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4. 27. 08:19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공연 시작 초반부에 세 명의 르네를 다 확인했고 두 명의 송을 확인했다.

(정동화 송까지 확인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이번 엠나비는 김다현의 재발견이다.

김다현의 여장 역할은 비주얼이나 연기, 연류(?)에서 모두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기에

개인적으론 큰 기대감이 없는 편이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잘 할거라라는게 훤히 보이니까 일부러 캐스팅도 피했었다.

그런데 이번 삼연 엠나비의 김다현 송은 정말이지 발군의 실력이다.

때로는 도도하고, 관능적인 여자였다가 어느 순간 아주 철저하게 영리하고 책략가가 된다.

특히 "변신" 이후의 김다현 송은 매 장면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매혹, 그 자체더라.

김다현이 이 정도까지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배우였구나... 다시 생각했다.

일종의 "절정"이었다고 해두자!

 

그리고 르네.

재연때 이석준 르네에게선 해설자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 르네는 그때와는 또 완전히 다르더라.

세 명의 르네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면,

김영민이 환상이 유일한 현실이 되버린 르네라면

이숭주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르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석준 르네는...

현실을 거절하는 르네더라.

이상하다.

이석준 르네가 보여준 결말이 나는 절망이나 끝이 아닌 "구원"처럼 느껴졌다.

놀라운 속도가 일시에 허물어졌고,

그 다음엔 가슴 속이 후련헤졌다.

내 머릿속에 있던 나비가 날아가는게 보였다.

가슴을 꿰뚫어 산 채로 벽에 꽃아놓았던 바로 그 나비가!

 

나는,

르네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것도 아주 전적으로...

 

* 작품을 보는 내내 기형도의 시 "빈집"이 떠올랐다.

  기형도와 르네.

  두 사람은 아마도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인지도 모르겠다.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빡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17. 08:12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매혹 자체가 제국주의다"

연극 속 그네와 송의 대사는 정말 사실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대사들이, 의미들이, 그 겉잡을 수 없는 느낌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르네가 송을 찾아간 것처럼 고작 삼일만에 <엠나비>를 찾아갔다.

즉흥에 가까운 선택을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매번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맥을 못출까?

왜 이렇게 끌려다닐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에쿠우스>, <엠나비>, <레드>, <프라이드>

생각해보니 나를 속수무책으로 건드린 연극들에게선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에 대한 이야기라는거.

그리고 "너"에 대한 이야기라는거.

그래서 나는 이 연극들에게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거라고...

그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깊은 내면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침내 견뎌내는거.

그게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전성우는 비밀을 품고 있는 송이다.

너무 조심하고 있어서 그게 오히려 발각의 징후처럼 보여 내내 불안했다.

관계에 대한 진실 보다도 스파이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더 많이 부각되더라.

그래서 자신의 남성을 르네에게 보여줄 장면도 르네를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정말 그렇다면... 르네는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이승주 르네.

나는 이 패기넘치고 뚝심있는 젊은 배우가 정말 좋다.

그래서 한 작품이 끝나고 나서 다음 작품에 대한 소식이 없으면 혼자 전전긍긍 한다.

혹시라도 이 좋은 배우를 브라운관에 뺏기게 되는건 아닐까 싶어서...

사실 2014년 재연에서 르네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지금까지 연극무대에서 성실하고 든든하게 이력을 쌓아오긴 했지만 

이승주라는 이지적인 배우에게 이 역할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다. 

그런데 결론은... 비루한 내 오지랖이더라.

이승주 르네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르네다웠다.

삼년만에 돌아온 김영민은 처음부터 환상에 살고 있는 르네처럼 보인다면,

이승주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점점 사라지는 르네다. 

김영민 르네의 결말은 자발적인 선택같은데

이승주 르네의 결말은 어쩔 수 없는 절망이 부른 파국이다.

그래서 더 절박하고 침혹하다.

내내 그게 마음에 쓰이더라

어쩌면... 내가 대상포진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아파서였는지도 모르갰지만

날카롭게 찔러대는 육체적인 통증에 이 작품의 내적인 통증까지 겹쳐지니 견디는게 많이 힘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잠깐 후회도 했다.

 

상관없다.

스스로 나비부인이 된 르네의 이야기는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내겐 다 후회다.

마담 버터플라이가 될 용기 따위,

전혀 없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13. 08:29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M.Butterfly>가 돌아왔다.

그것도 초연, 재연 배우들이 전부 다!

삼연의 첫공연, 김영민 르네와 김다현 송을 예매해놓고 얼마나 설래이던지...

무엇보다 오랫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영민을 볼 수 있다는게 가장 행복했다.

그동안 얼마나 무대가 그리웠을지 눈에 선했다.

작년 연말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에서 마주친 김영민 배우와의 아주 짧은 대화가 생각났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쑥스럽게 물었는데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대답해주더라...)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서 뵙고 싶은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네. 곧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께요. 꼭 보러 와주세요"

김영민 배우가 LG 아트센터에서 잠깐 스친 관객과의 짧은 대화를 기억할리 없겠지만

어쨌든 우린 서로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무대로, 그것도 <M. Butterfly>로 돌아왔고,

나는 꼭 보러 와달라는 말에 답하듯 그의 첫공연을 보려고 연강홀을 찾았다.

혼자만의 감회이긴 했지만 나는 꽤나 고무된 상태였다.

왜냐하면 그의 복귀작이 꼭 김광보 연출의 작품이었으면 했으니까...

김영민은 확실히 그렇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무대 위에 있을 때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고 그답다.

 

 

<M.Butterfly>

이 작품은 어째서 볼 때마다 점점 더 아플까?

특히 폭격처럼 몰아치는 후반부를 견디는건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고 환상 속으로 자신을 유폐시켜야만 했을 만큼 르네의 사랑은 완벽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그 환상이 깨지는걸 견디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게 완벽한 한 여자를 지켜내는 완벽한 방법이며

그게 모든걸 다 알면서도 비밀을 묵인한 이유라고...

이건... 완벽한 사랑이다.

다른 어떤 것도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사랑.

기만으로 버텨내는 사랑.

그 절박한 환상을 무너뜨리는 현실 속 송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 밉고 원망스럽다.

나는 전적으로 르네를 지지할 수밖에 없기에...

(르네의 환상 속에, 르네의 현실 속에 내가 있다) 

 

김영민 르네는 폭풍같았다.

초반에는 살짝 격양된듯도 보였지만 이내 자신의 호흡과 속도로 끌고가더라.

(그 격양된 찌질함이 초연때와 또 다른 느낌을 줘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김영민 르네와 김다현 송의 후반부는

서로 깊게 찌르고, 빠르게 빼는 전쟁터였다.

르네에게 동의하면서 한편으로는 송에게 연민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M.Betterfly>의 M은

마담(Madam)도 무슈(Mousieur)도 아닌 나(Me)라는걸 깨달았다.

 

환상 속에서만 살아지는 사랑.

나는 그걸 안다.

M. 버터 플​​라이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23. 08:01

<M.Butterfly>

일시 : 2014.03.08. ~ 2014.06.01.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 김다현, 전성우 (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

제작 : 연극열전

 

이석준 르네에 이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SBS 연기자 공채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연극배우의 길을 택한 보기 드물게 용감한고 뚝심있는 젊은 배우 이승주.

솔직히 치기어린 객기라고 생각도 들었고,

TV 신인 연기자의 연기수업, 혹은 얼굴 알리기용 멘트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김광보 연출의 <내 심장을 쏴라>를 보니 그게 아니더라.

대선배 김영민에게도 밀리지 않았고, 작품에도 끌려다니지 않았다.

그 후 다시 이승주를 무대에서 본 건 작년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에서였다.

처음엔 몰랐었다. 그가 그 이승주라는 걸.

<로맨티스트 죽이기>에서 그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일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불과 몇 년 만에 81년생의 이승주는 작품을, 배역을 온전히 책임지는 여엿한 배우로 무대 위에 서었다.

(개인적으로 <로멘티스트 죽이기>를 보면서 이승주에게 무지 열광했었다. 물론 혼자 조용히... ^^)

 

<엠나비>의 앵콜공연에 그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출중한 외모때문에 당연히 "송 릴링"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르네" 란다.

조금 이해가 안됐지만 모델을 빰치는 그의 기럭지가 아무래도 송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싶긴 하다.

이승주와 김다현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면?

미모에 관한한 제대로 포텐 터지겠다.

그야말로 관객들 안구정화시키는 All kill할 외모들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은 이번에도 전성우로!)

 

이승주의 르네를 보면서 스스로 "엠나비"가 되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진실이

아주 절실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건 이석준 르네와는 완전히 다른 표현이었다.

81년생의 젊은 배우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놀랍다.

끌려가지 않고 이야기를 품고 가더라.

확실히 배우더라. 이승주는!

 

이승주가 표현한 르네는,

겶코 자신의 욕망에 속거나, 환상속에 살았던 인물이 아니다.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 결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확고한 "르네의 선택"이었다.

송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르네가 정말 몰랐을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르네는 송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기꺼이 송의 "엠나비"가 되기로 작정했던 거라고.

그러니까 이 작품은 완벽한 여성을 만나 그 여자의 환상을 선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했던 또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자를 만나는 일이라는 르네의 말.

이 대사는 그냥 스치고 지나버릴 그런 대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승주 르네에겐....

르네는 송 릴링에게 자신의 모든 수치심을 바쳤다.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걸 이해한다면 르네도,

르네의 선택도 다 이해될 수 있다.

 

* 작품 속에 집중과 몰입을 다 바친 배우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날 온전히 소진(消盡 )된 두 배우의 커튼콜 모습은 

  오랜 여운으로 남겨질만큼 깊은 감동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훨씬 더 좋은 무대배우가 될거라는 걸,

  더  큰 책임감과 아름다운 진념으로 무대를 지켜낼거라는 걸

  추호의 의심없이 믿는다.

  작품도, 배우도...

  참 독하게 아름답다.

  두 배우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 눈빛!

  두고두고 못잊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