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8. 3. 10:22

자다르는 두브로브니크처럼 높고 튼튼한 성곽으로 둘러쌓인 요새도시다.

십자군전쟁때 자다르를 얻은 베네치아 공국에 의해 처음 성곽이 만들어졌고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세프 1세에 의해 남서쪽 요새가 허물어지면게 지금의 모습이 됐다.

요새와 문을 만든 사람은 베네치아 건축가 미켈레 산미켈리(Michele Sanmicheli)란다.

도시 전체가 작고 소박해서

이른 아침에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곳.

 

 

훼손이 많이 되긴 했지만 날개달린 사자상 조각이 있는 바다의 문(Morska Vrata)을 따라

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에서 방향을 바꾸면  

보행자다리가 있는 세관의 문(Kopeneih Vrata)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모습이 늘어가긴 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노천카페와 조용한 골목길은

햇빛 속에서 여전히 고즈넉하다.

 

 

문 옆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올라갔더니

깨어나는 자다르의 아침이 한 눈에 보였다.

자다르에서 제일 먼저 깨어나는건 역시 바다였다.

하늘은 이미 한낮처럼 내리쬐 시간의 흐름을 모호하게 만드는데

바다만은 아침의 빛을 담고 있다.

어망에 갇혔던 바다도,

물새가 물고 갔던 바다도

다시 아침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형 보전이 가장 잘 된 땅의 문(Kopnena Vrata).

한가운데 있는 날개 달린 사자상은 베네치아 공국의 상징물로 후기르네상스 시대 걸작이란다.

미술에 문외한이라 사조따윈 잘 모르지만

사자의 얼굴 표정과 갈기의 표현이 아주 섬세하고 선명했다.

땅의 문을 등지고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투르크족의 공격에 대비해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5개의 우물이 있다.

5개 모두 훼손 없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우물을 중심으로 한쪽편에는 장군의 타워(Kapetanova Kula)가 반대편에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와 분수, 비둘기를 구경하느라 또 한 세상 ^^

 

바다오르간 하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나...

발목 한 번  징하게 잡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7. 28. 07:58

바다오르간에 앉아 내내 지켜본 자다르의 석양.

구름에 가려 해는 선명하지 않았지만

붉게 물드는 하늘빛과 물빛을 보는 것만으로 석양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언제나 나를 뜨겁게 만드는 석양.

언젠가 내가 찍은 석양 사진들만 쭉 모야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는 속도와 비례해서 기온은 내려갔고

짐을 줄인다고 얇은 옷만 가져간 나는 턱을 덜덜 떨면서 몸을 한웅큼 웅크렸다..

일어나서 가버리면 그만일인데 그걸 못하고 그대로 앉아버렸다.

추위... 뭐 그까짓거!

내일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호기롭게 무시해 버리기로 했다.

이 좋은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역시 아이들은 대단하다.

차가운 바다 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은 용감했고 

물 밖으로 나와 부르르 몸을 떠는 모습은 유쾌했다..

입은 옷을 벗어던진채 그대로 바다로 뛰어드는 어린 무모함이 마냥 부럽다.

나는 왜 수영이 끝끝내 배워지지 않았을까... .

예전에 큰 맘 먹고 3개월 과정을 등록하긴 했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날때까지 물 속에서 수경을 끼고도 눈을 못뜨는 내게 수영코치가 그러더라.

"태어날때부터 온 몸에 납을 감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긴 하다..."고.

첫 수업시간에 그 코치는 분명히 말했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어요!"

그때 알았다.

내가 수영코치에게 있어서는 안되는 단 사람이 되버렸다는걸.

2개월치 강습료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돌아나오며 생각했다.

'수영이랑 운전, 이 두 가지는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못하겠구나!"

수영코치는 내가 안보여 속이 후련했을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문득문득 그때 생각이 난다.

나도 날 포기하고,

수영코치도 날 포기한 그때가.

한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을텐데...

 

결국 물은 나에겐 닿을 수 없는 먼 풍경이 되버렸다.

그래서 더 애닯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7. 27. 08:25

자다르에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바다오르간" 때문이었다.

몇 시간 차를 타고 잠깐 내렸다 다시 몇 시간 차를 타야 한대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만은 꼭 가고 싶었다.

세상에!

바람이, 파도가, 바다가 건반을 두드린다니...

니콜라 비시츠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그걸 또 실제로 구현까지 했을까?

그의 아름다운 발상이 나는 내내 감탄스러웠다. 

 

 

플리트비체에서 들은 풍문에 의하면 현재 바다오르간이 청소 중이라 소리가 안들린단다.

하지만 상관없다.

소리가 전부는 아닐테니까.

어느새 하늘색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골목길 탐험을 끝내가 서둘러 신항구 해변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바다오르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바다오르간.

대리석 계단 아래 설치된 35개의 파이프에 파도와 바람이 부딪치면

그 부딪침의 세기에 따라 높고 낮은 소리가 울린단다.

파도가 약했을까? 바람이 평온했을까? 아니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너무 컸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청소 중이었을까?

웅웅거리는 작은 울림은 그렇더라도 서운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동그란 구멍 위에 발을 올려본다.

바람의 진동이, 파도의 진동이 둥둥둥 아래에서 올라온다.

그래,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꼭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일 필요는... 없겠다.

때로는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음악이 되고 협주가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은 음악...

 


 

바다 오르간 바로 옆에 또 다른 니콜라 바시츠의 작품 "태양의 인사"

지름 22m의 거대한 원형 안에는 태양열을 흡수할 수 있는 집열판(LED)이 300여개 숨겨져있다.

낮 동안 이곳에 흡수된 태양열 에너지는 해가 지기 시작힐 떼 진면목을 발휘한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깜박거리는거대한 써클.

꼬맹이들은 빛을 잡으러 껑충대며 뛰어다니고 

젊은 사람들은 바다오르간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낭만적이라는 말의 뜻을,

나는 아주 오랫만에 이곳에서 이해했다.

 

 

조각피자(8Kn) 하나를 사서 거리로 나섰다.

(생각해보니 점심과 저녁을 또 잊었더라)

이제부터는 밤의 산책이다.

사파이어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깊이를 더한다.

해변길을 천천히 두바퀴 정도 돌았을까.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쏴~~~아 하고 쏟아진다.

상가의 차양밑으로 비를 피하며 걷는게 꼭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비때문에 하얀 대리석 바닥은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젤라토 가게에서 비를 피하며 오래오래 떨어지는 비를 지켜봤다.

행복하다는 진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이 마치 나를 감싸주는 것 같았다.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신기했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이 평온함이...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7. 26. 08:17

우여곡절(?) 끝에 플리트비체에서 오후 1:50분에 출발하는 자다르행 버스를 탔다.

요금은 91Kn였고 캐리어값 7Kn는 물론 별도.

크로아티아는 고속버스 시스템이 참 잘 되어있다.

제시간에 출발해서 제시간에 도착하고 배차간격도 적절한 편이다.

인터넷 예매도 잘 되있고 예매사이트도 다양하다.

재미있는건 버스티켓에 좌석번호가 적혀어도 다들 무시하고 앉는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몇 번 겪고나니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했다.

내 좌석에 누가 앉아있으면 딴 좌석에 앉고,

자기 좌석이라고 누가 버스표를 내밀면 비어있는 다른 좌석으로 옮기고...

여행 성수기를 살짝 비켜간 시가라 좌석도 여유가 있어 별 불편은 이동했다.

자다르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다음날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시베니크행 버스티켓(46Kn)를 사고 환전을 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여기 환율이 제일 좋더라.)

예정대로 버스로 숙소까지 이동해야했는데

햇빛이 너무 강하고 몸도 피곤해서 호객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결과는...

멋지게 바가지 요금을 지불했다.

시베니크행 버스요금보다 더 비싼 50kn.

그야말로 헐~~~!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긴급한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 택시 따위 타지 않겠다고!

 

 

살짝 상한 마음이 Boutique hostel forum에 들어서는 순간 스르륵 녹았다.

그런데... 이번엔 예약은 되어 있는데 결제가 안됐다고 숙박비를 지불하란다.

"Already paid!" 라고 말하고 혹시 몰라 프린트해온 영수증을 보여줬다.

한참을 보더니 "So sorry"는 연발하며 No prablem!" 이란다.

충분히 혼동할 수 있는 일이라 서로 웃으면서 마무리를 짓고 방으로 올라갔다.

(시종일관 친절하게 웃으면서 응대한 리셉션 직원 덕분에 다행히 맘은 상하지 않았고!)

호스텔은 생각보다 훨씬 예쁘고 아기자기했고 

도미토리 베드도 블라인드가 끝까지 내려와 완벽한 개인공간이 확보돼서 좋았다.

여행 중에 묵었던 호스텔 중에서 단연코 최고!

 

 

호스텔 창문으로 로만 포룸이 바로 보여 입지조건 역시 최고!

솔직히 말하면 자다르는 바다 오르간 하나 보겠다고 갔건데

의외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도시가 됐다.

도착부터 다음날 10시 버스로 떠나기 전까지 오래 걸으며 눈에 담았던곳.

그래서 두브로브니크보다 더 기억에 남는 곳.

Jadar~~~!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