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9. 20. 08:43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일시 : 2018.09.04.~ 2018.11.18.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작,작사 : 이희준

작곡 : 이아람

편곡 : 오성민

음악감독 : 오성민

연출 : 손지은

출연 : 조풍래, 고훈정, 장지후 (루카, 레오나르도 다빈치) / 허규, 양지원, 홍승안 (발렌티노, 자코모)

제작 : 대명문화공장, 달컴퍼니

 

솔직히...

특별한 사전정보없이 공연장을 찾았다.

유일한 정보라고는

<마마돈크라이>, <최후진술> 등 2인극에 강세를 보이는 이희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정도.

출연진을 보아하니 <마마돈크라이>와 비슷한 락 기반의 뮤지컬이구나 짐작은 됐다.

고훈정도, 허규도 노래를 잘 하는 배우들이라

(특히 허규는 밴드 브릭의 보컬이기도 하다)

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다만 고훈정의 피로도와 허규의 연기력에 걱정이 되긴 했다.

허규가 출연한 작품은 <고래고래>가 전부인데

그 작품에선 실어증이 걸린 역할이라 대사가 거의 없었다.

그러고보니 그 작품도 락뮤지컬이네.

밴드 보컬의 강점이자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작품은,

스토리보다 음악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솔직히 중반까지의 스토리는 좀 유치했고 많이 산만했다.

밤무대 가수같은 고훈정 루카에 난감해했고

음역대에 맞지 않는 자코모 허규도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찾아보니 허규도 음역대 때문에 힘들었다더라.)

개인적으론 고훈정 루카, 허규 자코모 조합보다

고훈정 다빈치, 허규 발렌티노 조합이 훨씬 좋았고 집중도 잘됐다.

특히 허규의 발렌티노일때  매력적이다.

"가슴이 뛴다"와 "내가 그랬잖아" 두 넘버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림은 좀 괴기스러웠지만.... ^^

 

밴드는 좋았고,

무대는 아쉬웠고

영상 활용은 더 아쉽고...

혹시 나만 그랬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3. 07:57

<Old Wicked Songs>

 

일시 : 2015.09.08. ~ 2015.11.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 존 마란스(Jon Marans)

연출 : 김지호

출연 : 송영창, 김세동 (마슈칸)

        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 (스티븐)

제작 : (주)쇼앤뉴, (주)스페셜원 

 

지난 9월 12일 처음 이 작품을 봤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큰 기대없이 공연장을 찾았는데

이창용 스티븐과 송영창 마슈칸이 내게 큰 여운을 안겨줬다.

살짝 기웃뚱거리는 중이었는데 이 작품이 위로가 됐다.

잔잔하게 따뜻하고 섬세하게 다정했다.

그 포근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찾은 공연장.

캐스팅은 일부러 그때와 다른 김재범 스티븐, 김세동 마슈칸으로 선택했다.

세 명의 스티븐 중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하고 기대됐던 김재범 스티븐.

김세동 마슈칸은 일종이 미지수였기에 늘 그렇듯 김재범을 믿기로 했다.

 

보고 난 느낌은.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구나... 였다.

개그맨 윤택을 떠올리게 하는 김세동 마슈칸은 대사를 너무 심하게 버벅댔다.

분명 탁성은 아닌데 가래끓는 소리처럼 가르릉 거렸고

전체적인 목소리톤은 이수일과 심순애의 변사톤이라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연기도 전체적으로 과돠게 코믹했고, 과도하게 흥분했고, 과도하게 과장했다.

게다가 전혀 안그러던 김재범까지 묘하게 페이스가 흔들리더라.

김재범의 연기는 슬럼프에 빠진 날카롭고 예민한 천재피아니스트가 아닌

<고래고래>의 백호빈에 더 가까웠다.

위험한 발언이긴한데 김재범의 연기가 요즘 살짝 이상하다.

작품에 변별성이 없고 뭔지 모르지만 정체된 느낌.

(이날 유독 컨디션이 안좋았다거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정말 정말 다행이겠지만...)

만약 다음 작품 <오케피>까지도 이런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잠시 브레이크를 거는게 필요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난 배우 김재범을 정말 좋아하니까,

그래서 그가 소모되는게 너무 싫으니까.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

김재범이라면 그 후에 충분히, 그리고 당연히

더 멀리 갈 배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9. 18. 07:56

<Old Wicked Songs>

 

일시 : 2015.09.08. ~ 2015.11.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 존 마란스(Jon Marans)

연출 : 김지호

출연 : 송영창, 김세동 (마슈칸)

        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 (스티븐)

제작 : (주)쇼앤뉴, (주)스페셜원 

 

<Old Wicked songs>

너무 좋은 2인극을 만나서 행복하다.

내가 요즘  현과 건반에 푹 빠져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운이 오래 가는 작품이다.

마슈칸과 스티븐의 대화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아이같이 천진하면서 할아버지처럼 포근한 마슈칸도

타인과의 소통에 벽창호인 차도남 스티븐도 참 많이 부러웠다.

관계라는건 이해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받고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유폐시킨다.

유폐의 방법은 고립일수도 있고, 고집일 수도 있고, 중독일 수도 있고, 무관심일 수도 있다.

차라리 마슈칸처럼 대놓고 드러내면 오히려 편안해질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슈칸이 아닌 스티븐처럼 선택한다.

철옹성처럼 꾹꾹 닫혀있는 스티븐을 보면서 이 사람 많이 외롭겠구나 생각했다.

"내 말이 날 찌르지만, 그 사람들이 찌르는 것보단 나으니까!"

마슈칸 교수의 말이 스티븐 뿐만 아니라 내 가슴까지도 울렸다.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죽어가면서도 유쾌하게 농담을 던질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곁에서 그 농담을 듣고 기꺼이 웃어준다면,

그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고 눈부신 인생이겠다.

보지 않고 보고, 듣지 않고 듣는다...

침묵은 고립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모든걸 받아들이는 포용의 수단이기도 하다.

고요함으로 바라보고 침묵으로 들어준다는건

완벽한 소통이고 교감이다.

그 속에 트라우마가 들어설 틈은 전혀 없다.

마슈칸과 스티븐은 서로가 서로를 치유했다.

그리고 그 둘의 틈을 매워주는 매개체는 "피아노"로 표현되는 "음악"이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마슈칸과 스티븐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그 표정의 변화가 나를 숨쉬게 했다.

 

아름다운 작품이고,

그보다 더 의미있는 작품이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 송영창과 이창용의 조합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덕분에 조증과 울증의 불협화음이 완벽한 하모니가 되는 과정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송영창의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힘이었고, 매 순간마다 연기가 아닌 진심을 보여줬다.

  (할 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그에게서 보컬수업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1년 반 만의 복귀를 2인극으로 선택한 이창용은 현명했다.

  짧지 않는 공백이었는데 선물같은 작품으로 돌아와줘서 다행이다.

  나중에 이 두 배우가 <레드>로 다시 만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All Wicked songs이라...

  처음보다 점점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제목이다.

  모든 사악한 노래들이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 6. 07:4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드디어 강필석 네이슨과 김재범 리처드의 <Thrill Me>를 봤다.

(신종플루때문에 좀 묵혀놨다가 쓰게 됐지만...)

기대를 하면서도 혹시라도 두 명의 네이슨을 보게 되는건 아닌가 우려했는데 말그대로 딱 기우더라.

두 배우의 노련함과 섬세함의 결정판이더라.

지금까지 내가 알던 <Thrill Me>와 확실히 다른 느낌!

뭐랄까, 더 은밀하고 노골적이었고, 그리고 감정적, 심리적으로도 기존의 캐스팅보다 훨씬 강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페이스와 타이밍 역시도 기존의 방식과 많이 달랐고

소품의 이용과 전체적인 동선 디테일에도 변화를 줬다.

이미 이 작품을 했던 두 배우가 다시 합류하면서 서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 눈에 선하다.

같지만, 다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니라 <Thrill Me>를 다시 새롭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강필석과 김재범이...

강필석 네이슨은 강함을 숨기지 않았고

김재범 리처드는 냐약함을 그냥 그대로 드러냈다.

그 노골적인 반전된 드러냄이 더 큰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Thrill Me>의 리처드와 네이슨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구나...

말그대로 묘한 thrill함이 있더라.

 

김재범 리처드는 "Roadster"에서 모자를 아예 벗어 손에 들어 있더라.

원래 범죄를 저지를 땐 어떻게든 얼굴을 안보이게 하는게 일반적인데 완전히 드러냈다.

그게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아니면 상황파악을 못할정도로 미숙한 소년임을 드러낸건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봤던 리처드와 완전히 설정이라 놀랐다.

손에 들고 있는 모자를 언제 쓸까 궁금했는데

끝날때까지 쓰지 않아서 솔직히 꽤 쇼킹했다.

(지금도 계속 모자를 손에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재범, 강필석 두 사람의 쓰릴미는 확실히 젊은 느낌은 없다.

오히려 범행 후 33년이 지나 그 시점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현재감보다는 리와인드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확실히 두 사람의 밀땅은 묘한 에로티시즘이 있더라.

"Nothing like a fire"도 "Thrill me"도 자극적인 뉘앙스가 강했고

육체적인 접촉이나 전체적인 텐션도 훨씬 노골적이고 집요했다.

더 흥미로웠던건 때때로 무대에서 두 명의 네이슨과, 두 명의 리처드를 볼 수도 있었다는거다.

이게 참 묘하더라.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구분이 모호해지는 관계.

김재범, 강필석 두 배우의 <Thrill Me>를 보면서 나는 네이슨의 고백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더 확신했다.

그리고 그게 이 작품의 최후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정했는가?"

이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네이슨과 리처드 두 사람이 나를 조정했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23. 08:0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난 정말 <쓰릴미>라는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매번 올라올때마다 외면을 못하겠다.

사실 이번 시즌은 강필석, 김재범 회차만 볼 생각이었는데 백형운, 문성일 페어가 궁금해서 급하게 예매를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성일 리처드가...)

남은 좌석이 별로 없어 그냥 오른쪽 블럭 세번째줄 S석을 관람했다.

오른쪽은 네이슨이 많이 머무는 공간이라 덕분에 out of mind였던 백형훈을 아주 꼼꼼하게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백형훈이라는 배우는 출연작도 몇 작품 안되는 신인급 배우다.

내가 본 작품도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유일한데 그 작품에선 별 존재감이 솔직히 없었다.

신인 뮤지컬 배우가 2인극을,

그것도 <쓰릴미>라는 이 엄청난 작품을 과연 제대로 표현해낼 수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또 다시 뒷통수를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백형훈 네이슨.

정말 좋더라.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움직임과 말투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잘못하면 작품과 배역이 대한 부담감이 배우를 주눅들게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백형훈은 그걸 이겨냈다.

네이슨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묘하게 느껴지던 풋풋함이 19세 소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그게 은밀한 강박과 떨림으로 남더라.

문성일 리처드와 음색도 아주 잘 어울렸고

신재영의 피아노 연주와도 이질감 없이 잘 스며들었다.

대사 실수도 오히려 문성일 쪽이 꽤 많았고

조명이 잘못 꺼지는 것 때문에 중간에 대사 타이밍을 놓친 걸 빼면 대사처리와 타이밍도 정확했다.

정말 별 기대없이 본 캐스팅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발견이었다!

특히 "Thrill me"를 부를 때는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정상윤 이후 눈에 확 들어오는 네이슨을 드디어 만났구나 싶더라.

(다른 날은 어떘는지 몰르지만 이날은 문성일보다 백형훈이 훨씬 노련했다)

 

이번 시즌 조명에 대한 말이 많은것 같던

개인적으로 조명 자체는 아주 좋았다.

조명의 느낌으로 배우의 얼굴와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는 방식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인물의 감정과 표정에 훨씬 더 집중하게 만들더라.

네이슨의 이야기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그냥 배경으로 서서히 fade out 되는 느낌이었다.

좌우로 크로스되는 조명효과도 좋았고.

단, 천정에서 조명기 돌아가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커서 몰입에 방해가 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소리만으로는 천정 어딘가에서 트랜스포머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더라.

이 소리는 어떻게든 꼭 해결을 해주면 좋겠다.

 

뭐 그렇더라도,

대사 실수가 있고,

조명은못 꺼지고,

조명기 소리가 아무리 거대해도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다.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작품.

내겐 이 작품이 확실히 'Way too far"인 셈이다.

 

나를 너무 멀리까지 데려간다.

매번 그랬다.

그것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25. 08:34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일시 : 2014.09.27. ~ 2014.11.20.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각색 : 추민주

연출 : 김태형

총감독 : 김조광수

출연 : 정동화, 박성훈 (민수) / 오의식, 강정우 (티나)

        차수연, 손지윤 (효진) / 이갑선, 김대종 (왕언니)

        우지순, 이이림 (경남) / 구도균, 이정수 (주노)

        리안나 (서영), 김효숙 (엄마)

제작 : 대명문화공장

 

<두결한장>

영화로 먼저 만들어졌을때 송용진이 출연한다고 해서 잠깐 관심을 갖긴했지만 정작 개봉했을땐 챙겨보지 못했었다.

솔직히 김조광수의 올드한 감성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음악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이번엔 한 번 챙겨봐야겠구나 생각했다..

공개된 개스팅도 괜찮았고 오랫만에 이갑선 배우를 무대에서 보고 싶기도 했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뻔하고 상투적인 스토리라 당황스러웠다.

(영화도 그런가????)

계약결혼이든 뭐든 아무튼 사랑없이 결혼하는 커플과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한 남자만 바라보는 한 남자.

그리고 공식처럼 찾아오는 시한부 인생까지...

정말 온갖 종류의 최류성 소재들이 총망라됐다.

게다가 너무 일방적인 감동과 슬픔을 강요하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론 좀 불편했다.

내가 무딘건지 아니면 이런 최류성 이야기에 공감을 못해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너무 민망할 정도로 멀쩡하게 관람했다.

 

관람하는 내내 중심인물인 민수 타나, 효진, 서영의 연기보다

오히려 주변인들의 연기가 훨씬 눈에 더 들어왔.

제일 기대했던 배우도 이갑선 배우였지만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배우로서도, 인물로서도 묵직한 중심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내고 보여줘서 감탄했다.

이갑선, 이이림, 구도균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나는 훨씬 더 밋밋하게 봤을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세 배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성적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용감하고 과감하길 바랬는데.

덜 치열했고, 덜 직접적이었고, 덜 절망적이었다.

신파를 보여주는걸로 끝내서는 안됐다.

잔인할 정도로 정확한 현실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게 사회적인 퇴출을 넘어 한 사람의 완벽한 매장으로 끝이 난다해도

잔인하게 치열하고 너덜거릴 정도로 고분분투했어야 했다.

이렇게 동화적인 판타지로 끝내버리는건... 

참 씁쓸하고 모호한 환상일 뿐이다.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온 사람은 안다.

드러내놓고 산다는게 얼마나 무섭고 거대한 공포인지...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안타깝게도

그게 없었다.

 

삶은,..

여행일수도 있지만 끔찍한 지옥일 수도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2. 07:54

<내 아내의 모든 것>

일시 : 2014.05.05. ~ 2014.06.29.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연출 : 양정웅

무대 : 전경란

영상 : 김장연

출연 : 류현경, 심은진 (정인) / 김재범, 전병욱 (두현)

        김도현, 조휘 (성기) / 송형은, 이나영

제작 : 수필름

 

2012년도였나?

류승룡, 이선균, 임수정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었다.

그때 류승룡의 뻔뻔하고 느물한 카사노바 연기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류승룡의 난타를 영화로나마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그게 또... 살짝 코믹한 카사노바 역할이 의외로 류승룡에게 너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연극을 챙겨보게 된 건 순전히 출연배우들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재범때문.

역시나 이런 찌질한 역할은 김재범이 제격이다.

개인적으로 이선균보다 훨씬 더 좋더라.

김재범은 로코물을 연기할 때 가볍게만 연기하는게 아니라 묵직한 뭔가를 하나 던져준다.

코믹한 장면도 아주 맛깔스럽게 잘 살리고 타이밍도 무지 좋더라.

김도현 성기와의 밀땅도 아주 재미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카사노바역은 조휘로 보고 싶었는데

프리뷰 캐스팅이 안맞아 김도현으로 봤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더라.

아주 오랫만에 김도현을 무대에서 본건데

(작품은 끊임없이 계속 하는 배우긴한데 이상하게 안챙겨보게 되더라)

그야말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 몸으로  "성기"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캐릭터에 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자칫하면 과장된 표현으로 일관될 수도 있었을텐데 절절하게 잘 연기했다.

두 남자배우들의 맞춤연기때문인지 정인역의 류현경이 아무래도 살짝 밀리는 느낌.

후반부에 정인이 우는 장면은 솔직히 많이 어색하더라.

멀티맨 송형은과 멀티걸 이나영의 다방면에 걸친 활약은 눈부셨고

공연 시작 전과 중간중간 라이브 피아노연주와 노래를 부른

나이 지긋하신 재즈뮤지션도 인상적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분이시던데 성함이 당췌 생각안나서...)

드라이브 장면과 샌드 아트 등 무대 영상도 괜찮았고

마지막에 영화처럼 앤딩크레딧이 올라가는것도 특이하더라.

무엇보다도 섹슈얼로 일관되거나 닭털같이 가볍기만 한 로코물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연극 속에서 만나는 영화적인 기법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재관람 의사가 강력하게 생기는건 아니지만

한번쯤 일부러 찾아봐도 괜찮을 작품.

 

때로는 이런 발랄한 "유쾌함"이 명약이 되주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