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8. 08:41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박은태 캐스팅은 한참 후에 볼 예정이었는데 입소문이 너무 좋아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3층 맨 앞자리를 예매했다.

박은태의 지킬은 상상이 되는데 솔직히 "하이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루시와 엠마도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은 소냐와 조정은으로 선택했다.

(전부 뉴페이스로 보기에는 위험부담이 좀 클 것 같아서...)

어쨌든...

박은태 자칼은...

지칼은 노래도 연기도 아주 좋았다. 

"I need to know"도 "This is the moment"도 박은태이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렸고

고음은 역시나 아주 깨끗하고 선명하더라.

그런데... 하이드는,

역시 아직 미완이다.

지킬만큼 하이드를 장악해내지는 못하더라.

하이드의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라 참 다양했다.

때때로 박은태의 목소리도 자주 출몰했고.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 같긴한데 하이드일때 템포가 아주 빠르다.

빠르다 못해 너무 급해서 무언가에게 쫒기고 있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지킬의 넘버들은 대체적으로 괜찮았고

하이드 때는 악센트를 조절하면서 밀고 당기면서 부르는게 신선하면서 특별했다.

"confrontation"은 대사에 가까운 포효로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론 좀 별로였다.

박은태가 어딘지 하이드에게 밀리고 있는 느낌.

그리고 역시나 너무 빠르더라.

시작하는 첫 호흡부터.,,

개인적으로 하이드는 잔인함이 느껴질 정도로 여유로운게 좋은데...

(하이드 입장에서의 살인은 솔직히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가 있는 위선자의 단죄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뉴페이스 지킬은 박은태가 최선이었을테고

확실히 최선이기도 하다.

박은태 지킬은,

아직까지는 배역의 고통보다 배우의 고통이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의 그가 훨씬 더 기대된다.

그때쯤이면 다른 누구도 아닌 박은태만의 지킬을 볼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완성된 모습은 확실히 안지만 가능성은 너무나 충분하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에서의 박은태의 도전은... 

성공이다.

 

너무 몸이 불어서 레드렛을 레슬링 무대로 만든 소냐 루시의 외형은 많이 안습이었지만

노래는 정말 3명의 루시 중와의 비교를 무의미하게 한다.

소냐의 "A new life"를 들으니

오랫만에 정말 속이 펑 뚫리더라.

조정은 엠마는 역시나 모성애가 가득하다.

가냘픈 강건함.

무대 위에서 이쁜척, 고운척, 착한척 하지 않아서 더 이쁘고 곱고 착한 엠마.

그래서 나는 조정은 엠마가 참 좋다.

이 작품에서 엠마는 늘 "out of my mind"였는데 조정은이 들어오면서부터 엠마가 in my mind가 됐다.

 

박은태, 조정은, 소냐.

이 조합의 선택은 옳았다.

공연 후반부에 박은태 지킬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까지 박은태의 성대가 무사하길 기원하며...)

그때도 주저없이 똑같은 캐스팅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제법 신선했고 아주 익숙했다.

그래서 상호보완적이더라.

 

재미있네, 지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3. 08:34

<Jekyll & Hyde>

일시 : 2013.01.08. ~ 2013.02.0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원미솔

제작 : CJ E&M, (주)오디뮤지컬컴퍼니

출연 : 윤영석, 양준모 (지킬/하이드), 정명은, 이지혜 (엠마)

        선민, 신의정 (루시), 김봉환(덴베스), 김정민(어터슨)

        이석(글로솝), 강상범(세비지, 풀), 김태문(주교)

        정현철 (스트라이드, 스파이더), 김기순 (비컨스필드/기네비어)

 

양준모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을 다시 보진 않았을거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

이 사람만큼 자기 이력을 충실히 쌓아가는 배우가 또 있을까?

<스위니토드>, <영웅>,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곧 개막될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까지...

나열해보니 남자 뮤지컬 배우의 로망인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대단한 작품들의 주인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는 큰 인기를 얻거나 세간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는 거다.

이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찾아온 관객이 무지 많았는데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 "양준모가 누구야?" 라는 소리도 꽤 많이 들었다.

늘 궁금했다.

왜 유독 양준모라는 배우는

그가 출연한 대단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늘 가려진 듯한 느낌인지...

오디 대표 신춘수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언급의 가치가 꽤 있어 보인다.

"준모는 오디션에 항상 참여했는데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외모 때문에 좀 망설였다"

실제로 이날 본 양준모 지킬(하이드 말고)은 흡사 강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쥬얼이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강호동 때문에 관람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나만 이런 인상을 받은걸까???)

맨 앞 줄이 아니라 차라리 좀 뒷자리에서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양준모의 지킬은...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은 성급하고 조급했다.

그건 긴박감이나 휘몰아치는 속도감과는 다른 의미다.

지킬을 속히 끝내버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무기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하이드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배우의 심정이 읽혀졌다.

쓰나미급의 충격을 자신하듯.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래서지 지킬이 끝없이 보채는 강박증이 앓는 어린 애처럼 보인다.

컨디션이 별로라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기도 했지만

지킬의 그 숱한 넘버들을 기대보다 잘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새롭게 추가된 "I need to know"는

제대로 부르는 한국 배우를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 넘버를 처음 들은 게 하필이면 브래드 리틀의 내한공연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넘버들과 약간 다른 비트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선지

매번 들을 때마다 어색한 게 영 친숙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alive"라는 넘버는 심장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망치로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강력한 충격이길 바랬는데 좀 무난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양준모였건만!)

그래도 확실히 지킬 보다는 하이드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특히 "confrontation"의 파워는 역대 최고였던 것 같다.

(여기에 스킬이 조금만 더해졌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심지어 배우 자신도 그 파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그런데 그런 배우의 흐름이 극의 흐름과 비슷해서 나쁘지 않았다.

"Dangerous game"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건 선민 루시.

하이드가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갇힌 루시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우면서도 무지 섹시했다.

일종의 주도권이 전복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선민이라는 배우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건데 놀라울 정도로 노련했다.

김선영 루시가 지금껏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선민도 만만치 않다.

춤은 누가 봐도 훨씬 앞서고, 가창력이나 감정 표현도 수준급이다.

배역에 한계가 있는 목소리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매번 이 작품이 올라올때마다 앙상블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4개월동안 지방공연을 돌고 서울로 입성해서 그런지 앙상블의 합은 정말 잘 맞는다.

몇몇의 대사톤은 좀 거슬리지만

호흡과 발란스는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초연멤버 김정민 어터슨을 만난 것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어터슨은 김정민 해석이 제일 좋다.)

스파이더 정현철은 예전 표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하하를 보는 것 같아서...

배우 김기순도 비콘스필드 부인은 좋은데 기네비어일 때는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뭐 그래도 프롭스만큼의 오버는 아니었고.

정명은 엠마는 양준모가 노안(죄송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상연하 커플을 보는 느낌이었다.

노쇄한 엠마라니?

당혹스럽다.

그래도 루시와의 "In his eys"는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주조연 보다 앙상블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말을 남기면서도 참 씁쓸하다...)

너무 애정이 깊어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리고 너무 많이 좋아해서

이제는 이 작품을 편하게 관람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2. 9. 08:38

벌써 2년 전 일이다.
병원 송년회로 <지킬 앤 하이드> 단체 관람을 했었다.
그때 관람 Tip으로 병원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있었다.
엉성하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쓴 거니까...
또 다시 지킬 앤 하이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킬 앤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오늘은 책이 아니라 좀 다른 걸 소개해 보려구요.
우리 병원 송년회 때 보게 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책의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 발표한 원작의 제목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 Mr. Hyde)>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요,(이미 다들 잘 아실테니까...)
우리가 보게 될 뮤지컬 <J & H>를 뮤지컬 넘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구요.

먼저 1막.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가 있는 의사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구별하는 약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생체실험을 반대하는 위원회의 거부에 급기야 자신의 몸에 주사 바늘을 꽃게 되죠.
이 부분에서 나오는 뮤지컬 넘버 “This is the moment”라는 노래는 모든 뮤지컬 남자 배우들의 꿈의 넘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킬의 고뇌와 결단을 표현해야 하는 이 곡은 듣는 사람은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부르는 사람은 저음과 고음의 영역을 넘나들어 죽을 듯이 힘든 곡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J & H" 남자 배우 오디션에선 항상 이 곡이 지정곡으로 등장하죠.
이 노래를 잘 소화한다면 공연을 이끌고 나갈 기본은 된다고 평가하게 됩니다(실제로 이 곡을 흔히 말하는 삑사리 없이 부르기란 왠만한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사약이 온 몸이 퍼지게 되면....
드디어 선한 지킬의 몸에서 하이드가 서서히 등장하게 됩니다.
1막과 2막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같이 등장하는 넘버가 두 곡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그 첫 번째 곡을 만나게 됩니다.
“The Transformation”이란 곡이죠.
실험에 대한 결과를 궁금해 하고 있는 지킬의 몸에서 뭔가가 서서히 나오면서 그의 몸짓, 말투, 표정, 시선까지 변화시킵니다.
하이드...
무대 위를 장악하는 그의 모습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죠.
“Alive 1”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이 드디어 하이드의 힘과 사악한 본능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하이드는 악의 속성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죠.
악의 은밀한 비밀에 대한 신비감 그리고 파괴를 향한 갈증이 예고되면서 무대 위를 압도하게 됩니다.
“Alive 2”는 1막의 ending 곡입니다.
하이드의 살인행각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그려집니다.
하이드의 불의 심판을 직접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사탄 편에 서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파괴하겠다는 하이드의 외침에 잠시 등골이 오싹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1막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랩니다. 아마도 제 안에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이제 2막이 시작됩니다.
하이드는 단지 지킬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었지만 이젠 점점 더 지킬의 대부분이 되어 가는 걸 그 자신도 막기가 힘들어 집니다.
지킬은 분리된 자신의 두 모습과 싸워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이드에게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는 물론이고 하이드의 먹이감 루시까지도요.
“Dangerous Game”
이 뮤지컬 전체에서 가장 끈적끈적하고 어찌 보면 선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곡입니다.
하이드와 루시가 부르는 이중창으로 그가 사악한 인간임을 알면서도 육체적인 쾌락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루시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입니다.
지킬의 부탁으로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는 루시...
“A New Life”라는 노래와 함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루시의 등에 결국 하이드는 칼을 꽂게 됩니다.
하이드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라는 장면이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 들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아마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겁니다.
참 여러번 봤는데 저 역시도 매번 놀랐으니까요...
루시의 주검 앞에,
하이드는 서서히 지킬로 돌아옵니다.
또 다시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등장하며 부르는 노래가 등장할 차례네요.
J & H 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Confrontation”
(이 곡을 한 곡을 부르고 나면 배우의 몸무게가 2~3kg 쯤 빠지는 건 우수운 일이라고 하네요)
지킬과 하이드가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며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죠.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만화나 코미디에서 반은 여자, 반은 남자처럼 꾸미고 나와서 노래 부르는 거 보신 기억 있으시죠?
그런 식이긴 하지만 느낌은 훨씬 더 강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하이드와 머리를 묶은 지킬을 한 사람이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 두 명의 목소리와 행동(특히 손놀림에 주의해 보세요 ^^)
그리고 조명의 분리까지...
실제로 전 이 부분을 연기하고 쓰러져서 동료 배우에 의래 끌려서 퇴장하는 배우를 본 적도 있답니다.
다행히 다음 씬을 계속 연기하긴 했지만 보는 저도 많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마치 제가 하이드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죄책감이...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이 발동한거죠)

결말은...
그래도 선이 승리는 해야 하겠죠.
그런데 그 승리를 이끌어 가는 건 결국 지극한 아픈 사랑에 의해섭니다.
결국...
누구의 승리하고 할 수 있을까요?
지킬? 아니면 하이드?
결정은 직접 보게 될 사람이 선택할 문제이긴 하겠지만요...

* 찾아봤더니 저희가 보는 날 캐스팅이,
홍광호(지킬), 임혜영(엠마), 김선영(루시)네요.
일단 루시 역할의 김선영 씨...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자입니다.
전 가수 소냐가 하는 루시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저한테 여지없이 한 방 크게 먹인 배우 되시겠습니다.
(꽤나 얼얼했습니다... ^^)
홍광호 지킬... 이런 큰 역할은 처음 하는 배웁니다.
느낌은 조승우 지킬과 흡사하다는 평이 있던데 일단 노래 실력은 좋습니다.
다른 두 명의 지킬보다는 디테일에 더 신경쓰지 않을까 생각되네요.(제가 이 사람 공연을 3개 정도 봤었는데 디테일과 감성 전달이 좋더군요.)
엠마 역의 임혜영 씨는 제가 직접 본 작품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요즘 흔히 말하는 열심히 크는 배우라는 평가가 있네요.
이 뮤지컬은 97% 지킬에 의해 이끌어가는 공연입니다.
(실제로 지킬과 하이드가 극 전체에 약 98% 정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날 지킬의 컨디션이 공연의 전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되죠.
이 역을 맡는 배우는 자부심도 대단하지만 그 무게감에 절로 살이 빠진다고 하네요.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가 스스로 고사한 배우도 있을 만큼 배우로써의 존재감과 책임감에 엄청난 압박을 주는 역할이죠. 한번 연기하고 다시 못하고 있는 배우도 있구요.
그런 걸 보면,
관객이라는 게 참 호사스런 자리란 생각도 듭니다.

단,
그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정면으로 맞설 준비 되셨나요?
그가 찾아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12. 10:18

비 온 뒤 오후,
다시 찾은 Jekyll & Hyde
Brad Little
이 사람의 목소리가 궁금해서 찾은 공연장



안타깝게도 오늘 이 사람의 목소리엔 힘겨움이 느껴진다.
주말의 4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
예전 우리 배우들도 말했었다.
4차례의 공연을 연이어 한다는 건
살인적인 동시에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90%가 넘는 무대 등장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그것도 두 사람의 확실히 구분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한공연 <Jekyll & Hyde>의 최고 장면은,
1막에서는 역시 <This is the moment>
<Transformation>, <Alive>도 물론 좋지만
브래드 리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is is the moment>다.
그의 딕션은 참 선명하고 정확하다
무대와의 거리감을 상쇄시킬만큼...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딕션이라고 믿고있는 나에게 그는 확실히 모범적인 배우다.
이사회 장면의 그 숨가쁘고 분노에 찬 모습에서조차도 그의 딕션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래서 Jekyll의 분노가 나는 아주 정당하게 느껴진다



2막에서는 <Dangerous Game>
Lucy와 Hyde 둘 사이의 거리감과 정확히 반대되게 느껴지는 긴장감.
여전히 내겐 미스터리다.
그 거리에서 어떻게 나에게까지 이런 감정들이 전달될 수 있는지가...
우리나라 공연의 화려한 리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실망스럽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선 숨을 쉬는 것조차 아깝다.
Hyde의 손끝과 발끝이 모든 언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무엇보다도 확실한 dangerous game이다.



아마도 Emma역이 루시 몬더(Lucy Maunder)였다면
<In his eyes>도 포함이 됐을테지만
오늘 공연에서는 under 브리앤 터크(Brianne Turk)가 엠마 역을 했다.
그녀는....너무 떨었다.
그녀 자신의 긴장감 때문이었겠지만 몸이 자꾸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대로 무대 위로 넘어질까봐 걱정됐다.
그리고 그녀 목소리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탁성
<Once upon a dream>
그 맑고 깨끗한 노래는 역시 Lucy maunder의 목소리가 제격이란 생각.
lucy역의  벨린다 월러스톤(Brelinda Wollaston)은 공연을 볼 때 마다
점점 더 매력적임을 알게 된다.
1막에서의 <Someone like you>, 2막의 <A new life>는
그녀를 내 귓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게 한다.



마지막 엔딩인 결혼식 장면
배우들이 무대를 등지고 자리에 앉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항상 배우들의 앞모습을 보는 게 익숙한 시선이었기에...
(Jekyll이 심험실에서 약물을 주사하지 않고 마신 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원샷 문화(?) 때문에 아마도 더 당황스러웠는지도....
 작은 주사기가 멀리 앉은 관객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꾼 것 같다는 나름의 추리를 해 본다.)
지금은....
의도가 어느정도 파악이 된다.
그게 딱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의 흔적이 보여 다행스럽다.
익숙함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90% 정도 만족한 공연.
그래도 브래드 리틀의 <This is the moment>는 여전히 좋더라.
Hyde로써의 마지막 커튼콜 엔딩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