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10. 9. 16. 08:05

<마이 짝퉁 라이프> - 고예나

마이 짝퉁 라이프

1984년생 작가 고예나.
이 책으로 2008년 제 3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26살이니 그야말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춘이죠.
일종의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것보다 조금 더 가벼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심각한 고민없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죠.
딱 20대의 여자가 쓸 수 있는, 그리고 딱 20대의 여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아니 현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인공 나(이진이)는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휴학생입니다.
그리고 그녀 주위의 인물들인 가슴 큰 친구 B, 남자만 생기면 연락두절이 되버리는 R,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의 아는 남자 Y, 매일 다정한 문자를 보내주는 K까지...
이런 내용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사는 현실이 정말 이런 곳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아무 감정 없이 원나이트를 즐기고, 카드 빛에 쪼들리면서도 연예인을 꿈꾸며 성형수술을 감행하고, 순결서약한 애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민하고. 브랜드에 과도한 열광과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그래서 진짜가 아니라면 그럴싸한 “짝퉁”이라도 들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짝퉁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그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내가 하면 진짜처럼 보일 거라고...”
그들의 삶 자체가 “짝퉁 라이프”로 변해가는 것도 모르면서 말이죠.

예전에 친구와 동대문에 가방을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가방을 구입할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딱 두 가지, 바로 크기와 무게입니다.
웬만한 두께의 책 2권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거기에 개인물품까지 넣고 다니려면 무게 역시 최대한 가벼운 게 좋죠.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찾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말하더군요.
“특A 있어요~~” 라고...
저는 처음엔 특A라는 게 S, M, L, XL 처럼 가방 크기를 의미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한테 특A면 크기가 얼마나 되는 거냐고 물었죠.
그때 친구를 저를 한참동안 저를 빤히 쳐다보더군요.
그 뒤에 알았습니다. 특A라는 건 가방의 사이즈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이미테이션, 바로 짝퉁을 이야기하는 거라는 걸...
어쩐지 아저씨가 은밀하게 귀에다 말하시더라... ㅋㅋ
책의 이야기 속에서 짝퉁으로 치장을 하고 친구들 앞에 나타난 R이 말합니다.
“가짜가 많다고 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어, 가짜를 진짜처럼 생각하면 되는 거야. 가짜로 인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잖아.”
그녀의 말처럼 우리나라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을 만드는 이미테이션 천국이 되어 버린 건 어쩌면 충분히 행복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가짜가 진짜일까. 진짜가 가짜일까.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만든 진실이 미워지면 너만의 가짜를 만들어라. 네가 원하는 그 상상이 진짜다. 네 진심이 깃든 상상으로 이 세상에 복수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

“짝퉁”으로 치장한 사람들의 “짝퉁 라이프”
단순히 손가락질과 혀를 차며 쳐다볼 일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짝퉁 라이프”가 급기야는 우리의 인간관계까지도 매우 “짝퉁스럽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나의 “짝퉁스런 삶”을 보고 누군가 부러워해주길 바라는 마음.
나의 “짝퉁스런 감정”에 누군가 깜박 속아주길 바라는 마음.
그 “짝퉁스러움”이 이제는 사랑이라는 영역에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죠.
주인공 진이는 매일매일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K의 문자를 받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챙기라는 문자를, 그녀가 입으면 어떤 옷이든 귀여울 거라는 다정한 문자를 보내는 K.
진이는 그 K의 문자에 위로받고 힘을 얻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구질구질한 거라고 말하는 주인공 이진이.
하지만 그녀의 K는,
사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가상 애인 문자 서비스였습니다.
사랑에 매번 실패하는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랑함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감정을 받아들일 자신이 이제는 없었던 거죠. 왠지 옛날과 똑같은 절차를 밟을 것만 같았기에...
그러면서도 결코 타인에겐 사랑 못하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
사랑을 하는 척, 연애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던 겁니다.
“..... 난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내 존재의 증명이 되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어. 사람들은 같이 있을 땐 얼마든지 척할 수 있어. 척하는 건 쉬우니까. 중요한 건 같이 있지 않을 때야. 나에게는 매일같이 오는 문자가 소중했어. 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직 보지 않은 문자 한통을 보면 온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사랑받는 사람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혹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
그 “OO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삶이 바로 “짝퉁 라이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이 일류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타인이 나를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본다는 “착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착각의 늪”이 결국 숱한 “짝퉁 라이프”를 만드는 원인이 되는 셈이죠.
그러나 특별함의 가치라는 건 더 심오하고 더 깊은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열 배, 스무 배는 더 노력해야만 하겠죠.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할 필요는 절대로 없을 겁니다.(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온전히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짝퉁”의 오명을 벗고 “명품”의 가치를 획득하게 될 거라 믿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신 삶의 가치,
그 “명품”과 “짝퉁”의 차이가
오늘 하루 당신의 삶 속에서 그대로 나타나길 희망합니다.

* 글을 쓰다 보니, 왠지 책의 내용과 많이 동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 책에서부터 생각이 시작된 셈이니까요... ^^
  Killing-Time 소설입니다.
  요즘 20대의 삶과 성, 생각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20대의 삶이 다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30대 끄트머리에 있는 저에게 이 세계는 너무나 비현실적일 뿐입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 바로 그거네요...
  책과 관련해서 어쩔 수 없이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4억 명품녀 김경아"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네요.
  기사를 보면서 이 정도면 정신병 수준이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문제가 점점 더 시끄러워지네요.
  오늘 아침에는 의사인 전남편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여자 때문에 결국 파산했고 병원도 잃고 현재는 봉직의를 하고 있다면서 그녀 삶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네요.
  참, 세상 무서운 곳입니다.
  이제는 차라리 "짝퉁스러움"의 미덕을 찬양해야할 것 같네요.
  이 정도면 순도 100% 무결점 "짝퉁"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쩝!
  누구 말이 맞든, 틀리든 이런 걸 프로그램이라고 내보낸 케이블 TV도 제 눈에 한심할 뿐입니다.
  짝퉁도 못되는 것들의 진흙탕 싸움이 지저분하게 게속되겠네요.. 끌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8. 14. 04:31

<로스트 심벌> - 댄 브라운

 로스트 심벌. 1

조물주 몰빵이론...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을 소개하면서 뜬끔없이 조물주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댄 브라운을 떠올리면 전 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론(?)이 떠오릅니다.
“조물주 몰빵이론”이란 조물주가 한 사람에게 다재다능함을 좀 과하게 몰아서 빵빵하게 주시는 걸 뜻하는데요 댄 브라운이 딱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판권도 엄청난 가격으로 팔리고 있고, 게다가 외모 또한 도무지 작가스럽지 않게 잘 생겼습니다. 하다못해 대머리도 아니고 그 흔한 뱃살조차도 찾아볼 수 없으니 참 할 말 다했죠.
기호학이나 수사학을 전공한 것도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닙니다.
참 작가라는 세계... 신비하고 놀랍죠?
기호학과 수사학의 대가 움베르트 에코의 탐미이고 지적인 세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댄 브라운이 만들어낸 이야기 속의 기호학과 수사학도 우리 같은 문외한에게 마냥 신비롭고 흥미롭기만 합니다.
신비주의와 모험심의 화려한 조화라고 할까요?
전 개인적으로 현대판 인디아나 존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디아니 존스는 시간 경과가 꽤 많은 편인데 댄 브라운의 세계는 그 시간조차도 짧아 24시간을 넘기는 법이 없죠. 그런 긴장감과 속도감은 댄 브라운의 이야기를 빠르게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책 <로스트 심벌>은 급기야 24시간도 채 안 되는 12시간동안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2권의 책을 아주 빠른 속도로, 그리고 흥미를 계속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죠. 좀 덤덤해진다 싶으면 새로운 암호가 등장하고 또 다시 암호를 풀기 위한 모험 내지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프리메이슨의 피라미드를 둘러싼 비밀과 진실들...
감춰진 걸 들춰내고 싶고 숨겨진 걸 끝내 드러내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되는 특징인 것 같습니다.
폭로 및 누설에 의한 쾌감과 짜릿함.
문학과 영화가 지구상에서 성공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전작인 <다빈치 코드>에서 맹활약을 펼친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과 교수인 로버트 랭던의 활약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전작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인물이 돼서 말이죠.
상징과 암호로 둘러싸인 워싱턴 DC를 무대로 도시 곳곳에 숨겨진 프리메이슨의 놀라운 암호를 하나씩 파헤치는 12시간의 목숨을 건 사투가 전개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매력은 풍부한 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대체 이 모든 지식들과 상징들을 어떻게 책 속에 다 담을 수 있었을까요? 단지 나열만 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이렇게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계속 만들어 간다는 게 마냥 신기롭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양파같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네요.
달달하기도 하고, 독하기도 하고, 반복적이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어쨌든 끝장을 궁금하게 만들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결국은 넘기게 만드는 이야깁니다.
대중작가니, 흥미위주의 소설만 쓴다느니, 너무 영화제작을 염두에 두는 소설이라느니 하는 논쟁을 떠나서 댄 브라운의 플롯 구성력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퍼즐같은 이야기 조합능력은 누구라도 부러워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로스트 심벌>
로버트 랭던 시리즈가 이제 3편이 완성된 셈인가요?
아마도 댄 브라운은 자신의 분신에 해당하는 “로버트 랭던”이란 아이콘으로 한동안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 같습니다. 역시나 쉽게 놓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이란 생각에 동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순서가 뒤바꿔 출판이 됐지만 로버트 랭던의 등장은 <천사와 악마>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천사와 악마>에서는 일루미나티(Illuminati)에 대한 비밀과 역사를, <다빈치 코드>는 시온수도(Priory of Sion) 혹은 템플기사단의 성배와 관련된 비밀과 역사를 파헤칩니다. 그리고 <로스트 심벌>까지...

어느날 로버트 랭던은 멘토이자 친구인 피터 솔로몬으로부터(정확히 말하면 그의 비서로부터) 갑작스런 강연을 부탁받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하죠.
비서는 랭던이 잊고 있었던 오래 전 피터가 부탁한 것을 함께 가지고 와 달라는 말을 전합니다.
촉박한 시간에 쫒기면서 도착한 국회의사당 로툰다...
그곳에서 랭던을 기다리고 있는 건 강연회가 아닌 몇몇의 관람객과 피터의 잘린 오른손이었습니다.
각 손가락 끝에는 고대의 아이콘인 프리메이슨의 다섯 개의 상징 왕관, 별, 태양, 호롱불, 열쇠가 문신으로 남겨져 있고 손바닥에는 SBB13 이라는 암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피터를 살리기 위해선 암호를 언젠까지 암호를 풀라는 범인의 전화가 이어지죠.
게다가 국가안보를 운운하며 나타난 CIA 보안실장까지...
결국 멘토 피터의 손이 이 모든 미스터리로의 초대장이 된 셈이네요.
프리메이슨이 미국에 숨겨놓은 비밀의 피라미드.
그 프라미드가 최종적으로 말하 고대의 수수께끼는 오래전에 축적된 비밀스러운 지식의 체계를 가리킵니다. 이 지식과 관련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것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강력한 능력을 일깨워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지요. 뭐 별로 신빙성이 있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능력을 손에 넣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신성시한 말라크와의 긴 추격같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반전과 반전들. 그리고 충격적인 피터 가문의 숨겨진 이야기들.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칙릿소설과는 또 다른 Killing time 소설이죠.
워싱턴 D.C, 미 국회의사당에 이렇게 많은 암호와 상징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고 그것들을 가지고 현대판 인디아나 존스를 만든 댄 브라운도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상상력과 사실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때를 같이해서 <로스트 심벌 가이드북>이라는 책가지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엔 생소한 프리메이슨이란 신비주의를 소설을 통해 해석한 책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극한 영업마인드에서 출판된 책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댄 브라운이 쓴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미술학자(?)에 의해 쓰여졌죠.
아마도 뭔가의 목적을 위해 쓴 책이긴 하겠지만 제목이 너무 노골적(?)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이 책에 숨겨진 이야기가 별도의 책이 필요한 만큼 다양하고 비밀스럽다고 해석해도 무방하긴 하겠지만 말이죠.
얼마전에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드라마 “아이리스”가  서울의 명소를 카메라 안에 담아 화제가 됐었죠.
한류를 넘어 헐리우드로 진출한 이병헌을 등장시킨 “아이리스”는 다른 나라에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광화문 네거리를 차량통행을 반나절동안이나 전면통제 시키는 전무후무한 이변을 낳기도 했습니다. 대대적인 전투장면 촬영을 위해 서울시에서도 이례적인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을 읽으면서,
아 조만간 워싱턴 DC를 로스트 심벌과 결합한 여행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국회의사당의 지하실,  미의회 도서관, 스미소니언 박물관, 하우스 오브 템플 등 워싱턴의 곳곳을 누비며 미국의 역사적인 명소들을 재조명한다.
꽤나 구미가 당기는 여행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로스트 심벌>은 미국에서 발매 첫 주에 200만부가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다빈치 코드>가 8100만부, <천사와 악마>가 4500만부가 팔려나갔다고 하는데 이 기세로 계속 나간다면 두 책을 훨씬 뛰어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네요.
댄 브라운 자신도 아마 그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고 만들어준 <다빈치 코드>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번 책이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지적이긴 합니다. 뭐 헐리웃 액션스러운 영웅주의가 좀 과하게 첨가되긴 했지만...)
또 다시 톰 행크스도 바빠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구요. ^^
혹시 지금 우울한 상태에 있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만큼은,
우울한 마음에 저 멀리 사라질테니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1. 06:31
일  시 : 2010. 04. 17. ~ 2010. 04.25.
장  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  본 : 노시노부 코죠우
연  출 : 류주연
출  연 : 남명렬, 예수정, 김정영, 오일영, 장용철, 권지숙, 김원진, 신용진, 신용숙,




"잠들지 못하는 아빠와 일어나지 못하는 나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불행해?"
어느날 딸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아빠는 어떤 대답을 딸에게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딸이 이미 3년 전 무참히 살해당한 딸이라면?
연극 <기묘여행>의 시작은 이렇다.
자신의 베개가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아빠와
꼭 그 자명종 소리여야만 잠에서 깰 수 있는 딸의 실랑이는
차라리 마음이 들뜨게 만들고 심지어 다정한 모습에 귀엽성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여행의 비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여행가방을 정리하는  아빠의 가방 속에
청테이프, 로프, 염산, 드릴, 전기톱이 하나씩 등장하면
극은 분위기는 묘한 반전을 이룬다.
그래, 정말 이 여행은 <기묘여행>이 되겠구나...

 

연극 <기묘여행>의 원작은 2004년 일본의 토시노부 코죠우가 쓴 작품이다.
살해당한 딸의 부모(남명렬, 예수정)와 딸을 죽인 청년의 부모(오일영,김정영)가 만나서
사형이 확실시 되고 있는 살인자의 면회를 위해 함께 교도소를 찾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극에선 묘하게도 살인의 동기나 정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의도적인듯...)
그러니까 딸의 아버지는.
지금 여행가방을 싸면서 혹시 있을 기회를 위해 철저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무거운 가방은 그래서 이제 의미가 부여된다.
기회가 왔을 때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니까,
그 짧은 순간에 가능한 모든 방법 중 한가지를 확실하게 선택해야 성공시켜야 하니까...
반대로 가해자의 부모는 지금 "희망"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중이다.
항소를 포기한 아들에게 "살아야만 속죄도 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가능하다면 피해자 부모가 아들에게 이 말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그것도 여러번...)

이들의 1박 2일의 여정은
지금 방금 이렇게 시작됐다.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의 동행...
  

 

우리나라 무대 배경은 일본의 배경과는 많이 다르지만
무대 뒤를 따라 둥그렇게 나 있던 길과 분위기 따라 달라지던 스크린 배경은
때론 아름답기도, 때론 섬득하기도 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살인과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왠지 이질감과 동감을 동시에 주는 코믹한 설정들과 대사들.
교도관이었을때 사형집행 경험이 있다고 말한 코디네이터 "테라하라"의 한 마디가 귀에 선하다.
"인권이 도대체 뭡니까?"
연극은 피를 토하듯 섬득하면서도 평화롭고 고요하다.
이들을 감싸는 묘한 기운에 나는 평온함마저도 느낀다.
그러나 진짜 그럴까?
"눈 뜰 수 없는 난 너무 불행해!"
극에 나오는 모든 이들의 심정이 살해된 가오루의 심정과 같지 않았을까?
지금도 자신의 마음은 살의로 가득하지만 죽일순 없다고 말하는 아빠와
무표정한 얼굴로 사건을 지켜보다
살해자와의 면회에서 가오루를 돌려달라며 의자를 집어던지는 엄마 역시도
결국 눈 뜰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건 아닐까?
이들을 눈 뜨게 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가오루라는 자명종 하나 뿐인지도...



이상하지?
난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면서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그 느낌의 시작은 딸이 아빠에게 들려주는 칼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이야기할 때부터였다.
"뜨거운 물을 끼얹는 것 같이 뜨거워져서 소리가 났어!
 칼이 밀리는 소리, 피가 막 흘러나오는 소리.
 몸안으로부터 직접 들리는 우물거리는 이상한 소리
 어떤 악기로도 낼 수 없는 소리. 잊자마!, 아빠!"

혼(魂)인 딸의 대사가 끝나고
무대 스크린이 피가 튀듯 검묽게 변해가는 장면에선 "번쩍!"
휴즈가 끊겨버린다.
강렬하고 치명적인 뭔가가 가슴을 그대로 들이받는 느낌이다.
그래, 이제 이 말(馬) 위에서 도저히 유턴할 수는 없겠구나....

 <연출가 류주연>

살해된 딸 가오루의 아버지역으로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갔던
배우 남명렬 역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극의 마지막 부분을 꼽았다.
“살의로 가득하지만 도저히 죽일 수는 없다”
원혼(怨魂)인 딸 앞에선 복수하겠다 말하고 철저히 준비하지만 
결국 사형수 앞에선 무방비상태로 땀만 뻘뻘 흘리다 나오는 아버지.
인형을 찌르는 장면에서는 배우 입장에서 굉장히 연기하기 어려웠노라 그는 말한다.
더불어 관객들도 그 장면에서 배우가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까지도 전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머릿속에 있는 풍경 중 어떤 게 진짜일까?”
당신이라면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연극 <기묘연극>
생명과 인간 존엄에 대한 이야기 이전에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폭로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2. 25. 13:17
 <공무도하> - 김 훈


공무도하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김훈의 글들은 단 한 번도 서정적이지 않았죠.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었으며, 심하다 싶게 물고 늘어져 집요하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끔찍스럽게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했던 사람, 그리고 여행과 자전거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직업을 작가가 아니라 자전거레이서라고 소개하는 61살의 김 훈.

<밥벌이의 지겨움>, <풍경과 상처> 제가 만난 김훈의 첫 책들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행 산문들 <자전거 여행 1, 2>와 <바다의 기별>.

오히려 그의 소설은 뒤늦게 찾아 읽은 셈이네요.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강산무진>, <남한산성>, 그리고 <공무도하>까지...

여전히 연필과 원고지로 글쓰기를 고집하는 너무나 아날로그적인 그가 지난 5월 네이버를 통해 자신의 여섯 번째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역시나 김훈답네요.

소설을 연재하면서 단 한 번도 댓글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말하는 그.

독자와 작가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름다운 관계라고 그는 말합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는 말했습니다.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다.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다."

이 책, <공무도하>

서정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결코 서정적이지 않습니다.

비굴과 굴욕, 치사와 번잡스런 인간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죠.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에 속지 말라는 충고 또한 함께 드립니다.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 (당내공하) : 가신님을 어이 할꼬


기억하십니까?

술에 취해 강을 건너다 물에 휩쓸려버린 남편(백수광부)를 바라보며 애절한 노래를 불렸던 백수광부의 처.

학창시절에 이 고대가요를 배웠을 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백수광부의 처는 남편이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직접 말리지 않고 보고만 있었는지를...

그러나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세상엔 말릴 수 있는 것과 말릴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말이죠.

이 책 <공무도하>는 이 땅의 숱한 백수광부와 그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숱한 백수광부의 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이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장철수라는 인물의 입을 통한 발설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다수의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들이 건넌 물보다 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부끄러움도, 죄스러움도, 비밀스러움도 그들과 함께 기꺼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건너갑니다.

동료를 배반하고 풀려남으로써 고향 창야를 등지게 된 운동권 출신 장철수, 소방서 인명구조 특공조장 박옥출은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4억 5천 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들고 나와 장물로 팔아넘깁니다, 치매기 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비닐하우스에 버려지듯 살던 아들, 그 아들이 친구처럼 키우던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을 뉴스로 보고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 어미 오금자, 본처가 있는 줄 모르고 속아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베트남 여성 후에. 물막이 공사 크레인에 깔려 사망한 딸의 보상금을 몰래 수령하고 사라진 아비 방천석...

숱한 백수광부들은 지금 “해망(海”望)이라는 도시에 모여 있습니다.

바다(물)를 바라본다는 뜻의 해망!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는 “바라봄”이라는 그 아득함과 노곤함, 그리고 무력감이 오랜 상처처럼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백수광부를 바라보는 백수광부의 처 문정수, 노목희.

일간지 사회부 기자 문정수가 노목희를 찾아오는 밤이면 그는 추적할 수도 없고 전할 수도 없는 숱한 백수광부들의 세상을 노목희에게 말합니다.

노목희는 그를 다독이며 진심으로 답합니다.

“냅둬... 제발 좀 그냥 냅둬!”

그래요, 어쩌면 진실을 폭로할 자신이 없다면 우리 모두 백수광부의 처가 되어 그저 손끝으로만, 애타는 심정으로만 물을 건너는 남편을 말릴 수밖에 없을 테죠.

그리고 우리가 건너야 하는 게 어디 물 뿐이겠습니까!

물보다 더 한 것들을 건너고, 물보다 더 한 것들을 건너는 사람을 이편에서 그저 보고 있기만 해야 하는...

그래서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비루하고 던적스럽고 소란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적나라하게 겹쳐지는 우리네 현실과 만나야 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매향리 미군폭격훈련장, 의정부 미순∙효선 사건, 동남아시아 여성 상대의 국제결혼, 가족의 해체와 남겨진 아이의 버려짐. 그리고 업무상 배임, 장기밀매와 투기, 정부주도의 독점사업에 이르기까지...

벌거벗겨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 봐야하는 부끄러움과 민망함도 있습니다.

“증발과 해체는 숨막혔고 스산했다.”

이 문장에 저는 그만 턱하고 숨이 막혔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이 모든 게 하찮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알까요?

그 하찮은 소리가 너무나 유혹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런 이유로 비록 하찮을지라도 쓸데없는 일이 되버리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말이죠.

작가 김훈은 고백은 그래서 차라리 속이 시원해지기까지 합니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이 책 <공무도하>

강을 건너가지도 못하고 물가에 선 사람에게 재차 묻습니다.

이제 어찌 할지를 말이죠...

김 훈,

그의 글은 때로는 너무 정직해서 오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무딘 칼끝을 가지고도 그는 예리한 상처를 남길 줄 아네요.

벌려진 상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백수광부의 처가 지금 여기 오도카니 남아있습니다.


* 11월부터 그가 다시 새로운 글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예 대놓고 공표했습니다.

  “독자들이 바라는 희망이나 위안은 아주 인색하게 주고,

   독자를 고문하고 들들볶아 극한까지 고통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고문관이 되어 돌아올 그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극한의 고통...

   그 길을 기꺼이 동참하겠노라 저 또한 대놓고 말하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10. 06:06
이상하지?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지 않은 작가 중 한 사람인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들은 모두 읽게 된다.
(참 모순인긴 한데....)
그녀의 글이 싫은 건,
문제의식은 있지만 어쩐지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
약간 무책임한 까발림성 폭로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가 인터넷 포탈 싸이트 다음에 연재했던 소설을
책으로 출판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소설 <도가니>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은 펄펄 끓으며 모든 것을 녹여내는
도가니보다 더 처절하고 비참하다.



이 시대를 나처럼 살아가고 있는 염연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그리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히 무시되고
한쪽으로 치워지는 장애우들.
소리치지 못하는 청각과 입을 가진 어린 생명
그들에게 향하는 온갖 추잡한 행위들, 시선들, 폭언들...
마치 내가 그들을 더럽힌 그 손의 주인인 것 같아
죄스럽고 부끄러웠다.

공지영...
그녀가 나를 더 처절하고 부끄럽게 만들어줬다면
그랬다면 오히려 내가  덜 죄스러웠을텐데...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무겁다.
그리고
그 한장의 무게가 너무 힘겹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27. 06:25
 <메신저> - 마커스 주삭


메신저


마커스 주삭!

2008년 <책도둑>이란 2권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상당히 새파랗게 젊은 작가! (고백컨대 개인적인 시기심 엄청 심난하게 들어있습니다)

순서가 좀 많이 뒤바뀌긴 했지만 <책도둑>보다 먼저 쓴 그의 책 <메신저>가 뒤늦게 번역돼  우리나라에 소개됐네요.

<메신저>라....

제목에서부터 이미 너무 많을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걱정부터 앞섭니다.

“어라! 이 사람, 도대체 메신저라는 제목을 이렇게 대놓고 정면에 내세우고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 걱정은 역시나 쓸데없는 기우였습니다.(그리고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개인적인 몹쓸 놈의 시기심 등장합니다....)

재미! 

여기서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의 말투를 잠시 빌리렵니다.

“재미요? 그거 안 읽어 봤으면 말을 마세요~~”


에드 케네디.

19년 동안 내내 별 볼일 없이 오히려 한심의 축에 더 많이 몸을 담그고 살아온 불법 택시 운전사를 이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더불어 소위 노는 물이 같은 세 명의 절친들까지도요.

2명의 남자 친구들 리치, 마브, 그리고 1명의 여자 친구 오드리(비록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에드가 짝사랑하고 있는 오랜 친구랍니다 ^^)

우연히 은행 강도를 붙잡아 졸지에 잠시 동네 우상이 된 에드는 어느 날 우편함에서 세 개의 주소가 적힌 다이아몬드 에이스 카드 한 장을 받게 됩니다.

별 볼일 없던 에드가 메신저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네요.

카드에 적힌 주소로 찾아간 에드는 그곳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받게 될 세 명의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게 됩니다.

밤마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는 남자와, 이미 한참 전에 죽은 남편 지미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노년의 밀라, 그리고 매일 아침 맨 발로 달리기를 하는 소녀 소피까지...

어쨌든 이 세 명에게 성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에드. (그 과정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라고 말한다면 좀 얄미울까요? 그래도 그리 하렵니다... ^^)

왠지 모를 평온함과 행복감에 잠깁니다.

매일 밤 엄마가 아빠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딸 안젤리나가 어느날 에드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릴 구해주러 왔나요? 노력은 해줘서 고마워요”

애드가 첫 번째로 전달한 메시지는 아마도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모든 "노력",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집으로 돌아온 에드에게 또 다시 클럽 에이스 카드 한 장과 짧은 편지가 건네집니다.

“고향의 돌에게 기도하라”

에드는 이 일에 선택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소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일이 자신에게 주어졌음을 점점 인정하게 되고 결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렵게 찾아낸 “고향의 돌”에 적혀 있는 세 명의 이름.

토마스 오라일리 신부의 텅 빈 성당을 사람으로 가득 찬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아이스크림 하나로 생계에 지친 어린 어머니 앤지 카루소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리고 비록 온 몸에 멍이 들긴 했지만 개빈 로즈의 금이 간 형제애를 회복시키는데도 성공합니다.

두 번째 메시지는 "관심"이었을까요?


세 번째 카드인 스페이드 에이스도 에드를 찾아 왔네요.

역시나 3명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작가들 이름이네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에드는 책 제목과 책에 표시된 페이지를 연결해 드디어 세 개의 주소를 알아냅니다.

이 메시지 안에는 어쩌자고 에드의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네요.

살짝 금이 간 부분을 애써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

“왜 날 그렇게 미워하세요?”

아들의 질문에 어머니는 답을 합니다.

“왜냐하면 널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거든. 넌 여기 있어. 바로 그게 문제야”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이 이 구질구질한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죽게 될까봐 싫었던 겁니다. 오히려 둘째 아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말이죠.

망연자실해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한 마디 말을 더 남깁니다.

“사랑이 아주 커야만 너를 이렇게 미워할 수 있는 거야”

세 번째 메시지는 이해를 통한 "감사"였던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힘들긴 하겠지만 에드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결국은 감사하게 될 거라는 걸 믿습니다. 다른 두 명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에드는 혼자 생각합니다.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예요. 만일 내가 이곳을 떠난다 해도 먼저 여기서 더 나은 사람이 된 다음에 떠날 거예요.”라고...


네 번째 카드, 에드의 손에 남겨진 하트 에이스에는 세 개의 영화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옷가방>, <캣 벌루> , <로마의 휴일>

어쩐지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런데 이 세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혹은 배우의 이름이 바로 에드의 별 볼일 없는 세 명의 친구들 이름과 일치합니다.

영화 순서대로 리치, 마빈, 오드리까지...

이제 에드는 순서대로 이들의 메신저가 돼야만 합니다.

늘 함께 너저분한 방에 모여 허접한 카드놀이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

항상 너무나 친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고 내내 착각했던 친구들에게서 고백되는 "진실"들.

그러네요. 세상 모든 사람에겐 누구나 비밀이 한 가지씩은 있다는 거.

그 비밀을 폭로가 아니라 고백해야만 비로소 진실이라는 자유와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거.

어쩐지 이 네 명의 친구들이 이제는 우정 그 이상의 울타리를 얻게 될 것만 같습니다.


에드는 이제 마지막 카드가 될 조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길 세 명의 사람은 과연 누가 될지....

그러나 전달 된 마지막 카드 조커에는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3명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주소만이 쓰여 있습니다.

“시핑 스트리트 26번지”, 바로 에드 자신의 집 주소죠.

책의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데 이 이야기는 이제야 진짜 시작되려는 것 같습니다.

에드는 과연 마지막까지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에드의 집,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자신이 준비했다며 그 남자는 에드에게 말합니다.

“내가 그런 건 네가 평범함의 전형이기 때문이야.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 아냐”

에드는 묻습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는 대답합니다.

“계속 살아, 에드! 책만 여기서 멈출 뿐이야”

소설에 나오는 대사 치곤 꽤 독하네요.

그러나 이 책이 환상 혹은 한 여름 밤의 꿈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길 당부드립니다.

왜냐하면 에드가 받은 마지막 카드 조커는, 사실은....

에드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에게도 전달된 메시지니까요.

자, 지금쯤이면 당신은 에드의 메시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준비가 되어있다면 당신이 받은 마지막 메시지는 과연 무얼 품고 있을까요?

이쯤 되면 저 역시도 당신이 받았을 그 메시지가 진심으로 궁금해집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7. 26. 18:54
할 수만 있다면
지상에서 땅 한 뙈기 차지하기 위해
살벌한 싸움 하기 보다
저 하늘 위에 
한뼘 자리 차지하고 앉아
마냥 내려다 보고 싶다.



비 온 뒤, 하늘
구름이 품은 그 다음 세계를
훔쳐보다.



들을 수 있다면
그대로 주저 앉아 귀 기울이고 싶은 마음.
나는 오늘 하루도
하늘 사람 되고 싶었다고....



꾸역 꾸역
밀려오는 구름 담은 하늘에게
은밀한 비밀 담은 소망
나도 그만
꾸역 꾸역
폭로했던 긴 하루...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22. 13:33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 비키 바이런, 브렛 워티  

듀이


반려 동물!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관계입니다.

예전에 집동물이라고 하면 키워서 먹는다는 보양(?) 개념의 축생이었는데 지금은 동반자 관계를 넘어 부모자식으로까지 발전된(?) 관계도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동반의 반려관계는 마음의 독거인(獨居人)인 그네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둘만의 긴밀한 소통으로 치유할 수 있는 묘한 “미스터리”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해도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개나 고양이를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개어머님”, “개아버님”을 보면 개념도 함께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것 같아 난감한 표정을 짓게 되죠.

주먹만한 강아지도 무지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쉽게 손에 들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눈 큰 고양이의 시선이라니......

예전부터 고양이는 영매(靈媒)로 쓰였다는데......

그래도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뭐 책 속의 고양이일 테니까요.


1988년 1월 18일, 가장 추웠던 겨울 날 !

아이오와주 스펜서 마을 공공 도서관 사서 비키는 도서 반납함에서 동상에 걸린 자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세상은 매서운 계절보다 더 세차게 몰아치는 경제 위기의 상황이었죠.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동상 걸린 네 발을 가진 버려진 오렌지색 새끼 고양이는 그렇게 해서 "듀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됩니다.

“Dewey Readmore Books"

도서관 고양이로는 아주 적절한 이름이 아닐까요?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에 새로운 식구가 된 “듀이”는 오랜 경제 위기로 희망을 잃어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사랑, 위안을 안겨 주며 마을 전체의 친구가 되어 갑니다.

그런 듀이에게도 그만의 관계맺기 방식은 있습니다.

“한 번에 단 한 사람의 마음만을 얻어간다“는.....

한 번에 단 한 사람에게만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의 문을 끝내 진심으로 열고야 마는 작은 고양이 듀이.

인맥 네트워크의 대가라고 소개해드리고 싶을 정돕니다.

그렇게 마음을 얻어낸 듀이는 급기야 도서관을 찾는 사람 각자에게 필요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줍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도 이해하고, 말벗이 필요한 노인들의 무릎 위로 올라가 기꺼이 체온을 나누며, 장애우 아이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기도 하죠.

그렇게 이 작은 고양이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 갑니다.

단지 마음을 나누는 방식, 그것 하나로 말이죠.

사람을 완전히, 못 말린 정도로 믿어주는 고양이 듀이는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되어줌으로써 사람들 한명 한명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비상한 재주꾼이기도 합니다.

실패하는 법이 없고 그리고 결코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죠.

사람의 가치는 이웃들에게 얼마나 존경받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듀이는 이미 고양이로써 사람의 가치 그 이상을 넘어서는 존재가 된 셈이네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만들어낸 큰 기적!

단지 반려 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는 서양인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누런 피부에 까만 눈을 가진 이국(異國)의 제 눈에도 이 고양이의 특별함은 인지되고도 남습니다.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상처를 숨기는 사람은 어디서든 그 티가 나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이 고양이 듀이는,

상처를 보고 아는 체를 해 주는 고양이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고도 뻔히 모른 체하고 지나쳐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과감한 반기를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설(漏泄)”

우리는 우연한 비밀을 알게 되면 크든 작든 폭로하고픈 누설의 욕망에 부딪칩니다.

그러나 아는 체를 해 달라며 온 몸으로 힘듬을 누설하는 사람을 보면 굳이 철저한 비밀보장을 맹세하며 못 본 척 고개를 돌려줍니다.

사실 그가 원한 건 그런 외면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내가 옳았다 스스로 합리화하는 건지도 모르죠.

“듀이”라는 작은 고양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건,

도서관에 버려진, 그래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별 탈 없이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는 고양이라서가 아닙니다.

듀이의 역할이 결코 스펜서 도서관의 마스코트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면 그렇게 숱한 "미투(mee too) 듀이“가 탄생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미투 듀이”의 재생 역시 “동물 학대”의 또 다른 형태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죠.

확실히 도서관이라는 곳은,

고양이가 살 만한 적당한 곳은 아닙니다.

그런 도서관에서의 삶을 선택한 “듀이”

어쩌면 작은 고양이에게도 그 사실은 하나의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라.

 인생은 물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


2006년 위종양으로 안락사하기 전까지 19년간 듀이는 자신이 선택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고양이에게 “신화”라는 단어를 쓰는 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Dewey Readmore Books"는 이제 스펜서의 신화를 넘어 전 세계의 신화로 남겨졌습니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상처를 보게 된다면,

듀이처럼 재빠르게, 듀이처럼 적절하게, 그리고 듀이처럼 진심으로 그 상처를 알아봐주고 그리고 기꺼이 소통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처!

참 고약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아픈 틈이기도 합니다.

“그 틈새로 들어가세요~~!‘

황금빛 커다란 눈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 우리도 용기 한번 내 볼까요!!!


*듀이 공식 홈페이지 : www.deweyreadmorebooks.com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3. 28. 13:48

비밀...
저 혼자서도 자라는
은밀함.


누구도 모를 거란
믿음 위에
질긴 생명으로 남아
흔적을 남기는
치명적인
생...존...본...능...


어두워도 읽혀지는
저 편의 그림자들.

가릴 수 없다면,
이제 모든 걸
폭...로...하...라...

그리하면,
남겨질
평온함을 꿈꿀 수 있을지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