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8. 2. 1. 08:44

슈퍼문에 개기월식.

그리고 블러드 문까지.

달이 이상해지면 땅 위에도 무슨 일이 생긴다던데.

저녁 9시 경에 하늘을 보니

개기월식이 시작되고 잇었다.

한창 고흐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어선지

고흐의 샛노란 황금빛 달빛이 생각났다.

달빛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더 정확하게는 미치게 한다.

마치 월광(月光) 속엔 빛보다 광(狂)이 많다는걸 잊지 말라는듯.

 

 

낮에는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왕성하게 공연을 하셨던 분인데...

그의 작품 "미궁"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

그건 달의 뒷면 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황병기는 달의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억지처럼 들리겠지만

블러드문이 나는 황병기라는 큰 분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하늘의 눈물처럼 보였다.

뚝뚝뚝.

붉은 눈물이 떨어진다.

누군가 그랬다.

하늘 저편엔 천재들만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고.

그 마을에선 지금쯤

귀(貴)하고 귀(鬼)했던 그분의 연주가 시작되고 있겠댜.

 

불귀(不歸) 황병기.

영면하소서...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11. 08:23
제주돌문화공원서 공연 형식 전통 혼례 -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이렇게 제주의 열린 공간, 대자연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결혼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현대무용가 홍신자(70) 씨가 독인 출신의 한국학자 베르너 삿세(Werner Sasse. 69) 한양대 석좌교수와 혼례를 치른 9일 오후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에서는 청명한 가을 날씨 만큼이나 아름다운 결혼식이 펼쳐졌다.
'홍신자 시집가는 날'이란 이름으로 열린 이날 결혼식은 예식과 공연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오후 3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하객들이 연꽃차(茶)를 나누며 시작된 결혼식은 홍씨가 이끄는 '웃는돌 무용단'이 1천300여㎡ 규모의 하늘연못에 꽃잎을 뿌리고 신랑신부가 그 위를 건너 중간에서 만나는 퍼포먼스에서 절정을 이뤘다.
또 서도소리 명창 박정옥 선생의 주례로 진행된 혼례에서 전통 평양식 혼례 복장을 입은 홍씨와 삿세 교수는 각각 가마와 말을 타고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홍씨와 인연이 있는 무용가들은 태평무 등을 추며 신랑신부의 하나됨을 축복했고, 하객은 물론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은 방문객들까지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했다.
또 한글날을 맞아 결혼식 중간에 하객 모두가 일어나 '한글날 노래'를 부르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 됐다.

홍씨는 지난 9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 갤러리 개관식에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무용으로 재현하는 등 제주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한 미술전시회에서 처음 만난 뒤 몇 차례의 여행을 함께 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져 지난 4월 삿세 교수가 거주하는 전남 담양의 목조 기와 한옥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홍신자씨는 1967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뉴욕에서 춤에 입문, 1973년 파격적인 형식의 무용 '제례(祭禮)'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30대 후반에 훌쩍 인도로 떠나 라즈니쉬로부터 명상과 구도의 춤을 익히고 1993년 귀국해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서 '웃는돌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베르너 삿세 교수는 독일인 최초의 한국학자로 40년 이상 한국과 인연을 맺어오다 2006년 한국으로 아예 이주했다. 유럽한국학협회(AKSE) 회장을 지냈으며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독일어로 처음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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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 역시 홍신자라고 생각했다.
황혼의 로맨스라고?
아니 누구보다 젊고 정열적인 모습이라 놀랐다.
마치 연못에서 피어나는 순백의 수련을 바라보는 느낌.
이렇게 아름다눈 신랑 신부의 모습을 또 언제 봤을까?
결혼식의 의미보다 문화예술의 한마당으로 만든 홍신자, 베르너 삿세의 부부의 그 일탈과 일상이 나는 너무나 부럽고 아름답다.
"홍신자 시집가는 날"
얼마나 이쁘고 정직한 이름인지...
넘새스럽지 않느냐고, 다 늙어 주책이라고 웃지 말자!
참 아름다운 청춘처럼 그들은 젊고 아름답다.
황혼도 이렇게  순백으로 젊을 수 있구나...
나는 그 젊음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황병기의 <미궁>만큼 내게 미궁같았던 무용가 홍신자!
이제 그녀는 가장 젊고 가장 아름다운 순백의 신부로 태어났구나...
진심으로 아름답다.
꼭 잡은 두 손이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15. 05:49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주 목요일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선생님의 강의가 있어서 오랫만에 양화진을 다녀왔다.
<침향무>, <비단길> , <미궁>, <춘설>, <달아 노피곰>
"황병기의 음악은 모순을 명상하는 것이다"
"하이스피드 시대의 정신적인 해독제다"
그의 음악에 대해서 사람들은 말한다.
나 역시도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가만히 있게 된다.
그리고 그건 책을 읽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완벽한 고요함이자 경건함이다.
바짝 다가와있는 내면과의 조우...
때로는 현실처럼 섬득하고 때로는 꿈결같이 황홀하다.



황병기 선생님은 1936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사회자 김종찬님이 청중들에게 정통적인 서울 사투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뭐랄까, 말씀하시는 게 꼿꼿하고 단정하셨다.
(그런데 지금 서울 사람들이 서울 사투리를 알까?)
가야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병기 선생님은 음악이 아닌 법학을 전공하셨다.
서울대 법대 2학년 때 KBS 주최 전국 국악 공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단다.
사실 본인은 가야금을 업으로 삼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극장지배인, 화학공장 관리인, 영화사 사장 등 여러 직업을 거쳤고
38살에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가야금을 놓치 않았고 대학에서 계속 가야금을 가르쳤다고 한다)
본인은 15살에 가야금을 처음 알게 됐는데
모든 악기 연주는 정신적인 수양이나 연주가 아니라 육체적인 연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매일 단련해야만 한다고...



선생님은 한국음악을 두고 음 하나하나가 마치 붓글씨를 쓰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강연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다.
청구영언에 나온 시조 한 소절을 불러주셨는데
정말 딱 그 느낌이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한국의 소리는 실한 소리, 영근 소리, 공력이 담긴 소리라고 한다.
그래서 공든 힘이 담겨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그런 소리를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씁쓸할 뿐이다.
어쩌다 우리는 클래식보다 국악에서 더 멀어지게 됐을까?
소위 가방끈이 길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우리 음악을 더 안 듣는다는 선생님의 지적은
스스로도 면목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방끈도 길지 않으면서 나는 왜 국악을 모르는가...)



한국음악이 지향하는 것은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희열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우리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점점 듣지 않게 되고 멀어지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단다.
음악을 듣는 것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더불어 예술을 향유하는데까지 애국심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는 충고도 남기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솔직히 우리나라 음악 교육은 전혀 애국심 운운할 꺼리조차 없긴 하다.
멀리도 아니고 내가 중고등학교다닐 때만 생각해도
음악시간에 국악을 배웠던 기억은 고작 서너번에 불과했던 것 같다.
어릴때부터 배우고 접해야 들을 줄도 안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은 우리 음악과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달라졌으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황병기의 "비단길">

황병기 선생님은 지금 74세다.
강연이 끝난 후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만약에 음악을 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38세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선생님의 대답이 참 멋지셨다.
"늙어 가는 재미가 활홀하다"
그러고 싶다.
나중에 나 역시도 고희가 훨씬 지났을 때
스스로에게 늙어가는 재미가 황홀하다 말할 수 있기를...
그렇다면
일가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황병기 선생님의 말씀은
그분의 해왔던 가야금 연주만큼이나 청연했고 고요했고
그리고 평온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2. 25. 06:00

오늘 같은 날씨에 읽기에 딱 좋은 소설.
그동안 폴 오스터의 책들을 그래도 꽤 읽었고
그 책들 모두 재미있었지만
이번에 읽은 <환상의 책>이 제일 마음에 든다.
왠지 묘한 이질감과 미궁 속에 빠지는 느낌.
책을 읽는 내내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의 "미궁"을 떠올렸다.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괴기스러운 음악을 차마 끌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나는 완전히, 그리고 완벽히 얼어있었다.
그대로 고정돼버렸던 무시무시한 기억.
내가 간직한 최고의 아름답고도 섬뜩하고도 그리고 끔찍했던 음악 "미궁"
물론 그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책도 왠지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관음의 시선과 귀를 갖게 한다.



"Book of illusion"
원제가 더 매력적이고 직접적인 책.
"illusion"이라는 뜻에는 왠지 은밀하고 비밀스런 느낌이 있는데
"환상"이라고 번역했을 땐 왠지 허황된 눈속임같은 느낌가 강하다.
그래서 번역된 책을 볼 때는 항상 그 원제를 찾아보는 게 중요한 포인트!
탐정소설과 연예소설이 영화적으로 뒤섞여 있는 책.
책을 보면서 스크린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책.
그러면서도 열렬히
인간의 주체성과 자아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
스스로에 대한 진실성에 연타를 가한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당혹하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 책.



오래 전에 실종된 무성 코메디 영화배우 헥터 만과
평행이론 같은 삶을 사는 대학교수이자 작가 데이비드 짐머.
그 두 사람의 같지만 다른 이야기, 그리고 추적과 멈춤, 끌어당김과 거부들...
책의 시작에는 샤토브리앙의 글이 헌사처럼 적혀있다.
......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 ..... 

비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유쾌한 희망을 함께 건네는 결말에
유난히 나는 신나했다.
"믿거나 말거나"의 뉘앙스로 끝을 맺는 폴 오스터의 글들은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모든 이야기가 마치 사실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어딘가  헥터 만이 출연한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적인 삶>, <투명 인간> 같은 영화가 있을 것만 같고
어딘가 데이비드 짐머가 쓴 <헥터 만의 무성 세계>라는 책이 있을 것만 같아
그것들을 찾아 나서고 싶은 욕구마저 안긴다.
마치 삼원색 같은 책,
그러면서도 어느새 무지개의 다채로움까지 선사한다.
폴 오스터의 세계.
늘 유사하면서도 결코 한번도 같지 않았던 그의 세계.
그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들이 나는 아직도 많이 궁금하다.



그의 세계를 하나하나 섭렵해나가는 재미는 그래서 항상 새롭고 신비롭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읽은 세계들이 더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내게 늘 실종을 꿈꾸게 한다는 사실.
그게 포인트다. ^^

<국내에 소개된 폴 오스터의 작품>

  • 고독의 발명 (The Invention of Solitude) (1982)
  • 뉴욕 삼부작 (The New York Trilogy) (1987)
  • 폐허의 도시 (In The Country of Last Things) (1987)
  • 달의 궁전 (Moon Palace) (1989)
  • 우연의 음악 (The Music of Chance) (1990)
  • 거대한 괴물 (Leviathan) (1992)
  •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Auggie Wren's Christmas Story) (1992)
  • 공중 곡예사 (Mr. Vertigo) (1994)
  • 빵굽는 타자기 (Hand To Mouth) (1997)
  • 동행 (Timbuktu) (1999)
  • 환상의 책 (The Book of Illusions) (2002)
  • 신탁의 밤 (Oracle Night) (2004)
  • 브루클린 풍자극 (The Brooklyn Follies) (2005)
  • 어둠속의 남자 (Man in the Dark) (2008)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