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7. 24. 08:30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두 도시 이야기>는 류정한 찰스 다네이 이외의 다른 캐스팅은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너무 고집스런 편애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을 봤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서범석의 커튼콜 사진.

그리고 카이와의 "Let her be a chile"를 동영상으로 봤다.

느낌이... 좋았다.

둘의 목소리는 꽤 잘 어울렸다.

그래서 서범석 찰스 다네이를 한 번 보기로 했다.

가능하면 카이와 서범석 캐스팅으로 보고 싶었는데 캐스팅이 예의치가 않았다.

다 포기했다.

서범석, 임혜영, 최수형, 백민정, 김봉환.

거의 무모한 컈스팅이었지만 삼성카드 1+1 이벤트에 좌석도 좋아서 그냥 가기로 했다.

<레베카> 이후에 많이 좋아졌다는 임혜영도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주말을 지나고 출근했더니 인터넷에 <두 도시 이야기>가 전례에 없는 대박을 치고 있었다.

작품 때문이 아니라 사인회 운운한  배우 백민정의 SNS 때문에...

배우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일요일 저녁 공연의 배우가 신영숙으로 교체됐다.

파장이 크겠다.

작품에게도, 배우에게도...

<쓰릴미>와 <라카지>의 보이콧 사태도 다시 회자되면서 공연계가  뒤숭숭해졌다.

개인적으로 SNS을 기피하고 안 하는 입장이라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서로 다 조심은 해야 될 것 같다.

공연 후, 에너지가 다 소진한 상태에서의 사인회.

배우에게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이벤트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페이크가 됐든, 철면피가 됐든 숨길 수 있어야 했다.

그건 수고와 힘듬은  배우들끼리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이야기하고 흘려보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사건으로 배우 백민정을 마녀사냥하듯 몰아치는 것도 과히 보기 좋지는 않다.

걱정스러웠는데 결국 백민정과 임혜영에게 징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다.

백민정 6회 출연 정지, 임혜영 3회 출연 정지!

참 여러 사람이 상처받고 아프게 됐다.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공연 전체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런데 그녀는 왜 그랬을까?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19년 차라는 그녀의 경력이 민방하다.

더불에 이정열까지도 욕을 먹고 있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여러가지로 안타깝다.

어쩌다보니 재공연 세 번 관람 전부 마담 드파르지가 백민정이었다.

신영숙과 비교해서 대등할 수는 도저히 없었겠지만

세 번 관람 중 그래도 이날 공연의 제일 좋았았는데...

(이날 너무 몰입해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래도!!!!)

뭐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

 

서범석의 시드니.

너무 깊다.

배우의 개인적인 깊이감이 엄청나서 급기야 관객이 시드니의 감정에 스며들 여유조차 안 준다.

남주 주인공이 아니라 마지 비련의 여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다.

이건 염세가 아니라 일종의 기벽에 가까운 중독이다.

게다가 모든 노래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Reflection은 환상속에 너무 빠져 비애가 절망이 느껴질 틈이 없었고

I can't recall은 벅찬 감격과 설렘이 아닌 곧 폭발할 것 같은 과도한 격정이 앞선다.

Let' her be a child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통곡하는 느낌이고...

난감하다.

다가가서 달래줘야 하나???

이런 시드니를 본다는 건...

솔직히 많이 당혹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시드니는 "슬픔"이 전부가 아니다.

시드니라는 인물은,

비록 간절히 바랬던 한 여인의 사랑은 얻지는 못했지만

루시의 가족을 통해 더 큰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건 "슬픔"이 아닌 "보고픔" 그것이었다.

어린 루시가 아빠를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루시가 죽음이 예정된 남편을 온 가족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찰스가 시드니에게 루시를 부탁하면서까지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그리고 그들이 행복를 죽어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시드니의 그 마음.

이 모든 "보고픔"을 "슬픔" 하나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서범석은 시드니는...

홀로 이 슬픔 속에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우 서범석의 연기과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새로운 작품을 하면 일부러 챙겨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배우가 감정에 너무 빠져버려 배역을 의도만큼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대사는 마치 대본을 읽는 것 처럼 어색하다.

도대체 왜지?

서범석이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당혹스럽다.

아무래도 그가 감정 컨트롤에 실패한 것 같다.

마지막 대사는 울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난 내가 알던 어떤 휴식처보다 더 평온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대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아주 당당하고 확신에 찬 상태에서 했어야 했다.

눈 속에 눈물이 담겨도 절대로 대사 속에는 눈물이 담겨서는 안된다.

그러나 서범석의 대사는 단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통곡이었다.

단어 끝이 선명하지 않고 흐려졌다.

어떻게든 버텨내길 바랬는데...

아주 의연하게 빛나는 별빛이길 바랬는데... 

 

임혜영 루시도 작년 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주는 루시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자란 귀한 외동딸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순수한 사랑스러움에 최현주 루시가 품는 강인함까지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선지 그녀의 "Without you"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잃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 사이에서의 번민과 그래도 견디겠다는 결정에 대한 힘이 부족하다.

루시가 갖는 내면의 굳건하고 강인한 힘.

그걸 표현하지 못한 건 영 아쉽다.

최수형 다네이는 연기와 노래에 전체적으로 힘이 빠져서 그전보다 훨씬 좋았다.

투사같던 이미지가 줄어드니 사랑에 빠져버린 한 남자의 모습이 오롯이 보인다.

과거의 기억과 함께 봉인된 김봉환 마네트 박사도

부성애가 비로소 살아났다.

다행스럽다.

그리고 브라스가 활개치던 오케스트라의 경박함도 거의 사라져서 좋았다.

 

시드니의 첫등장은 류정한 방식이 확실히 더 좋았고

(도대체 왜 바뀐거지????)

2막에서 로리와 시드니와의 대화장면은 솔직히 아주 절망적이었다.

"내가 자네 아버지가 아닌 건 정말 하늘에 감사할 일"이라니????

시드니가 은밀한 결심을 하는 의미심장한 이 장면이

이 대화때문에 숭고함이 코믹으로 유체이탈되는 느낌이다.

(제발 허무개그같은 이 장면은 삭제됐으면...)

앙상블의 힘은 역시 참 좋다.

 

사실 서범석 시드니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람을 결정했던건데...

그래도 다행이다.

기대했던 이외의 것들에서 좋은 느낌들을 받았으니.

그걸로도 괜찮다.

<두 도시 이야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8. 08:33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류정한!

그는 아무래도 흐르는 류(流)의 배우가 되려는 모양이다.

안되겠다.

남루한 글솜씨일망정 류의 흐름(流)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다.

그의 흐름에 완전히 말려 들어가 정신을 잃기 전에!

 

고대 그리스에선,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를 "히포크리테스(hypokrites)"라고 불렀다.

그 단어 안에는 "응답하는 자(one who answers)"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무대 위에서,

작품속 인물에 스스로 응답하는 자,

그럼으로써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욕망에 일일히 응답하는 자.

그게 무대를 책임지는 배우의 엄중한 의무이며 책무다.

그래서 소위 끼를 부리는 가벼움이 아닌, 근거있는 순발력과 투명도를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배우란,

자신의 몸을 도구화시켜 작품 속 그 인물을 정교하게 이끌어내야하는 일종의 천형의 업이기 때문에!

그래서 뮤지컬 배우가 빠질 수 있는 함정도 여기에 있다.

자칫 소리(노래)를 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죽이게 노래를 잘하니까 몸(액팅)의 어색함 정도는 눈감아 주리라는 어설픈 믿음.

그러나, 뮤지컬 배우가 뮤지컬 자체가 아니듯 소리(노래) 자체도 아니다.

소리는 단지 표현의 일부다.

그 전에 그들은 무대를 책임지는 배우다!

뮤지컬 배우의 표현력과 집중력은 단지 소리에만 있지 않다.

소리에만 집중하는 배우는 그래서 무대 위에 바칠 수 있는 것도 소리 하나뿐이다.

배우는,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주는 사람이다.

배우의 도구는 언어가 아니라 철저하게 몸이다.

때로는 손끝 하나로도, 목소리의 떨림 하나로도, 눈의 움직임 하나로도 화산같은 감정을 폭발시키고

이곳을 저곳으로 뒤집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배우의 모습을 목격할 때,

관객은 근거있는 믿음과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그런 의미에서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서로 완벽하게 소통하고 이해하고 호흡하는 믿음과 신뢰, 그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을 표현하는 핵심은 "절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절제 속에는 격정과 안식을, 정열과 평화를 동시에 공존시켜야 한다.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운 인물이다)

배우 류정한은 이 작품에서 섬세함과 디테일의 끝을 보여준다.

술에 찌든 몽롱한 모습, 흐트러진 걸음걸이와 말투.

일부러 시계를 꺼내 보이는 치밀함과 장면마다 상대 배우를 향하던 눈빛, 표정들,

그리고 그 작은 손끝과 발걸음 하나까지...

이건 계산과 연습을 통해 보여질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는, 그대로 시드니 칼튼이 되버렸다.

도대체 어쩌려고!

 

류정한이 무대에서 보여준 시드니 칼튼!

그에게선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짙은 냄새.

그건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려는 사람에게서 맡아지는 그런 냄새다.

그 냄새는 1막에서는 차가운 슬픔으로,

2막에는 뜨거운 슬픔으로 가시화된다

그 극도의 온도차를 감당해야 하는 건 객석에서 보는 관객에게조차도 힘겨운 일이다.

(그렇다면, 그걸 몸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그는?)

급기야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목격해버렸다.

오래 견뎌온 사람의 마지막 선택을!

그리고 더 오래, 언제까지든 견뎌나갈 사람의 얼굴을...

류정한 배우의 치열함과 절실함은

시드니 칼튼이라는 인물의 죽음 이후, 그 침묵을 생각케했다.

사실 나는 내가 좀 비정한 사람이길 바랬다.

이 모든 감정들을 감당하는게 너무 힘겨워서.

(고작 보고만 있었으면서...)

완전 연소한 사랑은.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없단다.

그걸 류정한 시드니 칼튼이 내게 보여줬다.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따스함과 슬픔이 뒤섞인 눈으로 그의 시드니가 말한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난 내가 알던 어떤 휴식처보다 더 평온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 이제 시드니 칼튼을.

그곳으로 기꺼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를 믿기 때문에!

짧은 한순간 그의 고통은 사라질 것임을.

그의 바람처럼 나 역시도 견딜 수 있을만큼만 아파할 거라른 걸,

시드니의 정직하고 순수한 선택처럼

완벽히 믿는다.

(그래도 된다면,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걸고 믿는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자꾸 영화 <Love affair>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류시드니에게서 <Love affair>의 테리가 보였다.

(공교롭게도 테리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은 류정한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이기도 하다)

영화의 한 장면과 이 작품의 "I can't recall"은 아주 절묘하게 닮아있다.

아네트 베닝이 워렌 비티의 이모로 나왔던 캐서린 햅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허밍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 "love affair"는 정말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 장면은 그 자체가 심장을 향해 직접 박히는 장면이었다.

그걸 보면서 나는 테리에게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가 이제 막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I can't recall"에서 시드니에게 열리는 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 세계는,

 별들이 부러워할 세계고,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세계고,

술 한 잔을 권하는 세계다.

다 잊어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세계.

인생에 끼어드는 가장 큰 위험(risk) 은 바로 "사랑"이란다.

그렇다면 그 위험을 어떻게든 피해야 할까?

<두 도시 이야기>와 <Love affair>는 그 질문에 명료하고 분명하게 대답한다.

Take a chance!

운명을 걸어 보겠보겠노라고.

 

재미있는 건,

난 운명을 거는 사랑도, 너무 큰 사랑도 개인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사랑이 있노라고 <두 도시 이야기>는 자꾸 나를 설득시킨다.

배우 류정한의 흐름(流)이 나를 그곳으로 흐르게 했다.

어쩌자고...

솔직히 당혹스럽다.

적어도 이건 내게 있어 확실한 비극이자 희극이다.

그런데 이미 휩쓸려버렸다.

류의 흐름 속에...

이제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Take a chance?

Maybe...!!

 

 

널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건
아주 쉬운일이지만
날 위해 애써 웃으려고 하는 건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픔과도 같아

널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너를 보내 줄수는 있지만
날 위해 니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내 맘속에 들어오게 하는 건 불가능해

널 위해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며 살아갈 수는 있지만
날 위해 너와의 모든걸
이쯤에서 묻어버리기엔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 08:48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돌아온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

소위 말하는 위대한 고전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꼭 원작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초연이 됐을때 일부러 원작을 읽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원작보다 훨신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거였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에겐 참 죄송스런 발언이지만...)

<몬테크리스토>도 <레미제라블>도 원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을 도대체 어떻게 설정할지도 궁금했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초연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평들도 많았지만

skill의 화려함이 주는 감탄보다 feel에 녹아들면서 육화되는 감동때문이었는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게다가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왠만한 클래식 연주회를 능가할만큼 깊이감있고 웅장했었다.

(김문정의 욕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돌아온 <두 도시 이야기>

궁금했다.

초연때의 받았던 그 감동이 얼마만큼 다시 찾아와줄지가...

 

류정한 시드니, 최현주 루시, 카이 찰스.

예상은 했지만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지고 간곡해졌다.

배역에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시드니였고, 루시였고, 찰스였다.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 황홀할만큼 싱크로율도 좋고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도 더없이 좋다.

남녀 듀엣도, 남남 듀엣도, 솔로곡도 어쩜 그렇게 다들 황홀함을 선사하던지!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음이 그대로 눈 앞에 보여진다.

 

류정한 시드니!

시드니의 첫장면 동선이 초연과 달라서 말들이 있는 것 같던데

류정한 시드니는 초연때와 똑같은 동선으로 등장했다.

(배우에게 선택권을 줬던걸까? 아니면 류정한의 고집이었을까?

 서범석과 윤형렬의 동선이 어떤지 몰라서 비교는 못하겠다.)

염세주의자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알콜의존증 환자(?) 시드니.

류정한의 시드니는...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또 다시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믿고 계속 물 속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나르시시즘.

(참 삐딱한 나르시시즘이다.)

초연 때는 "I Can't Recall"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곡에 다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시드니의 넘버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루시의 결혼식 장면에서 "If dreams Come True"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빛은...

도저히 설명 못하겠다.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과, 그 눈빛보다 더 간절한 그 마음..

아! 시드니는 결코 루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시드니 스스로 다진 의지도, 신념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는 도저히 없다는 거다.

선별과 선택을 할수조차 없는 그런 것.

류정한이 보여주는 시드니가 그랬다.

"Let Her Be a Child"

이 노래가 그렇게 간절하고 애뜻하고 슬펐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리고 이 넘버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에 고였던 눈물은,

시드니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보는 것 뿐인데도 내 가슴이 쿵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오래 나를 다독여야만 했다.

 

최현주 루시는 초연때보다 더 강건하고 아름다워졌다.

(지금 난 외형을 보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랑스런 눈빛이라니...

누구라고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상대역들은 몰입하기가 참 쉬웠을 것 같다.

찰스도 시드니도 그리고 마네트 박사와 프로스 아줌마까지도!

"Whthout a Word"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최현주 루시의 모습을 보면 늘 경이롭다.

루시도, 최현주도 무대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울것 같다.

시드니 말대로 루시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다.

(그리고 최현주는 더더욱 더!)

루시를 최현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초연때부터 최현주가 내겐 루시의 진리다.

그리고 카이의 찰스도.

최수형의 찰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관람은 꼭 카이여야만 했다.

초연때 카이와 류정한이 남긴 듀엣의 활홀함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끝없이 끌어 당긴다.

팽팽하기도하고 서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묘하다.

남자의 듀엣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카이는 뮤지컬 첫데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fmf 안했었는데 깜짝 놀랐었다.

귀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다정한 카이의 찰스.

제발이지 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보다는 아무래도 약하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신영숙 탓이다!)

"ㅅ" 발음은 너무 쎄고,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

그래도 이 작품에선 이런 단점들이 역할과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다행이자만

호흡은 내내 아쉬웠다. 

초연때 정상훈 바사드가 너무 갑칠맛나는 쫀득쫀득한 연기를 선보여서인지

김대종 바사드는 좀 밋밋했다.

로리 아저씨도 좀 아쉽고...

(어디선가 <아이다>가 막 튀어 나올 것만 같아 ㅠ.ㅠ)

박용수 로리는 루시에게 부모가 갖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김덕환 로리는 사무적이고 직업적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대리인 딱 그 느낌!)

그래선지 박송권 제라가 "이제 시드니씨는 못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도

아무 감정없이 느껴진다.

뭐 너는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나만 그랬나?)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음악.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졌버렸다

게다가 브라스는 좀 경박한 수준이다.

제임스 바버가 스피디하게 연출했다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대사의 타이밍과 오케의 연주만 과하게 성급해진것 같다.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한 건 아주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호흡과 간격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딘지 배우도,오케도 뭔가에 쫒기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1막에서는 더.

다행히 류정한 시드니가 등장하고부터는 속도가 좀 진정된다.

(성급한 속도를 컨트롤한 사람이 과연 누굴까? 혹시 류정한? 어쩌면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작품은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고 그리운 작품이다.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리운 그런 작품! 

다시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보겠지만!)

이번엔 신영숙까지 포함힌 초연멤버 그대로 관람하련다.

신영숙의 "Our of Sight, Out of Mild"가 무지 그립다.

 

* 다음 관람 땐 꼭 오페라글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류정한의 표정을 아주 세세히 읽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4. 08:18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네번째 관람.

이 작품은 고전적이고 장엄하며 동시에 선하고 착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정화되면서 일종의 씻김굿을 한 듯한 후련함과 맑은 비움이 느껴진다.

Heart to Heart

모든 걸 그저 놓고 순수하게 교감하면서 마음으로 본다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작품.

적어도 내게는 참 장하고 참 착한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또 눈을 뗄 수가 없다.

 

다른 건 다 빼고 오늘은 맘에 오롯이 담긴 넘버 이야기를 해보련다.

"You'll Never Be Alone"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나서 부르는 루시의 노래.

최현주 루시의 음색은 떨렸고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맘속에 오래 담아놓은 그리움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루시는 그동안 참 아팠고 외로웠지만 정말 잘 견디며 자랐구나.

이 곡을 들으면서 나는 혼자 견뎌낸 루시의 아픈 성장기가 한번에 읽히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떨림의 노래 "Without a Word"

앞의 노래에서 루시의 과거를 읽었다면 이 노래에서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는 최현주 루시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한 곡 안에 상승하는 감정의 변화를 너무나 잘 표현했다.

사랑받는 아름다운 여자가

아내로써, 엄마로써 모든 건 지키고 감내하겠노라 다짐하는 모습은 참 숭고하고 눈물겹다.

최현주 루시는...

감정표현이 정말 아름답다.

그녀가 루시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녀 자체가 정말 루시같다.

참 대단한 배우다. 최현주는!

 

전동석 다네이와 김도형 마네트 박사의 "The Promise"

아내와 연인을 생각는 두 사람의 심정이 참 절묘하게 교차되는 노래다.

서로의 목소리톤도 상당히 잘 어울리고 뭐랄까 뭔가 따듯하게 보듬는 느낌이랄까?

전동석은 프리뷰 공연때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서 관람이 즐거웠다.

전동석은 김도형과의 듀엣곡과 솔로록이 시드니나 루시와의 듀엣곡보다 개인적으로 훨씬 듣기 좋다.

특히 Gabelle의 편지를 받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노래 " I Always Knew "는 정말 최고다.

감정표현이 점점 좋아져서 이 녀석의 "젊은 베르테르 슬픔"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Let Her Be a Child"는 깊은 고뇌를 표현하기에 아직 전동석의 나이와 경력이 너무 젊다.

목소리는 참 좋은데...

솔직히 한 번도 이 녀석에게 가능성을 본 적이 없었는데

<엘리자벳>과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난 뒤에는 10년 뒤가 참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뮤지컬 배우로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것 같다.

 

류정한 시드니 칼든.

세번째 류시드니 관람이었는데 점점 감성적으로 완숙해지고 뭐랄까 그윽해졌다.

액팅과 대사가 아니라 감성 자체로 무대를 채운다는 건 또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 시드니는 내게 새로운 기쁨과 충만함을 안겨줬다.

"Reflection"

꼭 사춘기 소년 같았다.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 일부러 아닌 척하면서 혼자 부정하는 모습.

결국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체념하는 모습.

순수하면서도 어리석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I Can't recall"

환희와 기쁨이 가득찬 자심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과연 사람이 일생에서 몇 번이나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그대로 100% 드러낼 수 있을까?

이 노래는 시드니 인생의 반전이 시작되는 아주 결정적인 노래다.

류정한은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참 벅차오르게 만들만큼 이 한 곡에 이 모든 간정의 변화들을 담았다.

사춘기 소년에서 아예 순진무구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불혹을 넘긴 배우가 보여주는 순수한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신선했다.

"If Dreams Came Ture"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보내야만 하는 시드니의 심정.

그 여인의 곁에서, 그 여인의 행복을 지켜보며 절망하고, 분노하고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

기쁨과 환희에 찬 다네이와 쓸쓸하고 아련한 시드니의 목소리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남자들의 듀엣, 황홀할만큼 정말 멋지다!)

"Let Her Be a Child"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감동적는 노래.

어린 루시의 자장가에 이어지는 시드니와 찰스의 듀엣곡.

가사도 너무 가슴 아프고 멜로디로 그렇고, 두 사람의 음색도 너무 아프다.

같은 기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선택과 결심을 하는 두 사람.

이 노래 때문에 얼마나 여러번 가슴이 무너졌던지...

시드니는 이 노래는 혼자만의 정화(淨化)와 결단의 의식이었다.

참 아픈 노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노래다.

 

칼튼의 편지에서 이어지는 처형 장면.

재봉사 클로단의 노래는 일종의 평온이고 안식이다.

진심으로 모든 걸 놓고 평온해질 수 있었다.

그건 체념이나 좌절이 아니라 완성과 이룸의 완결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 사랑이라는 게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을, 그의 주변을 위해서 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한 시드니의 죽음은 단지 한 여자를 위한 희생은 아니었다.

"또 그녀의 딸과 그녀의 가족을 위해서..."

이런 삶...

불가능한 이 삶을 어쩌자고 다시 꿈꾸고 싶어진다.

위험한 삶을 기대하게 한다.

비록 잠깐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2. 08:09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두번째 관람.

시드니는 여전히 류정한이었고, 찰스 다네이는 카이, 루시 마테트는 임혜영이었다. (드파르지 부인은 지난번과 같은 신영숙)

첫번째 관람보다는 나도 여유가 생겨서 인물들의 감정선이 훨씬 잘 느껴졌다.

시드니 칼튼에 동화되서 참 여러차례 울컥했고 실제로 눈물도 제법 흘렸다.

시드니 칼튼 류정한은 프리뷰 공연 때와는 또 다른 해석과 설정을 보였다.

1막의 시드니 칼튼의 모습은 술에 확실이 찌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말투도 살짝 혀가 꼬인 듯 발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션은 분명하다)

행동과 눈빛도 프리뷰때보다 훨씬 더 알콜의존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그래서 루시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심지어 머리모양도 달라진다.

술에 찌든 칼튼은 소위 말하는 아줌마 파마스런 머리 모양이고

크리스마스밤 루시에게 고백하는 장면부터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로 등장한다.

그런 작은 변화들로 열심히 캐릭터를

류정한은 한 인터뷰에서 공연을 하면서 못 찾은 부분들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가겠노라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아마도 류정한만의 시드니는 계속계속 만들어지지 않을까가 싶다.

그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칼튼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고결하다.

 

"I can't recall"은 물론이고

1막 결혼식 장면에서 부르는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가 어린 루시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파리의 가스파드 장례식 장면으로 넘어가는 "Little one"

2막에서 찰스 다네이와 부르는 듀엣곡 "Let her be a child"는 정말 가슴 아프고 절절했다.

가사가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루시가 이러이러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달라며 기도하는 두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하나하나 그대로 가슴에 꼭꼭 박힌다.

아비의 마음과 그리고 모든 걸 버리는 사랑의 마음.

두 마음의 울림은 참 진하고 깊고, 그리고 간절했다

카이와 류정한의 하모니가 주는 여운이 아직까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카이 찰스 다네이는 임혜영 루시 마네트보다 류정한 시드니 칼튼과의 듀엣이 더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속 남자-남자의 듀엣곡들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찰스 다네이와 마네트 박사가 1막에서 부르는 듀엣곡 "The promise"도 참 좋다.

특히 김도형(김성기)의 음색과 발란스는 정말이지 너무 좋다.

(그런데 왜 이름은 바꿨을까? 동명이인 때문에?)

 

루시 마네트는 임혜영보다는 최현주가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게 훨씬 괜찮았다.

"without a word"를 너무 숨가프게 부른 임혜영을 보면서 좀 답답했다.

최현주 루시는 강인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임혜영의 마네트는 가녀린 느낌이 더 강하다.

1막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솔직히  2막은 임혜영이 표현하기엔 좀 벅차보인다.

찰스 다네이는 개인적으로 카이의 해석과 표현이 더 좋다.

전동석은 성품 곱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다.

남한테 나쁜짓 같은 거 차마 맘이 약해서 못하고

불쌍한 사람들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꼭 주머니를 털어서 주고 오는 그런 도련님 ^^

반면 카이의 찰스 다네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어떤 결기같은 게 있다.

(카이의 해석을 보면서 찰스 다네이가 혁명가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믹에서 삼촌과의 논쟁도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고

2막 재판 장면에서 사형이 결정된 후에 무릎 꿇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끝이구나... 그런 느낌보다는

죄책감과 비애가 느껴졌다.

그래선지 2막에서 시드니와 부르는 노래는 처연하고 그리고 편안하기까지 하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내게 참 묘한 감정을 그것도 여러번 갖게 한다.

서정적이지만 여성적인 작품이 아니라 남성적이고

그것도 남자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게다가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이 전부 인상적이고 비중있다.

(하다못해 꼬맹이 가스파드까지...) 

도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하다.

 

어쨌든 확실한 건,

내겐 묘한 매력과 끌림이 있는 작품이란 사실이다.

참 오랫만이라 반갑다.

이런 류(類)의 뮤지컬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1. 07:50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그래, 내가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스토리.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집중과 이완, 완급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게다가 음악은 장엄하면서 기품있어 마치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A Tale of Two Cities>는

조금씩 무뎌지는 내 오감을 깨우는 일종의 반란같은 작품이었다.

황홀하고 그리고 매혹적이다.

보는 내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끈질기게 매혹적인 작품.

처음엔 분명히 천천히 끌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급격히 쏠리고, 결국에는 어쩔 도리없이 일방적으로 완벽하게 홀리고 만다.

매혹은 위험하다.

매혹당하는 자 뿐만 아니라 매혹하는 자까지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독하다.

이런 매혹은.

정말이지 견뎌내기가 참 힘겹다.

슬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래서 말하련다. 

견딤을 위해...

 

유혹 중 가장 강한 유혹은 닿을 수 없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될 것에 사로잡혀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도 이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과 싸우기를 스스로 포기한다.

아주 당당하고 고결하게...
눈으로 봐야만, 손으로만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사랑은 단수가 낮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고 만지는 마음보다 훨씨 깊고 곡진하다.

오직 그 순간,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생의 연주를 남기고 시드니 칼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사랑인가?

결국 사랑은 어찌됐든 환영(illusionism)이다.

환영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 때에 생겨날 수 있다.

환영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환영을 보는 사람은 환영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삶이다.

나는 결코 환영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늘 저건 단지 극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런 현실이 제발 어딘가에 있어주기를 꿈꾼다.

제기랄!

다시 사랑을 꿈꾸기 시작했다.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광활하고 처연한 비가(悲歌)였다.

놀랐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는 배우였던가!

그에게 일종의 변화가 왔음을 나는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나, 류정한이란 배우를 안지 그래도 나름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대 배우로서 이런 변화가 온 계기가 도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던 그 선택이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표정이 훨씬 풍부해졌고 그리고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배우 류정한을

섬세함조차도 크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큰 표현 속에 섬세함을 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배우 류정한의 표현은

너무나 섬세했고 또 섬세했다.

무대 위 그가 보여준 시드니 칼튼의 감정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성큼성큼 내 눈 앞으로 현실로 느끼게 했다.

얼마나 놀랍던지...

1막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시간의 흐름 따윈 의식되지도 않을만큼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reflection, I can't recall,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 칼튼의 부르는 1막 넘버들은 한결같이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담긴다.

특히 If dreams came true는 눈물이 저절로 흐를만큼 처연하고 슬펐다.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었던 한 여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처연함이라니...

찰스 다네이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칼튼의 목소리는

단 한 곡의 노래로 한 남자의 일생 전부를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아, 참...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아파온다.

결코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참 힘겹고 힘겹다.

이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힐링(heeling)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22인조 오케트라라는 웅장했고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고 격동적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하모니(김도형-전동석. 류정한-전동석)가 주는 울림이 크다.

배우들은 앙상블까지도 너무나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솔직히 이들을 조연이라고, 앙상블이라고 칭하는 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순간들 만큼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주연이었고 완벽한 무대 장악이었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정확히게 셋트를 이동시키는 무대크루들 모습도 감동적이다.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무대 크루를 보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아! 그리고 푸른색(런던)과 붉은색(파리)의 조명도 압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 작품의 첫인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 못한 상태다.

다시 보게 되면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은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원칙을 정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 공연장을 나오는데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귀절이 계속 떠올랐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만 오는 거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