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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8 체코, 프라하 - 프라하 구시청사 천문시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8. 13:50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면서 관건이 됐던건 구시청사 천문시계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매시 정각에 펼쳐지는 시계탑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었다.

못 볼 확률이 높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구시가광장을 몇 번씩 오가면서 정각에 시간을 맞춰 갈 생각을 안했다.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가림막에 쌓여진 옆모습을 보고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천문시계 정면은 아직 가려지기 전이라 아낌없이 볼 수 있었다.

천문시계가 처음 만들어진건 1490년이란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28년 전에 만들어진 시계가 아직까지 작동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중간에 100년 정도는 작동을 멈추긴 했지만 원형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놀랍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정각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는거!

우연히 정각즈음에 그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이는걸 보고 아직 한다는걸 알았다.

그래도 멈춰서 봤다.

기쁜 마음에 동영상도 찍었.

 

 

 

천동설을 기초로 만든 천문시계에는 두 개의 원판이 있는데

위쪽는 시간과 천체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아래쪽은 12개월을 상징하는 일종의 달력이다.

퍼포먼스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시 정각이 되면 펼쳐진다.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목을 뺀 채 기다린다.

정각이 되면,

윗쪽 원반 오른쪽에 있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의 왼손에 있는 모래시계가 움직이며 줄이 당겨진다.

바로 위에 있는 두 개의 창문이 열리고

예수와 12사도가 차례로 지나가며 얼굴을 보인다.

그때 해골 좌우에 있는 3개의 인형들도 함께 움직인다.

해골 옆에 있는 터번 두른 터키인은 두려움을,

반대편 지갑을 든 유대인과 탐욕을, 거울을 든 사람은 허영를 상징한다.

마무리는 제일 위에 있는 황금색 수탉이 담당한다.

짧고 강력한 한 번의 울음.

못 볼거라 생각했기에 그 짧은 순간의 목격이 마냥 기쁘고 행복했다.

(내가 다녀온 직후 복원을 위해 전면 해체에 들어갔다고...)

 

 

 

밤의 천문시계는 낯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개인적으론 밤의 느낌이 훨씬 다.

뭐랄까...

내가 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

시간의 파노라마가 내 앞을 스쳐가는 것 같다.

528년이라는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힘이 쎄다.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아주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