 떠나보내면서 작가는 말합니다.
“죄를 반성할지언정 자책하지는 말자!”고.
지나친 죄책감은 자신을 파괴할 뿐이라고 말이죠. 단지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도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형벌 때문이 아니라, 죄를 범했다는 죄책감이 자기 자신을 공포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것이라고요.
아직 어린 나이였을 때,
저는 삶이 “소풍”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마도 그쯤에 읽은 천상병의 “귀천(歸天)”이라는 시가 가슴에 담겨버려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시의 구절처럼 “죽음”이라는 삶의 최후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로 만들자 그랬더랬는데...
어느새 제는 후회 하나를 또 추가하고 있네요.
아름답죠? 이 세상.
아름다운 것도, 미운 것도 다 내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래야 아름다운 소풍 끝나는 날,
하늘로 돌아가 아름다웠노라 말하면서 추억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후회와 추억.
내 발목 잡는 아득한 꿈이 이만큼 다가옵니다.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29. 06:30
기사를 봤다.
군대를 제대한 조승우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출연료에 대한 기사를.
회당 1,800 만원!
전체 14억 4천만원!
엄청난 고가의 출연료가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금액보다 더 놀랐던건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이렇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배우의 출연료를 공개할 줄은 몰랐다.
"조승우 효과" 라는 스타 마케팅이 일부러 돈을 들여 가며 해야하는 마케팅조차 필요없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어쩌면 ...
이것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던 걸까? 
적정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애궃은 시아준수의 <모차르트> 출연료까지 들먹인 것은
확실히 신사적이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사아준수는 회당 3,500 만원을 받기도 했다며 조승우의 출연료는 적정하다라는 신춘수의 발언!
자신이 출연하는 1차 공연 14회분을 15분만에 완벽하게 매진시킨 조승우!
그것도 예매 사이트까지 마비시킨 걸 보면 그 출연료는 신춘수 대표의 말처럼 확실히 적정한 금액일수 있겠다.
(그 이상을 받는데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걸 꼭 이렇게 친절하게 공개했어야 했을까?
오디 대표는 왜 굳이 "친절한 춘수씨"가 되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 지난 23일 군을 제대한 조승우가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는 A급 배우 출연료와 무려 36배 차이가 나는 출연료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사 오디뮤지컬 컴파니의 신춘수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조승우의 회당 출연료 및 이유 등을 밝혔다.
신 대표는 "조승우의 개런티가 회 당 1800만 원이 맞다"며 "하지만 뮤지컬이 끝난 후 받는 전체 액수는 모르겠다.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스케줄을 조율하기 때문에 전체 횟수는 조승우의 컨디션과 스케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조승우에게 고액 출연료를 제시하게 된 계기로 "회당 매출이 1억 5000만 원정도 나온다. 미국 같은 경우와 비교해도 회당 15~20% 정도 스타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를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여배우 포함해 A급 뮤지컬 배우는 회당 5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라고 답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느끼는 위화감이 크겠다는 지적에 그는 "스타 마케팅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티켓이 판매되는 것 역시 '조승우 효과'를 보는 것"이라 견해를 밝혔다.
신 대표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 외부 스타의 경우 회당 700만 원 이상, 뮤지컬 스타는 회당 50만∼400만 원 받는다는 것이 뮤지컬 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한 시아준수는 회당 3천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스타 캐스팅과 높은 출연료 때문에 그동안 제작비와 티켓 가격이 동반 상승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배우들에게 무분별하게 많은 출연료를 주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승우의 경우 실력과 티켓 파워를 높이 평가해 회당 1천800만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조승우가 출연하면 마케팅과 광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기 때문에 조승우의 출연료가 바로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기사의 내용이다.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는 A급 배우 출연료와 36 배의 차이!
이렇게 언급했으니 또 이 배우가 류정한이라는 것도
그가 회당 500만원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는 것도 아주 친절하게 밝혀진 셈이다.
뮤지컬계에서 배우 류정한은 티켓파워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확실히 독보적인 존재다.
일반 뮤지컬 배우들은 그가 받는 출연료도 일생의 꿈이고 환상이고 동경이고 목표다.
내가 꼭 그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비교대상으로 등장한다는 게
어쩐지 자신이 제작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자본주의 원리를 그대로 드러내야 했을까?
<코러스라인>에 출연했던 배우 A는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밀린 출연료를 받기 위해 제작자를 찾아갔다가 망치로 봉변을 당하기도 했는데... 
뮤지컬계에서 제작사와 배우간의 출연료에 대한 잡음은 심심치 않게 나웠던 부분이다.
배우가 밀린 출연료 때문에 무대에 서지 않아 기사가 되기도 했고
앙상블들은 거의 돈이 지급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도 했다.
<지킬 앤 하이드>야 출연만 하게 된다면 그 이후 배우로써 탄탄대로가 열리는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출연료와 상관없이 출연만해도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들도 많다.
거기다 모든 남자 배우들이 꼭 하고 싶어하는 꿈의 배역!
어떻게 생각하면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한 이중적인 배역이다.
그야말로 "지킬 앤 하이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의 조승우의 연기는,
한마디로 지독하게 섬세하다.
목소리 톤과 표정, 손끝 하나까지도 신비주의가 느껴질 만큼 탐미적이다.
지금껏 20번도 넘게 이 뮤지컬을 봐왔는데
1막의 이사회 장면에서의 치열함이나 
2막의 dangerous game과 confrontation은 누가 뭐래도 조승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지킬로 상벽을 이루는 류정한도 조승우만큼 디테일에 섬세하지는 않다.
2004년 초연부터 시작해서 매번 공연될 때마다 빼먹지 않고 봤던 공연이라
<지킬 앤 하이드>는 내게도 특별한 느낌과 감동, 애착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매번 티켓값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예매를 하게 되는지도...
(가끔은 내가 정말 끔찍한 약쟁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
그래도 초연때 오디토리움에서 공연될 때는 지금처럼 티켓전쟁이 치열하지는 않았었는데...
우리나라에 뮤지컬 붐을 만든 게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이라면
폭발적인 대중화를 선도한 건 확실히 <지킬 앤 하이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우 조승우가 있었다는 건 누구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긴 하다.
아마도 그가 <지킬 앤 하이드> 초연을 공연하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빅히트작이 될 수 있었을까?
작품이 워낙 좋고 뮤지컬 넘버도 아름다워서 기본적으로 흥행에 실패하진 않았겠지만 
그 앞에 "폭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도저히 없었으리라.
이런 모든 걸 따져보면 회당 1,800 만원의 출연료는 신춘수 대표가 말한 적정가가 확실히 맞다.
굳이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사람들은 조승우가 엄청난 출연료를 받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카더라" 통신처럼 그냥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적정"이라는 단어를 충분히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 입장에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제작자와 대중의 시선은 다른건가?
그래도 이번 출연료 공개는 아무래도 신춘수 대표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많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인터넷에 나온 댓글을 읽고 또 한 번 마음이 씁쓸해진다.
.... 조배우의 1회 출연료가 제 1년 연봉보다 많네요 ....
이게 어디 한 두 사람 의견이고 현실이겠는가!
애초부터 피튀기는 예매 전쟁에 뛰어들 생각조차 없었지만
조승우가 아니라 36배 덜 받는 다른 배우의 공연을 예매한 나로써도
조승우 출연료 공개는 참 민망하고 씁쓸한 기분이다.
머리 좋고 판단력 빠르기로 유명한 신춘수!
제작자는 결국 장삿군일 수밖에 없는건가?
그렇다면 장삿군에게도 지켜야 할 상도가 있는 건데...
확실히 그는 신사적이지 못했다.
참 두고두고 씁쓸하다.


                                     <Dangerous Game>


                                                  <Confrontation>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1. 30. 05:51
 <죽도록 책만 읽는> - 이권우



죽도록 책만 읽는

지난번에 소개한 간서치 이덕무와 유사한 책벌레의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분께 적극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다방변의 주제에 대한 책들을 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도록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보면서 희망도서 목록에 상당한 책들을 추가했고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저처럼 두루뭉술하게 주절주절(?)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에센스만을 짧고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솔직히 꽤나 열등감과 부러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책이죠.

그래도 평소에 책 좀 읽는다고 자부했었는데 이곳에 소개된 책들을 살펴보고는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고는 번데기 앞에 주름잡은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만든 계기도 됐습니다.

책의 저자 이권우!

서평잡지 <출판저널>의 편집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책에 파묻혀 지냈던 사람이고 현재도 책을 통해 여전히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호모 부커스”를 자처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호모 부커스”

책 읽는 인간 존재라는 뜻의 신조어죠.(사실은 꽤 오래된 단어이긴 합니다만...)

이 말 속에는 “공유”의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독서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책 읽는 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 또한 “공유와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 개인과의 생각과 감정 공유를 넘어 더 많은 타인과의 적극적인 소통의 시작이 “독서”의 매력이라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모 부커스”들은 상당히 개방적이며 지독히 현실적이기까지 하죠.

어설픈 독서가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혼동을 겪게 되지만 “호모 부커스”들은 현실과 이상을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스스로 최대한 편견 없이 판단하고 평가하는 공정함까지 소유하게 됩니다.

“박학다식”이라는 말 속에 항상 “다독”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기도 하죠.

눈이 갖는 기억력, 그래서 저는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기억과 지식들에 대해 차별성을 두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말이죠...

사람을 참 조용히 수다스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죽도록 책만 읽는>도 그런 의미에선 상당히 수다스러운 책이죠.

그런데 그게 “바글바글” 떠들며 밖으로 퍼지는 소란스러움이 아니라 “소곤소곤” 다가오는 울림이라는 게 그 차이점이죠.

무려 110권이나 되는 책들의 수다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문을 펼쳤을 때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보게 되는 한 컷짜리 카툰 같다고나 할까요?

짧은 글 속에 필요한 것들만 쏙쏙 알차게 들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글 속에 촌철살인의 문구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가령, “고전”에 대해 말하면서,

“고전, 제목은 알아도 정작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를 시작하죠.

“...... 오늘, 다시 고전을 읽는 데는 다른 무엇보다 토론과 논쟁의 정신이 필요하다. 세월의 담금질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 정신의 순도가 높아지는 것을 일러 고전이라 한다. 앎과 지혜의 고갱이가 가득 쌓인 곳간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곳간은 좀처럼 자신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적 호기심이나 의무감만으로 고전을 읽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정도로는 권위와 명성, 그리고 오해의 더께가 잔뜩 끼인 고전의 빗장을 열어젖힐 수 없다. 나는 고전의 문을 여는 열쇠는 치열한 문제의식이라고 여겨왔다. 우리 시대의 문제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그 타개책을 찾기 위한 지적 분투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질문만들기’라 할 수 있다.

질문을 만든 사람이 고전을 경전처럼 여길 리 없다. 고전의 지은이와 토론과 논쟁을 벌이게 마련이다. 막장을 뚫고나갈 지혜를 묻고, 그 답이 현재적 가치가 있는지 토론한다. 도전적인 토론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의 사상이 안고 있는 한계가 드러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을 찾게 된다. 이쯤 되면, 고전의 주위를 맴도는 지은이라는 ‘유령’이 가만히 당할 리 없다.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자신의 다른 책을 참조해야 한다고 복화술로 변호하기도 한다. 고전을 읽는 행위는, 그러므로 묵독일 수 없다. 제대로 읽으면 그것만큼 소란스러운 책읽기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카니발적 책읽기에 몰두하게 된다..... “

고백컨대, 

저를 완벽히 KO패 시킨 문구였습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은 그러니까 “앎과 함”의 일치를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행위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환상은 현실보다 힘이 세다고 하죠. 그래서 우리는 환상에 머물고픈 욕망에 늘 빠지게 됩니다. 그게 어쨌든 일반적인 힘의 논리니까 말입니다.

책은. 그러니까 그 환상을 극도의 차가운 정열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카더라” 통신에 빠지지 않고 바른 시각과 주관을 갖게 만들어 주죠.

생각해보면 정말 책만큼 누구에게나 민주적인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책장을 열기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계를 그것도 비밀 없이 송두리째 보여주죠.

“다 열어보였으니 어디 한 번 맘껏 들여다봐라!”

책벌레들을 그래서 흔히 관음증 환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책에 새겨진 다른 사람의 욕망을 책장을 커튼 삼아 훔쳐보는 책벌레들...

그러나 책을 탐하는 관음의 시선은 훨씬 더 근원적이고 깊고 고요합니다.

책을 구하고, 읽고, 즐거움을 나누는 모든 과정에 대한 일종의 은밀한 흥분감이죠.

그래서 책의 자궁이라는 것이 있다면 저 역시도 기꺼이 몸을 웅크려 작은 태아가 될 용의가 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죽도록 책만 읽어도” 다 읽혀지지 못할 책들의 세계.

그 책들의 세계 속에 몸을 웅크리고 지독히 탐욕스런 관음의 시선으로 책들을 바라보자 권하고 싶습니다.

마술사의 비밀을 아는 순간 눈속임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 드디어 스스로 같은 마술사가 되는 거라고 하죠.

오늘 해리포터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자 여러분께 손 내밀고 싶습니다.

깊고 고요하고 간절하고 농밀한 관음의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