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3. 4. 8. 08:51

나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꼽씹는 걸 엄청, 무지, 과하게 좋아한다.

(소도 아니면서 꼽씹기는....)

책, 공연, 그리고 사진.

책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배신없는 동반자고

공연은 주말을 함께 하는 애인같은 존재고

사진은 어느 날 느낌에 따라 챙겨서 집을 나서게 만드는 일종의 이벤트다.

여러가지 이유로 좀 줄이자고 작정하고 있지만

뮤지컬과 연극 관람은 특히나 일상의 탈출구이자 쉼표같은 존재다.

블로그에도 여러번 밝혔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꼭 챙겨보는 뮤지컬 배우를 꼽자면

단연코 류정한과 김선영을 들 수 있다.

연극배우는 남명렬과 김영민, 그리고 윤소정이다.

거의 유령회원에 불과하지만 가입되어 있는 싸이트도 몇 개 있다.

가장 오래된 싸이트는 역시나 건승정한!

OFF 모임도 두어번 참석했었고 단체관람에 숟가락 몇 번 올려놓긴 했었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카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가령 예전에는 배우 류정한보다 개인적인 이상형으로서의 류정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무대 위 한 배역을 책임지는 배우 류정한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공연 관람 성숙도와 공연장에서의 예의는 확실히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때때로 정말 어메이징한 성숙도를 보여 현장에서 놀랄 때도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지만

건승정한 싸이트에서 OFF 모임을 소식을 보고 신청했다.

광클릭이라면 영 잼뱅이인 관계로 70명 안에 들 가능성은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다.

어?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우의 수가 발생해버렸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사실 좀 난감하고 난처했다.

이 나이에(?)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그렇고

워낙에 유령회원이고 태생이 비사교적인 성향이라 과연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명단에 올라온 이름 중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양도를 할까 고민하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OFF 모임 장소를 향했다.

 

동승아트센터 1층 카페 "토트"

배우 류정한이 입구에 앉아서 들어오는 70명 전원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서 한 장씩 전해준다.

일종의 티켓팅인 샘인데

아주 참신하고 딱 어울리는 "맞이기획"이라 놀랐다.

이곳저곳 꽤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화려한 건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따뜻함이 담겨있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오랫만에 만난 윤일 오라버니가 반갑게 맞아주셔서 쑥스러우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기댈 곳이 한 곳이라도 있으니까 ^^)

지난 10년간의 시간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혼자 감회에 젖었다.

개인적으론 내게도 좋은 동생들을 많이 알게 해 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이젠 가정을 꾸려서 예전처럼 함께 MT를 가거나 서로 만나기도 힘들어지고

연락도 뜸해졌지만

그 기억들은 여전히 나를 풍요롭게 하고 미소짓게 한다.

(다행이다.)

이들이 있어서 한때 나는 열심히 버틸 수 있었는데...

 

토크쇼 형식을 빌어서 진행된 OFF 모임은 따뜻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함께한 70여 명의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가득했고

사전에 공지된 주의사항들도 꼼꼼히 잘 지켰다.

그야말로 가족들의 모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준비된 식사도 좋았고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의 시간들을 공유하는 모습도 다정했다.

이런 풍경 속에 들어가는 거,

참 낯설고 어색할 법도 한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먼저 나오면서 잠깐이지만 류배우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전 OFF 모임에서 함께 "Dangerous game"을 했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다.

류배우도 나도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내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노라"고...

한때 공연비평을 꿈꿨었노라고,

그러다 알게됐노라고,

이제 더이상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됐다는 걸...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했노라고.

류배우가 답한다.

"어쩌면 그렇게 포기한 게 더 행복한 일 일 수 있다"고...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했고, 완벽히 공감했다.

다행이다.

깨끗이 포기해서!

더이상 꿈꾸지 않아서!

 

사진첩을 뒤적이다 발견한 오래된 사진 한 장!

문제의 "Dangerous game"

기억이 새롭다.

(원래 내 사진 올리는 거 병적일 정도로 싫어하는데... 이번 한 번만은 예외인 걸로!)

나도 변했고, 류배우도 참 많이 변했다.

그래도 두 사람 다 훨씬 편안해졌다는 건 공통점이다.

예전에도 개인적인 사심같은 건 있어본적도 없지만

이번엔 어찌된 게 둘째오빠를 만나고 온 느낌이다.

(큰오빠는 여전히 윤일오라버니시고...)

피붙이에 대할 때 느껴지는 뭉클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참. 이상하지!

 

돌아오면서,

어쩌면... 어쩌면...

"건승하우스"는 결코 꿈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상상해본다.

건승하우스에서 고스프레처럼

어떤 날은 "지킬 앤 하이드" 버전으로

어떤 날은 "영웅" 버전으로

어떤 날은 "두 도시 이야기"나 "몬테크리스토" 버전으로

또 어떤 날은 "맨 오브 라만차"나 "스위니토드" 버전으로 가든파티 같은 걸 개최하는 모습을...

현실 같은 꿈, 꿈 같은 현실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impossible dream이 possilbe 하게 변하는 그런 곳!

참 가슴 뻐근하게 즐거운 곳이 되지 않을까?

 

오랫만이다.

이렇게 좋은 기억과 좋은 추억을

가슴 깊이 함께 담아본 게...

  

* 류정한 배우의 차기작이 결정됐다.

  <몬테크리스토>와 <두 도시 이야기> 공연시기가 거의 비슷해서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예상대로 <두 도시 이야기>를 선택했다.

   (두 작품  모두 출현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 )

   개인적으로 <두 도시 이야기>를 하길 바했는데 다행이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신영숙 캐스팅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참 좋다! 

   샤롯데라니,

   세번째 전관 단관을 꿈꿔봐도 좋지 않을까? 

 

  오! 이런!

  <몬테크리스트>도 특별출현으로 10회 출연한단다.

  류배우의 고민의 정도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두 작품 다 그에겐 특별할테니까.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선택을 했음에는 분명하다.

  건승을 빈다.

  진심으로!  

 

                                                                                                                     - 사진출처 "건승정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21. 06:12


또 다시 봤다.
Jekyll & Hyde.
이번 시즌 네 번째 관람이고 이 말에 '벌써'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상당히 많이 뻘쭘하다.
이번 시즌만도 10번 이상 본 사람이 수두룩할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자체 막공이라고 생각하고 예매했던 공연이다.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에 이어, 김선영의 마지막 루시 선언...
아마도 류지킬의 막공 루시가 김선영이었다면 굳이 예매까지 하는 수고를 보이진 않았을거다.
김소현 엠마를 피하고 김준현, 홍광호 지킬을 피하고나니 남들에게 필사적이었던 조승우 지킬이 김선영 루시때문에 어부지리가 됐다.(음하하 ^^ 묘한 쾌감이 있다.)

OD 컴퍼니에서 차기작으로 계획되어 있던 <라만차>를 엎고 8월까지 이 작품을 계속 가기로 했다니 장사가 소문보다 훨씬 더 잘되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8월 이후로는 지방공연이란다.
역시 지킬은 OD 최고의 효도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어째 좀 뒷끝이...)

조승우가 영화 촬영으로 5월 초에 빠지면서 
그럴싸하게 새로운 지킬을 뽑겠다며 대대적으로 오디션을 본 모양인데 
공개된 캐스팅은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이다>를 마친 김우형의 지킬 복귀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최현주가 <몬테크리스토>를 마치고 새롭게 엠마로 투입된다.
그러니까 오디션은 일종의 쇼였던 셈...
세상에 짜고 치는 고스톱은 많다.
조승우도 빠지는 마당에 안전하게 가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10년의 관록 OD이고 신춘수인데,
한 명 쯤은 정말 완벽히 새로운 new face가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조승우 지킬!
첫 대사부터 오래 누적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폐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넘버들을 부를 땐 클라이막스에서 아주 많이 낮춰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낮춰부르는게 이젠 거의 정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동작 하나 하나에,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거운 피로감이 뚝뚝 넘쳐나게 흐른다.
보는 입장에서 참 안스럽고 조마조마해서 몹시도 불편하고 그래서 더불어 혼곤하게 피곤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불편한 피로감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줬다는 사실이다.
This is the moment를 부르기 전에 지킬이 집사 풀에게 던지는 대사 한 마디.
"우리 아버지의 한참때를 기억해?"
나 역시 확실히 그리고 똑똑히 기억한다.
조승우 지킬의 한창 때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즌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연기에 있다.
솔직히 넘버들은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너무도 많이 "허약"해졌지만 (이 단어 정말 절실하다....) 
그의 연기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이 가장 감탄스럽다.
Jekyll에 가까운 Hyde,
Hyde에 가까운 Jekyll의 모습은 작품 자체를 완벽하게 반전시킨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나는 Jekyll의 고집과 집념이 너무나 Hyde스러워 때때로 신물이 났다.
대사 톤도 오히려 Jekyll일때 빠르고 강팍했고, 
Hyde는 느리고 진중해 오히려 따뜻했다.
점점 Hyde에 지배당하는 Jekyll을 보는 건 연민이고 아픔이고 괴로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그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개인적으로 아주 의미있게 생각하는 두 장면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1막 후반부의 절절한 4중창)
이번 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날 절규에 가까운 조승우 지킬의 연기를 보면서 솔직히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 순간만큼은 조승우 Jekyll이 통제하고 있었던 게
비열하고 잔혹한 Hyde가 아니라 확실히 "나"였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이제 다시 조승우 Jekyll은 보지 말자 다짐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아프고 불쌍해서
깊은 연민과 달래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내 몸 마디마디가 다 쓰라리고 아팠다.
누군가 직접 내 몸에 대고 거친 망치질을 하고 있는 느낌!
만약 또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어쩔 수 없이 거칠고 강팍한 통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영 루시!
뮤지컬계의 여신이라고 불려지는데 솔직히 그 찬사조차도 그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2004년 겨울인가 2005년 봄인가 그녀가 처음 루시로 캐스팅 됐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녀는 무대 위에서 아주 수줍었고 어색했으며 그리고 춤도 뻣뻣했었다.
오히려 한참 어린 소냐 루시가 무대 위에서 더 여유로웠고 관능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선영 루시가 엄청난 관능미를 발산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의 루시는...
뭐랄까? 아주 깊은 은밀함과 처연함으로 가득하다.
dangerous game에서 소냐는 극도의 관능미가 느껴지지만
선영 루시는 극도의 보호 본능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든 그녀를 하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절박한 간절함.
꼭 거미줄에 걸린 여리고 순한 생명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었다.
내가 본 그녀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무대 위에서 그녀가 소위 삑사리라는 것을 내는 걸...
(그때도 Jekyll & Hyde 무대이긴 했다)
그녀는 신앙에 가까울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연기했고,
늘 아름다운 고음을 완벽에 가깝게 거뜬히 표현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빨간 모자는 정말 안습이다...제발~~~!)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다.
그녀에게 슬럼프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안정적이라는 게 어쩌면 변화없고 평이하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안정감은 노련함과 완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김선영이라는 배우는,
배역의 중요도나 포지션이 아니라
그녀 자체로서 이미 빛이 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다.
(이런걸 "미친 존재감" 혹은 "아우라"라고 표현해야겠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녀 역시도 류정한처럼 배우로서의 그녀 삶에서 루시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난 여전히 기대하고 기다린다.
또 다시 어떤 시작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빛을 발할지를... 
 

 
조정은 엠마는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최현주 엠마가 들어오면 솔직히 좀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최현주라는 배우가 워낙에 발성이 좋고 하모니와 발란스를 잘 맞춰서...
혹시 그녀가 들어오면 지킬, 어터슨, 엠마, 덴버스경의 4중창이 다시 웅장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체 막공이라는 이날의 다짐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데... ^^
어터슨 이희성은 여전히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 같고
주교 김태문과 프룹스 이용진도 웃음 코드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여전히 도플갱어같은 머리 스타일이고...)
예전보다는 공연이 전체적으로 점점 가벼워지는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지킬 한 쪽으로만 무게감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어째 불안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Jekyll & Hyde>는 명물허전이다.
보면 볼수록 지킬을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찾게 된다.
Jekyll 자신의 고백처럼 딱 그런 공연이다.

"이젠 멈출 수가 없어요. 중독처럼..."

그래서 정말이지 이제 그만 선전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25. 06:20


묵은 김장김치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참 묵혔다가 쓰게 됐다.
좀 여운을 길게 곱씹다가 이렇게 됐다고나 하자.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 <지킬 앤 하이드>
티켓전쟁에 뛰어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쩌다 눈 먼 자리가 생겨 클릭에 성공했다.
조승우, 조정은, 소냐.
2006년인가 2008년인가 조지킬을 본 이후로 참 오랫만이다.
시간이 좀 됐긴 하지만 조지킬은 참 섬세하고 디테일에 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주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2011년 정말 백만년만에 보게 된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일단 절친 조정은과의 호흡은 썩 괜찮았다.
류정한과는 약간 새침데기같던 조정은 엠마도 조승우와는 아주 러블리한 연인 모습이다.
오랜 친구 사이라는게 오히려 둘 사이를 편안하게 했던걸까?
좀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 확실히 오랜 우정은 어색함 따위가 파고 들 틈을 주지 않는다.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이 절친들이 같은 작품을 하게 되는 날을...


1달 전보다 조연들의 연기는 다행스럽게도 많ㄴ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랫만에 소냐의 루시를 본 것도 뭐 나쁘진 않았지만
예전보다 노래 부르는 중간중간에 나는 숨소리가 더 커져서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
그래도 역시나 <지킬 앤 하이드>는 사람을 참 긴장되게 만든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도, 무대 밖에서 보는 사람도.
그게 또 참 특별한 매력이면서도 즐거움이다.
공연을 다 본 후엔 왠지 곰 세 마리간 한꺼번에 어깨에 올라와 있는 듯한 묵직한 느낌! 
 



새로운 넘버 "I need to know"의 재발견!
내가 아무리 류정한을 편애에 가깝게 싸랑해주신다지만
류정한은 솔직히 이 노래를 잘 소화하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랩같은 이 정체불명의 노래거 차라리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승우 버전의 "I Need to know"는 절대적으로 꼭 들어가야 할 넘버다.
이게 이렇게 멋진 노래였나?
솔직히 좀 놀랐다.
그 많은 가사를 탐욕스럽게 아귀아귀 밀어넣은 넘버를
조승우는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너무나 잘 소화하더라.
(이게 바로 디테일에 강한 조승우의 일면이다)
강약과 완급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조승우의 감각은 역시나 탁월했다.
과거에 비해 노래의 대담성은 약간 떨어지고 음이 낮춰부르는 부분도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확실히 성숙도의 면에서는 업그레이드 됐다.
어쩌면 이 배역에 대한 조심성과 신중함이 더 많이 생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복귀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았겠지만
그가 주저없이 선택한 작품인만큼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에겐 확실히 깔맞춤의 작품이긴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승우 "지킬"의 장면은 이사회 씬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숱한 지킬들 중에서
이 장면에서 가장 치열하고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사람이 조승우인것 같다.
물론 브래드 리틀의 물고 뜯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조승우 역시도 멋진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의도적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무대 위에 등장인물들을 끌고 가는 모습이 참 노련하다.
조승우는,
"지킬'일 때는 빠르게 (그러나 결코 급하게는 아니다)
"하이드"일 때는 오히려 완만하게 인물을 표현한다.
각각의 성격과 대비되는 완급의 표현은 그래서 더 인물을 살아있게 만든다.
그의 노래는...
지금까지 보면서 소위 말하는 삑사리를 들은 기억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조승우는 최고조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불안하다 싶으면
삑사리를 당황스러움보다는 낮춰 부르는 안정성을 택한다.
때로는 괜찮지만 어떤 때는 이 부분이 불만일 때가 있다.
충분히 질러 줄 수 있는 부분에서 낮춰 부르는 것 같아서..



 
이번 공연에서 조승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dangerous game이 대담해졌는데
조승우 버전은 특히나 그 정도가 더 대담하고 과감하다.
소냐의 끈적거리는 목소리에 조승우의 과감한 치마 들추기 액션(?)까지 더해져
상당히 dangerous한 수준의 애로틱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러니 댄저석이 난리가 나지...) 
좀 심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하이드"를 떠올리면 그럴 수 있겠다 인정된다.
이번 공연에서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조승우 특유의 디테일의 힘이 더 배가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진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나 alive는 예전보다 힘이 덜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연기적인 부분이 그 틈을 잘 잡아주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제일 좋았던 조승우의 "하이드"는,
"confrontation"
조승우는 과감하고 당황스럽게도 정면승부로 이 장면을 표현한다.
오른손으로 표현되는 "지킬"과 왼손으로 표현되는 "하이드"
우상(右上) 좌하(左下)로 번갈아가며 표현되는 confrontation은 거의 불문율처럼 답습된 장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승우의 정면승부는
내게는 파격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담했고 감각적이었다.
예전에 브래드 리틀 내한공연때도 정면에서 머리를 내리고 올리는 것으로 두 인물의 대결을 표현했었는데
낯선 느낌때문이었는지 어색하고 조금 우수워 보였었다.
그런에 이번 조승우의 정면 승부는 아마도 내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거기에다가 "하이드"는 왼손뿐만 아니라 양손을 전부 사용하는 대담성까지 갖췄다.
이런 과감한 표현이 두 인물의 숙명적인 대결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이 장면이 2011년 <지킬 앤 하이드>의 백미라고...
"하이드'에 얼떨떨해하는 내게 "지킬" 역시 지지않고 마지막 한방을 남긴다.
"어서요, 존! 지금이예요!, 날 좀 풀어줘요!"
튀어나오려는 하이드를 누르며 어터슨에게 부탁하는 지킬.
그 모습을 표현하는 조승우의 연기는 감탄스러울만큼 안스럽고 강인했다.
엠마의 품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쉬는 깊은 숨...
그 숨소리 하나로 모든 사건의 해결과 종말이 표현된다.



조승우.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배우다.
나는 이 사람의 디테일에 언제나 감동받는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빠지는 게 두려워서, 보게 되면 단연코 빠져버릴 게 분명하기에
그의 무대를 여러 번 피해갔는지도...
덕분에 지금 걱정히 하나 늘었다.
그러니 이제 어쩌면 좋으냔 말이다.
이렇게 보고야 말았으니...
또 다시 파격적인 정면승부를 향해 
또 다시 파격적인 정면승부를 하고만 싶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2. 9. 08:38

벌써 2년 전 일이다.
병원 송년회로 <지킬 앤 하이드> 단체 관람을 했었다.
그때 관람 Tip으로 병원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있었다.
엉성하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쓴 거니까...
또 다시 지킬 앤 하이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킬 앤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오늘은 책이 아니라 좀 다른 걸 소개해 보려구요.
우리 병원 송년회 때 보게 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책의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 발표한 원작의 제목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 Mr. Hyde)>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요,(이미 다들 잘 아실테니까...)
우리가 보게 될 뮤지컬 <J & H>를 뮤지컬 넘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구요.

먼저 1막.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가 있는 의사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구별하는 약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생체실험을 반대하는 위원회의 거부에 급기야 자신의 몸에 주사 바늘을 꽃게 되죠.
이 부분에서 나오는 뮤지컬 넘버 “This is the moment”라는 노래는 모든 뮤지컬 남자 배우들의 꿈의 넘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킬의 고뇌와 결단을 표현해야 하는 이 곡은 듣는 사람은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부르는 사람은 저음과 고음의 영역을 넘나들어 죽을 듯이 힘든 곡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J & H" 남자 배우 오디션에선 항상 이 곡이 지정곡으로 등장하죠.
이 노래를 잘 소화한다면 공연을 이끌고 나갈 기본은 된다고 평가하게 됩니다(실제로 이 곡을 흔히 말하는 삑사리 없이 부르기란 왠만한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사약이 온 몸이 퍼지게 되면....
드디어 선한 지킬의 몸에서 하이드가 서서히 등장하게 됩니다.
1막과 2막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같이 등장하는 넘버가 두 곡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그 첫 번째 곡을 만나게 됩니다.
“The Transformation”이란 곡이죠.
실험에 대한 결과를 궁금해 하고 있는 지킬의 몸에서 뭔가가 서서히 나오면서 그의 몸짓, 말투, 표정, 시선까지 변화시킵니다.
하이드...
무대 위를 장악하는 그의 모습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죠.
“Alive 1”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이 드디어 하이드의 힘과 사악한 본능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하이드는 악의 속성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죠.
악의 은밀한 비밀에 대한 신비감 그리고 파괴를 향한 갈증이 예고되면서 무대 위를 압도하게 됩니다.
“Alive 2”는 1막의 ending 곡입니다.
하이드의 살인행각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그려집니다.
하이드의 불의 심판을 직접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사탄 편에 서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파괴하겠다는 하이드의 외침에 잠시 등골이 오싹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1막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랩니다. 아마도 제 안에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이제 2막이 시작됩니다.
하이드는 단지 지킬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었지만 이젠 점점 더 지킬의 대부분이 되어 가는 걸 그 자신도 막기가 힘들어 집니다.
지킬은 분리된 자신의 두 모습과 싸워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이드에게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는 물론이고 하이드의 먹이감 루시까지도요.
“Dangerous Game”
이 뮤지컬 전체에서 가장 끈적끈적하고 어찌 보면 선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곡입니다.
하이드와 루시가 부르는 이중창으로 그가 사악한 인간임을 알면서도 육체적인 쾌락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루시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입니다.
지킬의 부탁으로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는 루시...
“A New Life”라는 노래와 함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루시의 등에 결국 하이드는 칼을 꽂게 됩니다.
하이드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라는 장면이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 들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아마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겁니다.
참 여러번 봤는데 저 역시도 매번 놀랐으니까요...
루시의 주검 앞에,
하이드는 서서히 지킬로 돌아옵니다.
또 다시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등장하며 부르는 노래가 등장할 차례네요.
J & H 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Confrontation”
(이 곡을 한 곡을 부르고 나면 배우의 몸무게가 2~3kg 쯤 빠지는 건 우수운 일이라고 하네요)
지킬과 하이드가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며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죠.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만화나 코미디에서 반은 여자, 반은 남자처럼 꾸미고 나와서 노래 부르는 거 보신 기억 있으시죠?
그런 식이긴 하지만 느낌은 훨씬 더 강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하이드와 머리를 묶은 지킬을 한 사람이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 두 명의 목소리와 행동(특히 손놀림에 주의해 보세요 ^^)
그리고 조명의 분리까지...
실제로 전 이 부분을 연기하고 쓰러져서 동료 배우에 의래 끌려서 퇴장하는 배우를 본 적도 있답니다.
다행히 다음 씬을 계속 연기하긴 했지만 보는 저도 많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마치 제가 하이드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죄책감이...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이 발동한거죠)

결말은...
그래도 선이 승리는 해야 하겠죠.
그런데 그 승리를 이끌어 가는 건 결국 지극한 아픈 사랑에 의해섭니다.
결국...
누구의 승리하고 할 수 있을까요?
지킬? 아니면 하이드?
결정은 직접 보게 될 사람이 선택할 문제이긴 하겠지만요...

* 찾아봤더니 저희가 보는 날 캐스팅이,
홍광호(지킬), 임혜영(엠마), 김선영(루시)네요.
일단 루시 역할의 김선영 씨...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자입니다.
전 가수 소냐가 하는 루시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저한테 여지없이 한 방 크게 먹인 배우 되시겠습니다.
(꽤나 얼얼했습니다... ^^)
홍광호 지킬... 이런 큰 역할은 처음 하는 배웁니다.
느낌은 조승우 지킬과 흡사하다는 평이 있던데 일단 노래 실력은 좋습니다.
다른 두 명의 지킬보다는 디테일에 더 신경쓰지 않을까 생각되네요.(제가 이 사람 공연을 3개 정도 봤었는데 디테일과 감성 전달이 좋더군요.)
엠마 역의 임혜영 씨는 제가 직접 본 작품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요즘 흔히 말하는 열심히 크는 배우라는 평가가 있네요.
이 뮤지컬은 97% 지킬에 의해 이끌어가는 공연입니다.
(실제로 지킬과 하이드가 극 전체에 약 98% 정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날 지킬의 컨디션이 공연의 전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되죠.
이 역을 맡는 배우는 자부심도 대단하지만 그 무게감에 절로 살이 빠진다고 하네요.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가 스스로 고사한 배우도 있을 만큼 배우로써의 존재감과 책임감에 엄청난 압박을 주는 역할이죠. 한번 연기하고 다시 못하고 있는 배우도 있구요.
그런 걸 보면,
관객이라는 게 참 호사스런 자리란 생각도 듭니다.

단,
그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정면으로 맞설 준비 되셨나요?
그가 찾아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29. 06:30
기사를 봤다.
군대를 제대한 조승우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출연료에 대한 기사를.
회당 1,800 만원!
전체 14억 4천만원!
엄청난 고가의 출연료가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금액보다 더 놀랐던건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이렇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배우의 출연료를 공개할 줄은 몰랐다.
"조승우 효과" 라는 스타 마케팅이 일부러 돈을 들여 가며 해야하는 마케팅조차 필요없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어쩌면 ...
이것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던 걸까? 
적정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애궃은 시아준수의 <모차르트> 출연료까지 들먹인 것은
확실히 신사적이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사아준수는 회당 3,500 만원을 받기도 했다며 조승우의 출연료는 적정하다라는 신춘수의 발언!
자신이 출연하는 1차 공연 14회분을 15분만에 완벽하게 매진시킨 조승우!
그것도 예매 사이트까지 마비시킨 걸 보면 그 출연료는 신춘수 대표의 말처럼 확실히 적정한 금액일수 있겠다.
(그 이상을 받는데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걸 꼭 이렇게 친절하게 공개했어야 했을까?
오디 대표는 왜 굳이 "친절한 춘수씨"가 되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 지난 23일 군을 제대한 조승우가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는 A급 배우 출연료와 무려 36배 차이가 나는 출연료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사 오디뮤지컬 컴파니의 신춘수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조승우의 회당 출연료 및 이유 등을 밝혔다.
신 대표는 "조승우의 개런티가 회 당 1800만 원이 맞다"며 "하지만 뮤지컬이 끝난 후 받는 전체 액수는 모르겠다.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스케줄을 조율하기 때문에 전체 횟수는 조승우의 컨디션과 스케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조승우에게 고액 출연료를 제시하게 된 계기로 "회당 매출이 1억 5000만 원정도 나온다. 미국 같은 경우와 비교해도 회당 15~20% 정도 스타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를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여배우 포함해 A급 뮤지컬 배우는 회당 5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라고 답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느끼는 위화감이 크겠다는 지적에 그는 "스타 마케팅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티켓이 판매되는 것 역시 '조승우 효과'를 보는 것"이라 견해를 밝혔다.
신 대표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 외부 스타의 경우 회당 700만 원 이상, 뮤지컬 스타는 회당 50만∼400만 원 받는다는 것이 뮤지컬 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한 시아준수는 회당 3천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스타 캐스팅과 높은 출연료 때문에 그동안 제작비와 티켓 가격이 동반 상승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배우들에게 무분별하게 많은 출연료를 주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승우의 경우 실력과 티켓 파워를 높이 평가해 회당 1천800만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조승우가 출연하면 마케팅과 광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기 때문에 조승우의 출연료가 바로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기사의 내용이다.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는 A급 배우 출연료와 36 배의 차이!
이렇게 언급했으니 또 이 배우가 류정한이라는 것도
그가 회당 500만원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는 것도 아주 친절하게 밝혀진 셈이다.
뮤지컬계에서 배우 류정한은 티켓파워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확실히 독보적인 존재다.
일반 뮤지컬 배우들은 그가 받는 출연료도 일생의 꿈이고 환상이고 동경이고 목표다.
내가 꼭 그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비교대상으로 등장한다는 게
어쩐지 자신이 제작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자본주의 원리를 그대로 드러내야 했을까?
<코러스라인>에 출연했던 배우 A는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밀린 출연료를 받기 위해 제작자를 찾아갔다가 망치로 봉변을 당하기도 했는데... 
뮤지컬계에서 제작사와 배우간의 출연료에 대한 잡음은 심심치 않게 나웠던 부분이다.
배우가 밀린 출연료 때문에 무대에 서지 않아 기사가 되기도 했고
앙상블들은 거의 돈이 지급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도 했다.
<지킬 앤 하이드>야 출연만 하게 된다면 그 이후 배우로써 탄탄대로가 열리는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출연료와 상관없이 출연만해도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들도 많다.
거기다 모든 남자 배우들이 꼭 하고 싶어하는 꿈의 배역!
어떻게 생각하면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한 이중적인 배역이다.
그야말로 "지킬 앤 하이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의 조승우의 연기는,
한마디로 지독하게 섬세하다.
목소리 톤과 표정, 손끝 하나까지도 신비주의가 느껴질 만큼 탐미적이다.
지금껏 20번도 넘게 이 뮤지컬을 봐왔는데
1막의 이사회 장면에서의 치열함이나 
2막의 dangerous game과 confrontation은 누가 뭐래도 조승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지킬로 상벽을 이루는 류정한도 조승우만큼 디테일에 섬세하지는 않다.
2004년 초연부터 시작해서 매번 공연될 때마다 빼먹지 않고 봤던 공연이라
<지킬 앤 하이드>는 내게도 특별한 느낌과 감동, 애착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매번 티켓값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예매를 하게 되는지도...
(가끔은 내가 정말 끔찍한 약쟁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
그래도 초연때 오디토리움에서 공연될 때는 지금처럼 티켓전쟁이 치열하지는 않았었는데...
우리나라에 뮤지컬 붐을 만든 게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이라면
폭발적인 대중화를 선도한 건 확실히 <지킬 앤 하이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우 조승우가 있었다는 건 누구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긴 하다.
아마도 그가 <지킬 앤 하이드> 초연을 공연하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빅히트작이 될 수 있었을까?
작품이 워낙 좋고 뮤지컬 넘버도 아름다워서 기본적으로 흥행에 실패하진 않았겠지만 
그 앞에 "폭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도저히 없었으리라.
이런 모든 걸 따져보면 회당 1,800 만원의 출연료는 신춘수 대표가 말한 적정가가 확실히 맞다.
굳이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사람들은 조승우가 엄청난 출연료를 받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카더라" 통신처럼 그냥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적정"이라는 단어를 충분히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 입장에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제작자와 대중의 시선은 다른건가?
그래도 이번 출연료 공개는 아무래도 신춘수 대표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많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인터넷에 나온 댓글을 읽고 또 한 번 마음이 씁쓸해진다.
.... 조배우의 1회 출연료가 제 1년 연봉보다 많네요 ....
이게 어디 한 두 사람 의견이고 현실이겠는가!
애초부터 피튀기는 예매 전쟁에 뛰어들 생각조차 없었지만
조승우가 아니라 36배 덜 받는 다른 배우의 공연을 예매한 나로써도
조승우 출연료 공개는 참 민망하고 씁쓸한 기분이다.
머리 좋고 판단력 빠르기로 유명한 신춘수!
제작자는 결국 장삿군일 수밖에 없는건가?
그렇다면 장삿군에게도 지켜야 할 상도가 있는 건데...
확실히 그는 신사적이지 못했다.
참 두고두고 씁쓸하다.


                                     <Dangerous Game>


                                                  <Confrontation>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1. 00:35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있던 일요일 저녁
조금 일찍 세종에 도착해 공원에서 해바라기를 하다.
낮공연을 마친 루시와 엠마가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컷을 부탁했더니 "OK!"라며  밝게 대답한다.
루시역의 벨린다에게 말을 걸어서였는지
엠마역의 루시 몬더가 자신이 사진에 나올까봐 고개를 살짝 숙인다.
"Together, Please!"
그녀들이 서로 웃으며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잠깐의 휴식이었을텐데...



객석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꽉꽉 들어찼다.
공연의 명성도, 브래드 리틀의 명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네번이 관람 동안 궁금했던 걸 음향팀에게 확인하다.
역시 라이브 연주였단다.
OP석까지 개방한 공연이라 연주자들은 무대 제일 뒤에서 연주했다고 한다. 
MR이었다면 아마 관객이 감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거란 생각
확실히 라이브 연주는 선명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Jekyll의 손끝에 숨이 막히고
Hyde의 발끝에 숨을 멈춘다.
다정하고 따뜻한 Jeyll의 목소리,
살점을 물어 뜯는 듯 야만적인  Hyde의 목소리...

매 장면마다 쉽게 끊어지지 않던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감탄소리...
확실히 막공의 위력은 집단 최면의 효과가 있다.
배우들도 마지막이라 그런지 끔찍하게 잘해서 오히려 화가 났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참 좋았다.
충분한 위로였고 그리고 충분한 즐거움이었다.
그 기억이 있으니 적어도 내게는 좋은 추억 하나 담긴 셈이다.
그런데 사실은,
또 다시 그의 손끝과 발끝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
지독한 Dangerous Gam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12. 10:18

비 온 뒤 오후,
다시 찾은 Jekyll & Hyde
Brad Little
이 사람의 목소리가 궁금해서 찾은 공연장



안타깝게도 오늘 이 사람의 목소리엔 힘겨움이 느껴진다.
주말의 4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
예전 우리 배우들도 말했었다.
4차례의 공연을 연이어 한다는 건
살인적인 동시에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90%가 넘는 무대 등장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그것도 두 사람의 확실히 구분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한공연 <Jekyll & Hyde>의 최고 장면은,
1막에서는 역시 <This is the moment>
<Transformation>, <Alive>도 물론 좋지만
브래드 리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is is the moment>다.
그의 딕션은 참 선명하고 정확하다
무대와의 거리감을 상쇄시킬만큼...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딕션이라고 믿고있는 나에게 그는 확실히 모범적인 배우다.
이사회 장면의 그 숨가쁘고 분노에 찬 모습에서조차도 그의 딕션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래서 Jekyll의 분노가 나는 아주 정당하게 느껴진다



2막에서는 <Dangerous Game>
Lucy와 Hyde 둘 사이의 거리감과 정확히 반대되게 느껴지는 긴장감.
여전히 내겐 미스터리다.
그 거리에서 어떻게 나에게까지 이런 감정들이 전달될 수 있는지가...
우리나라 공연의 화려한 리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실망스럽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선 숨을 쉬는 것조차 아깝다.
Hyde의 손끝과 발끝이 모든 언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무엇보다도 확실한 dangerous game이다.



아마도 Emma역이 루시 몬더(Lucy Maunder)였다면
<In his eyes>도 포함이 됐을테지만
오늘 공연에서는 under 브리앤 터크(Brianne Turk)가 엠마 역을 했다.
그녀는....너무 떨었다.
그녀 자신의 긴장감 때문이었겠지만 몸이 자꾸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대로 무대 위로 넘어질까봐 걱정됐다.
그리고 그녀 목소리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탁성
<Once upon a dream>
그 맑고 깨끗한 노래는 역시 Lucy maunder의 목소리가 제격이란 생각.
lucy역의  벨린다 월러스톤(Brelinda Wollaston)은 공연을 볼 때 마다
점점 더 매력적임을 알게 된다.
1막에서의 <Someone like you>, 2막의 <A new life>는
그녀를 내 귓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게 한다.



마지막 엔딩인 결혼식 장면
배우들이 무대를 등지고 자리에 앉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항상 배우들의 앞모습을 보는 게 익숙한 시선이었기에...
(Jekyll이 심험실에서 약물을 주사하지 않고 마신 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원샷 문화(?) 때문에 아마도 더 당황스러웠는지도....
 작은 주사기가 멀리 앉은 관객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꾼 것 같다는 나름의 추리를 해 본다.)
지금은....
의도가 어느정도 파악이 된다.
그게 딱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의 흔적이 보여 다행스럽다.
익숙함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90% 정도 만족한 공연.
그래도 브래드 리틀의 <This is the moment>는 여전히 좋더라.
Hyde로써의 마지막 커튼콜 엔딩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8. 31. 02:00

2009. 08. 30. PM 7:30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보다
<Jekyll & Hyde>
<오페라의 유령> 팬텀으로 총 2,150회 세계 최다 공연을 이끌어 왔던 브래드 리틀(Brad Little)
드디어 그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그는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게 공포스러웠다.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Jekyll일 때의 그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최고의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Hyde로 변했을 때 그 긁어대는 가릉거리는 목소리란,
그런 목소리로 도대체 이 공연들을 다 할 수는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된다.
그의 "This is the moment"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거대했고 그리고 엄청난 전율이 느껴진다.
단지 이 한 곡을 듣기 위해서 이 공연을 다시 본다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엠마와 루시의 "In his eyes"
엠마 커루 역의 루시 몬더(Lucy Maunder)의 목소리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지킬이라도 이런 목소리를 가진 엠마라면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 ^^
루시 해리스 역의 벨린다 월러스튼(Belinda Wallaston)
컨디션이 좀 그랬을까?
약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특히 1막 후반부의 "Someone like you"
역시나 기억이 담아낼 것 같다.
2막에서 Hyde와의 "Dangerous game"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아니 오히려 터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두 사람이 한 몸처럼 느껴진다.
거의 완벽하게 관능적이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던 장면.
어떻게 이런 느낌이 가능한거지???
그것도 그렇게나 서로 멀리 떨어져서....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무대들.
그 검붉은 배경과 어둠들.
꼭 립싱크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던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 실력들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허무함조차 느낄만큼...



늘 너무나 젊은 배우로만 채워졌던 우리나라 무대와
오히려 나이가 있는 배우들로 채워진 오리지널 무대.
그게 사실 나는 제일 부럽게 다가온다.
그럴 수 있으려면,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우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 좀 서운한 느낌도 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우수운 모습이 되버릴 수도 있는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린 Hyde
그런 모습으로 "The confrontation"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었는데....
그랬구나...
Hyde로 변했을 때,
그는 거울을 통해 Jekyll과 대응하고 있었다.
초반의 그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confrontaiton"을 느꼈다.
그 모습이 Hyde였든 Brad Little 이었든 둘 다 섬뜩한 기억이지 않았을까?
Jekyll을 끝장내고 승리를 이루려고 하는 Hyde나,
Hyde인 자신을 바라보면서 연기했을 Brad Little.
그냥, 난 그 상황이 이 뮤지컬 <Jekyll  Hyde>에 썩 어울린다고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억지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끔찍하게 너무 끔찍하게 아름다웠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어 너무 화가 난다.
정말 그를 만났다.
Jekyll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모습 Hyde...
Good  &  Devil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