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7. 13. 06:39

"연극열전"처럼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 연극 기획물이 하나 더 생겼다.
"무대가 좋다"가 바로 그 주인공.
착한 글레머(?)라며 요즘 주가가 한창 상승 중인 연기자 신세경이 홍보대사다.
다양하고 좋은 연극이 활성화를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획들이 더 많아진다면 좋겠다.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가 좋다"가 선택한 첫 번째 작품 <풀 포 러브>
일단은 출연진이 무지 화려하다.
나무 엑터스(그래서 출연진이 거의 나무 엑터스 소속 탈렌트들이다)와
거대기업 CJ 엔터테이먼트, 악어컴퍼니가 손을 잡고 기획했단다.
남자 주인공 에디 역에 박건형, 한정수, 조동혁
여자 주인공 메이 역은 김정화와 김효진
이 심각한 이야기의 원인 제공자인 아버지 역엔 남명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의 새 남자 친구 역의 박해수까지...
브라운관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정말 과언이 아닌 프로필들이다.
거기다가 2년 6개월만에 뮤지컬 무대에서 연극으로 복귀한 조광화 연출작.
어쨌든 조금은 기대를 하게 만들긴 했다.



Fool for Love
이복남매인 주인공 에디와 메이.
뭐 이 정도까지만 이야기해도 대충 감이 잡히는 내용이다.
"너를 찾아 4,000 킬로미터..."
에디는 자신을 떠난 이복동생이자 연인인 메이를 찾기 위해 4,000 킬로미터를 달려 
드디어 이곳 모텔을 찾아왔다.
메이는 새로운 직장도  남자 친구도 생겼다며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떠날 것을 종용한다.
포스터엔 "격정적인 사랑의 광시곡!"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치명적인 끌림, 사랑과 증오, 우정과 질투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연극이라는 해외언론평도 있다.
그런데 어쩌지?
보고 난 솔직한 심정은 Fool이 된 것 같다.
해외에서는 그랬는지 몰라도
내가 본 연극에서는 격정은 없고 단지 코믹만 있더라.
도대체 에디는 왜 4,000 킬로미터를 쉬지않고  달려왔을까?
고작 이렇게 농담따먹기나 하려고???
껄렁함을 넘어 멘탈이 수시로 이탈한 것 같은 에디와
시종일관 고음역대의 소리를 그야말로 바락바락 질러대던 메이.
(개인적으로 정말 듣기 싫은 소리영역이라 무지 괴로웠다)
이들의 목적이 고문인가 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렇게 포스터의 느낌과 완전히 동떨어지는지...
마치 공갈빵을 손에 쥔 기분이다.
이 허무한 배신감을 뭐라고 표현할까?
그래도 뮤지컬이긴 하지만 무대경험이 많은 박건형과 김정화마저도 이런 시츄에이션이니
조동혁, 한정수, 김효진의 만남도 진지하게 걱정스럽다.



배두들의 톤을 들으면 내가 다 민망하고 절박해진다.
부족한 연습기간이 턱없는 흠으로 자주자주 드러난다.
급기야는 사소한 것들까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여주인공의 치마는 침대보와 똑같은 천이고
(그 모텔에 투숙하려면 동일한 유니폼이라도 입어야 하는 건가!)
황당하고 학예회스럽던 음향과 시작과 끝에 나오는 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던 중얼중얼 거리는 노래.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이 연극이 사실은 그 노래 분위기 같아야 했다는 사실이다)
오렌지빛 조명은 불안하고 뭔가 자극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서 처음엔 좋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이상하게 집창촌은 연상시켜 점점 불편해졌다.
차라리 대놓고 코믹 연극이라고 했으면 나는 유쾌하게 하하 웃으며 잘 봤다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이례없이 길게 줄을 서가면서 표를 찾고
오랫만에 꽉찬 연극 객석을 보면서 흐뭇했었는데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배우들의 명성에 실려 흥행에는 성공하겠지만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이복남매의 사랑이라는 소재도 한 몫을 했겠지만...
보고 난 느낌은 대략 난감이다.
혹 모르지.
아직 시작이니고 9월 12일까지 한다니까 그 사이에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스스로 연극 첫 무대가 감격스러웠는지 박건형은 시종일관
극의 분위가와 어울리지 않게 소풍나온 아이처럼 어이없이 천진하다.
덩달이 시리즈도 아닌데 김정화까지도...
보물찾기까지 끝나고 소풍이 마무리가 되면 그제야 분위기 파악이 될라나?
제발 그랬으면...



배우들의 연기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혼란스럽고 괴리감마저 느낀다.
마치 두 개의 채녈을 수시로 돌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스토리 진행자(?)처럼 환상의 존재로 등장하는 아버지 역의 남명렬의 투혼이
오히려 눈물겹기까지하다.
(그런데 나는 극 중간에 그가 침대 밑에서 등장하는 그 말도 안되게 코믹한 모습이 너무 싫다)
그리고 그닥 존재감 있는 배역이 아닌 박해일의 모습까지도...
(이 사람 어디서 봤지? 생각했는데 목소리 듣고 기억했다. 뮤지컬 "영웅"에서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배우)
나무 엑터스 김동식 대표는 계속 "무대가 좋다"에 소속 배우들을 출연시킬 계획이고
공연은 어찌됐든 대박을 칠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 대박 칠 거,
좀 치열하고 제대로 대박을 치면 좋겠다.
"연극열전" 역시나 연예인을 기용해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을 하긴 했지만
"무대가 좋다" 기획보다는 그래도 더 괜찮았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됐다
다음 공연될 연극은 얼마전까지 공연됐던 <클로져>다.
안전하게 가겠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미 문제작이 될 전망이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과 요즘 TV와 영화까지 진출해 맹활약중인 배우 "엄기준"이 주인공이란다.
벌써 홍보 문구는 "문근영 스트립 댄서 되다!" 뭐 대략 이런 난감한 멘트로 시작된다.
티켓 오픈하면 이건 뭐 전쟁터가 따로 없겠구나 싶다.
혹시 "무대가 좋다"가 노린 게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라인업으로 나온 작품 중 소위 울겨먹는 작품이 상당하다.
(풀포러브. 클로져, 프루프, 트루웨스트, 댓페이스, 아트, 거미여인의 키스, 3일간의 비)
"무대가 좋다"라는 말이 과연 누구를 향해 좋은 건지
점점 궁금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5. 00:02


솔직히 말하면 박정환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선택한 뮤지컬이었다.
딱히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라 만약 재미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상당히 껄렁한 마음으로 선택한 공연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제목은
홍보성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 같아 오히려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보고나서 실망하게 된다고해도
주말마다 공연장을 떠도는 내 몹쓸 습성을 탓하리라 은근히 강짜를 부르기도 했었다.
어! 근데 이 작품,
껄렁했던 처음 마음이 미안해질만큼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박정환, 원종환, 오의식, 이주훈, 김동현
5명의 꽃미남(?)들의 연기도 상당히 괜찮았고 노래도 다들 썩 잘한다.
캐릭터들의 성격은 전부 다 다르지만 은근한 일체감이 있고
배우 한명 한명에게 할애되는 시간도 제법 착하다.
여자 주인공(홍기주)은 노래가 많이 불안하긴 했지만 대사톤과 느낌은 좋았다. 
그리고 숙대 나온 여자분(김세인 ^^)은 정말 여러 면에서 눈에 띄더라.
무대 셋트는 귀염성있게 알차게 만들어졌고
배우들은 그 무대 구석구석을 또 알차고 야무지게 이용한다.
유치하리라 생각했던 내용은 그래도 재미있게 교훈적(?)이었고 
유머러스한 포인트들도 난잡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다.
애드립이었는지, 계획된 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애드립쪽이 맞는 것 같다)
탁탁 치고 받는 대사가 너무 재미있어 쉴새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부분에서는 엄청난 몰입으로 분위기를 바꿔낸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꽤 잘 만든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생각.



스텝들을 찾아봤다.
작가 : 이재국 (극작가, 공연기획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연출 : 김한길 (춘천 거기)
작곡 : 김혜성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작사 : 정  영 (남한산성, 스프링 어웨이크닝, 바람의 나라)
음악감독 : 구소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뮤지컬 라디오 스타)
안무 : 한승훈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뮤지컬 빨래)
괜찮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은 구성이긴 하다.
"오징어송(?)"이나 "가락시장 칼잡이" 같은 노래는
가사의 임팩트도 강하고 장르도 넘나들며서 독특한 재미를 준다.
자칫 잘못하면 무지 산만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꽤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은,
땀을 흠뻑 쏟으며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과
실수를 애드립으로 바꿔 오히려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걸 보는 재미에 있다.
(단, 과유불급(過猶不及)에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
그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주는 황홀경이 어쩌면 관객을 메번 홀리는 건지도.
그 세계에 빠지면 참 약도 없다는데...
동반되는 지름신은 또 어이할꼬!!!



개인적으론 배우 박정환은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그의 소극장 작품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가 대극장형 배우가 못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후배들을 독려하며서 열심히 이끌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건
(아무래도 대극장에선 그런 섬세함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관객으로선 상당히 아름답고 이쁜 모습이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보지 않았을 공연이다.
박정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이렇게 또 다시 알찬 소극장 뮤지컬을 알게 됐으니
매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서는 배우 박정환의 부지런한 모습을 보면
그에게 배우의 삶은 그냥 일상이구나 싶다.
그래서 그가 출연한 소극장 작품들은 대부분 자리를 잘 잡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투박한 그의 섬세함이 한몫 했으리라는 게 내 짐작.
그의 대사끝이나 동작의 끝, 심지어 대사 후의 입매의 끝에서 느껴지는 투막한 섬세함은
묘한 여운과 함께 은근한 동참을 선동한다.
그렇게 선동하며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 박정환이 그래서 나는 참 좋다
그리고 크든 작든 그의 무대를 보는 건 매번 어김없이 기대된다.



엔딩 커튼콜을 보면 박정환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 모두가  
얼마나 이 공연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행복하겠구나 싶은 부러운 생각도...
솔직히 좀 샘이 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배우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별하고 뿌듯한 특권이...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총각네 야채가게 ^^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파이팅!!!  ^^
Posted by Book끄-Book끄