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0. 19. 08:17

<셜록홈즈>

일시 : 2012.09.12. ~ 2012.11.04.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제작 : HJ컬쳐, 레히(LEHI)

연출 : 노우성

출연 : 송용진, 김도현 (셜록 홈즈) / 방진의, 구민정 (제인 왓슨)

        이경수, 장현덕 (아담 앤더슨,에릭 앤더슨) 

        선우, 김효연 (루시 존스) / 조남희, 권홍석 (포비 앤더슨)

        김정렬, 이정한 (레스트레이드) / 정다희, 최창렬, 한규원

 

드디어 <셜록홈즈>를 봤다.

조강현, 박인배, 정명은이 출연했던 초연을 봤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어쨌든 그건 이미 놓쳐버렸고. (ㅠ.ㅠ)

뮤지컬 관련 각종 시상식을 휩쓸면서 올 초에 재공연 됐는데도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못봤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 문제작을 이제서야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그래도 <미스 사이공> 투이 이후에 오랫만에 이경수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경수라는 배우를 무대에서 자주 보고 싶은데 참 얼굴 아끼는 배우다.

다작을 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 좋은 목소리 아끼지 말고 좀 들려줬으면 좋겠다.

송용진, 방진의 이경수, 김효연.

내가 선택한 캐스팅!

루시 존스가 불안하긴 해도 그래도 선우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캐스팅.

(<신의 아그네스>에서 순수가 아니라 너무나 맹~~했던 선우의 연기에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어서.)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의 강점은,

뮤지컬 넘버와 극의 구성, 연출의 묘미라 하겠다.

자칫하면 여러 작품을 짜집기한 형식이 될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참 잘 피해갔다.

무게중심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한 작품 속에,

그것도 2 발의 총소리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발상은 너무나 멋지다!

이 작품이 왜 초연때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지,

왜 각종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는지 작품을 보고 충분히 이해가 됐다.

적어도 이 작품은 소문난 잔치는 확실히 아니었다.

극의 스토리 자체가 치밀하게 잘 짜여져있고,

배우들의 대사도 너무 심각하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속도감이 있다.

상황이나 대사에 재미와 위트가 넘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 각자 뚜렷한 개성이 있어 시선도 적당히 배분된다.

작품을 보면서 연출과 대본, 무대셋트 등 전반적인 기획에 참 여러번 감탄했다.

왓슨을 의도적으로 여자로 설정한 것도 기발하다.

(셜록 홈즈와 로멘스가 없는 것도 맘에 들고...)

기획단계부터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송용진은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난 도일 원작의 셜록 홈즈와는 물론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한국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송용진의 셜록 홈즈도 원작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대 위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는 송용진을 보는 건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방진의 제인 왓슨은 표정을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 것만 빼면 대체적으로 좋았다.

기대했던 아담 앤더슨과 에릭 앤더슨 1인 2역의 이경수.

개인적으론 에릭 앤더슨이 ㄹ때가 훨씬 더 좋았다.

아담 앤더슨은 노래를 할 때는 괜찮은데 대사를 할 때는 뭐랄까 좀 인민군(?)스럽다고 할까?

변사같기도 하고, 사투리 같기도 한 그 정체불명의 뉘앙스가 아담을 상당히 모자란 인물로 만든다.

(에릭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베드신(^^)에서 아담과 에릭을 번갈아 연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 같았다고나 할까?

배우 이경수는 <셜록홈즈 시즌 2> "잭 더 리퍼" 에도 나온다는데 어떤 역할일지 궁금해진다.

(셜록 홈즈는 일단 물만난 고기 송용진이 계속 갈테고... 혹시 잭? 아니면 홈즈를 더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센스 뮤지컬 "잭 더 리퍼" 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하길 바래본다.

 

 

이번 캐스팅에서 좀 심각했던 배우는 루시 존스 김효연과 레스트레이드 이정렬.

일단 보여지는 이미지만으로는 루시라는 캐릭터와 김효연 배우는 꽤 잘 어울린다.

연기도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은데 문제는 노래!

루시 존스의 노래가 고음 위주의 힘든 곡이라는 건 알겠는데

모든 노래를 너무 쥐어짜듯이 불러서 듣는 입장에서 참 많이 피로했다.

레스트레이드 이정렬.

딕션도 부정확하고 목소리가 작아 묻히는 대사가 많다.

특히 노래할 때는 더 안들린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설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밀려날 때로 밀려난 존재감 전무한 그런 직장인같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약간 자뻑스타일에 살짝 뒷북 쳐주는 그런 인물이었던거 아닌가? 

코믹한 것도 아니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유약한 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셜록 홈즈와 번뜩이는 두뇌를 나누는 지성도 아니고...

참 미지근한 맹물같은 존재가 되버리고 말았다.

 

무대 셋트도 아기자기 한 게 괜찮고,

셜록홈즈의 입에 문 파이프에서 실제로 담배 연기가 나게 배경을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중에서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작품이다.

(실제로 언제 한번 랭킹을 꼽아봐야겠다. 창작뮤지컬 베스트 5 ^^) 

어쨌든 전체적으로 참 괜찮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셜록홈즈 시즌 2도 "엔더슨가의 비밀" 만큼이나 성공적인 작품으로 잘 만들어졌음 좋겠다.

LEHI의 저력을 믿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9. 13. 06:27
<용의자 X의 헌신>, <비밀>, <백야행>
이미 영화로 나온 소설들도 부지기수다.
일본에 추리소설의 베스트셀러작가 하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마니아는 아니지만 손에 잡히면 읽게 되는 작가다.
이 책은,
유쾌한 조롱이 담겨있다.
42살 지방 경찰 본부 수사1과 경감 오가와 반조라는 명목상의 주인공과
사설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라는 실질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가 소설속 상황이라는 상기시킨다.
가령 "이제 소설로 돌아가지!"라는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뭐하는 거지? 싶다가 이런 유머러스한 조롱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명목상의 주인공 오가와 반조는 늘 멍청한 추리와 엉뚱한 수사로
각종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며 쩔쩔맨다.
그때쯤이면 실질적인 주인공 덴카이치가 등장한다.
"생초보 탐정이 나설 사건이 아니야!"
오가와 반조는 비웃음과 함께 이런 대사를 날린다.
그러다 "이번 사건만은 내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군!" 이라는 식상한 핑게를 대면서
은근히 뒤로 빠진다.
그때부터는 덴카이치가  별 어렵지 않게 사건을 해결해서 마무리를 하고
마지막은 항상 오가와 반조의 이런 대사가 나오게 된다.
"대단해. 이번만은 내가 자네에게 졌네..."
이 책에는 추리소설의 각종 트릭들에 대한 해설서같기도 하다.
밀실 살인, 의외의 범인, 사건 장소를 고립시킨다거나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알리바이 허점 찾기, 토막 살인, 1인 2역 등
추리소설에 나오는 거의 모든 규칙들이 나오고 그리고 그걸 일제히 조롱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하가시노 게이고라는 베스트셀러 추리작가가 쓴 책이라 그래서 더 재미있고 유쾌하다.
내 밥상을 가지고 내가 장난을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중에는 명목상의 주인공인 오가와 반조마저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등장한다.
추리소설을 이렇게 명랑소설로 읽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하가시노 게이고도 그걸 분명 노렸을거란 생각이 든다.
머리가 무거울 때나, 아무 생각 하기 싫을 때,
그냥 손에 잡고 읽기에는 그만인 책 ^^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추리소설도 색다른 느낌이긴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