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 24. 08:27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미라, 유보영 (이네즈 고모) / 이정열 (맨도자 시장)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무한애정하는 류정한이 출연한다고 해도

<카르멘>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요즘은 공연이 시작되기 3~4개월 전부터 예매가 시작되니 호불호를 결정하기도 전에 예매부터 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된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취향과 안 맞을 경우 취소수수료도 만만치 않고...

이 작품도 취소수수료때문에 세번째 관람까지 하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화려한 쇼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극도의 피곤이 몰려온다.

<카르멘>도 그런 의미에서는 어쨌든 치명적인 작품이 맞긴 하다.

 

두번째 관람한 차지연 카르멘은 확실히 좋더라.

차지연은 아주 작정한게 분명하다.

<카르멘>은 그야말로 차지연에 의한, 차지연을 위한, 차지연의 작품이다.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템포도 타이밍도 춤도 다 너무 좋더라.

개인적으론 바다 카르멘보다 차지연 가르멘이 훨씬 좋다.

바다는 재능과 끼로 주위를 끌어당기는 고양이 느낌이라면

차지연은 내면 깊숙이 뭔가를 품고 천천히 움직이는 표범 같다.

바다는 경쾌한 탱고 느낌이고 차지연은 진한 블루스의 느낌.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차지연의 체격이 조금만 더 왜소해보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남자배우들과 서있을 때 얼굴 크기도 전체적인 모습도 커보여서

때때로 집시가 아니라 전사(戰士)같은 느낌인게 아쉽다.

차지연도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 아마도 내내 트라우마 혹은 상처였던 모양이다.

안면 축소 수술을 하려고 돈까지 모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러다 그 돈을 들고 영국으로 날아가 돈이 다 떨어질때까지 공연을 보고 왔다나!

 

류정한 호세는 무대 위에서 여전히 여우같았고

상대 여배우들을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서포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선지 이정화도 처음 봤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좋아졌다.

에녹은 노래와 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렬했고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배역의 매력보다 에녹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문득 에녹이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해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를 사로잡는 넘버는 남자 네 명이 부르는 "A woman like that(그런 여자)"과

카르멘이 부르는 "If I could(그럴 수만 있다면".

특히 차지연이 부르는 'If I could"는 정말 애절하고 진심이 담겨있어 뭉클하다.

커튼콜에 눈물 범벅으로 나오는 차지연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더라.

그리고 깡촟깡총 뛰면서 차지연에서 박수를 보내는 류정한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번째 관람까지는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공중에 긴 천을 매달아놓고 움직이는 실크 액팅이나 각종 불쇼와 서커스들이

신기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섭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단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