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23. 08:30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열, 유보영,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첫번째 관람과 호세만 빼고 전케스팅이 다르다.

그리고 LG 아트센터 3층 맨 앞 줄에서의 관람.

오히려 1층 관람보다 시야가 확트여 좋았고 조명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나 마지막 앤딩 장면의 거울 장면은 확실히 1층에서보다 3층에서가 훨신 더 느낌이 좋더라.

차지연 카르멘이 진한 블루스의 느낌이라면

바다 카르멘은 탱고의 느낌이었다.

특히 " we all dance alone"은 바다의 느낌이 제대로 사는 느린 탬포의 탱고가 느껴져 좋았다.

역시나 어려운 노래들이 많아 소위 발하는 삑사리가 여러번 발생하긴 했지만

여배우로써 이정도 끌고 갈 수 있었다는 사실엔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론 "A women like me"와 "we all dance alone"은 바다 카르멘이 좋더라.

"If I could"와 "You belong to me"는 차지연 카르멘이 더 좋았고!

바다가 고양이 느낌이라면

차지연은 그것보다 더 예리하고 날카로운 살쾡이 느낌이랄까?

여성적이었던 건 바다, 자유분방하고 강했던 건 차지연.

두 배우 다 충분히 장단점이 있긴 하다.

(그런데 바다 카르멘은 대사톤이 전체적으로 붕 떠있어서 가벼워 보이더다.)

 

가르시아 최수형은,

매번 거슬렀던 특유의 바이브레이션도 이번엔 줄어들어서 좋았다.

예전에 했던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보다 훨씬 더 남성적이고 강해서

차지연 카르멘과 만나면 굉장히 쎈 "You belong to me"가 나올 것 같다.

에녹 가르시아는 강한 비열함,

최수형 가르시아는 왠지 모를 애증이 느껴진다.

카르멘을 이용하는 건 맞지만 그만큼 아주 깊게 사랑하고 있는 것도 같다.

같은 배역도 배우의 표현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이정화 카타리나 역시도 임혜영과 또 완전히 다르다.

임혜영은 정말 온실 속 화초같은 느낌이지만

이정화는 딸 많은 집의 장녀 같은 느낌.

임혜영보다 의젓하고 더 강해보인다.

개인적으로 임혜영이 카타리나라는 배역과는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류정한 호세와의 듀엣곡 "My only prayer"나  "I want to tonight"도 임혜영 쪽이 훨씬 좋았고

솔로곡 "Saint Theresa"도 임혜영 쪽이 훨씬 더 간절했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좋았던 넘버는

호세와 파비오, 시장과 총경 네 사람이 부른  "A women like me""

네 명의 목소리톤이 다 다른데 그 다른 톤이 다 살아있어서 아주 좋았다.

류정한 호세는 카타니라와의 듀엣은 참 스윗하고

카르멘과의 듀엣은 간절해서 차별성이 생겨 좋았다.

심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참 쉽지 않는 역인데 역시나 류정한스럽게 잘 표현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내 취향은 절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엄청나게 스펙타클한 작품이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지루했을까?

이유는 하나!

스토리에 임펙트가 없어서다.

사건이 너무 쉽게 발생하고 또 너무 쉽게 해결되고

인물들끼리도 너무 쉽게 대립하고 너무 쉽게 타협한다.

스토리와 인물이 서로 엮힘에 좀처럼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선물 겉포장때문에 실제로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완벽하게 가려졌다고 할까?

feel이 아닌 view만 너무 강한 작품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플라멩고의 경우 그 끈적하고 진한 스텝이 느껴지는게 아니라

과도하게 펄럭이는 치마자락의 휘날림으로 정신을 빼놓는다.

 

확실히 작품보다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과연 어땠을까?

(단언컨데 지금과 같은 전석매진의 흥행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