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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6 엄마를 읽다.
읽고 끄적 끄적...2011. 5. 26. 06:07
한국과 미국의 엄마를 읽다.
<엄마를 부탁해>는 이제서야 읽은 건 아니고
다시 손에 잡은 책이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어떤 울림을 찾고 있는 중인가보다.
치치고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완벽한 장소는 역시 엄마,
그 품 속이다.


전미 그리고 영어권에서 출판돼 호평을 받고 있다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첫문장부터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면서 억장을 무너뜨린 책.
이 책은 내게 살면서 계속 곱씹으며 몇 번씩 읽게 될 책 중 한 권이다.
책 속의 엄마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는 이 이야기가 마냥 현실처럼 느껴져
어쩐지 서울역 역사를 지날 때도 몇 번씩 두리번거리게 된다.
뼈가 드러나는 발로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는 그 엄마가 꼭 어딘가에서 아직 헤메고 있을 것 같아서...
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란다.
뜨끔하다.
나 역시도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 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는데
참 열심히 모른척 하며 사는 사람이 바로 딸들이다.
정말 엄마들은 이 모든 걸 어떻게 매일매일 감당하며 살았을까?
박소녀라는 할머니의 이름은 그래서 더 서럽다.
......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너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세살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너는 처음부터 엄마를 엄마로만 여겼다.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인간으로...
그 엄마가 말한다.
...... 나는 이제 갈란다 ...... 라고.
죽어서도 이 집 사람으로 있는 것은 벅차고 힘에 겹다고.
오십년도 넘게 이 집서 살았으니까 이제는 좀 놔달라고.
나는 그냥 내 집으로 가서 쉬겠다고...
그 엄마가 자신의 엄마의 무릎을 찾아 태어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시 이기적으로 "그럼 나는...." 이라고 묻는다.

...... 내가 태어난 어두운 집 마루에 엄마가 앉아 있네. 엄마가 얼굴을 들고 나를 보네...엄마가 파란 슬리퍼에 움푹 파인 내 발등을 들여다보네. 내 발들은 푹 파인 상처 속으로 뼈가 드러나 보이네. 엄마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지네. 저 얼굴은 내가 죽은 아이를 낳았을 때 장롱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네.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엄마가 방금 죽은 아이를 품에 안듯이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내 발에서 파란 슬리퍼를 벗기고 나의 두발을 엄마의 무릎으로 끌어올리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엄마!
엄마가 가버리면...
그럼 나는 이제 어떻해?


처음에 사람들은 아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18개월도 안 된 아이가 신문을 읽고 책의 내용을 줄줄이 말할 때
사람들은 그 아이를 천재라고 불렀다.
그러나 아이의 천재성은 그렇게 활자 속에서만 살아있다.
일반적인 신체발달도 따라오지 못하고 또래 집단 속에서 어울리지도 못하고
아들은 구석에서 언제나 조용히 책장만을 넘긴다.
아이의 세계는 오로지 책 속에, 활자 속에만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관심사와 활동에 상동증이 나타나는 자폐 스텍프럼 장애(ASD)의 일종.
다른 ASD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언어능력이나 인지발달 지연을 발생하지 않지만
서투른 동작과 특이한 언어사용이 보고된단다.
책 속의 벤 역시도 초고도 비만과 배설조절 능력 상실, 화가 나면 과격한 행동을 한다.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아이가
이제는 숨기고 싶은 괴물로 변해버린 상황.
오랜 싸움 끝에 눈물로써 엄마가 내린 결론은,
아이를 (이제는 아이라고 하기엔 이미 장년에 속하지만 엄마에게 모든 자식들은 여전히 언제나 아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였다.
내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아이를 평범하게 만들려는 숱한 시도들을
이제 엄마는 중단할 것이다.
그리고 모자(母子)는 서로 공존하고 의지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하나하나 배워갈 것이다.
아마도 확실히!

새상의 모든 엄마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는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아니란다.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오직 엄마라는 이유때문에 다 해내며 살아온 존재가 바로 엄마다.
우리에게 엄마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절대로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여러번 다짐하는 자식들은, 아니 나는!
결코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단지 언제나 열심히 모르는척 하려고 최대한 외면했을 뿐이라는 걸.
어떤 엄마도 결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는 걸
우리는 영원히 잊어버린 척 살기로 작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잊어버렸기에
그래서 잃어버렸는지도...

세상 모든 엄마들을...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