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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1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1
읽고 끄적 끄적...2010. 11. 11. 06:31
한 인간이 완벽한 타인이 돼서 산다는 게 가능할까?
우발적인 살인으로 시작된 다른 사람 되기!
그것도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뉴욕 월가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부모가 남긴 신탁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숱한 잡지사에 매번 퇴짜를 맞는 별볼일 없는 삼류 사진가로 살아가기로 했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적어도 내겐 일종의 환상이자 유토피아다.
책을 쓴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어딘가에서 그를 두고 "듣보잡" 작가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그의 책 <빅 픽처>는
발간된지 한달도 되지 않아 5쇄에 들어갔을 만큼 현재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다.
블로그나 독서 모임 카페에서도 한창 블루칩인 소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조국인 미국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란다.
이미 10권이 넘는 소설과 여행집까지 발간한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 태생이면서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그야말로 그로벌한 인물이다.
2007년 4월에는 심지어 프랑스에서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단다.
2009년 11월에는 또 다시 프랑스의 유명 신문 <피가로>지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상을 받고...
정치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열광하고 있다지만
<빅 픽쳐>를 읽고 나면 기발한 상상력과 표현력에 천상 스토리텔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작가의 꿈을 아버지로 인해 접고
월 스트리트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벤 프레드포드.
공교롭게 이웃집 별볼일 없는 삼류 사진작가 게리 서머스와 아내의 불륜을 알게된 그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낯선 곳에서 게리 서머스가 된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철저하게 증거인멸을 하는 그의 솜씨는
과히 충격적이고 섬뜩하다.
(와인병에서 냉동고로 급기야 전기톱까지 등장하니 그럴 수밖에...)
사람은 자신이 가진 걸 모두 잃게 되면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어한다는데
벤 이 사람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요트사고로 스스로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벤은
되도록이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살고자 서부의 허름한 마을에 게리 서머스란 이름으로 정착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찍은 인물 사진과 산불 사진이 미국 전역의 신문과 매스컴에 실린다.
하루 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 벤.
급기야 의도적으로 떠나온 뉴욕 <타임>지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다며 연락이 오고
전국에서 전시회와 책 출간 제의가 쏟아지듯 들어온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독백처럼 나온다. 
꽤나 재미있고 상당히 예리한 조롱이다. 
 
일주일 동안 나는 미국 생활의 자명한 진리 중 하나를 깨닫게 됐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 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발행인, 잡지 편집자, 제작자, 갤러리 주인, 에이전트들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앴는 사람은 낙오자로 취급될 분이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빍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모두 그 사람에게 전화한다. 성공의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러서였나?
더글라스 케네디가 미국인이면서 영국에 사는 이유가...
어쩌면 벤은 케네디 자신의 대리인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스타 산업에 대한 염증과 허상.
이 소설 속에는 미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은근한 조롱과 비웃음이 깔려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빅 픽처>란 제목에도 암시성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사실적으로 찍었다고 해도
사진(picture)은 찍은 사람의 의도와 왜곡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사물이 커질수록(big) 왜곡은 심해진다.
어차피 그 전부를 온전히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진 전시회 오프닝 행사.
새로운 연인 앤의 앞에서 그는 전처 베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는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기자 루디와 함께 달아나듯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자신은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다음날 발행된 신문의 헤드라인에 기사!
"천재 작가 게리 서머스 교통사고로 사망"
벤은 앤과 함께 했던 오두막에서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 이제 또 죽은 사람이 됐다"
또 다시 반전이다.
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한 사람은 직접 책에서 확인을...)
영화로 만들기에 딱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졌고  프랑스에서 11월에 개봉했단다.
현재 프랑스에서 최고 인기라는 로맹 뒤리스가 주연이고 (누군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가트린느 드뇌브도 출연한다.
(국내에 개봉하면 꼭 챙겨봐야겠다.)
인생을 몇 번씩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그 최종 결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꽤나 부러울 따름이다.
하긴 이런 걸 꿈꾸기엔 내가 가진 재능(?)이라는 게.
참 치명적으로 전무(全無)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